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일기장
알바 데 세스페데스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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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기장을 엿본다는 호기심도 컸지만, 일기 형식으로만 쓴 글이 소설이 되면 어떤 분위기를 풍길지가 참 궁금했다. 읽어본 적은 없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와 퓰리처상 수상 작가 줌파 라히리가 추천했다니 후회할 일은 없겠다는 예감도 들었다.



《금지된 일기장》은 몰입력이 엄청난 소설이었다!
일기라서 가볍게 술술 넘어가는 페이지 터너이자 여자라면, 엄마라면, 딸이라면 200% 공감할 명문장들이 곳곳에 넘쳐난다.



"1950년 11월 26일 ~ 1951년 5월 27일"


1950년 11월 26일
애초에 일기장을 산 것 자체가 실수였다.
그것도 아주 큰 실수.


《금지된 일기장》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이탈리아 로마에 사는 43세 워킹맘 발레리아와 가족의 이야기다. 그녀는 남편과 대학생 아들, 19살 딸과 평범하게 살고 있다. 일기를 쓴다는 사실을 아무에게도 들켜서는 안 된다는 압박과 초조함 속에서도 끝까지 써가는 주인공이다.



6개월 정도 일기를 쓰는 동안 발레리아의 삶은 크게 변한다. 인생을 바꿀 만한 굉장한 사건이 터져서가 아니다. 감정과 생각을 기록하는 동안 자신을 선명하게 알아차리고, 복잡하게 얽힌 관계를 파악하는 안목이 길러져서다. 430쪽의 책이 될 만큼 내밀한 속내를 활자로 속속들이 표현하며, 발레리아라는 사람 자체를 인식하는 자아감이 바뀐다. 시대가 씌운 고정관념과 의무감에 묻혔던 개인이 글쓰기로 여실히 드러났다. 하나의 우주가 폭발하고 소멸해 다시 탄생하는 것 같았다. 발레리아는 자신을 자꾸 일깨우고 도발하는 일기를 위험한 수단으로 여겨 자꾸 숨기고, 불태우려 하지만 그럴수록 쓰기의 위대함은 강조된다.



소시민의 일기가 이토록이나 매력적이고 흥미진진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소설이다. 내가 쓰는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글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항상 의문이었는데 《금지된 일기장》이 확실한 답을 주었다. 바닥까지 내려가 투명하게 진심을 터놓는 글은 아름답고자 하는 장식 하나 없이도,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과 힘을 가진다는 것을. 그러고 보니 별것 없이 평범해 보이는 나도 이미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있고 아름답습니다."
-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우린 모두 이상해 조금씩은 yeah
사람을 가장한 낯선 존재들처럼"
- 오마이걸 노래 <Dun Dun Dance>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이상하고 별나다. 그런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고 꺼내는 순간, 누구나 특별하고 의미 있는 이야기로 다시 피어날 수 있다. 그러니 하찮다 숨기고 덮어둘 이유가 없었다. 스스로의 이야기를 귀한 가치로 볼 줄 아는 시선이 필요할 뿐이었다.




누구나 본능적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어디서도 분명하게 들어본 적 없는 마음들을 일기로 훔쳐보는 독서는 묘한 쾌감이 있다. 동시에 타인의 일기가 나를 비추며 지난 삶을 돌아보도록 성찰을 유도한다. 화자에 깊이 공감하게 하는 일기의 특징 덕분에 주인공과 나를 비교하며, 새로운 세상에 나를 데려다 놓고 사유를 확장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일기의 그 강력한 힘이 소설 속 인물이 처한 상황에 빠지게 하면서도 이따금씩 현실의 나로 돌아와 나의 일기를 쓰고 싶게 만들었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일기장의 존재가 느껴진다. 하루 동안 일어나는 모든 일에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믿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항상 나의 삶을 하찮게 생각했다. 결혼과 출산 빼고는 특별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 일기를 쓰기 시작한 후로, 사소한 말투나 단어 선택이 지금까지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만큼, 아니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매일 같이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야말로 가장 은밀한 삶의 의미를 이해하는 길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왠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두렵다."
- 51, 52면



글과 삶이 하나로 상호작용하며, 시너지를 일으키고 메타인지를 높여, 사고가 확장되는 발레리아가 나는 참 부러웠다. 그녀에게는 그 힘이 안정된 삶을 흔드는 위험요소였을지 모르지만, 무섭게 변하는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는 무척이나 절실한 능력이기 때문이다.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글쓰기의 동기 부여를 부어주는 책이었다.




