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킹 - 버티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마이클 이스터 지음, 박선령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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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 *



"지금은 러킹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다."
- 46면


<편안함의 습격>으로 널리 알려진 마이클 이스터가
이번에는 "러킹"을 들고나왔다.
현대 문명이 편안함 속에서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가장 단순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러킹(rucking)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러킹이란 "무거운 것을 메고 걷는 운동"이다.
인간은 달리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서 놓친 것이 있음을 지적한다.


사냥에 성공하면
잡은 동물을 야영지까지 가져와야 한다.
달리는 것보다
짐을 들고 걸어와야 하는 시간이 훨씬 더 길었다.



그렇다.
러킹은 인간이 본래부터 하던
“들고 걷는” 본능적 움직임을 회복하는 일이다.



이 원초적인 운동은
'중량을 더한 걷기'이기에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결합한 형태다.



걷기보다 칼로리 소모가 크고,
하체와 코어, 상체 근육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근력과 심폐지구력, 골밀도까지 자극할 수 있다.
부상의 위험도 낮으면서도 효율이 높은 운동이다.



"나는 북극의 툰드라에서
일종의 육체적, 정신적 재탄생을 경험했다.
어깨는 짓누르는 배낭을 메고
가혹한 지형을 가로지르며
하루 종일 걷는 동안 내 몸과 마음, 정신은 점점 변해갔다.
다리는 피스톤처럼 강력하고 끈질겨지고
상체와 코어 근육은
총알도 뚫을 수 없을 만큼 단단해졌다.
지구력은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차원에 도달하여
하루 종일 걷고도 더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체지방이 전부 사라져 근육질의 UFC 선수처럼 변해갔다.
내 몸은 더 튼튼해지고 부상에도 강해졌다."
- 11면



러킹은 근육을 지키면서도
체지방을 줄이기에 최적화된 운동이었다.
달리기보다 관절에 부담이 적으면서도
저항운동의 이득은 챙긴다.
나이나 체력 수준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시작할 수 있어 접근성도 크다.



게다가 어렵게 시작할 것도 없다.
"커피 사러 김에 러킹"
배낭에 책이나 물병처럼
무게를 조금 더해 넣고
짧은 거리부터 천천히 걸으면 된다.
배낭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낮고,
일상에 녹이기 좋아 지속하기에 더없이 좋은 운동이다.



"신발을 신고 책 몇 권을 넣은
배낭을 메고 밖으로 나갔어요.
특별한 목적지도 없이 그냥 동네를 걸었죠."
"배낭을 꺼내 무거운 것을 넣은 다음
그냥 걷기 시작했어요.
깊게 고민하지 않으니까 바로 시작할 수 있었고,
일단 시작하고 나니까 계속하게 됐습니다."
- 86면


배낭 하나를 메고 걷는 것만으로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달라진다.
스트레스가 풀리고 생각이 정리되며,
내가 해냈다는 감각이 쌓여 마음이 단단해진다.



발걸음과 호흡에 집중하게 과열된 머리가 가라앉는다. 자연은 일종의 유기능 자낙스(대표적인 항불안제)라 야외에서 걸으면 천연 진정제로 마음을 재정비하고 기운을 북돋을 수 있다.


"러킹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더 차분하게 만들었다.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게 했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웰빙 문화와 달리,
러킹은 이미 우리에게 있는 것을 활용한다.
배낭 하나와 두 다리면 충분하다."
- 71면






​이 책은 운동법을 알려주는 설명서를 넘어선다.
편안함에 마비된 우리의 몸과 정신을 일깨우고,
인류 본연의 강인함을 되찾게 만드는
일상의 철학서이자
사고방식을 재조정하는 지침서가 되어준다.


거창한 결심이나 값비싼 장비,
운동시간으로 뚝 떼어놓은 일정 없이도,
지금 당장 무게를 지고 문을 나설 수 있다.
지친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배낭에 물병 하나를 더 찔러 넣고
러킹을 시작할 수 있다.


짓누르는 무게만큼이나 선명해지는 호흡,
한 발 한 발 단단하게 지면을 밟아가는
감각 속에 오랫동안 잊고 지낸
삶의 활력이 숨어 있다.



불편함을 잃어버린 시대에
나를 되찾는 훈련, 러킹.
"걸을수록 내가 선명해진다."



편안함이라는 달콤한 함정에서 벗어나
내 안의 강인함을 깨우는 일은
무거운 배낭 하나 둘러메고 문밖을 나서는
작은 발걸음에서도 시작될 수 있다.



