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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 휘청이는 삶을 다잡아 주는 공자와 장자의 지혜
제갈건 지음 / 클랩북스 / 2024년 6월
평점 :
"휘청이는 삶을 다잡아 주는
공자와 장자의 지혜"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제목 참 좋다. 나도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어떤 일을 만나도 경거망동하지 않고 슬기롭게 대응하는 현명함은 작은 일에도 당황하기 일쑤인 나 같은 사람의 극단에 이른 경지 같아 나는 현명한 사람을 항상 동경했다.
저자는 현명한 사람이란 삶의 무게를 분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현명함에 관한 새로운 해석이 흥미로웠고,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감이 오지 않아 궁금했다. 제목으로 쓰기에는 약간 어색한 감도 있지만 그래서 한 번 더 읊어보게 되는 제목이었다.
저자 제갈건.
처음 뵀지만 이름을 꽤 알린 분이었다. 1992년생 일진 출신의 작가, 사회복지사, 철학자이다. 서대문구 짱. 싱가포르 조폭. 알코올중독자.
서예문자예술학, 사회복지학 전공.
동양철학, 사회복지학 석사.
현재 가톨릭대학교 중독학 박사 과정.
그야말로 스펙터클하다.
어떤 분인지 너무 궁금해 유튜브를 찾았는데 예상과 완전히 다른 인상이었다. 썸네일 속 작가님은 수염 기른 마이콜(둘리의 등장인물) 이었다. 동양철학을 강의하는 마이콜이라니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다. 한자로만 판서하며 청산유수로 쏟아내는 말씀에 나는 어느새 빠져있었다. "글로는 말을 다 전하지 못하고, 말로는 뜻을 다 전하지 못한다." 유튜브 저자 직강으로 책을 보완해 주신다니 책을 더 풍성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다.
부제에서 밝히듯 이 책은 공자와 장자의 철학을 그날그날 적용할 삶의 지혜로 소개한다. 매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일주일을 균형있게 경영함으로 삶의 무게를 분산하라는 메시지를 요일별로 대분류한 구성에도 담았다. 책의 가제가 "철학하는 일주일"이었다니 요일에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다.
무기력한 월요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늘어지는 화요일, 스트레스를 다스려야 할 때
예민한 수요일, 현명하게 관계 맺기
고대하는 목요일, 배울 줄 아는 사람이 군자
설레는 금요일, 들뜨더라도 덤덤해지기
긍정의 토요일, 나를 이해하기 좋은 날
아쉬운 일요일, 마무리의 미덕
솔직히 요일로 나눈 목차에 큰 의미를 얻지 못했지만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구분해서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아이디어가 귀여웠다.
나는 "중용"의 개념을 유독 좋아한다. 이 책으로 중용의 뜻을 확실히 배울 수 있어 즐거웠다. 중이란 과불급,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상태이다. 용은 그 상태를 늘 유지하는 것이다. 즉 균형을 늘 유지하는 힘이다. 항상 균형과 경계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갔던 이유가 중용과 연결되어 있어서였다는 깨우침을 얻어 기뻤다.
"동양철학의 맛은 중용과 변화다. 중용으로 삶의 균형을 맞추고 필요할 때 변화로 일상에 새로운 자극을 불어넣는 것. 공자는 중용을 통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했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늘 넘치거나 모자란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마음에 여유가 없으면 즐거움은 모자란 듯하고 아쉬움은 넘치는 듯하다."
- 6, 21쪽
하나의 주제를 <논어>와 <장자>의 관점을 아울러 살펴보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다. 동양철학의 양대 산맥은 유가와 도가다. 유가의 대표 인물 공자의 <논어>와 도가의 대표 인물 장자의 <장자>를 읽는 시간이 된다. 해이해진 마음에 질서를 부여하는 유가와 삶에서 발생하는 긴장을 해소해 주는 도가의 지혜를 동시에 다룬다. 마치 논어는 모범생, 장자는 자유로운 영혼을 닮은 사상인 것 같아 다른 듯 비슷한 이치의 차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컸다.
