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개입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그레고리 월튼 지음, 고현석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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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개입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는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바뀌는 미묘한 순간을 포착하고, 그 순간에 맞춘 짧고 정밀한 개입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계속 같은 질문에 붙잡혔다.
“인생의 방향은 어떻게 정해지나?”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선택이 인생의 궤도를 어떻게 바꾸는지, 600쪽에 달하는 벽돌책에서 그 메커니즘이 촘촘히 드러난다.


사람을 바꾸는 건 거대한 결심이나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단 하나의 질문과 단 한 번의 편지, 단 21분의 대화가 삶의 방향을 완전히 바꾼 사례처럼 말이다. 그레고리 월튼은 바로 그 '타이밍'에 ‘현명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의지가 약해지는 갈림길에 서 있을 때, 맥락을 읽어 삶의 방향을 틀어주는 일. 이 책은 그 짧은 개입이 어떻게 지속적인 변화를 만드는지, 심리학 실험과 실제 사례로 보여준다.


저자가 말하는 개입의 본질은 정보 전달이 아니었다. 핵심은 해석이다. 사람은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선택과 행동을 달리한다. 고정관념에 갇히거나 갈등 상황에 매몰되지 않고, 영화를 보듯 큰 그림으로 상황을 인식하며 근원적인 질문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던질 수 있는 힘 말이다. 실패를 능력 부족으로 해석하면 의욕이 꺾이지만, 성장의 일부로 보면 다시 시도한다. 개입이 필요한 순간은 바로 이 해석이 만들어지는 찰나다.


예를 들어, 새 학교에 들어간 학생이 “여긴 나랑 안 맞아”라고 결론 내리기 전, 같은 어려움을 겪었던 선배들의 적응 이야기를 들려주며 '너만 그런 게 아니야. 당연한 과정이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시험을 망친 학생에게 “너는 원래 수학에 약하다”가 아니라 “아직 배우는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다”라는 해석을 심어준다. 개입은 길 필요가 없었다. 짧고 구체적이어도, 머릿속에서 작동하는 해석의 틀을 충분히 바꿀 수 있었다.


얼마나 오래 관찰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지식을 습득해야 정확하게 맥락과 타이밍을 읽고 정교하게 계획을 설계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머리로 익힌 기술보다 마음에 스민 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 진심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사랑이 있다면, 방법과 시기는 경청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을까. 교육학을 배우지 않아도 자녀를 잘 키운 이전 세대 부모들처럼 말이다. 그 사랑은 우리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지 않던가!


"현명한 개입은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다."
-97면


현명한 개입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말에서도 희망을 얻었다. 상대를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수동적인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공동 설계자라면 현명한 개입은 부담스러운 과제가 아닌 게 된다. 함께 이뤄가는 개입은 간섭이 아니라 도움이 되고, 변화는 그 사람의 것이니 주체적인 역할은 상대여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믿는 만큼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의 가능성과 관점을 바꾸는 건 결국 그 사람 자신뿐이다. 공감과 대화, 질문과 피드백과 같은 작은 개입으로 우리가 가닿아야 할 곳은 한 사람의 깊은 마음속이다. 강제적이고 일방적인 리드가 아니라 한발 물러선 자리에서 결정적으로 투입하는 개입, 혼자가 아니라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개입이라면 나도 해낼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통찰은 변화는 거대한 계획에서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부정적인 하강 소용돌이에서 벗어나 상승 소용돌이로 바꿔 쓰게 하는 현명한 개입은 사랑에서 시작된 짧고 정밀한 순간에서 출발한다.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우로 돌아오는 인생의 서사는 사랑 없이는 불가능하다.


Ordinary Magic.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마법은 비현실적인 초능력이 아니라 우리가 놓치기 쉬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심리적인 힘이다. 인생은 이렇게 신비한 가능성의 연속이라는 것을 믿게 됐다.


그 믿음을 찾는 방법에 정답은 없다. 저마다의 해답을 각자의 자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책이 알려주는 건 분명하다. 변화를 만드는 힘은 우리 모두의 일상 속에 이미 있고, 그 힘은 작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도서지원 #현명한개입은어떻게삶을바꾸는가 #그레고리월튼 #더퀘스트 #변화설계의심리학 #삶을바꾸는책 #성장 #변화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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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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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한 문장씩
따라 쓰다 보면
우리는 조금 더 착해진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은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오은 시인의 필사 에세이다.


24편의 에세이와 저자의 손글씨.
독자에게 내어준 필사 공간.
밤으로 스며든 일러스트까지.
해가 져야만 펼쳐질 듯한 마법 같은 책이다.


오은 시인의 글은 처음이다.
시라곤 거의 읽지 않는 나도
들어볼 정도로 유명한 시인이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알듯 말듯 한 시의 언어와
세심하고 감성적인 시의 세계는
여전히 멀고 멀기에...



