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양장 에디션) - 나를 위해 톨스토이가 남긴 삶의 지혜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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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톨스토이가 살아생전에 남긴 마지막 책이라고 한다. 톨스토이는 40대 중반부터 자신의 작품이 무가치하다며 소설 쓰기를 중단한 이후 구도자와 같은 삶을 살았다. 75세 경 폐렴과 장티푸스로 사경을 헤매다 회복한 뒤로, 독자들에게 인생의 깊은 의미를 전하고자 평생토록 모은 사상과 지혜를 잠언 시리즈로 집필한다. 방대한 분량으로 2권을 완성했지만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글을 엮을 필요를 느껴 바로 이 책,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가 완결판으로 탄생했다.


톨스토이가 쓴 위의 서문을 읽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만은 차례대로 읽었다. 끌리는 챕터 먼저 골라 뒤죽박죽 읽기를 좋아하지만, 위대한 대문호가 죽음을 앞두고 온 힘을 다해 썼을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의 목적이 논리적으로 연결된 완결성인데 어찌 내 마음대로 섞어 읽겠는가.


앞의 생각들과 어떤 점에서 연결되는지 유념하며 차근차근 톨스토이를 읽는 시간은 명상과도 같았다. 대부분 고요하고 차분했지만 천둥이 울리듯 깊고 깊은 삶의 진리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순간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무리지어 있을 때는
홀로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홀로 생각에 잠겨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334면

읽고 나니 뒤늦게 아쉬웠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질문을 가지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읽었다면 구체적인 해결책을 찾았을 텐데. 사랑, 행복, 영혼, 신, 믿음, 삶, 죽음 등 공통된 주제를 아우른 글들이 연결고리를 가지고 모였지만,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선명하고 굵직한 이야기를 가진 글들은 아니다. 인생의 전반적인 의미와 가치를 폭넓게 다루고 있어, 독자 자신만의 목적이나 문제에 초점을 맞춰 읽었다면 각각의 글들이 훨씬 더 맥락을 가지고 정리되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질문을 찾아본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의 부제처럼 "그대는 얼마나 깊이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찾았는지,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게 행복은 뭔지, 그러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
"사람의 인품은
그 사람의 장점을 통해서
판단해서는 안 되며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장점을
어떻게 운용하고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 334면

반대로 어느 페이지든 자유롭게 펼쳐도, 잠언이 주는 통찰의 힘을 즉시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의 커다란 강점이다. 톨스토이도 잠들기 전에 이 책을 읽었다니, 양장 에디션으로 곱게 단장한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침대에 두고 매일 읽고 싶다. 톨스토이 인생의 정수를 마시고 잠들면, 밤새도록 그 지혜가 잠재의식에 녹아들 것만 같다.


특히 마음에 와닿았던 주제는 "본질을 추구하는 단순함"이었다.

"옳은 행동

진정으로 일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삶의 모습이 단순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쓸데없는 일에
마음을 쓸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은 착한 일을 하려고
힘쓰고 애쓰기보다는
나쁜 일을 하지 않으려고
힘쓰고 애쓴다."
-39면


"우리는 지식이 많을수록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이 아는 것은
꼭 필요한 몇 가지를 아는 것만도 못하다."
-147면


"해서 안 되는 일들은 하지 말라.
그러다 보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 209면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을 읽고 나니 삶이 정돈되어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무엇에 집중하고, 무엇을 놓아 보내야 하는지, 무엇을 잘라내고, 무엇을 단단하게 붙들어야 하는지 말이다.


삶은 짧고 시간은 덧없이 흐르지만, 그 안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는 것은 우리 각자의 몫이다. 우리는 흔히 물질적인 풍요와 명예를 좇지만, 진정한 행복은 내면의 평화와 영혼의 성장에서 비롯된다. 여러분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는가? 혹시 헛된 욕망에 사로잡혀 진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지는 않나?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삶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고, 그 사랑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이어진다. 또한,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지식을 쌓고, 새로운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펼쳐가는 것이 행복이다.


