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뚱뚱하다 베틀북 고학년 문고
최승한 지음, 한태희 그림 / 베틀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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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pe Diem!
여기 삶의 맛을 (특히 먹는 맛) 즐길 줄 아는 아이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문제방. ('문제는 지방일 뿐'으로 읽히는 재미난 이름이다.)


내장산 입구에서 해물파전, 김치전 맛집으로 알려진 집이 제방이네 식당이다. 어머니 음식 솜씨가 좋은 덕분일까 제방이는 정말 제대로 먹을 줄 안다. 작가님도 음식에 진심인 분임에 틀림없다. 제방이가 먹는 모든 장면을 작가님은 눈에 보이듯 맛깔스럽게 묘사하셨다. 먹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냉장고를 뒤져 뭐라도 찾아 먹었다. 딸도 <나는 뚱뚱하다>를 같이 읽고는 "배고프게 만드는 책"이라고 한 줄 평을 남겼다.


"소고기 미역국은 제방이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녹색이지만 녹색 같지 않은, 연두색이지만 연두색 같지 않은, 녹색과 연두색이 걸쭉하게 섞인 소고기 미역국.
약간의 기름방울들이 이 세계를 마법처럼 비추었고, 국물 속 미역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미여 안에서 쫀득쫀득한 맛을 감추고 있는 조용한 소고기, 입속 이 사이에서 질기지 않고 가볍게 씹히고 육즙은 미역의 맛과 뒤섞여 환상적인 맛으로 제방이를 이끌어 주었다."
- 74쪽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제방이가 달라진다. 제방이가 남몰래 짝사랑하는 진아가 체육시간에 뜀틀을 뛴 제방이를 험담하고 있었다. "진짜 웃기더라. 나는 사람 살이 그렇게 떨리는 거 처음 봤어."


수치심을 느낀 제방이는 식단 조절로 다이어트를 하지만 실패하고 내장산 등반으로 운동을 시작한다. "몸을 움직이면 생기는 괴로움과 짜증스러움은 생애 처음으로 느끼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세상에는 절대 쉬운 게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을 정복하고 밤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한다. "지금까지 살면서 오늘처럼 이렇게 열심히 산 적이 없는 것 같다. 죽지 않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걸었고, 지금 안전하게 집에 돌아왔다. ... 모두 자기 것이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제방이의 혹독한 다이어트기는 어떻게 끝날까? 결말은 <나는 뚱뚱하다>에서 확인해 보시길. ^^




제방이를 보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얼마 전 읽은 철학 책, <살아가라 그뿐이다>의 모범사례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모든 행위를 인생이 마지막 행위인 것처럼 하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교훈을 꼽으며 현재에 온전히 몰두하라고 강조한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모든 파도에 몸을 실어라."고 말한 메시지를 제방이는 "모든 음식에 몸을 실어라." 버전으로 생생히 살고 있었다.

제방이는 먹는 매 순간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감격하고 감사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행복해했다. 먹을 준비를 하는 과정과 먹는 행위에서 신성함마저 느껴졌다. 먹을 때마다 삶을 음미하는 훈련을 한 제방이는 여느 아이들과 달랐다. 당연한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았고, 그 순간을 소중히 하고 그 가치를 만끽할 줄 알았다. 누구보다도 현재를 사는 아이였다.

제방이의 음미하는 삶의 태도는 확장된다. 먹는 것 이외의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낸다. 운동을 싫어했지만 온몸의 근육들이 움직이는 것에서 경이로움을 느낀다. 친구들처럼 빠르지 못해도 언젠가는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였다. 아침을 스스로 차려먹고 엄마를 위해 설거지하는 동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서 뿌듯함과 기쁨을 느꼈다. 새로운 아침이 돌아온 것에 행복했다.

"제방이는 살아 있었다. 예전에 아빠가 한 말이 떠올랐다. 사람은 자신이 쓸모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살아갈 이유를 느끼는 거라고. 제방이는 자신이 살아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머리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마음으로 온몸으로 알 수 있었다."
- 138쪽
"제방이에게는 이런 사소하지만 상쾌한 느낌이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150쪽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자신을 아껴 주는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고, 주위를 돌아보면서 사는 것이 제방이에게 가장 큰 기쁨이 되었다."
- 152쪽

제방이가 현재를 온전히 즐기는 모습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정적으로 해내는 모습이 정말 기특했고, 누구에게 강요받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멋있었다. 제방이처럼 살면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제방이를 본받아 삶을 즐기며 살고 싶다.