"일기장에 쓴 글을 보면 나는 겁이 난다. 적나라하게 표현된 나의 모든 감정이 썩어 문드러져 독이 될 것만 같다. 판사가 되고 싶었는데 죄인이 된 것 같다.
...... 나는 아무도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수치심 때문이든 악의적인 감정 때문이든 우리는 본모습을 숨기고 변장한다.

결국 모든 여성은 자신만의 까만 공책, 금지된 일기장을 숨기고 있으니까."
- 428, 429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고, 마주하고, 인정해야 진짜 자신으로 살 수 있다. 1950년, 시대가 금지한 일기장을 충동적으로 산 발레리아처럼 2025년, 온갖 미디어와 SNS가 금지시킨 것만 같은 일기를 우리도 다시 쓸 수 있다. 《금지된 일기장》 리뷰를 읽은 당신만은 기꺼운 마음으로 자신만의 취향이 깃든 멋진 일기장을 두둑이 준비할 수 있기를. 그렇게 가보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흔들리듯 달려가며 넓어지기를.

추천합니다.




*** 출판사 한길사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금지된일기장 #알바데세스페데스 #한길사 #에니아르노추천 #일기가소설 #여자라면 #딸이라면 #엄마라면 #강추 #페이지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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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 어려운 시기에 유쾌하게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악셀 하케 지음, 양혜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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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언제나 제가 가볍게 떠다니며 일상을 유쾌하고 차분하게 편하게 보내는 사람이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13명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는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악셀 하케의 인문교양서다. 악셀 하케는 요제프로트 상(저서와 칼럼을 통해 최고의 언론인에게 수여), 에곤 에르빈 키슈 상(최고의 보도 기사에 수여), 테오도르 볼프 상(독일의 퓰리처상) 등을 받은 실력자다.


어려운 시기에 유쾌함을 갖는 것과 삶의 진지함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저자의 목소리는 철학자 같았다. 온갖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명언을 속사포처럼 쏟아놓으며 "유쾌함"을 주제로 종횡무진한다.


자유롭고 유쾌하다.
저자가 탐구하는 주제 "유쾌함"처럼 가볍고 쾌활하되, 삶의 진지함을 강조하는 서술 방식은 참으로 자유롭다. 치밀하게 구성된 체계에서 틀에 맞춰 서술하는 근엄한 학자의 얘기가 아니다. 좋은 친구와 카페에서 농담을 섞어가며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집중하기도 하고, 흘려듣기도 했다. 그렇게 느슨하게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넓은 들판을 산책하는 느긋함과 자유로움이 책과 꼭 닮았다.


독서하며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인데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를 읽으면서는 쓰기보다 아껴서 긋는 줄을 남발하며 그었다. 나름 미학적으로 형광펜을 골라가며 긋는데, 연필 하나만 썼다. 이 책이 주는 여유로운 바이브에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편해졌던 것 같다. 덕분에 지저분한 책이 되었지만 왠지 그 모습이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와 어울리는 것 같다.


삶을 긍정적이고 풍요롭게 만드는 핵심요소를 저자는 유쾌함이라 말한다. 유쾌함은 삶과 거리를 두는 원칙이며 지적 행위다.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태도이며, 마음의 여유다.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다리이며 창의성이고 문제해결력이자 행복이다. 삶의 중요한 가치와 태도이기에 노력해야 한다.


그의 주장에 공감하며 많은 줄을 그었던 건 그저 유쾌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지함 없이는 왜 유쾌함을 가질 수 없는지 설명하며, 삶을 입체적으로 아우르는 관점에 설득됐다.

