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수록 선명해진다 - 내 안의 답을 찾아 종이 위로 꺼내는 탐험하는 글쓰기의 힘
앨리슨 존스 지음, 진정성 옮김 / 프런트페이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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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5분 동안
엉망진창이고 날 것 그대로인
글을 썼을 뿐인데
'아니,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30년 넘게 출판계에서 편집자, 출판경영인, 팟캐스트 진행자, 강연자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쓸수록 선명해진다》의 저자 앨리슨 존스. 어느 날 새벽 3시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깼다.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하며 돈에 쪼들리던 저자는 금방이라도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천운이었을까. 일단 떠오르는 행동을 하자 한 것이 공책을 편 것이었다.


난장판으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공황이 어떤 느낌인지, 몸의 어떤 부위로 찾아오는지를 적었다. 그러는 동안 몸 상태가 바뀌는 걸 느낀다. 생각과 함께 쓰는 속도도 느려지며 호흡도 돌아온다.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이디어가 떠오른 것이다. 그렇게 2주 후,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한 덕분에 저자는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그 순간 저자는 '탐험 쓰기', 자신을 위한 글쓰기의 힘을 발견한다. 《쓸수록 선명해진다》가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 "글쓰기의 전복"이다. 매일 블로그 포스팅을 하려고 하얀 화면을 마주하지만 매번 처음 같은 막막함을 느낀다. 드넓게 펼쳐진 흰 여백 앞에서 순백의 뇌가 되는 기분은 어쩜 그리 한결같은지. 하지만 탐험쓰기는 글을 쓰는 흰 종이를 두려움으로 올라가는 연극 무대가 아닌 설렘과 기대로 펼쳐진 미지의 땅으로, 아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 아닌 모르는 것을 탐색하는 기회의 장으로 뒤집어버린다. 안전하고 사적인 공간, 절체절명의 순간에 간절히 바라는 물건으로 가득 찬 마법의 방으로 보게 만든다.


작가들은 의외의 이유로 글을 쓴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글쓰기는 뭔가를 이해해 나가는 한 방법입니다. 특히 제게는 꼭 필요한 과정이에요. 누군가가 '이 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습니다. '잘 모르겠군요. 아직 그 문제에 관해 글을 써보질 않아서요'라고요." 무려 다니엘 핑크의 말이다.


글쓰기가 어려웠던 주된 이유는 쓸 게 없어서였다. 아는 게 없고 할 말이 없기 때문에 쓸 수가 없었다. 강제로라도 쓰기 위해 서평단 활동에 열심이었다. 읽은 책을 재료 삼아 그나마 쓸 수 있었다. 생각이 정리된 후에 그럴듯하게 준비된 상태의 '마지막 단계'가 쓰기라고 오해했다. 영리한 작가들은 나와는 정반대로 '첫 단계'에 쓰기를 두고 있었다. 생각을 만들고, 바꾸고, 전환해 명확하게 다듬는 모든 과정이 쓰기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준비가 끝난 후 쓰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기 위해 쓰는 거였다. 알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알기 위해 쓰는 거였다. 이해가 끝나서 쓰는 게 아니라, 이해해 나가기 위해서 쓰는 거였다.


《쓸수록 선명해진다》가 전하는 '탐험쓰기'는 프리 라이팅이나 저널 쓰기 같이 이미 알려진 글쓰기와 비슷한 궤를 갖는다. 의식의 흐름대로 감정과 생각을 자유롭게 쏟아내는 글쓰기이지만 탐험쓰기만의 2가지 특징이 있다. 6분이라는 시간제한과 질문 중심의 글쓰기라는 것.


쓸 주제가 있다는 것과 짧은 시간이라는 틀이 집중력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질문 중심의 탐색을 통해 자기 성찰과 사고 확장을 끌어준다. 나침반과 지도를 가지고 정해진 시간 동안 탐험하는 것 같았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되, 질문이라는 나침반이 방향을 제시하고, 6분이라는 시간제한이 탐험의 범위를 한정해 경험해 보지 못한 집중력을 발휘하게 돕는다.


혁명과도 같은 쓰기의 놀라운 비밀을 알았다고 저절로 써지는 것은 아니다. 길을 아는 것과 걷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알았으니 이제는 직접 써봐야한다. 감사하게도 출판사 프런트페이지에서 <탐험쓰기 챌린지>를 진행해 주셨다. 30명의 행운아 탐험쓰기 멤버들이 단톡방에 모여, 평일 2주간 10일 동안 같은 질문에 답하는 6분 탐험쓰기를 함께 떠났다. 나는 아이들과도 같이 쓰며 가족 단톡방에서 챌린지를 공유했다.


6분이라는 시간의 힘은 대단했다. 쓰기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겨우 6분이라는 짧은 시간 앞에 변명을 할 수 없었는지 끝까지 따라와주었다.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 위해 자체 모자이크를 해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휘갈겨 쓴 아이들의 노트 실루엣이 인증샷으로 올라올 때마다 정말 기뻤다.


6분이라는 시간과 종이와 펜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렇다면 질문은 어디에? 쓰기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쓸수록 선명해진다》는 <일단 첫 마디> 챕터에 질문과도 같은 첫 문장들을 제공한다. 든든하다. 그중 하나를 골라보자면, "지금 나의 내면에 있는 '최고의 나'가 하는 말은..." 지금 당장 이 문장으로 시작하는 자신만의 글을 6분 동안 써보길 강권한다. 6분 동안 생각이라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글자들이 들려주는 새로운 당신 자신을 만나보라.



*** 출판사 프런트페이지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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