고난과 역경을 다르게 보자. 고난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성장하게 한다. 긍정적인 마음을 붙잡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 우리의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어떤 어려움과 마주하든, 자신을 믿고, 사랑을 실천하며, 끊임없이 성장하자. 삶의 본질에 집중한다면 평안과 행복은 자연스럽게 우리를 따를 것이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통해 톨스토이와 대화하며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삶을 찾고 누리는 한 해가 되기를.


#도서지원 #살아갈날들을위한공부 #톨스토이 #톨스토이잠언 #지혜 #성찰 #박웅현추천 #삶의자세 #진리 #사랑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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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영향력 - 10세에서 25세까지, 젊은 세대를 변화시키는 동기부여의 새로운 과학
데이비드 예거 지음, 이은경 옮김 / 어크로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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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 데이비드 예거 《어른의 영향력》을 만난 지 벌써 한 달이 되었다. 어크로스 출판사의 작은 북클럽 "600p club" 자격으로 《어른의 영향력》을 선물받아, 리딩 가이드가 제시한 일정에 맞춰 읽어왔다.


기대평과 3번의 미션 보고까지, 그동안 4개의 포스팅으로 《어른의 영향력》을 살펴봤다. 벼락치기보다 조금씩 오랜 기간에 걸쳐 공부하는 분산 학습은 망각을 늦춰,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떠오른다. 아직 체감할 수는 없지만 《어른의 영향력》 이 전한 지식이 내 안에 장기기억으로 남았을 거라 믿으니, 앞으로 아이들을 더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하다.


데이비드 예거의 《어른의 영향력》에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10대에서 25세의 젊은 세대와 상호작용을 잘 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는가가 결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아래 문장의 빈칸을 채워보자.
"청소년들이 _______ 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______________ 하는 것이다."

빈칸으로 당신이 청소년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그 믿음에 따라 당신의 리더십 스타일이 형성된다. 첫 번째 빈칸을 '게으르고 근시안적이며 지나치게 예민한 겁쟁이들'로 채웠다면, 두 번째 빈칸은 '나쁜 행동이 불러올 결과로 위협'하거나 '바람직한 행동에 따르는 보상으로 꾀어낸다'고 채우기 쉽다.
반대로, '적절한 지원과 격려를 받으면 놀라운 끈기와 회복력을 발휘하고 성취할 수 있다'라고 채웠다면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 또한 전혀 달랐을 것이다.
"부정적인 믿음에는 부정적인 행동이 따르고, 긍정적인 믿음에는 긍정적인 행동이 따른다.' (- 123면)


'신경생물학적 무능 모델'
vs
'지위와 존중 가설'
《어른의 영향력》은 기존의 '신경생물학적 무능 모델'을 비판한다. 사춘기라 뇌의 신경회로 배선이 엉망인 상태라고들 하지만 청소년들은 바보가 아니다. 생물학적으로 합리적인 사고 능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어른들이 하는 말에 10대들이 반응하는 "방식" 때문에 어른들이 오해한 것일 수 있다. 반항은 청소년들이 느끼고 싶은 감정(존중)과 어른들이 느끼게 하는 감정(무례)이 엇갈릴 때, 아이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좌절됐다는 표현이다. "반항 = 나를 존중해 주세요!"


