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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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카스트제도는 국가의 대대적인 정책으로 사라졌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직도 카스트제도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을 받고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3500년 이라는 긴 시간동안 인도인들의 의식을 지배해 온 카스트제도가 한순간의 정책으로 사라지는건 어찌보면 불가능하다. 그로 인한 비극적인 사건이 많이 발생하고 전 세계적으로 규탄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아직도 그 잔재가 뿌리깊이 박혀있는것이다. 상류층 여자가 신분이 낮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자 명예를 더럽혔다며 여자를 살해하는 인도의 슬픈 현실. 카스트제도가 없었다면 이 연인은 행복한 사랑을 했을것이다. 태어날때부터 정해진 계급의 굴레에 갇혀 살아가는 이들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기, 카스트제도 안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불가촉천민'이 있다. 그들은 가장 천한 계급으로 심한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다. 교육을 받을 기회도 차단된채 마을의 허드렛일을 하고 그 대가로 음식을 구걸해 먹으며 목숨을 부지했다. 어떻게 이런 대우를 받으며 살수 있었을까. 어째서 몇천년이나 되는 긴 시간동안 온갖 차별을 견뎌내고 참을수 있었을까. 짐승이 자유롭게 먹는 물도 이들에겐 허락되지 않았을 정도니 살아간다는게 힘겨운 전쟁이었을 것이다. 불가촉천민 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꿈은 얼마나 많았을지, 인간이 아닌 더러운 물건 취급 당하면서도 화를 억눌러야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눈물은 얼마나 뜨거웠을지를 생각해본다. 

하지만 이런 불평등 제도에 반기를 든 사람이 있었다. 그는 바로 암베드카르 박사였고 그를 따르는 수많은 군중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엔 나렌드라 자다브의 부모님인 '다무'와 '소누'가 있었다. 다무의 어머니와 소누는 불가촉천민인 자신의 인생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사람들이었다. 조상들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도 당연히 감내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무는 이런 취급을 받는것에 절대로 동의할수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아이들과 미래의 후손들을 생각하니 반드시 불가촉천민의 굴레에서 벗어나야함을 깨달았다. 힌두교를 믿지만 자신들에겐 사원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 현실을 어떻게 가만히 보고 있을수 있는가. 짐승보다도 못한 삶을 살아가느니 차라리 투쟁해 자유를 쟁취하는게 덜 고통스러운 길 일것이다. 

이 책은 바로 아버지 다무와 그런 남편의 뜻을 존중하고 이해해준 소누의 이야기이다. 자다브의 성공 스토리와 자서전 형식일줄 알았기에 약간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부모가 있었기에 자다브가 성공할수 있었음을 알게됐다. 불가촉천민 출신이면서도 인도인들에게 많은 존경을 받고 차기 대통령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자다브는 부모 세대의 투쟁이 있었기에 성공할수 있었다. 또 자다브는 부모님이 가보지 못한 사원에 환대를 받으며 출입하게 됐는데 이는 참으로 감동스러운 일이었다. 얼마전 TV 에서 만난 그는 부인과 함께 고급 레스토랑에 가 맛있게 식사를 했는데 예전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에게 불가촉천민 출신이라는 점은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카스트제도가 완벽히 사라진건 아니다. 사람들은 은근히 그가 불가촉천민 출신임을 알려주고 캐내려고 한다. 또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카스트제도로 인한 고통을 받고있다. 가난하고 못배운 사람들은 자신의 조상들이 해왔던 일을 그대로 하고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편견의 눈초리를 받고있다. 하지만 다무와 소누 같은 사람이 있는 한, 나렌드라 자다브같은 사람이 계속 나오는 한 '카스트제도'라는 구시대적인 제도는 사라질 것이다. 자신들의 인생을 옭아맨 힌두교를 버리고 불교로 개종한 암베드카르 박사처럼 제 2의,제 3의 투쟁자들이 계속해서 나온다면 '평등'이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것이다. 그 날이 멀지 않았다고 믿는다. 꿈과 기회를 박탈당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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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소녀 카르페디엠 8
벤 마이켈슨 지음, 홍한별 옮김, 박근 그림 / 양철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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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낯선 나라인 과테말라. 그곳에서 오랫동안 벌어진 내전을 난 알지 못했다. 뉴스를 통해 몇번 본적은 있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고 한귀로 흘려보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나서야 그 끔찍한 전쟁에 대해 자세히 알게됐고 온 몸에 소름이 돋을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사소한 일에 불평하고 불만을 쏟아내는 동안 과테말라에선 인종청소와 함께 죄없는 목숨이 사그라들고 있었던 것이다. 36년 이라는 긴 시간동안 벌어진 전쟁. 지구는 또 하나의 전쟁을 통해 많은 피와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평화 라는 말은 단지 이상주의자들이 하는 말일까. 동화책 속에서만 발견할수 있는 단어인걸까. 전쟁에 관한 기록을 볼때마다 '인간은 대체 왜 이런 어리석은 짓을 그만두지 못하는걸까'라는 자괴감이 밀려든다. 희망의 씨앗이 싹 틔는 모습을 발견하면 무참히 짓밟고 파괴와 탄압이라는 씨를 뿌리는 그들. 이성이 존재하지 않고 오직 살육과 약탈만이 가득한 그곳. 바로 거기에 나무소녀가 있었다. 보지 않아야 것을 보고, 듣지 말아야 할 것을 듣고, 경험하지 말아야 할 일을 겪었다. 너무도 끔찍하고 잔인해 눈을 질끈 감아버리게 만드는 그 모든것을 겪어야만 했다. 