아이들이 라면을 먹을 때마다 건강 걱정에 마음이 불편했지만, 아이들이 라면으로 그렇게 큰 행복을 얻는다면 조금은 못 본 척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음식과 식사에 대한 나의 고정관념을 깨고,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제방이가 스스로 도전하며 시행착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제방이의 부모님처럼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며, 무엇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길인지 결국 찾아낼 것이다. 제방이처럼 멋진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을 응원할 힘이 생긴다.


뚱뚱한 아이의 다이어트 이야기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단순한 다이어트를 넘어, 욕구를 조절하고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끊임없는 소통이 이뤄지는 스토리였다. 제방이를 통해 현재를 즐기는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고픈 모든 독자에게 <나는 뚱뚱하다>를 강력 추천한다.





*** 출판사 베틀북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는뚱뚱하다 #최승한 #베틀북 #베틀북신간 #베틀북고학년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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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 탓이 아니야 - 내 탓이 아니야, 네 탓이 아니야
한선희 지음 / 좋은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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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이 아니야,
네 탓이 아니야

통합적 셀프 심리치료
스스로 심리 치료를 할 수 있게 돕는 안내서

육체적, 심리적 통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ne 탓이 아니야>는 내면에서 비롯된 심리적 요인들과 관련한 셀프 치료법을 알린다. 과도한 내 탓 혹은 남의 탓으로 인해 원인 모를 통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나의 탓도, 남의 탓도 아닌 누군가로부터 대물림된 연결 고리를 끊도록 객관적인 시선으로 문제를 보게 했다.

1부에서는 마음의 문제로 육체적, 정신적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파악하고 2부에서 다양한 치료법을 제시한다. MBTI와 심리도식 질문지로 나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심상 치료, 편도체 안정화와 전전두피질 활성화를 위한 요가, 고대 진자 운동, 명상, 존 2 운동을 소개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저자의 전공 분야인 자아초월심리학자 캔 윌버의 통합사상을 바탕으로 셀프 심리치료법을 전한다.

180 페이지 정도의 분량에 상당히 방대한 정보가 담겼다. 도표를 잘 활용해 보기 좋게 정리했다. 관련 도서를 소개하고 많은 이론을 갈무리해서 심리학 개론의 미니 버전으로 읽기 좋은 책이었다. 특히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김주환 교수님의 <내면 소통>을 통해 익혔던 편안전활에 관련한 내용을 복습할 수 있었다. 간이 검사지를 수록해서 더 정교하게 성향을 파악할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에세이 방식의 심리책이 아니라 이론서에 가깝다. 다양한 논문을 갈무리한 요약본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어 심리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심리학의 배경지식이 전무한 독자라면 완벽히 이해하는 데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쉽게 쓰여 심리학 입문서의 기능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책이었다.


*** 출판사 좋은땅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ne탓이아니야 #한선희 #좋은땅 #심리치료 #셀프심리치료 #내탓이아니야 #네탓이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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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special 이강인 who? special
이혜원 지음, 리버앤드스타 스튜디오 그림 / 다산어린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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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special] 시리즈는 출판사 다산어린이에서 출간한 만화 위인전이다. 어린이 위인전 분야의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who? 세계 위인전]의 뒤를 잇는 작품으로 어린이들과 동시대를 사는 우리나라의 ‘현대 대표 인물’로 구성되어 있다.

2015년 유재석을 시작으로 류현진, 김연아, 손흥민 같은 운동선수들/ 문재인,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강수진, 조성진, 봉준호 등 예술인/ 도티, 페이커 핫한 인물들까지 만화를 통해 삶의 다양한 방식과 교훈들을 재미있게 전하고 있다.

튼튼하고 묵직한 양장본이라 아이들이 반복해 봐도 책이 훼손되지 않아 좋다. 인물의 직업 관련한 정보와 독수 활동을 수록하고 있어 만화 본다고 혼내지 말고 아이와 함께 자료를 활용하면 독서 다운 독서로 뿌듯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폰보다야 만화를 보는 편이 낫겠다 싶어 다 큰 십 대 아이들을 위해 만화책을 종종 들여다 주곤 해서 [who? special]를 전부터 꾸준히 보고 있다. 관심이 가는 인물이 있으면 나도 읽곤 했는데 책 한 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한 번에, 그것도 수많은 인물들의 삶을 폭넓게 훑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도 현생을 이어가고 있는 인물들이라 그에 대한 독자의 평가는 엇갈리고 계속 바뀔 테지만 정상의 자리에 서기까지 그들이 걸어왔을 역경과 극복의 순간들을 지켜보며 다른 삶을 간접체험하는 시간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든 독자에게 큰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다.