#러킹 #편안함의습격 #자기계발서
#건강습관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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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믿음 없음과 싸우고 있다
존 파이퍼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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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자신의 믿음 없음과 싸우고 있다."
드라마를 오마주한 제목이지만
곱씹을수록 감탄과 성찰을 자아낸다.



잠시 멈춰,
믿음이 흐르는 마음의 길을
가만히 따라가 보자.



사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믿고 있다.



내일도 해가 뜰 거라 믿으며 잠들고,
의자가 나를 지탱하리라 믿고 그 위에 몸을 기댄다.
저녁이면 가족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는다.


인간은 믿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존재다.

문제는 '무엇을 더 믿느냐'이다.


하나님의 약속보다
내 생각과 감정,
내 경험과 눈앞의 현실을 더 믿고 있진 않은가.


믿음 없음은 하나님의 약속보다 다른 것을 더 믿는 것이다. 하나님은 믿음의 "양보다 방향"을 보신다. 흔들리지 않는 100% 충전된 믿음이 아니라, 흔들려도 그때마다 하나님께로 돌아오는 믿음을 원하신다.




"저는 장래의 은혜를 믿는 당신의 믿음이
더욱 깊어지도록 돕고 싶어서 이 책을 썼습니다.
이 믿음은 그리스도가 얼마나 귀한 분이신지
더욱 분명하게 보게 해 주고,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는 불신과 맞서 싸울 힘을 줍니다.
이 믿음이 없으면 결국 우리는
그리스도를 욕되게 하는 죄의 길로 떠내려가고 맙니다."
- 14면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믿음 없음(Unbelief)'이 아니라, 그 불신을 이기는 '장래의 은혜(Future Grace)'이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에도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실 것이라는 믿고, 오늘을 기뻐하는 삶 말이다.



저자는 '믿음 없음'이라는 토양에서 자라난 죄의 열매를 8가지로 구분한다. 염려, 교만, 수치심, 조급증, 탐심, 원한, 낙심, 정욕이 그것이다. 우리는 이 부정적인 열매를 하나씩 따 버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하나님을 믿지 못하는 불신'이라는 뿌리까지 깨끗이 뽑아내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



염려는 하나님의 돌보심보다
미래의 위험을 예측한 내 계산을 더 믿는 것이다.
교만은 하나님의 주권보다 하나님 없이도
할 수 있다는 내 능력을 더 믿는 것이다.
조급증은 하나님의 때보다
내가 정한 기준의 때를 더 믿는 것이다.
낙심은 하나님의 회복시키심보다
나의 무능과 눈앞의 현실이 더 강력하다고 믿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교만은 "불신의 본질"(58면)이다.
교만은 거만함으로 자존감이 높아진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하나님의 능력과 주권보다 내 능력을 더 신뢰하는 것', 즉 '하나님이 없어도 된다'고 여기는 불신앙 그 자체이다. 은혜로 받은 모든 것을 자신의 공로로 착각하는 어리석음이기도 하다.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냐
네가 받았은즉 어찌하여
받지 아니한 것같이 자랑하느냐"
- 고전 4:7



그렇다면 이 뿌리 깊은 교만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삶의 자질구레한 일까지
하나님의 주권에 맡기고
그분의 확실한 약속을 의지해야 합니다.
그러면 약속대로 그분이 우리를 위해
능력을 베푸시고 (대하 16:9),
그분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평생토록 우리를 뒤따르도록 하시며 (시 23:6),
그분을 기다리며 바라는 자를 위해 일하시고 (사 64:4),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다 채우셔서
그분의 영광을 위해 살게 하십니다(히 13:21).
교만의 치료책은
장래의 은혜를 흔들림 없이 믿는 것입니다."
- 70면


교만과 싸우는 성경의 근본적인 해답은
"명철하여 하나님을 아는 것"이다.
"하나님은 사랑과 정의와 공의를
땅에 행하는 자인 줄 깨닫는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매 순간 무언가를 믿으며 살아갈 것이다.
부디 하나님의 약속보다 더 신뢰하는 것이 없기를.
우리의 믿음 없음이 약속된 장래의 은혜 앞에 조금씩 무너지기를.
그렇게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고, 가장 신뢰하며,
가장 기뻐하는 삶을 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하나님을 힘써 알아 가십시오.
그리고 그분이 우리를 아신다는 사실에
경탄하며 만족하십시오.