작가는 말머리에 "하기 힘든 이야기를 용기를 내어 들려준 실제 나무소녀에게 이 책을 바친다. 나무소녀는 과테말라에서 어느 길고 긴 밤, 안전한 장소에서 많은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라고 적었다. 한 소녀가 용기있게 증언해 준 전쟁의 참혹한 모습을 우리는 똑똑히 볼수있게 되었다. 그것은 충격과 비극의 아수라장 이었다. 

나무소녀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진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살림이 풍족하진 않았지만 사랑하는 부모님과 오빠, 동생들이 있었기에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 나무소녀가 살고있는 마을은 부귀영화를 바라지도 않고 자연이 주는 은혜에 감사하며 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무소녀의 15번째 생일날 비극은 시작되었다. 갑자기 나타난 정부군은 축제 분위기를 험악하게 바꾸며 행패를 부렸고, 이에 항의하는 오빠를 끌고 가 버렸다. 반군과 정부군의 싸움은 이 작은 마을에 불운의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원한건 전쟁이 아니었다. 정부군의 편도 아니었고 반군의 편도 아니었다. 그저 땅을 일구며 살고 자신들의 문화를 지키며 사는게 그들의 꿈이었다. 하지만 정부군은 젊은 남자나 남자아이, 에스파냐어를 하는 사람,반군에 동조한 사람을 막무가내로 잡아가기 시작했고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질렀다. 살인에 정당한 이유는 없었다.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너무도 쉽게 총을 쏴댔고 폭력을 휘둘렀다. 그들에겐 아이나 여자, 노인들은 고려의 대상이기 보다는 쉽게 죽일수 있는 장난감 이었다. 마음의 양심은 아예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그들은 한마디로 미치광이였다. 