축구에 문외한이라 이강인 선수도 이름만 들어봤지 잘 몰랐는데 젊은 선수가 벌써 책 한 권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는 점이 놀라웠다. 슛돌이라는 TV 프로그램을 계기로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성장해 온 과정을 읽으며 한 사람이 성공하는 데에는 절대 당사자 혼자만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다.

아들의 꿈을 위해 온 가족이 이민을 하기까지 가족은 물론 코치 선생님들 역시 아끼지 않고 모든 지원을 쏟는 장면들이 감동적이었다. 나라면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스페인으로 떠날 수 있었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해지는 일이다.

이강인 선수도 어린 시절부터 오랜 시간을 축구라는 한 길만 걸으며 세계로 진출할 때마다 수많은 장벽을 만났을 것이다. 그 모든 걸 헤치고 이 자리에 이르렀다는 점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오직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강점으로 보였다.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은 물론 만화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교훈과 재미를 다 잡을 수 있는 [who? special 이강인] 아이와 함께 읽고 풍성한 대화를 나눠보시길 ^^

*** 출판사 다산어린이의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강인 #만화위인전 #다산어린이 #후스페셜 #축구선수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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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엔 마라탕 2 - 소원을 들어주는 마라탕 생일엔 마라탕 2
류미정 지음, 손수정 그림 / 밝은미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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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엔 마라탕 2>
1권 "생일에만 보이는 식당"에 이어 2권 "소원을 들어주는 마라탕"이 출간되어 빠르게 만나보았다. 온 가족이 마라탕을 좋아해 자주 즐기는 편이라 마라탕을 소재로 한 이야기에 단번에 눈이 갔다.

생일을 외롭게 혼자 맞이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그래서 특별한 이 마라탕 가게에는 테이블도 하나밖에 없다. 오직 생일인 단 한 명의 아이에게만 보이는 마라탕 가게다. 주인은 뽀글뽀글 파마머리 할머니, 마마. 마법의 마! 마라탕의 마! (ㅎㅎ)

두 가지 이야기가 펼쳐진다.
못생겨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예솔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생일 선물로 아빠가 준 희귀템 인형을 계기로 친구들과 갈등이 생기고 홧김에 마마의 마라탕 가게에 들어간다. "예솔이는 자신에게 맞춰 주는 마라탕이 마음에 들었다. 친구도 마라탕처럼 예술에게 딱 맞춰 주면 얼마나 좋을까"- 37쪽

마마는 콩쥐가 두꺼비랑 밭을 갈고 심어서 키운 청경채를 순식간에 초록 장미로 변신시켜 매콤한 마라탕을 완성한다.
"소원이 뭐랬지?"
"예뻐지고 싶다고요.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요."
-42쪽

마라탕을 먹고 나오자 예솔이의 심한 곱슬머리가 "호수를 돋보이게 하는 윤슬"이 머리에 앉은 듯 미끄러질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다음 날은 좁쌀 여드름이 사라지고 "도자기처럼 매끈해진 피부에 우유를 뒤집어쓴 것처럼 하얀 피부가 빛을 내고 있었다."

인기 급상승한 예솔이는 학교 킹짱의 고백도 받는다. 하지만 시샘하는 친구들 탓에 나쁜 소문이 학교에 돌고 예솔이는 위기를 맞는다. 마법이 풀려서 전으로 돌아가면 어쩌나,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가려나 조마조마 해하며 푹 빠져 읽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예솔이가 드라마 오디션을 준비하며 힘차게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장면으로 첫 번째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아이들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밖에 없는 소재와 스토리다. 이야기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서 오히려 예솔이가 앞으로 어떻게 됐을까 상상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어딘가 미스터리한 마마에겐 비밀이 있다. 2권에서 일부 비밀이 공개되지만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해리포터 소년과 마마의 뒷이야기를 풀려면 <생일엔 마라탕> 시리즈 출간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겠다.