"유쾌함은 특히 삶의 진지함과 결합할 때, 진지함을 다루고 그것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보여줄 때 깊은 위안을 전합니다."
- 150면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가 보는 유쾌함은 삶의 부조리나 역설, 고통과 상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유쾌함의 바탕에는 진지함이 있다. 유쾌함은 그저 웃고 즐기는 가벼운 감정이 아니다. 삶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유쾌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


진지함은 삶의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고통과 상실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진지함 속에서 우리는 삶의 부조리함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웃음을 찾는 유쾌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진지함이 없는 유쾌함은 공허하다. 피상적이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웃기기만 하는 것은 순간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악셀 하케는 유쾌함을 '지혜로운 웃음'이라 말하며 삶의 진리를 깨달은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이라 말한다. 삶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그 속에서 유쾌함을 찾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유쾌한 사람이 될 수 있다.


" 여기에 삶 전체가 있습니다. 고통과 타락, 공포와 쾌락, 재미와 두려움이 존재하죠. 이 모든 것이 유쾌함이라는 형태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원한다면 누릴 수 있어요.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 187면


유쾌함과 진지함이라는 관점으로 본 삶은 정말 풍성하고 흥미롭다. 망해가는 세상에서 미소 지을 수 있고 언제나 행복할 여지가 있다. 코미디의 잔인함을 볼 줄 알고 스스로 웃음거리가 된다. 고통을 피하고 불쾌한 현실을 우회할 줄 알고, 다른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유쾌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자의식과잉과도 작별할 수 있다. 위로와 죽음, 독재자와 시대상까지 유쾌함에서 사방으로 확장되는 다양한 사유를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에서 즐겨보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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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로 살기로 했다 - 책임과 자율이 함께 자라는 아이로 키우는 법
마르티나 슈토츠.카티 베버 지음, 김지유 옮김 / 다산에듀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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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로 살기로 했다》는 초등학생까지의 자녀를 대상으로, 비폭력 대화의 원리를 적용해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다루고 아이와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비폭력 대화는 감정과 욕구를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과 상대방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고 공감한 뒤, 판단이나 평가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관찰한 상황에 대한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감정과 연결된 욕구를 파악해 부탁함으로써 서로의 욕구를 충족하는 해결책을 찾는다.


비폭력 대화의 원리 위에 세운 개념이 "러빙 리더십"이다. 사랑이 담긴 훈육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지도하되 아이가 넘지 말아야 할 선과 행동을 알려주는 단호한 훈육을 동시에 강조한다. 보상과 처벌이라는 과거의 잘못된 양육 방식을 비판하며 '욕구 지향'적으로 양육하는 올바른 훈육법의 기준이 러빙 리더십이다.


러빙 리더십은 6가지 전략을 포함한다.
1. 마음의 확신 가지기
2. 방패 세우기
3. 힘을 써서 보호하기
4. 힘을 써서 대신 해주기
5. 수평적 위계 질서 세우기
6. 자율성 키우기


《나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로 살기로 했다》는 우선 과거의 가장 흔한 훈육 방식인"보상과 처벌"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보상과 처벌은 철저히 아이의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아이의 감정이나 욕구는 완전히 무시된다. 그 때문에 이 방식은 아이들의 정서적, 인지적 발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38면


외부적 요인으로 규칙을 어기지 않으려 로봇처럼 정해진 대로 작동하는 아이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아이를 향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수단이다. 아이는 이런 방식으로는 옳고 그름을 효과적으로 배울 수 없다.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스스로 행동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아이의 행동을 평가하기 않을 때 아이는 다른 사람의 인정 없이도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행동의 결과보다는 그 과정과 방식, 이유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로 살기로 했다》는 비폭력 의사소통을 제시하며, 모든 행동이 결국 각자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이라는 개념을 알려준다. 우리도, 아이도 그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부모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말을 안 듣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행동으로 부모에게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이 자주 일어나지만, 아이는 부모인 우리의 감정이나 욕구를 채워줄 의무가 없다. 성인인 우리에게 그 책임이 있다. 감정에 대한 책임은 우리 자신에게 있다. 어떤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아이의 행동으로 유발되긴 했지만 원인은 아니다. 나의 욕구가 채워지지 못한 것이 이유다.