나무소녀는 그렇게 가족과 이웃들을 잃었다. 존경하는 선생님이 살해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고 총탄에 픽 픽 쓰러지는 아이들을 봐야만 했다. 시장에 물건을 팔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을이 불타는것을 목격했고 결국 부모님과 동생의 시체를 묻어줘야만 했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여동생 알리시아만이 나무소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이었지만, 동생은 충격 때문에 말을 잃어버렸다. 모든 것을 앗아가버린 무의미한 전쟁. 정부군과 반군이 쓸고간 자리엔 마을이 아니라 무덤이 생겼고 깊이를 알수없는 상처를 남겼다.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지독한 악몽이었기를 바랬을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알리시아를 데리고 피난길에 오르다 만난 임산부는 길에서 아이를 낳고 정신을 놓아버렸다. 하지만 출산을 도와준 나무소녀는 태어난 아이를 데리고 길을 떠나야만 했다. 군인들이 오는 소리 때문에 아이의 엄마를 도와줄수가 없었고 잘못하면 다 죽을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나무소녀가 모진 마음을 먹었더라면 아이를 떼놓고 도망칠수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기가 먹을 우유를 구해오기 위해 마을로 들어서지도 않았을 것이고, 마을에서 벌어진 학살 현장을 목격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알리시아와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기를 알리시아에게 맡기고 마을로 들어선 나무소녀. 친절한 사람들은 소녀에게 호의를 베풀었고 잠시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군인들은 이 마을을 피바다로 만들었고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살해했다. 여자는 강간한 다음 죽이고, 아이들은 데리고 놀다 죽이고, 노인들과 남자들도 차례차례 죽였다. 쉽게 살인을 저지르는 그들의 모습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나무소녀는 다행히 나무에 올라 목숨은 건졌지만 결국 아이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겼다. 

이틀동안 나무위에 있느라 생긴 육체적 고통 뿐 아니라 이 모든 상황을 봐야만했던 정신적 충격은 너무도 컸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남았다는 수치심에 다시는 나무에 오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할 정도로 분노와 죄책감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자신에겐 숲이 신성한 안식처이고 나무가 좋다던 아이가 이런 결심을 한것은 너무도 슬프고 비참한 일이다. 왜 이 아이가 죄책감에 빠져 허우적대야만 했는가. 왜 끝없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살아남기위해 안간힘을 써야만 했는가. 모든걸 내 책임으로 돌리는 자책감은 소녀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컸다. 

"이렇게 살려면 살아남는다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라는 소녀의 말은 그래서 더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친구들과 뛰어놀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흠뻑 취해야 할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것 자체가 비극이다. 특히 수용소에서의 생활은 아이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부족한 식량과 물건을 얻기위해 하루종일 돌아다녀야만 했고 미래는 없어보였다. "내가 하루 더 살아남는다면 다른 누군가는 대신 죽어야한다.내가 식량을 구하면 다른 누군가는 주린 배를 쥐고 자야한다."는 것을 생각할 정도로 빈곤한 생활이었다. 

하지만 나무소녀는 좌절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이미 웃음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미소를 돌려주기위해 놀이를 시작하고 학교를 연 것이다. 축구공 하나 때문에 아이들이 뛰어놀고 웃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걸 보며 가슴이 뭉클했다. 어른들이 하지 못한 것을 나무소녀가 해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말을 하지 않았던 동생 알리시아도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것도 큰 수확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나무소녀가 다시 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전보다 더 강해진 나무소녀. 그녀가 보여준 용기와 삶에 대한 철학은 비록 어린 나이지만 내게 많은것을 시사해줬다. 부디 그녀가 고향으로 돌아가 행복해졌으면 한다. 더이상 잃어버릴것이 없는 소녀에게 '희망'과 '행복'이라는 말은 온전히 다가가고 실제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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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4
로버트 해리스 지음, 박아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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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500여년이나 화산재에 묻혀있어 결국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도시 폼페이. 하지만 우연히 발견된 폼페이의 모습은 놀라움과 경악 그 자체였다. 발굴된 문화 유산은 그 당시 폼페이의 경제가 얼마나 번창했는지를 알려주었고 높은 기술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길을 모은건 바로 인간 화석이었다. 미처 도망가지도 못한채 화산재에 묻혀버린 사람들의 고통스런 표정과 몸짓이 화석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벌어진 끔찍한 일이 생생하게 느껴질만큼 충격적이고 가슴아픈 유물이었다. 그만큼 화산폭발은 폼페이에 살고있는 사람들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만큼 무시무시했던 것이다.

작가는 화산폭발이 일어나기 4일동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산폭발의 징후가 이곳저곳에서 발견되지만 사람들은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다. 처음 나타난 징후는 도시에 물이 끊어진 것이었다. 게다가 물에선 유황냄새가 강하게 나 물고기가 죽어나갔다. 땅이 흔들리고 샘이 땅 속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하는 등 심상치 않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다. 하지만 사람들은 비극의 징후를 읽어내지 못한채 여전히 탐욕스런 생활을 해나갔다. 그리고 베수비우스 산에서 폭발이 일어났을땐 이미 늦어버린 후 였다.