두 번째 이야기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원이 이뤄져서 곤란한 상황으로 치닫는 은제의 스토리다. 예솔이와 다른 방향으로 흐르며 깊이 생각할 주제까지 던져주어서 색달랐다.

아이와 같이 읽고 예솔이처럼 예뻐지면 뭘 하고 싶은지, 마마의 마라탕 가게를 만나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은지, 소원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등등 평소에는 나누지 않았던 대화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재미난 마라탕 이야기를 자녀와 읽고 풍성한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면, 은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생일엔 마라탕 2: 소원을 들어주는 마라탕>을 만나보시길.

*** 출판사 밝은미래에서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생일엔마라탕 #생일엔마라탕2 #소원을들어주는마라탕 #류미정 #밝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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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 휘청이는 삶을 다잡아 주는 공자와 장자의 지혜
제갈건 지음 / 클랩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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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이는 삶을 다잡아 주는
공자와 장자의 지혜"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제목 참 좋다. 나도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일을 만나도 경거망동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응하는 현명함은 작은 일에도 당황하기 일쑤인 나 같은 사람의 극단에 이른 경지 같아 나는 현명한 사람을 항상 동경했다.

저자는 현명한 사람이란 삶의 무게를 분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현명함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 흥미로웠고,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감이 오지 않아 궁금했다. 제목으로 쓰기에는 약간 어색한 감도 있지만 그래서 한 번 더 읊어보게 되는 제목이었다.


저자 제갈건.
처음 뵀지만 이름을 꽤 알린 분이었다. 1992년생 일진 출신의 작가, 사회복지사, 철학자이다. 서대문구 짱. 싱가포르 조폭. 알코올중독자.
서예문자예술학, 사회복지학 전공.
동양철학, 사회복지학 석사.
현재 가톨릭대학교 중독학 박사 과정.
그야말로 스펙터클하다.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해 유튜브를 찾았는데 예상과 완전히 다른 인상이었다. 썸네일 속 작가님은 수염 기른 마이콜(둘리의 등장인물) 이었다. 동양철학을 강의하는 마이콜이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한자로만 판서하며 청산유수로 쏟아내는 말씀에 나는 어느새 빠져있었다. "글로는 말을 다 전하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 전하지 못한다." 유튜브 저자 직강으로 책을 보완해 주신다니 책을 더 풍성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다.

부제에서 밝히듯 이 책은 공자와 장자의 철학을 그날그날 적용할 삶의 지혜로 소개한다.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주일을 균형있게 경영함으로 삶의 무게를 분산하라는 메시지를 요일별로 대분류한 구성에도 담았다. 책의 가제가 "철학하는 일주일"이었다니 요일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무기력한 월요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늘어지는 화요일, 스트레스를 다스려야 할 때
예민한 수요일, 현명하게 관계 맺기
고대하는 목요일, 배울 줄 아는 사람이 군자
설레는 금요일, 들뜨더라도 덤덤해지기
긍정의 토요일, 나를 이해하기 좋은 날
아쉬운 일요일, 마무리의 미덕

솔직히 요일로 나눈 목차에 큰 의미를 얻지 못했지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구분해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아이디어가 귀여웠다.

나는 "중용"의 개념을 유독 좋아한다. 이 책으로 중용의 뜻을 확실히 배울 수 있어 즐거웠다. 중이란 과불급,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상태이다. 용은 그 상태를 늘 유지하는 것이다. 즉 균형을 늘 유지하는 힘이다. 항상 균형과 경계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갔던 이유가 중용과 연결되어 있어서였다는 깨우침을 얻어 기뻤다.

"동양철학의 맛은 중용과 변화다. 중용으로 삶의 균형을 맞추고 필요할 때 변화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는 것. 공자는 중용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늘 넘치거나 모자란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즐거움은 모자란 듯하고 아쉬움은 넘치는 듯하다."
- 6, 21쪽

하나의 주제를 <논어>와 <장자>의 관점을 아울러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동양철학의 양대 산맥은 유가와 도가다. 유가의 대표 인물 공자의 <논어>와 도가의 대표 인물 장자의 <장자>를 읽는 시간이 된다. 해이해진 마음에 질서를 부여하는 유가와 삶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해소해 주는 도가의 지혜를 동시에 다룬다. 마치 논어는 모범생, 장자는 자유로운 영혼을 닮은 사상인 것 같아 다른 듯 비슷한 이치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컸다.