아이를 나무라고 교정할 것이 아니라, 부모인 우리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살피는 편이 더 낫다. 보통 분노나 불편한 감정 뒤에는 공감, 감사, 수용, 사랑에 대해 충족되지 못한 욕구가 숨어있다. 감정과 연결된 욕구를 알아차리면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로 살기로 했다》는 이렇게 부모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살피고 자신을 다정하게, 공감과 사랑으로 대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 점이 특히 좋았다. 아이와 더불어 온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중심을 잡고 자신만의 평온한 기쁨을 누릴 줄 알아야 한다. 부모에게도 러빙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자신이 일상에서 언제 안정감을 느끼는지 생각하고 (편한 친구를 만나거나 반신욕, 저녁 30분 정도 따뜻한 담요를 덮고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는 등) 직접 시도하며 자기만의 욕구 충족 전략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특히, 얼마 전 면접을 보며 평가받고, 지레짐작당하고, 비난받는 상황을 겪었던 터라 그런 때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준 대목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부정적인 평가나 비난을 받으면 스스로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나 강한 수치심과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나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로 살기로 했다》는 인간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존재라고 말한다. 공격으로 받아들여 상처받는 대신, 상대가 자신의 감정이나 필요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며 선을 그으라고 권한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한 것뿐이다. 나는 나의 일을 하면 된다. 최선을 다해 나 자신을 보살피려고 노력하며 자기비하에서 벗어나야 한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얼마나 소중한지 의식적으로 생각하라는 말이 큰 위안이 되었다.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걸까?
나는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없는데...
《나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로 살기로 했다》는 자신의 교육관에 자신감을 가지고 단호한 확신을 가지라고 말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두렵고 당황하며 흔들릴 수 있다. 당연하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힘을 준다.


우리는 언제고 다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행동의 이유를 알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감과 확신을 보여줄 때 아이들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흔들리지 않는 부모가 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 성찰을 통해 충분히 가능하다. 부모는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않는다면 충분히 좋은 부모이지 않을까.


"내가 나를 사랑하고, 우리 아이에 대한 사랑과 공감을 바탕으로 행동할 때 나의 모든 행위가 더욱 자신감 있고 분명해질 수 있다."
- 75면


《나는 흔들리지 않는 부모로 살기로 했다》는 육아서이지만 지금 내게는 심리서로 읽혀, 마음을 치유하는 데 좋은 약으로 작용했다. 감정을 조절하고 욕구를 중심으로 멘탈을 다스리는 데 효과가 있었다. "날개를 달아주는 말"이나 "나를 돌아보는 연습"을 별도로 제시해 부모 스스로가 마음 챙김을 할 수 있도록 한 팁도 무척 유용했다. 책임과 자율이 균형 잡힌 육아법을 배우며 인생의 길잡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는 책이자 비폭력 대화를 삶에 적용하는 첫 책으로도 훌륭하다.


#도서지원 #나는흔들리지않는부모로살기로했다 #좋은부모 #다산에듀 #다산부스 #비폭력대화 #러빙리더십 #훈육 #육아서적 #육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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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도끼다 - 얼어붙은 감수성을 깨는 지성의 문장들
김지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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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는 도끼다》를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필사책이라고만 소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필사할 문장들이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진행한 인터뷰 시리즈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는 국내외 석학들의 지혜가 모인 인문학 플랫폼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처럼 인생이라는 광대한 시간 속에서 살아온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옳고 그름의 선명함보다 틈새의 아름다움과 존재 안의 광야를 들여다보고자 안간힘을 쓰는' 김지수 기자의 예리한 통찰력과 삶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빛났다. 경청과 공감으로 다져진 따뜻한 품성과 다방면의 지식을 바탕으로 질문하는 프로의 전문성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버릴 단어 하나 없이 적확하면서도 아름답게 표현된 문장에 정말 감탄했다. 세계의 수많은 지성을 직접 만난 경험 위에 '더 나은 언어로 세상을 잇는 마인즈 커넥터'라는 목표가 더해져 탁월한 문장가에 이르렀음을 알았다. 《필사는 도끼다》는 100명의 지성과 인터뷰한 기사 중에서 135개의 문장을 주제별(어른의 말, 지성의 말, 각성의 말, 안식의 말, 행복의 말)로 선별했으니, 10년의 에센스라 자부할 만하다.