전임 수도기사가 갑자기 행방불명 되어 급히 파견된 수도기사 아틸리우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혼자서 동분서주한다. 하지만 결국 도시에 물은 끊겨버렸고 곳곳에서 발견되는 현상은 이상하기만 했다. 뭔가 비밀스럽고 큰 일이 일어날것 같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지못했다. 주변의 도움없이 아틸리우스 혼자 알아내기엔 역부족 이었다.

그런차에 폼페이에선 물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을 찾게된다. 소문대로 호화롭고 아름다운 도시 폼페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였다. 온갖 사치스런 일들이 횡행하고 화려한 장식으로 건축된 건물들은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중에서도 노예 출신인 졸부 암플리아투스가 짓고있는 목욕탕,사우나 시설은 단연코 최고였다. 목욕탕은 로마인들에게 특별한 곳이었다. 만약 물을 자유롭게 사용할수 없었다면 로마의 번영은 없었거나 늦춰졌을 것이다. 물이 없다면 귀족들의 호화로운 생활과 지위까지 위태로울수 있었다. 놀라운 수도 기술이 있었기에 번영이 이루어지고 안정적이고 화려한 문화가 꽃피울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재산에 눈이 멀어버린 암플리아투스도, 누굴 뽑아도 차이가 없는 정치인들과 그들이 행한 부패도, 권력자에게 아첨하는 사람들 모두 다 한순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도시가 이룩한 모든 것들이 화산 폭발 한방에 무력하게 쓰러져가는 것을 보며 이래저래 마음이 착잡해져온다. 그리고 화산 폭발이 일어난 순간에 사랑하는 코렐리아를 구하기위해 달려오는 아틸리우스의 모습과, 죽음이 눈앞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건을 훔치는 탐욕적인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대조적이라 마음에 강하게 남았다.

자연은 우리에게 수많은 경고를 주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사건이 닥쳐서야 깨닫게 된다. 후회하기엔 이미 많은 피해와 눈물, 그리고 비극을 체험해야만 비로소 알게된다. 오래전 폼페이에 닥친 사건은 인간에 대한 일종의 엄중한 교훈이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들은 그 교훈을 잘 따르고 있는것인지 한번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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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영혼 1 뫼비우스 서재
막심 샤탕 지음, 이세진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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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가 쓴 스릴러 소설이라고 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스릴러하면 영미쪽 문학이 강세이고 프랑스 스릴러는 읽어본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젊은 작가가 쓴 [악의 영혼]은 나의 편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렸고 마치 미국 스릴러 소설을 읽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범죄 드라마를 책으로 엮은것 처럼 너무도 친숙하게 느껴졌다. 책의 배경이 미국의 포클랜드이고 주인공들도 미국인들이기 때문에 작가만 프랑스인 일뿐, 프랑스의 색채는 거의 없다고 해도 좋을듯하다. 게다가 1,2권으로 된 많은 분량이지만 금방 읽을수 있었던건 내용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나날이 지능화되고 잔혹한 범죄 앞에서 범인을 잡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전엔 주로 원한관계에 의한 살인이 대세였기 때문에 주변 인물을 탐문하다보면 용의자가 떠오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묻지마 살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범행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범인들 때문에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앞에서 용의자를 추려내는것도 쉽지 않다.

요즘들어 사이코패스 라는 말이 빈번하게 들리고 프로파일링 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사람을 해치는 것에 대한 죄의식도 없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 사이코 패스가 많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엔 너무도 무감각 하지만 자신과 아끼는 것에 위협이 생기면 고통을 느끼는 이들은 마치 감정이 없는것 같다. 그런데 그들은 선천적으로 감정이 제거된채 태어난 것일까, 아니면 살아온 환경이 그들을 사이코패스로 만드는 것일까. 아무래도 작가는 후자쪽에 더 큰 비중을 둔 것 같다.