예수님 안에서 우리의 모든 것 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온전히 만족하고
그분을 우러르는 것,
그것이야말로 제가 말하는
장래의 은혜를 믿는 믿음의 본질입니다."
- 77면



#도서지원 #모두가자신의믿음없음과싸우고있다 #존파이퍼 #신앙서적추천 #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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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0 - 달러구트와 양치기 소년 이야기 ㅣ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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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지원 **

전 세계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미국과 영국에서 베스트셀러를 석권한
초대박 히트작, <달러구트 꿈 백화점>!!!
200만 독자를 매료시킨 시리즈가
마침내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시작을 이야기하며 끝을 완성한 소설, 프리퀄이자 대단원의 마지막 장이 된 책.
재미있게도 이미예 작가는 전편의 뒷이야기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대신, 달러구트가 19살인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작들이 다양한 손님의 꿈 이야기를 통해 옴니버스 형식으로 위로와 응원을 건넸다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 0》은 달러구트라는 인물의 성장과 꿈 백화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하나의 유기적인 서사로 따라간다.



프리퀄의 진짜 힘은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데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1, 2권 속 달러구트가 완전히 다시 보인다. 그는 그저 꿈을 파는 백화점 주인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가장 필요한 꿈을 건넬 줄 아는 따뜻한 어른이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그는 장사꾼이라기보다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필요한 꿈을 골라주는 큐레이터에 가까웠다. 달러구트는 어떻게 늘 온화하고, 조급하지 않으며,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말도 마. 하루 세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대."
"농담이죠? 그건 말도 안 돼요."
"정말이야.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더군.
그 집 아들 이름이 뭐라더라, 특이하고 우스운
이름이었는데......
그래, 달러구트! 달러구트야."
- 30면


불면증에 걸리면 전염병 환자 취급을 받는, 꿈과 잠을 가장 값진 것으로 여기는 세계. 꿈을 대량 생산하는 산업지구가 조성되면서 작은 상회들이 밀려나고, 사람들은 일자리와 보금자리를 잃어간다.


그 속에서 19살 달러구트는 집안 대대로 물려받은 유서 깊은 가게를 부모도 없이 혼자 지켜내야 할 상황에 처한다. 지독한 불면과 빚, 거기에 하루 아침에 갑자기 사라진 어머니의 실종까지. 어린 그가 감당하기에 현실은 너무나 잔인하다.


쾅!
그러던 어느 날, 낡은 목조건물에 억지로 끼워 넣은 구식 승강기가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더니 별안간 추락해버린다.


"응? 뭐지? 승강기 바닥에 이상한 게......"
평소라면 절대로 보이지 않았을 은밀한 공간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작은 여행가방 크기의 검게 그을린 금속 상자를 꺼냈다.

달러구트는 떨리는 손으로 금속 상자의 걸쇠를 풀었다.
푸른색 광택이 도는 작은 꾸머리 하나와 아주 얇게 깎은 나무 조각 같은 기록지가 한 장 들어 있었다."





"이름 모를 후손에게
아직 꿈 가게는 망하지 않았겠지? .........
꾸러미 안의 것이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이 꿈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멍청이가 아니길 바란다.
(만약 그렇다면 그대로 망해버려도 좋겠지만.)"

- 48~50면


꾸러미 안에는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잘 보존된 꿈이 들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할 것 없는 이 꿈이 사면초가에 빠진 달러구트를 구할 수 있을까?



잠들지 못하는 달러구트는 '잠과 꿈'이 곧 성공적인 삶의 척도가 되는 세계에서 가장 위태로운 존재다. 그런 그가 마주하게 된 낯선 선택들은 훗날 우리가 사랑하게 될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위대한 시작이 된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시 사랑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전작을 읽은 독자라면 오래 알고 지낸 친구의 어린 시절을 뒤늦게 들여다보는 듯한 반가움과 뭉클함을, 처음 만나는 독자라면 한 편의 완성도 높은 판타지 성장소설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다만 달러구트를 기억하는 독자에게 이 책은 한층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의 깊은 다정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긴 불면의 시간과 상실, 수많은 갈등과 선택 끝에 타인의 숨은 마음을 볼 줄 아는 눈과 위로를 건네는 따뜻한 손을 갖게 된 것이었다.



과거를 들려주는 이야기지만 현재를 다시 이해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프리퀄이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0》을 덮은 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다시 1권을 펼치는 일이었다. 상실과 불면의 밤을 지나 완성된 달러구트의 다정한 세상에서, 오늘 밤 나는 어느 때보다도 달콤하게 잠들 것 같다.



#달러구트꿈백화점0 #책스타그램 #소설 #책리뷰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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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선인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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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이 돌아왔다.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해 만화 스토리 작가, 편집자까지 거치며 대중의 사랑을 받는 독보적인 "이야기꾼"이 된 작가.


책과 거리가 먼 아들 녀석도 <불편한 편의점> 한 권은 뚝딱 읽어낼 만큼, 그의 문장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며들어 읽게 하는 따뜻함이 있다. 나도 늘 작가님의 신작을 기다 왔지만 이번 신작 《서울의 선인》은 유독 나를 설레게 했다.