테스토스테론 과다분비로 사회적 지위와 존중에 과민 반응을 보인 것이다. 남녀 불문하고 테스토스테론이 급증하면 사회적 지위와 존중과 관련된 신호가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결함이 아니라 그 시기의 특성인 것이다. 청소년들의 핵심 욕구가 '지위와 존중'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은 재미나 호기심이 아니다. 사춘기가 되면 사회적 가치를 획득하는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존경받거나 존중받거나 사랑받을 때 더욱더 짜릿하고 강렬한 기분을 느낀다. 반대로 폄하와 무시를 받으면 훨씬 고통스럽다. (73면)



'멘토 마인드셋'
《어른의 영향력》은 멘토 마인드셋이 청소년들이 원하는 어른의 조건이라고 밝힌다. '높은 기준'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그 기준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멘토 마인드셋은 아이들의 잠재력을 믿고 존중하며, 그들의 성장을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의미한다.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한다면 호르몬의 힘을 이용해 건강한 행동이 촉진된다. 지시보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도록 유도한다. "질문이란 상대방이 당신 생각대로 하게 만드는 기술의 핵심이다." 목표와 과정을 명확하게 아이들에게 설명해 오해를 방지하는 투명성도 중요하다.


목적 개입법
《어른의 영향력》은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에 핵심적인 요소로 목적의식을 강조한다. 청소년들은 그저 지시를 따르는 존재가 아니다. 스스로 의미를 찾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 진정으로 성장한다.


아이들이 학습해서 얻는 능력을 활용해, 자기 이익을 넘어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는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린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지위와 존중을 얻는 길이라는 더 큰 목적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관련 실험 결과, 목적 개입법을 완료한 학생들은 동영상을 보거나 게임하는 시간을 50% 줄였다. 몇 달 후에 치른 시험 성적도 상승했다. 이런 이점은 성적이 낮았던 학생들에게서 가장 강하게 나타났다. 가장 의욕이 없던 학생들에게 개입이 가장 필요했다는 뜻이다. (-343면) 자신을 초월한 목적의식으로 절제력과 근면 성실을 보이도록 동기 부여가 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이들은 주변 세상에 공헌하고 싶어 하고, 의미 있고 존중받는 미래를 그리는 어엿한 인격체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어른이 되는 시작점에 서있는 늠름한 인격체다. 오은영 박사님도 탯줄이 끊어진 순간부터 아이는 타인이라고 말씀하셨다. 십대가 되면 아이들과 어른은 점점 멀어져야 한다. 주체적으로 스스로 설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보호와 지시로 아동을 대하던 방식에서, 독립된 인격체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어른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인간은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어른도, 아이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힌다면 모두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믿음을 점검하고, 아이들 안에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자. 그리고 학습과 성취의 원동력이 될 도전을 손잡고 함께 시도하자. 비판적인 평가를 습관처럼 내뱉지 말고,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 한 사람으로 믿고 구체적인 조언과 격려를 전하자. 아이들을 진심으로 존중한다면 그 진심은 반드시 아이에게 가닿을 것이다.



*** 출판사 어크로스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른의영향력 #데이비드예거 #어크로스 #사춘기 #사춘기책 #존중의힘 #존중 #청소년기 #청소년의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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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독서법 -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며 나를 성장시키는
복주환 지음 / 천그루숲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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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독서법》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그야말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말끔한 구성이었다. 생각정리 전문가답게 수많은 책내용이 흐트러진 데 하나 없이 제자리에 각 잡혀 반듯하게 놓였다. 목차는 그대로 핵심 중의 핵심이었고, 쉽게 지나쳐도 될 만한 챕터는 전혀 없었다. 독서 관련 궁금증들이 모두 풀려 속이 뻥 뚫릴 정도로 알짜 정보가 가득하다.


나도 서평을 쓰기에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조금은 안다. 글 한 편을 쓰는 것도 힘든데, 한 권의 책을 이토록이나 정갈하게 차려내기까지 도대체 얼마나 큰 정성을 들인 건지 상상도 못하겠다.


챕터 제목과 소제목을 중심으로 부연 설명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문체도 쉽고 간결하기 그지없어 소설도 아닌데 술술 넘어간다.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이 잘 차려진 26첩 반상이다.(소챕터가 26개다.)