" '나는 원래 이렇게 형편없는 사람이야'라며 자포자기한 채 고개를 떨군 이에게 공자와 장자는 살며시 다가와 어깨를 토닥인다. 그리고 말한다. 괜찮다고. 잠시 삶의 균형이 깨졌을 뿐이라고. 무궁무진한 변화의 가능성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중이라고. 이로써 공자와 장자의 철학은 따스한 격려와 위로가 된다." - 9쪽
"휘청이는 순간이 찾아오면 삶의 균형에 대한 공자의 조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리라 믿는다. 너무 들뜨거나 몹시 우울한 시기엔 새로운 변화에 대한 장자의 조언이 삶의 균형을 떠올리게 해 주리라 믿는다." - 10쪽
유튜브 강의에서도 밝혔듯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지루하지 않게 부담 없이 읽기를 바랐다. 강의를 보면 동양철학자답게 평소 듣지 못한 한자말을 많이 구사했지만 책에서는 쉬운 일상어로 풀어 준 점이 확연히 보였다. 한 챕터가 3, 4장 정도로 길지 않아 정말 쉽게 논어와 장자의 유구한 정신을 탐독할 수 있다.
논어와 장자 사이에 저자의 경험도 잘 녹여냈다. 그중 저자의 아버지에 관한 일화가 감명 깊었다. 끊이지 않게 사고를 치며 응급실로 경찰서로 불려 다니던 부모님. 20대 중반까지도 그런 생활을 하던 저자를 아버지가 산으로 데리고 올라가 말씀하셨다. "미안하지만, 할 수 있으면 여기서 뛰어내려 죽어 줘라. 무서우면 내가 따라가 줄게." 그 눈에서 진심을 읽었다면서도 그는 계속 술을 끊지 못했다. 이후로도 경찰서에 불려 다니는 아버지는 늘 이상하리만치 태연했다. 저자가 술을 끊고 나서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빠는 어떻게 늘 그렇게 태연할 수 있었어?" 그러자 아버지가 말했다. "호랑이가 개 새끼를 낳았을 리 없기 때문이지."
읽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일말의 희망도 찾을 수 없어 절벽까지 데려갔던 아들을 끝까지 믿었던 아버지라니! 나도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결코 헤아릴 수 없는 놀라운 사랑이었다. 아버지의 믿음이 오랜 방황과 중독을 이기고 자기만의 길을 힘차게 걷고 있는 지금의 제갈건을 만든 것이 아닐까. 아이를 향한 신뢰가 그 인생을 바꿀 만큼 엄청난 위력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며 엄마로서 크게 반성했다.
니체, 쇼펜하우어를 위시한 서양 철학이 인기다. 관련 책 한 권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지만 나는 동양 철학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낀다. 서구 철학이 큰 데서 작은 데로 수렴하는 경향성이 있는 반면 동양철학은 작은 데서 큰 데로 확장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큰 숲을 보는 시선이 부족한 만큼 작고 사소한 것에 마음을 뺏길 때가 많다. 그렇게 낮게 타고난 모양이다. 그래서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가 내 안에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졸졸 흘러들었다. 특히 자주 접하지만 확실히 알지 못했던 개념을 학창 시절 사회 시간 이후로 다시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인(仁)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 예(禮) '나도 주인공 너도 주인공이다.' 적어도 이 두 가지는 평생 명심하며 살고 싶다.
동양 철학의 재미를 가르쳐 준 제갈건 님의 <현명한 사람은 삶의 무게를 분산한다> 많은 분들이 읽고 동양의 지혜를 아우르며 삶을 더 풍요롭게 넓혀가시길 권한다.
<책 속으로>
69, 70쪽
메아리를 그치기 위해선 소리를 멈춰야 하고 그림자를 바로 보기 위해선 움직임을 멈춰야 하듯이 두루두루 어울리기 위해선 비교를 멈춰야 한다. 빅도 세상의 지식처럼 끝이 없는 것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은 자신을 해치고 불행한 처지에 놓여 늘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입을 모아 잘못됐다고 하는 게 꼭 틀린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이 좋다고 하는 게 꼭 옳다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옳고 그름보다 중요한 건 세상과 조화를 이루는 일이다. 세상이란 서로 다른 너와 내가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109쪽
다름을 인정하면 그동안 이해되지 않던 많은 것들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깨닫게 된다. 사실 세상엔 별의별 이상한 사람이 많은 게 아니라 별의별 이해받지 못한 사람이 많은 것일 뿐임을.
187쪽
지혜로운 사람은 이 세상에 사람의 힘만으로 알 수 없는 일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알 수 없는 일에 집착하지 않는다. 철학에서는 이것을 '무지의 지'라고 한다. 무지할 수 있음에 대한 과감한 인정이나 승복이다. 지혜롭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는 일들에 시간을 할애한다. 결국 충분히 알 수 있는 것마저 알지 못하게 된다.
262쪽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 노자에 따르면 결국 사람이 본받을 대상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연이다.
정체성을 알아야 최선을 다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살다 보면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 출판사 클랩북스에서 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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