남자친9
토마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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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읽히지만 여운이 오래남는 이 책은 헤어진 연인이 친구라는 이름으로 어정쩡한 관계를 위태롭게 유지시키는 이야기이다. 밍고와 제리는 다른 남녀들처럼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이별"이라는 시련을 비켜가진 못한다. 밍고와 제리 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기전에 몇번의 이별을 반복해야만 한다.

하지만 헤어진다고 해서 사랑했던 마음이 단칼에 없어지는것은 아니다. 그래서 밍고와 제리는 "친구"로 지내자는 쿨한 결정을 하게되는데 이때부터 이들의 위태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녀가 헤어지면 친구로 지낼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막상 이 만화를 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겠구나 싶었다. 밍고와 제리는 친구 라는 이름하에 서로에게 향한 마음의 찌꺼기를 다 처리하지 못하고 감정을 조절하지 못한다.

헤어진 연인사이에 "쿨한" 감정은 아예 있을수조차 없는것이다. 서로에게 소개팅 제의가 들어오면 괜히 신경이 쓰이는 등 평범한 친구에게서 느끼는 우정의 감정은 기대할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이제 친구라는 이름에서 벗어나 완벽한 이별을 선언하게 된다. 친구 라는 이름하에 지냈던 시간이 서로에게 더 큰 상처와 슬픔을 줄수있다는걸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도 절절히 공감하게 되었다. 이별에 쿨하다 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뜨거운 가슴만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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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현경의 가족관찰기
선현경 지음 / 뜨인돌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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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덕을 만든 만화가 이우일씨와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로 일하는 선현경씨가 사는 가족 이야기.

그림을 그리는 두 사람은 다른 평범한 부부들과는 사는 모습이 다르다. 예술가들 답게 좀더 자유롭고 젊다고

해야할까. 두 사람을 쏙 빼닮은 딸 은서보다 아버지 이우일씨가 더 많은 장난감을 가지고 있고 신기한 장난

감이 눈에 띌라치면 아이보다 더 신나한다. 그리고 집에서 일을 하는 이우일씨를 보고 자란 은서는 그림을

 그리면 돈이된다고 생각한다. 아빠와 엄마가 그림을 그리면 돈을 받고 그 돈으로 생활을 하니 은서의 눈에

는 분명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이우일씨와 선형경씨가 결혼을 하고 은서를 낳고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재미

난 에피소드가 너무도 재밌고 공감이 많이간다. 은서가 보는 어른들의 모습도 무릎을 치게 만들정도로 재밌

고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선현경씨와 남편과 아버지의 역할을 하는 이우일씨의 모습을 볼수있어서

색다르고 좋았다. 멋진 붕어빵 가족의 일상을 읽다보면 가족이란 참으로 좋구나 라는걸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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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리언셀러 클럽 한국편 001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1
김종일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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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작가의 공포소설은 그리 즐겨읽진 않지만 이 책은 내게 국내작가에 대한 희망을 일으켜 주었다. "몸"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눈,입,귀,머리카락,몸,손가락 등등 우리 신체 모든곳을 공포의 수단으로 삼았다. 각 단편들이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데 숨을 돌릴 시간도 없을만큼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고 빠르게 전개된다.

이 책은 액자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인공인 영화감독이 우연히 김종일 이라는 사람이 만든 "몸"이라는 원고를 받게된다. 처음에는 그저그런 시나리오 작가들이 와서 주는거라 생각해서 차 안에 집어넣었는데 어느순간 그 원고가 사라진다. 그런데 사라진 원고가 아내에 의해 책상위에 올려놓아져 있는걸 발견하게 되고 이 대목에서 벌써 안좋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영화감독은 그 원고를 읽어내려가게 되는데 독자인 우리 또한 감독과 마찬가지로 그 원고를 읽게된다. 끔찍하고 넘치는 상상력이 가득한 원고를 다 읽은 감독은 우리처럼 이상하고 찜찜한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의 아내와 그는 이상한 일을 겪게된다. 그 원고를 읽고 난 이후부터 말이다. 그 원고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일어나고 그 원고를 준 김종일 이라는 사람에 의해 영화감독은 고통을 받게된다. 왜 김종일 이라는 사람은 그에게 이런 끔찍한 일을 겪도록 했을까 라는 의문증은 후반에 공개가 된다.