《생각정리독서법》 제목을 접하고, 이 책은 어느 정도 독서 경험이 쌓인 독서가에게 필요하겠구나 짐작했다. 사실 책을 읽으며 생각까지 따로 한다는 건 쉽지 않다. 활자를 읽어내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하지만 초보독서가들에게도 자신 있게 《생각정리독서법》을 추천한다. 중학생도 읽을 만큼 쉽게 쓰인 이유도 있지만, 처음부터 올바른 독서 태도를 배우고, 책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것은 광활한 독서의 세계를 헤매지 않는 데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다.


《생각정리독서법》은 나와 통하는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독서법 책 중 가장 크게 공감하며 읽은 책이다. 그동안 쌓아온 독서 개념들이 비슷했다.


일단 책과 친해져야 한다는 것, 책을 사람으로 보고 대화하듯 읽으려 하는 것, 책을 곧 내 주변 사람으로 보는 것, 특히 존경하는 김정운 박사님이 말씀하신 "슈필라움"(나만의 아지트)을 언급하며 읽는 공간에 대한 애정까지.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아하듯, 《생각정리독서법》을 읽으며 같은 생각을 담은 독서 관련 문장을 읽는 기쁨도 정말 컸다.



《생각정리독서법》은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책 내용을 자신의 생각과 연결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기 위해 책을 읽으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마인드맵, 만다라트, 로직트리 등 다양한 도구로 생각을 시각화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추상적인 생각들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하는 데 유용한 방법들을 천천히 하나씩 실천한다면 큰 발전이 따를 것이다.


독서와 생각, 기록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책, 《생각정리독서법》으로 독서라는 어마무시한 파워를 장착할 수 있길!



"그거 아시나요? '멋있다'는 말은 '무엇이 있음'에서 유래가 되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멋있다'는 말을 길게 말하면 '무엇이 있다'로 들리나 봅니다. 독서를 통해 당신만의 '무엇'이 생겨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290면



*** 출판사 천그루숲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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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선명해진다 - 내 안의 답을 찾아 종이 위로 꺼내는 탐험하는 글쓰기의 힘
앨리슨 존스 지음, 진정성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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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분 동안
엉망진창이고 날 것 그대로인
글을 썼을 뿐인데
'아니,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30년 넘게 출판계에서 편집자, 출판경영인, 팟캐스트 진행자, 강연자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쓸수록 선명해진다》의 저자 앨리슨 존스. 어느 날 새벽 3시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하며 돈에 쪼들리던 저자는 금방이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천운이었을까. 일단 떠오르는 행동을 하자 한 것이 공책을 편 것이었다.


난장판으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공황이 어떤 느낌인지, 몸의 어떤 부위로 찾아오는지를 적었다. 그러는 동안 몸 상태가 바뀌는 걸 느낀다. 생각과 함께 쓰는 속도도 느려지며 호흡도 돌아온다.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그렇게 2주 후,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한 덕분에 저자는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그 순간 저자는 '탐험 쓰기', 자신을 위한 글쓰기의 힘을 발견한다. 《쓸수록 선명해진다》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 "글쓰기의 전복"이다.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하려고 하얀 화면을 마주하지만 매번 처음 같은 막막함을 느낀다. 드넓게 펼쳐진 흰 여백 앞에서 순백의 뇌가 되는 기분은 어쩜 그리 한결같은지. 하지만 탐험쓰기는 글을 쓰는 흰 종이를 두려움으로 올라가는 연극 무대가 아닌 설렘과 기대로 펼쳐진 미지의 땅으로, 아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 아닌 모르는 것을 탐색하는 기회의 장으로 뒤집어버린다. 안전하고 사적인 공간, 절체절명의 순간에 간절히 바라는 물건으로 가득 찬 마법의 방으로 보게 만든다.


작가들은 의외의 이유로 글을 쓴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뭔가를 이해해 나가는 한 방법입니다. 특히 제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누군가가 '이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군요. 아직 그 문제에 관해 글을 써보질 않아서요'라고요." 무려 다니엘 핑크의 말이다.