작품의 모티프가 창세기에서 왔다.
타락한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멸망시키기 전,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땅으로 보내신다. 이때 아브라함은 "의인 50명을 찾으시면 이 도시를 멸망시키지 말아 주소서."라고 간구한다. 끝내 그 기준을 "열 명"까지 낮추며 거듭 애원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열 명의 의인조차 없었고, 결국 도시는 불타 사라진다.


《서울의 선인》에서도 서울을 멸망시키기에 앞서 천사가 서울로 내려온다.
"전에 말했지만 나는 천사예요.
타락한 도시 서울을 멸망시키러 온.
근데 위에서 마지막 체크를 하래요.
그러니까 여기에 아직도 의인이 남아 있는지를.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 20면


얼굴에 피어싱을 주렁주렁 달고 재미교포처럼 서툰 한국말을 구사하는 "성갑"(성스러운 가브리엘)이라는 구수한 이름의 천사가 나타난다. 소설의 주인공은 북한산 아래 오래된 동네에서 17년째 철물점을 운영하는 "제1회 서울 의인상" 수상자 김재근이다. 과거 이 일로 경찰이 되었지만 지금은 어째서인지 그는 불문율처럼 그 시절을 숨기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재근의 아들이 큰 사고를 친다. 합의금 4천만 원이 절실해진 상황에서 재근은 어쩔 수 없이 성갑의 기묘한 제의를 받아들인다.


"나 서울에 의인 있는지 확인하는 미션 받았어.
근데 서울 너무 큰 거야.
힘들다고 했더니 위에서 서울 의인상 수상자 중에
찾으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내가 아저씨 도움 받아야 해."

"의인상 수상자 한 명에 5백 해요.
그동안 수상자 아홉 명이고 아저씨 빼면 여덟 명.
여덟 명 다 확인하면 4천만 원."
- 23면

그렇게 재근은 과거 서울 의인상을 받은 여덟 명을 찾아 아직도 의인으로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아주 옛날에는 열 명이었는데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한 명만 있어도 봐주기로 했어요. 믿기 힘들면 믿지 않아도 돼요. 원래 믿음이란 게 안 믿기는 걸 믿어야 믿음이니까. 그냥 아저씨는 아저씨 일해요.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해요."
- 43면


휴, 천만다행이다. 단 한 명의 의인만 있어도 서울은 무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황량하고 이기적인 도시에 과연 그 한 명이 온전히 남아 있을까?

"북한산에서 시작된 큰불의 연기구름이
검은 군대가 되어 서울을 덮치고 있었다."
- 272면


"저 도시의 멸망이 일주일 남았다.
문득 서울을 지키고 싶어졌다."


이번 작품도 김호연이 김호연했다.
“시대의 공기”를 느끼려 노력하고, 인간과 관계를 중심에 두는 작가님의 이야기가 판타지적 질문 위에서 재미와 묵직한 통찰을 함께 밀어 올린다.


명확한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 덕분에 다음 장을 궁금해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스토리 속의 장면들이 선명하게 그려졌다. 상갑이가 어떤 얼굴로, 얼마나 어수룩한 발음으로 혀를 굴리며 재근이와 대화하고 있을지 말이다.


​이번에도 작가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운다. 특유의 따뜻한 시선과 탄탄한 서사 감각으로 서로에게 기댄 채 상처를 회복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며 선함과 회복의 진정한 의미를 묻는 소설, 《서울의 선인》



​각박하고 메마른 현실 속에서 우리가 붙잡고 그리워해야 할 것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뭉근하게 끓여 맛있게 보여준다. 비현실적인 서울의 풍경이 가장 현실적인 위로로 믿어지는 것도 김호연이 믿는 ‘사람’이라는 이름의 마법 때문이 아닐까.


판타지라는 거울을 통해 비춘 인간 내면의 선한 의지가 책을 덮은 후에도 긴 여운과 함께 포만감으로 뜨끈하게 남는다. 지금도 상갑이의 어수룩한 발음이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그 어설픈 온기가 나를 미소 짓게 하고, 다시금 사람답게 살고 싶어지게 한다.