"어른들, 인문학자들, 장인들에게서 울림이 컸던 130여 개의 특정 발화 지점을 포착한 것입니다. 다른 층위의 경험, 고민 끝에 도달한 현자들의 말이기에, 내 인생 어느 순간에 적용해도 어긋나지 않을 거라 자부합니다."
- 9면


《필사는 도끼다》를 읽으며 알았다. 내가 왜 인터뷰 기사를 좋아하는지 말이다. "도끼"가 힌트였다.

"필사란 무엇일까요? 도끼질입니다. 장작을 쪼개듯 암벽을 찍어 오르듯, 오늘 내가 여기 살아 있음을 새기는 존재의 도끼질이지요. 흘러가는 언어를 붙잡아 내 인생의 적재적소에 꽂아 넣는 구체적 행위, 그게 바로 필사입니다."
- 6면


한 사람이라는 존재를 도끼질하듯 훔쳐보며 나의 살아 있음을 새기는 기쁨이 있었던 것이다. 인터뷰로 갈무리된 인생의 정수를 글을 통해 마시며, 그 인생을 훔치는 기분이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각자의 세상에서, 다른 태도와 생각으로, 전혀 다른 우주의 삶들을 경험하는 게 좋았다. 비문학처럼 명확하게 질문하고 답하는 흐름이 편하면서도, 활자로 표현된 인생이 문학처럼 아름다워서 좋았다.


QR코드로 해당 인터뷰를 손쉽게 읽을 수 있으니 한 권의 어엿한 인터뷰집이며, 100권의 사람책이다. 한 사람의 시간을 대표할 수 있는 골수를 골라 손글씨로 음미할 수 있다. 게다가 《필사는 도끼다》는 챕터마다 김지수 작가님의 에세이로 시작해 주제를 관통하는 질문으로 마무리한 가이드 형식이다. 필사로 피어난 생각들이 질문을 기점으로 더 깊은 사유로 확장되는 흐름도 강점이다. 필사를 좋아하고, 올해의 키워드 중 하나를 '질문'으로 삼은 내게 최고의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필사는 도끼다》의 모든 페이지가 정말이지 놓칠 수 없는 메시지들이라 가슴이 벅찰 정도였다. 100명의 현인들이 김지수라는 훌륭한 필터를 통해 여기 이 책에 모였다. 이 시대의 어른들을 만나며 많은 인생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그 인생들이 비추는 나의 인생은 어떤 모양과 빛깔인지 궁금해서, 눈과 손과 마음이 다 같이 즐겁게 헤매던 독서이자 필사였다.


두 손에 흰 면장갑을 껴야만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고급스러운 물성을 자랑하는 책이다. 나뭇결과 도끼 자국으로 책의 메시지를 양장 표지에 그대로 표현한 센스가 감각적이다. 도끼 틈새로 비치는 문자에 지성인들의 높은 사유가 새어 나오는 듯하다. 사철 제본으로 온전히 펼쳐져 편하게 필사할 수 있게 한 만듦새와 잉크가 비치지 않는 도톰한 종이까지 필사책으로도 더없이 훌륭했다.


인상 깊은 인터뷰들이 많아 고르기 어려웠지만 지금 내게 다가온 몇 구절들을 꼽아봤다.

