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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 어려운 시기에 유쾌하게 산다는 것에 대하여
악셀 하케 지음, 양혜영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2월
평점 :
"유쾌함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언제나 제가 가볍게 떠다니며 일상을 유쾌하고 차분하게 편하게 보내는 사람이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13명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는 독일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칼럼니스트 악셀 하케의 인문교양서다. 악셀 하케는 요제프로트 상(저서와 칼럼을 통해 최고의 언론인에게 수여), 에곤 에르빈 키슈 상(최고의 보도 기사에 수여), 테오도르 볼프 상(독일의 퓰리처상) 등을 받은 실력자다.
어려운 시기에 유쾌함을 갖는 것과 삶의 진지함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저자의 목소리는 철학자 같았다. 온갖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명언을 속사포처럼 쏟아놓으며 "유쾌함"을 주제로 종횡무진한다.
자유롭고 유쾌하다.
저자가 탐구하는 주제 "유쾌함"처럼 가볍고 쾌활하되, 삶의 진지함을 강조하는 서술 방식은 참으로 자유롭다. 치밀하게 구성된 체계에서 틀에 맞춰 서술하는 근엄한 학자의 얘기가 아니다. 좋은 친구와 카페에서 농담을 섞어가며 인생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집중하기도 하고, 흘려듣기도 했다. 그렇게 느슨하게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넓은 들판을 산책하는 느긋함과 자유로움이 책과 꼭 닮았다.
독서하며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인데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를 읽으면서는 쓰기보다 아껴서 긋는 줄을 남발하며 그었다. 나름 미학적으로 형광펜을 골라가며 긋는데, 연필 하나만 썼다. 이 책이 주는 여유로운 바이브에 나도 모르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편해졌던 것 같다. 덕분에 지저분한 책이 되었지만 왠지 그 모습이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와 어울리는 것 같다.
삶을 긍정적이고 풍요롭게 만드는 핵심요소를 저자는 유쾌함이라 말한다. 유쾌함은 삶과 거리를 두는 원칙이며 지적 행위다. 삶을 긍정적으로 보는 태도이며, 마음의 여유다. 타인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다리이며 창의성이고 문제해결력이자 행복이다. 삶의 중요한 가치와 태도이기에 노력해야 한다.
그의 주장에 공감하며 많은 줄을 그었던 건 그저 유쾌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지함 없이는 왜 유쾌함을 가질 수 없는지 설명하며, 삶을 입체적으로 아우르는 관점에 설득됐다.
"유쾌함은 특히 삶의 진지함과 결합할 때, 진지함을 다루고 그것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보여줄 때 깊은 위안을 전합니다."
- 150면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가 보는 유쾌함은 삶의 부조리나 역설, 고통과 상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유쾌함의 바탕에는 진지함이 있다. 유쾌함은 그저 웃고 즐기는 가벼운 감정이 아니다. 삶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능력이다. 유쾌하기 위해서는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하다.
진지함은 삶의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고통과 상실의 의미를 되새기고, 삶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는 진지함 속에서 우리는 삶의 부조리함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웃음을 찾는 유쾌함을 얻게 되는 것이다.
진지함이 없는 유쾌함은 공허하다. 피상적이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 없이 웃기기만 하는 것은 순간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악셀 하케는 유쾌함을 '지혜로운 웃음'이라 말하며 삶의 진리를 깨달은 자만이 지을 수 있는 웃음이라 말한다. 삶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그 속에서 유쾌함을 찾을 때 우리는 진정으로 유쾌한 사람이 될 수 있다.
" 여기에 삶 전체가 있습니다. 고통과 타락, 공포와 쾌락, 재미와 두려움이 존재하죠. 이 모든 것이 유쾌함이라는 형태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원한다면 누릴 수 있어요.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 187면
유쾌함과 진지함이라는 관점으로 본 삶은 정말 풍성하고 흥미롭다. 망해가는 세상에서 미소 지을 수 있고 언제나 행복할 여지가 있다. 코미디의 잔인함을 볼 줄 알고 스스로 웃음거리가 된다. 고통을 피하고 불쾌한 현실을 우회할 줄 알고, 다른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유쾌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 자의식과잉과도 작별할 수 있다. 위로와 죽음, 독재자와 시대상까지 유쾌함에서 사방으로 확장되는 다양한 사유를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에서 즐겨보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