영화감독이 읽었던 시나리오 원고를 책을 읽은 나도 다 읽었기 때문에 그가 겪고 있는 공포감이 내게도 잘 전해진다. 그래서 더 무서웠던 것 같다. 그리고 신체 일부를 우리 사회의 문제점과 결부시켜서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더 공포스러웠던것 같다. 애써 잊고 싶을만큼 끔찍했던 이야기들을 읽고나니 더 으스스해진다. 김종일 이라는 작가의 이름을 잘 기억해 두어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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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니의 일기
에마 매클로플린. 니콜라 크라우스 지음, 오현아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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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어서 찾아 읽게 된 이 책은 재밌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내니는 아이들을 돌보아주는 일로 시간당 보수가 높아서 대학생들에게 인기있는 아르바이트 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내니 또한 (그녀에겐 이름보다는 내니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불리기 때문에 나중에는 이름조차 기억이 안난다.) 내니 알바 자리를 찾고 있는데 공원에서 우연히 엑스부인을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아들 그레이어를 맡게된다. 그리고 그 만남으로 그녀의 고단한 내니 생활이 시작된다.

상류층의 엑스부인의 삶은 그야말로 호화판이다. 자신을 가꾸기위해 온몸에 치장을 하고 돈을 뿌려대지만 정작 그녀의 아들에겐 그닥 관심조차 없고 안으려고 하지도 않는다. 엄마의 관심을 끌기위해 그레이어가 내니들에게 심술??게 굴기도 하지만 엑스부인에겐 전혀 통하지 않는다. 자신이 낳은 아들을 안으려고 하지 않는 이 매정한 어머니의 모습은 상류층 여성들의 삶이 어떠한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그레이어는 엄마보다 내니와 노는 시간이 더 많은것은 어찌보면 말도안되는 일이다. 이 불쌍한 그레이어를 내니는 즐겁게 놀아주기도 하고 잘 대해주는데 엑스부인은 그런 내니를 점점 가정부처럼 부려먹기 시작한다. 이 고액의 아르바이트를 그만둘수도 없고 그만두면 생활비가 안되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일하는 내니에게 돌아오는건 무리한 요구들 뿐이다. 나 같으면 돈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나올 정도로 엑스부인과 그의 남편의 모습은 가관이다.

작가들이 실제로 내니 일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는 이 책을 보면 뉴욕 상류층의 삶이 어떤것인지를 조금이나마 짐작할수 있다. 그래서 재밌기도 하지만 과연 그 삶이 행복할까 하는 의문도 든다. 돈 많은 남편과의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쇼를 벌이는 엑스부인의 모습을 보면 웃기다 못해 처절하기 까지 하다. 그리고 부모님의 따스한 관심조차 받지못한채 살아가는 그레이어의 모습에선 연민이 느껴진다. 어찌보면 한편의 촌극을 본듯한데 계속해서 엑스부인에게 휘둘리던 내니가 마지막에 너무 착하게 굴지 않았나 싶어 괜히 답답하고 씁쓸해진다. 엑스부인 가족에게 한마디 한다한들 그들이 반성을 하지는 않을테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나의 가슴은 뻥 뚤렸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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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1 강풀 순정만화 5
강도영 지음 / 문학세계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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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마다 한명씩은 있었던 바보. 사람들은 그들을 바보라며 놀리고 멀리했지만 정작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관심을 갖지는 못했다. 그 바보들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전혀 모른채 말이다. 이 책에는 제목처럼 정말 "바보"가 등장한다. 그 바보는 어린시절 좋아하던 소녀가 다시는 내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말을 듣고 정말로 눈에 띄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소녀가 오랜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땐 반가움에 그녀앞으로 달려가지만 그녀앞에 나타났다는것 때문에 미안하다는 소리를 하며 헐레벌떡 도망간다.

그 바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에겐 이상한 사람의 등장이지만 곧 그 바보가 어릴적 같은 동네에 살던 승룡이라는걸 알게된다. 그리고 반가움에 찾아가지만 그녀가 어렸을적 한 말때문에 승룡이는 자꾸 미안하다면서 도망가려고 한다. 그 말을 직접한 그녀는 기억조차 못하는 말을 그는 오랜 시간동안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오랜 시간동안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멍청하고 순진한 바보 승룡이.

다신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소녀 지호의 말을 그대로 기억하고 어머니가 죽을때 하나뿐인 여동생을 잘 지키라고 말한 것을 그대로 행하는 승룡이는 바보이기 때문에 그 약속을 철썩같이 지킨 것이리라. 다른 사람들은 그냥 한귀로 흘려 듣거나 잊어버릴만한 일도 그는 절대 잊지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끝까지 해내려고 한다. 온전치 못한 정신임에도 미련할 정도로 우직한 승룡이의 모습에 가슴이 미어진다. 사람들은 그를 바보라고 놀리면서 그의 존재를 잊어버릴 테지만 승룡이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남긴 따스한 마음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바보 승룡이. 나 역시 그를 잊지 못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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