<성실은 내 인생에 대한 예의, 밀라논나>
"일단 눈뜨면 저를 토닥거려요.
"잘 잤니? 명숙아, 넌 잘 하고 있어. 여지껏 잘 해왔잖아."
기도하고 산책하면서 루틴을 다져요.
루틴은 나를 함부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 같은 거예요.
루틴이 튼튼하면 일상이 무너지지 않아요."


<순간의 영원, 진은숙 (음악계 노벨상 지멘스상 수상자>
지금은 알아요. 그냥 그날그날 사는 거구나,
물 흐르듯이 흘러가면서 어떤 구조를 갖춰가는 거구나.
젊을 때는 그런 인생이 한없이 갈 것 같은데,
나이 드니까 또 알겠어요.
지금 좋은 순간이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걸.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살아요.


<후회해도 괜찮아, 다니엘 핑크>
이미 한 행동에 대한 후회는 선택지가 있어요.
하지만 무행동에 대한 후회는 다른 선택지가 없어요.
나이 들수록 우리가 괴로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고요.


<걱정하고 웃고 걱정하고 웃고, 요시타케 신스케>
저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지도 않았고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심심한 나를 웃겼더니,
우연히 독자가 생기고 작가가 되었어요.
확실히 운이죠.
그런데 운은 우리가 어쩔 도리가 없어요.
그러니 재미있는 일을 하는 게 다죠.


<최선의 고통, 폴 블룸>
당신이 어떤 일을 하든
충분한 고난이 당신과 사랑하는 이를 덮칠 것입니다.
그러니 굳이 더 많은 고난을 찾아 나설 이유는 없어요.
안타깝지만 인간은 행복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팩트는 ... 고통을 통해 더 개선되게 하는 것이
진화의 본질이라는 거죠.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가장 신선했던 인생은 백현진 님이었다. 음악, 미술, 연기를 넘나드는 예술인. 영화에서 보고 낯이 익은 이 배우가 천재였다니.

<완성은 없다, 손을 뗄 뿐>
저는 완성도를 믿지 않아요.
수정과 개선과 발전을 믿지 않습니다.
제가 보는 인류 문명도 발전이 아니라 변화와 변경 정도예요.
작업할 때도 마감이나 목표가 없어요.
즐겁고 정실하게 자기 일을 보다가
정해진 시간에 손 떼면 끝이 나는 거죠.
즐겁게 변경시켜 나가면, 몸과 마음에 무리가 덜해요.
그런 상태가 반복되면 무리가 점점 덜해지겠죠.
전 그런 상태를 희망해요.


특히 와닿은 문장들을 살펴보니 지금의 내가 여유와 재미를 중심에 두고 고통의 가치를 되새기는 데 치중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삶의 단계마다 달라질 가치 기준이 그때의 나와 어떻게 얽혀 영향을 주고받을지 《필사는 도끼다》를 늘 곁에 두면 알아차리고 싶다. 현명한 어른들을 도끼질하며 그 자국을 들여다보며 나 자신을 다시 도끼질하는 필사와 돌아봄의 시간. 《필사는 도끼다》로 오래오래 누리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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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 - 괴테 수채화 시집 수채화 시집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한스-위르겐 가우데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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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는 괴테의 작품 중 "자연을 관찰한 시"를 골라 한스-위르겐가우데크의 수채화와 묶어 만든 시집이다. 독일 문학의 거장이자 자유주의 문학의 선구자인 괴테의 시는 수채화의 물빛과 하나처럼 어울린다.


시집을 펼치니 아름다움이 흘러 넘쳤다. 각 페이지마다 시의 언어와 그림의 색채가 이별하듯 나뉘어 있지만, 양쪽으로 시선을 오가며 다른 매력의 예술을 동시에 누릴 수 있어서, 결국은 하나의 새로운 예술로 감상할 수 있어서 호강스러웠다.


《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에서 만난 괴테의 시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노래하고 있다. 괴테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교감하는 순간을 시로 남겼다. 괴테의 시를 읽는 동안 겨울 내내 잊고 있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되살아났다.