한건의 아동 유괴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 책은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리고 현재, 프로파일러인 형사 조슈아 브롤린은 끔찍한 사건과 맞닥뜨리게 된다. 인간의 짓이라고는 볼수없는 잔인한 범행 수법과 처참하게 훼손된 시체는 범인이 보통내기가 아님을 알려준다. 하지만 조슈아에게 이 사건이 특별하게 다가오는것은, 1년전 자신이 죽였던 범인의 수법과 너무도 닮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닮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똑같았다. 특히 피해자의 이마에 표시를 한 점은 언론에 보도한적도 없고 아는 사람도 적었다. 극비였기 때문에 이 사실을 외부에 발설한 경찰도 없었다. 설마 죽은 범인이 살아 돌아온 것일까?

이런 말도안되는 추측에 자꾸 무게가 실리는것은 그만큼 이 사건이 기묘했기 때문이다. 마치 경찰을 갖고 노는것처럼 자신만만해하는 범인은 경찰에게 편지를 보내고, 조슈아가 1년전 범인에게서 구출한 피해자인 줄리에트에게도 마수를 뻗는다. '포클랜드 인간백정'이 무덤에서 살아 돌아오지 않는 이상 이렇게 똑같을순 없었다. 조슈아는 줄리에트의 도움을 받으며 범인을 추적해 나가는데 그 과정이 스피디하게 전개되어 책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작가가 실제로 부검하는 곳에 입회해 자료를 조사했기 때문에 좀 더 사실적으로 느껴졌고, 마치 잘 만들어진 범죄 수사 드라마를 보는것처럼 완성도도 있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몇가지 눈에 띄었는데, [단테의 신곡]을 차용했다는것이 식상했고 조슈아의 추리가 좀 억지스러웠던 점이 허술해 보였다. 그리고 사건의 피해자이자 조슈아와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줄리에트가 마지막에 취한 행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계획을 세운것도 아니면서 무턱대고 범인을 찾아나서는건 조슈아에게 도움보다는 폐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의 분노는 이해하지만, 이런 장르의 책에서 흔히 보는 여성 캐릭터여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어쨌든 젊은 작가의 첫 데뷔작은 무난한 성공이라고 본다. 이정도라면 다음 시리즈도 기대 안할수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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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02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소설이 아닌 미국 스릴러에 가까운 책이었지요. 막심 샤탕이란 작가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책이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약간 김빠지는 것도 없진 않지만, 저 역시 첫 데뷔작 치고는 무난한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이어져서 나올 후속편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센스어린 말장난과 포복절도할 웃음충만 소설들! 게다가 단순히 유머만 있는게 아닌 풍자도 담긴 소설들은 나를 즐겁게 한다. 유머가 없는 세상은 상상할수도 없다.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던 소설을 소개합니다.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개를 위한 스테이크
에프라임 키숀 지음, 프리드리히 콜사트 그림, 최경은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2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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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체면때문에 남은 음식을 떳떳하게 싸가지 못하는 가족의 모습과 그로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웃기다. 여러 에피소드들이 수록돼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목과 같은 "개를 위한 스테이크"가 단연 최고!!
시식시종
우고 디폰테 지음, 피터 엘블링 영역,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9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06년 12월 31일에 저장
절판

가난한 소작농인 주인공이 얼떨결에 한 못된 영주의 시식시종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파란만장 스토리. 비록 의식주는 해결되었다 할지라도 언제 독이 든 음식을 먹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가도 위험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유지하는 모습에 감탄이 나온다. 정말 돈없는 서민들의 삶은 무척이나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울하고 무거운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안타까운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했으니까.
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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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더 좀비스의 활약은 다시봐도 재밌다. 특히 저주받은 인간인 야마시타는 최고의 귀염둥이다!!
공중그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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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 치료가 필요해보이는 이상한 의사 이라부의 독특한 치료법과 이라부로 인해 처음엔 당황해하다가 결국엔 치료를 받게되는 환자와의 관계가 재밌다. 게다가 마유미 간호사의 카리스마는 또 어떠한가! 가끔은 이런 이라부 같은 의사가 한명쯤은 있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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