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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벼리의 별 ㅣ 단비청소년 문학
백나영 지음 / 단비청소년 / 2023년 9월
평점 :
벼리를 보며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에게도 벼리같은 저런 희망이 있었고 벼리 같은 그런 당찬 야망이 있었다는걸 다시금 깨달으며 벼리에게 정말 큰 힘이 되어 주고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 넘쳐났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책 모서리에 귀접기를 하고 밑줄을 치며 이 책에 나오는 주옥같은 문장들에 색을 넣어 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아직 양반과 노비가 있던 그 시대 이야기이다.. 그 곳에 벼리가 있고 벼리는 노비인 부모님 아래 태어났고 그래서 태어나면서부터 노비이다.
처음에 엄마가 벼리를 혼자 떠나게 하는 장면에서 너무 의아했다. 왜 아이를 혼자 저렇게 떠나게 하는 거지? 엄마가 있는데도 말이야~~ 하며 의문이 들었는데 벼리의 엄마는 벼리마저 노비로 살게 하고 싶지 않아 남편의 목숨값 으로 사정사정을 하여 딸아이를 노비에서 면천하게 해 주게 된다. 그리고 벼리는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되뇌이며 여기저기 떠돌다 시장에 들어서게 된다.
그래도 벼리의 마음은 늘 엄마를 그리고 있고 언젠가는 엄마와 함께 살날을 늘 꿈꾸고 있다.
책에 나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시대는 서양의 여러나라와 조약을 맺을 시기이고 또 신분제 폐지에 대한 얘기도 나오던 때이다. 이때의 우리 어린 아이들은 어땠을까? 당연히 노비로 태어났으니 노비의 생활이 당연했으리라...하지만 벼리는 서양 학당에서 글을 배우게 되면서 신분이 모두 평등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얼마나 상상도 못한 일이었을까? 그리고 그런 곳을 꿈꾸게 되고 꿈을 향해 한발 한발 내 딛는 벼리를 보면서 나 역시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시장 통에서 떠돌다가 우연히 서학 여학당에 들어가게 된 벼리다. 아직 서학당에는 학생들이 없었으므로 벼리가 첫 학생인 셈이었다. 학당에는 영어를 가르쳐주는 곳이었는데 스크랜튼 선생님은 학생을 모으고 있던 참 이었다. 하지만 서양사람들을 도깨비 보듯 하며 도망가기 일쑤는 이 시대에 학생을 모아 영어를 가르치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벼리는 조금씩 돈을 모아 엄마를 보러 가기도 하면서 살았지만 스크랜튼 선생님과 늘 함께 지내게 되면서 영어를 조금씩 아주 조금씩 익히기 시작한다. 자연스럽게 말이다. 그리고 갖게 된 통변가라는 꿈....처음부터 통변가라는 (통역)것을 꿈꾼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벼리를 통변가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특히 엄마가아직도 노비로 있는 김대감 집에 통변가의 입장이 되어 갈 때의 그 마음이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럴싸하게 통역을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벼리의 의지와 꿈과 가지고 있는 희망의 싹이 힘든 일들을 하나씩 해낼 수 있게 해준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늦단이와 자전(사전)이라는 책을 만드는 부분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정말 벼리가 옆에 있었으면 꽉 안아주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꿈을 가지라는 말을 해주기보다 아이에게 이 책 한권을 주며 우리나라의 시대적인 내용도 알게 해주고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이룰 수 있는 것들을 이루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고 싶어진다.
벼리가 하루아침에 이룬 것은 결코 아니다. 김대감과 그 딸이 주는 고통과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말들....늦단이를 가르치며 살았을 세월들...김대감 집의 오라버니에게 받은 사랑..그리고 마지막으로 벼리의 가슴에 묻어둔 아버지의 죽음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까지...그리고 역관을 만나 모든 것의 퍼즐이 완성되는 그 시점 까지!!
모든 것이 씨앗이 되었을 것이다.
벼리의 긍정적 마음과 단단한 의지가 벼리를 그 자리까지 만든 것이다.
오늘 나도 벼리를 통해 내가 이루고 싶었던 것을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하나씩 하나씩 작은 것부터 해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이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