느낌표를 남발하며 괴테가 감탄하는
자연이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지 공감하고 싶어, 반짝이는 생명들을 기억에서 꺼내보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사계절. 매해 돌아오는 계절은 변화무쌍하게도 한결같이 늘 우리 곁에 있었다. 벌거벗은 계절, 이 황량한 겨울마저 참으로 소중하다.

<5월의 노래>
이 얼마나 찬란히 빛나는가요!
내게 자연은!
태양은 반짝이고
들판은 웃음 집니다.

나뭇가지마다
꽃을 피어나고
떨기에서 터져 나오는
수천 개의 목소리,

그리고 모든 이의 가슴에서
솟구치는 기쁨과 희열.
오 대지여! 오 태양이여!
오 행복이여! 오 환희여!


<밤>
(중략)
심장을 더듬고
영혼을 녹이는 전율이
서늘한 곳에서 덤불을 지나며 속삭입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달콤한 밤인가요?
기쁨이여! 환희여! 붙들 수가 없군요!
하늘이여, 허나 나는 그대에게
그런 밤을 수천 허락할 터이니
나의 소녀가 내게 단 하룻밤만 주었으면.


자연 속에서 괴테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살피고 살폈다. 그래서 괴테의 시에는 다양한 감정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기쁨, 슬픔, 사랑, 고뇌 등 다채로운 감정은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본질 중에 본질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좋다, 나쁘다 갈라버린 감정을 괴테는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그저 그대로 우리에게 다 필요한 감정들인데 제거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잘못 해석해버린 습관적인 행태가 새삼 너무나 어리석다싶다. 나쁜 감정이 들어도 그냥 그렇게 그대로 느껴버리면 어떨까. 감정은 곧 사라져버리니까 말이다.


어린아이가 쓴 동시처럼 순수한 동심이 느껴지는 순간도 좋았다.
<들장미>
소년이 말했죠. 너를 꺾을 거야.
들에 핀 장미야!
장미가 말했죠. 너를 찌를 거야.
영원히 나를 잊지 않도록.
난 꺾이기 싫어.
장미, 장미, 빨간 장미,
들에 핀 장미.

<요정의 노래>
자정에, 사람들이 잠이 들어야 겨우,
달님은 우리를 비추고
별님은 빛을 뿌리지요.
그제야 우리는 거닐고 노래하며
신나게 춤을 춥니다.


《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 괴테의 시는 삶의 지혜와 성찰도 전한다. 괴테만의 가치관이 내게도 물드는 것 같아 기분 좋은 독서였다. 자신을 성찰하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괴테의 목소리는 깊고 넓다.

<물 위를 떠도는 영혼들의 노래>
사람의 영혼은
물과 같습니다.
하늘에서 내려와
하늘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와
흙이 되어야 합니다.
영원히 돌고 돌면서.

(중략)

사람의 영혼이여,
그대는 물을 닮았습니다.
인간의 운명이여,
그대는 바람을 닮았습니다.


<서동시집>에서
자신을 알고 남을 아는 사람은
여기서도 깨달을 겁니다.
동양과 서양이 이제 더는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곰곰이 생각하며 두 세상 사이에서
마음 흔들려도 괜찮습니다.
그러니 동양과 서양 사이를
오고 가세요. 최선을 다해!


<지금>
(중략)
그대가 춤을 추며 몸을 흔들면
온갖 별들이 몸을 흔듭니다.
그대와 함께, 그대를 에워싸고서.

(중략)

그대는 매력적이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러기에 꽃과 달과 별,
태양은 그대만을 섬깁니다.


《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 덕분에 미리 봄을 맞았다. 수채화의 화려한 색채가 주는 생명력이 꽃이 만발한 봄을 데려다주었다. 이 싸늘한 겨울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지만 말고, 《계절은 다시 찾아옵니다》처럼 따뜻하고 자연 향기 물씬 나는 시집으로 이른 봄을 찾아오는 건 어떨까요.



*** 출판사 모스그린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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