" '나는 원래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이야'라며 자포자기한 채 고개를 떨군 이에게 공자와 장자는 살며시 다가와 어깨를 토닥인다. 그리고 말한다. 괜찮다고. 잠시 삶의 균형이 깨졌을 뿐이라고. 무궁무진한 변화의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중이라고. 이로써 공자와 장자의 철학은 따스한 격려와 위로가 된다." - 9쪽

"휘청이는 순간이 찾아오면 삶의 균형에 대한 공자의 조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너무 들뜨거나 몹시 우울한 시기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장자의 조언이 삶의 균형을 떠올리게 해 주리라 믿는다." - 10쪽

유튜브 강의에서도 밝혔듯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부담 없이 읽기를 바랐다. 강의를 보면 동양철학자답게 평소 듣지 못한 한자말을 많이 구사했지만 책에서는 쉬운 일상어로 풀어 준 점이 확연히 보였다. 한 챕터가 3, 4장 정도로 길지 않아 정말 쉽게 논어와 장자의 유구한 정신을 탐독할 수 있다.

논어와 장자 사이에 저자의 경험도 잘 녹여냈다. 그중 저자의 아버지에 관한 일화가 감명 깊었다. 끊이지 않게 사고를 치며 응급실로 경찰서로 불려 다니던 부모님. 20대 중반까지도 그런 생활을 하던 저자를 아버지가 산으로 데리고 올라가 말씀하셨다. "미안하지만, 할 수 있으면 여기서 뛰어내려 죽어 줘라. 무서우면 내가 따라가 줄게." 그 눈에서 진심을 읽었다면서도 그는 계속 술을 끊지 못했다. 이후로도 경찰서에 불려 다니는 아버지는 늘 이상하리만치 태연했다. 저자가 술을 끊고 나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는 어떻게 늘 그렇게 태연할 수 있었어?"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다. "호랑이가 개 새끼를 낳았을 리 없기 때문이지."

읽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일말의 희망도 찾을 수 없어 절벽까지 데려갔던 아들을 끝까지 믿었던 아버지라니! 나도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결코 헤아릴 수 없는 놀라운 사랑이었다. 아버지의 믿음이 오랜 방황과 중독을 이기고 자기만의 길을 힘차게 걷고 있는 지금의 제갈건을 만든 것이 아닐까. 아이를 향한 신뢰가 그 인생을 바꿀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며 엄마로서 크게 반성했다.

니체, 쇼펜하우어를 위시한 서양 철학이 인기다. 관련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나는 동양 철학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서구 철학이 큰 데서 작은 데로 수렴하는 경향성이 있는 반면 동양철학은 작은 데서 큰 데로 확장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큰 숲을 보는 시선이 부족한 만큼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을 뺏길 때가 많다. 그렇게 낮게 타고난 모양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가 내 안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졸졸 흘러들었다. 특히 자주 접하지만 확실히 알지 못했던 개념을 학창 시절 사회 시간 이후로 다시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인(仁)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예(禮) '나도 주인공 너도 주인공이다.' 적어도 이 두 가지는 평생 명심하며 살고 싶다.

동양 철학의 재미를 가르쳐 준 제갈건 님의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많은 분들이 읽고 동양의 지혜를 아우르며 삶을 더 풍요롭게 넓혀가시길 권한다.


<책 속으로>
69, 70쪽
메아리를 그치기 위해선 소리를 멈춰야 하고 그림자를 바로 보기 위해선 움직임을 멈춰야 하듯이 두루두루 어울리기 위해선 비교를 멈춰야 한다. 빅도 세상의 지식처럼 끝이 없는 것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자신을 해치고 불행한 처지에 놓여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잘못됐다고 하는 게 꼭 틀린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게 꼭 옳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건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세상이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109쪽
다름을 인정하면 그동안 이해되지 않던 많은 것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깨닫게 된다. 사실 세상엔 별의별 이상한 사람이 많은 게 아니라 별의별 이해받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일 뿐임을.

187쪽
지혜로운 사람은 이 세상에 사람의 힘만으로 알 수 없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알 수 없는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철학에서는 이것을 '무지의 지'라고 한다. 무지할 수 있음에 대한 과감한 인정이나 승복이다.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는 일들에 시간을 할애한다. 결국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마저 알지 못하게 된다.

262쪽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노자에 따르면 결국 사람이 본받을 대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연이다.
정체성을 알아야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 출판사 클랩북스에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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