글쓰기가 어려웠던 주된 이유는 쓸 게 없어서였다. 아는 게 없고 할 말이 없기 때문에 쓸 수가 없었다. 강제로라도 쓰기 위해 서평단 활동에 열심이었다. 읽은 책을 재료 삼아 그나마 쓸 수 있었다. 생각이 정리된 후에 그럴듯하게 준비된 상태의 '마지막 단계'가 쓰기라고 오해했다. 영리한 작가들은 나와는 정반대로 '첫 단계'에 쓰기를 두고 있었다. 생각을 만들고, 바꾸고, 전환해 명확하게 다듬는 모든 과정이 쓰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준비가 끝난 후 쓰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기 위해 쓰는 거였다. 알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알기 위해 쓰는 거였다. 이해가 끝나서 쓰는 게 아니라, 이해해 나가기 위해서 쓰는 거였다.


《쓸수록 선명해진다》가 전하는 '탐험쓰기'는 프리 라이팅이나 저널 쓰기 같이 이미 알려진 글쓰기와 비슷한 궤를 갖는다. 의식의 흐름대로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쏟아내는 글쓰기이지만 탐험쓰기만의 2가지 특징이 있다. 6분이라는 시간제한과 질문 중심의 글쓰기라는 것.


쓸 주제가 있다는 것과 짧은 시간이라는 틀이 집중력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질문 중심의 탐색을 통해 자기 성찰과 사고 확장을 끌어준다. 나침반과 지도를 가지고 정해진 시간 동안 탐험하는 것 같았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되, 질문이라는 나침반이 방향을 제시하고, 6분이라는 시간제한이 탐험의 범위를 한정해 경험해 보지 못한 집중력을 발휘하게 돕는다.


혁명과도 같은 쓰기의 놀라운 비밀을 알았다고 저절로 써지는 것은 아니다.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알았으니 이제는 직접 써봐야한다. 감사하게도 출판사 프런트페이지에서 <탐험쓰기 챌린지>를 진행해 주셨다. 30명의 행운아 탐험쓰기 멤버들이 단톡방에 모여, 평일 2주간 10일 동안 같은 질문에 답하는 6분 탐험쓰기를 함께 떠났다. 나는 아이들과도 같이 쓰며 가족 단톡방에서 챌린지를 공유했다.


6분이라는 시간의 힘은 대단했다.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겨우 6분이라는 짧은 시간 앞에 변명을 할 수 없었는지 끝까지 따라와주었다.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자체 모자이크를 해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휘갈겨 쓴 아이들의 노트 실루엣이 인증샷으로 올라올 때마다 정말 기뻤다.


6분이라는 시간과 종이와 펜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어디에? 쓰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쓸수록 선명해진다》는 <일단 첫 마디> 챕터에 질문과도 같은 첫 문장들을 제공한다. 든든하다. 그중 하나를 골라보자면, "지금 나의 내면에 있는 '최고의 나'가 하는 말은..." 지금 당장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자신만의 글을 6분 동안 써보길 강권한다. 6분 동안 생각이라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글자들이 들려주는 새로운 당신 자신을 만나보라.



*** 출판사 프런트페이지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쓸수록선명해진다 #앨리슨존스 #프런트페이지 #탐험쓰기 #6분글쓰기 #글쓰기책 #글쓰기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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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박완서 산문집 10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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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출판사 문학동네는 "박완서 산문집"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행운처럼 10년이 되는 해에 10번째 책인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이 출간됐다. 2005년 실천문학사에서 발간한 <잃어버린 여행가방>을 재편집하여 미출간 원고 5편을 수록하며, 박완서 여행 산문집의 완전판으로 세상에 나왔다.