회색빛 메마른 도시에서
서로를 구원하는 기적을 맛보고 싶다면,
《서울의 선인》 한 번 주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도서지원 #김호영 #서울의선인 #소설추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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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을 긋다, 마음을 잇다
이향숙·강숙아·김상철·이미자·이은정·임해숙·조시원·조숙희·지선령·황경애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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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손이 먼저 움직이지 않았을까.
그러나 마음까지 금세 움직이는 책
《밑줄을 긋다, 마음을 잇다》


책을 읽는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가끔 나는 지금 내게 필요한 문장을 찾아
문장의 사막으로 뛰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 한 문장이 생수처럼 쏟아져 막힌 혈을 뚫고,
새로운 숨을 틔워주는 숨구멍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숨어 있는 보석을 찾는 기대로 책을 읽는다. 다른 필기구나 플래그는 없어도 색연필만큼은 반드시 챙긴다. 그러고는 과할 만큼 밑줄을 긋는다. 내게 필요한 문장이, 잘 쓰인 좋은 문장이 밑줄 하나 없이 평범하게 나열되어 있는 걸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밑줄은 지금 내 마음이 머문 자리를 표시하는 흔적이자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신호다. 나를 움직인 문장을 곱씹으며 숨은 갈망들을 가늠할 수 있다. 언젠가 이 책을 다시 펼칠 미래의 나를 위해 금광을 표시해두고, 더 정교한 보석으로 세공되기를 바라는 욕심도 함께 얹어놓는다.


그렇게 나는 밑줄을 그으려고 독서를 하는 듯한 '밑줄 테러리스트', 밑줄이 없으면 독서한 것 같지 않아 밑줄을 자동 발사하는 '밑줄 남발자'가 되어 버렸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동족을 만난 듯한 반가움을 안겨주었다. 그들이 정성껏 캐낸 보석을 슬쩍 훔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당신의 삶이 흔들릴 때,
누군가 미리 그어둔 밑줄이
당신을 붙잡아줄 것입니다."


열 명의 작가가 모여 함께 쓴 책이지만, 진짜 주인공은 그들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 새겨진 밑줄들이다. 그들을 멈추게 하고, 다시 움직인 것은 한 권의 책이 아니라 그 안의 한 문장이었다. 독서의 가치는 책 한 권을 온전히 다 읽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 삶을 건드리는 한 문장, 오늘 나를 안아줄 한 문장을 만난 것으로 충분하다.


한 문장이 한 사람을 바꾼 순간을 모은 이 책은 '삶이 밑줄을 따라 이어지고, 서로 다른 밑줄이 모여 하나의 삶이 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이 책은 "좋은 문장 모음집"을 넘어선다. 문장들이 삶에서 어떻게 작동했는지 변화된 인생에 더 무게를 둔 기록은 삶의 전환과 회복에 가까웠다.


카뮈, 빅터 프랭클, 기시미 이치로, 쇼펜하우어, 톨스토이 등 자기계발, 에세이, 영성, 건강, 신앙, 상담이 한 권 안에 자연스럽게 잘 엮여 주제의 폭도 넓다. 특히 독소 관리와 미네랄 같은 건강 지식들을 읽고 생활습관을 돌아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정신적인 위로뿐만 아니라 몸의 독소를 비우는 실질적인 건강 지식까지 담겨 있어, 삶을 전체적으로 점검하고 싶은 사람에게 유용할 책이다.


그들의 삶을 붙잡아준 문장들은 고스란히 이 책의 뼈대가 된다.


"기분이 우울하다면 과거에 살고 있는 것이고,
불안하다면 미래에 살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평화롭다면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 한덕현, <불안한 것이 당연합니다>


"만 가지 병이 하나의 독에서 출발한다라는 "만병일독"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 이 가운데 음식독은 전체 독의 7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 박찬영, <해독의 비밀>


"나는 이와 같은 일을 깨달았다.
모든 인간은 스스로를 걱정하는 마음으로써가 아니라,
사랑으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자기를 성찰한다는 것은 지극히 고통스러운 삶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피해 가려고 한다. 그러나 진실에 헌신하는 사람에는 그 고통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그 고통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점점 더 자기 성찰의 길로 나아간다."
-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결단을 내리는 순간 우리의 인생행로가 영원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앤서니 로빈스, <네 안에 잠든 거인을 깨워라>



삶과 문장이 하나로 어우러져 새로운 생명을 얻은 이야기들에 깊이 빠져들었다. 사람에게 다치고, 번아웃을 겪고, 큰 병치레를 이겨내는 동안 문장이 어떻게 그 자리를 지켰는지를 읽는 내내 나의 어떤 시절이 겹쳐 보였다. 후반부로 갈수록 깊어지는 열 사람의 인생을 만날 수 있어 참 좋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지금 삶의 중요한 길목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누군가 미리 그어둔 밑줄이, 오늘 우리의 삶을 다정하게 붙잡아줄지도 모르니까.




#도서지원 #밑줄을긋다마음을잇다 #작가의집 #인생문장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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