박완서 선생님의 맏딸 호원숙 작가님께서 서문을 쓰셨다. "어머니가 어딘가에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쓰신 게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한다. 그런 것치고 어머니는 여행을 참 많이 다니셨기에." (4면) 나도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 말씀이 괜히 반가웠다. 좋아하지 않는 여행을 박완서 선생님은 왜 그리 많이 다니셨을까?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은 남한산성과 강릉부터 중국 만주, 몽골, 백두산을 거쳐 바티칸, 에티오피아, 티베트 등 국내외 곳곳을 다닌 여행산문이다. 주로 1부에 미출간 원고 4편이 모여있는데, 그래서인지 국내를 다니며 소소한 일상을 여행기로 쓰신 글들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선생님의 깊은 통찰과 높은 시선에 감탄했던 행복한 독서였다.


늙는 거란, 엄두가 안 나는 일이 점점 많아지는 거로구나. 요즘은 도통한 것처럼 그렇게 체념하고 있다.
- 14면


치욕도 파묻어두기보다는 드러내놓고 기억하고자 한 것은 확실히 성숙한 생각이고, 어느 만큼 잘살게 됐다는 자신감의 발로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아무도 그게 거기 있음에 관심이 없다면 그건 거기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17면


산엔 겨울만 가장 오래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봄도 가장 먼저 와 있다. 이미 얼음장을 녹여버리고 마음놓고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아이들의 재잘거림의 어울림은 활기찬 봄의 소리였다.
- 18면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에서 가장 사랑하는 글은 "내 나름으로 누리는 기쁨"이었다. 친구분과 번개 여행으로 비행기로 강릉을 간 이야기다.
"그날 하루만은 절대로 서두르지 말고 시간 붙들어 매놓은 것처럼 늑장을 부리자는 약속을 깨고 우리는 서둘러 택시를 잡았다. .... 될 수 있으면 잘하는 집 앞에서 내려달라고 부탁했건만 기사가 내려준 집은 잡화상과 순두붓집을 겸한 볼품없는 구멍가게였다."
주인이 서울서 비행기 타고 이 순두부를 먹으러 왔느냐 물으며 "아짐씨들은 참말로 호강허네요" 기분 좋게 건네는 말에 선생님은 "호강"에 대한 생각을 이어가신다. 편안함, 호화로움, 남이 부러워할 만한 일 등이 호강이라 생각할 때 그날의 여행은 온통 호강이었다.


남 나름으로 생각하던 걸 내 나름으로 생각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기쁨은 외의로 많다.
- 26면
호화판 호텔 뷔페는 남의 기준으로 보면 호강이겠지만 비싼 음식값이 부담 돼서 많이 먹어야지 벼르고, 손해를 덜 보려 시가로 비싼 음식을 고르고, 돈 생각해서 먹어두는 강박관념은 궁상의 극치지 결코 호강일 수 없다고 단언하신다. 타인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을 세워 주체적으로 살라는 의미를 이렇게나 편안하게 입에 붙는 자신만의 문장으로 표현하신 점이 정말 놀라웠다.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이 바로 이것이다. 글을 읽는다기보다 말을 듣는 기분,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를 누워서 듣는 기분이었다. 타고난 이야기꾼이 술술 풀어놓는 구수한 입담에 활력이 살아 넘친다. 말 같은 글을 읽으며 어쩜 이렇게 자연스럽게 문장이 흘러 흘러나올까 신기하고 신기했다. 개인적으로 소설보다 산문에서 선생님의 문장력을 더 가깝게 피부로 느끼는 것 같다.


왜 박완서 선생님의 산문이 사랑을 받을까 힌트도 얻었다. 일상의 자잘한 문제에서 가치를 건져 올리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실로 놀라웠다. 선생님은 숨어서 볼 수 없는 삶의 보석을 기가 막히게 캐내, 장인의 솜씨로 다듬어 글로 내놓는 뛰어난 세공사라는 생각을 했다. 시간에 풍화되어 낡고 소멸해가는 것들을 연민과 사랑으로 바라보고 새롭게 발견하는 그 시선을 따라가노라면 공감하지 않고는, 마음을 뺏기지 않고를 배길 수 없는 것이다.


세상에, 무쇠를 저렇게 거울처럼 길들일 수 있는 아낙이 조선의 아낙 말고 어디 있을까, 가슴이 찡했다. 윗방 윗목엔 옷장이 놓여 있는 여러 쪽으로 나누어진 문짝마다 미남 미녀들의 천연색 사진으로 도배를 해놓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지금보다 십여 년은 더 젊었을 적의 유인촌, 이영하, 신성일, 신영일, 한혜숙, 김자옥, 선우은숙, 유지인, 홍세민의 모습을 확인했다. 우리나라에서 배우가 가장 인기 있었을 적 달력 사진인 듯했다. ...... 벽에 써붙여놓은 가갸거겨 줄로부터 하햐허혀 줄까지의 백사십 자의 한글이었다. .......
나는 그의 아내가 끓인 된장찌개로 밥 한 사발을 비우면서, 여기 이 사람보다 더 위대한 민족주의자가 있으면 나와보라지, 하고 외쳐보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 84, 85면


이 시대의 어른으로 삶의 본질을 전해주는 메시지가 곳곳에 포진해있다. 그중 특히 감명받았던 문장, "꿈을 꿀 수 있는 한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하다. 만일 그런 꿈도 없다면 무슨 맛으로 일을 하고 돈을 벌고 쓰고 남는 건 저축도 하고 최소한의 경제생활이나마 영위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 꿈을 꾸기 위해선 먼저 감정이 독자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꿈처럼 독창적인 것도 없기 때문이다." (- 31면)
감정이 독자적이어야 한다니, 꿈처럼 독창적인 것도 없다니...! 흔한 단어로 차원이 다른 의미를 담아내는 솜씨에 정신이 어질했다.


그 속에는 "모래알만한 진실"이라도 담고 싶은 진심이 녹아있었다. 가감 없는 진솔한 자기고백들에 내 마음까지 투명해지는 것 같았다. "나의 그 큰 여행 가방 안에는 1980년대 내 나라의 궁핍과 나의 나태가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 내 가방을 열어보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경멸했을 생각을 하며 오랫동안 심한 수치감으로 괴로워했다. 그 후에는 여행을 떠날 때 절대로 양말이나 속옷을 많이 가져가지 않고 그날그날 빨아서 입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 - 49면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으로 선생님의 기억과 경험을 삶의 맥락에 연결해 치열하게 현실을 탐색하고 모색하는 부단함을 배웠다. 시대의 슬픔과 상처를 삭히며 성숙으로 나아가고, 그 모든 것을 글로 쏟아내며 치유하는 선생님의 여정을 함께 할 수 있음이 축복이라는 걸 알았다. 글로 삶을 비추어 읽는 이들이 발붙인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위로하고 용기를 주는 어른을 언제든 책으로 만날 수 있어 감사하다.


선생님은 세상과 사람을 잇도록 태어난 사절단이 아니셨을까. 세상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글을 쓰신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든 글은 올바르게 살도록 받쳐주는 힘으로 우리에게 남았다.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은 곧 선생님의 됨됨이를 그대로 드러내는 글이었나보다. 책보다는 박완서라는 한 사람으로 자꾸만 초점이 모아진다.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의 여행들은 편견에 갇혀 정체되지 않기 위해, 항상 유연하고 열려있기 위해 애쓴 선생님의 발걸음들이 아니었을까. 남다른 감각과 관점으로 낯선 곳에서 길어 올린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랑을 우리에게 전해야 한다는 책무감으로 쉬지 않고 기록하신 건 아닐까. 삶을 살듯 여행을 다녀오며 점점 확장된 사유와 통찰을 부지런히 남겨주신 선생님의 모든 시간에 감사드린다.


박완서의 여행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글 속에서 세상과 사람을 구경하고 나를 새롭게 인식하며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즐거운 독서가 《다만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에 있다. 기나긴 설 연휴 동안 읽기에도 더없이 좋은 책,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 출판사 문학동네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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