하지만 시인의 에세이가 좋았다.
한 잎 두 잎 꽃잎처럼
시인의 언어로 곱게 물든 글은
그것이 에세이든 시든
특유의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자꾸 두드리다 보면 문이 열릴 것이다.
문이 열리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반응할 것이다.
문고리라도 떨어져 나올 것이다.
손을 쥐었다 펼 때마다 땀이 묻어났는데,
그는 그게 꼭 눈물 같았다."


별다를 것 없는 단어로도
시의 리듬에 실려 노래가 되는 문장들.
밤에 태어나 밤을 싣고 온 글을 읽노라니
밤을 지새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낮의 나는 돌아눕고
시선도, 소리도, 해야 할 일도 잠이 든다.
오로지 나라는 존재만이 눈을 뜨는 시간.
빛에 가려졌던 착함이 드러나는 시간.



우리는 밤에야 비로소
진짜 얼굴을 꺼내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낮의 나를 밀어주기 위해.
밤의 착함을 낮에도 끌어오기 위해.
밤마다 찾아오는 나의 감각을 쓰다듬는다.


"그런 날이면 무언가를 쓰고 싶다.
아니,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흐르던 것이 다시 흐를 수 있게
벽을 걷어내야 한다.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고맙다고 해야 한다.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쓰다 보면 나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나를 만나고 눈을 마주치고
못다 한 말을 터트리며
어김없이 겸허해지는 착해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착해진다는 건
내 안의 말을 놓아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낮에는 삼켰던 말들을
사각사각 밤에 쓰는 필사로
훨훨 풀어주는 건 어떨까.


식은 공기가 내려온 여름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을
한 문장씩 따라 쓰며
나를 조금 더 안아준다.



고요한 밤이 되면 나를 찾고 싶어지는 사람,
종일 괜찮은 척하느라 지친 사람,
글은 쓰고 싶은데 마음이 열리지 않은 사람,
자신에게 다정해지고 싶은 사람,
필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을
추천합니다.


#도서지원 #밤에만착해지는사람들 #오은 #필사 #필사노트 #필사에세이 #위즈덤하우스 #필사하기좋은책 #밤에피는필사 #시인의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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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경이롭고 유쾌한 파동의 과학 관찰자 시리즈
개빈 프레터피니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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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로 알려진 개빈 프테러피니의 파도 관찰기다. 영국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저자를 따라 간 여정은 쉽지 않았다. "파동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가 원제목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세상의 온갖 파동을 탐구한다. 그야말로 세상은 파동 더하기 파동, 파동 곱하기 파동이었다. 해변의 파도는 물론, 몸속의 심장 박동과 뇌파, 소리의 음향파, 정보화 시대를 떠받치는 전자기파, 세상에 색을 입히는 광파, 땅의 지진파, 그리고 군중 속 경기장의 파도타기와 도로 위의 교통 체증까지. 세상에 파동이 아닌 것은 떠오르지 않을 지경이다.


덕분에 이 책은 방대한 영역을 넘나든다. 물리학, 기상학, 지구과학과 지질학, 생물학과 의학, 기술공학, 심리학과 인지과학까지 물리적 파동을 설명하고 이것을 감지하고 해석하는 인간의 감각까지 다룬다. 세상과 인간을 신나게 활보하는 종합과학 인문서다.


머리가 지끈거릴 어려운 책 같다는 예감은 접어두라.
"경이롭고 유쾌한 파동의 과학"
무려 부제로 선택받은 문구다. 과학 덕후가 동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물고 앉아, 수다로 풀어준 것 같은 책이다. 파동을 향한 저자의 흥이 책에서 파도처럼 내내 물결친다.


물론 배경지식이 없는 나 같은 사람은 어려울 수 있다. 그런 부분은 그냥 넘어가자. 우리는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즐거운 독서를 하는 중이니. ^^


파동의 사전적 풀이는 "물결의 움직임"이다. 물질의 움직임이 아니다. 물결로 표출된 파동이라는 흔들림으로 에너지가 전달된 것이다. 파도로 바닷물이라는 물질이 이동한 게 아니다. 파도가 지나간 뒤 바닷물은 여전히 그 자리다. "해초는 둥실거리다 대략 같은 위치에 머무를 뿐, 물결에 쓸려가지 않았다." (14면) 에너지가 지나가며 퍼져 나가는 것이 파동이다.


파동에 관한 지식들은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이 보였기 때문이다.


"더 넓은 의미의 파동관찰자란
종류가 전혀 다른 파동, 즉
해변의 파도처럼 눈에 잘 보이는 파동과
소리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동 사이에서
연결고리와 유사성을 찾는 사람이다.
세상의 파동스러운 성질은 워낙 미묘한지라
많은 사람이 전혀 모른 채로 살아가지만,
워낙 근본적이기에 일단 알아차리고 나면
어디에서나 보이기 시작한다."
- 119면


보이지 않지만 우리 주위를 빈틈없이 채우고 있는 수많은 에너지들은 각자의 리듬을 가진 파동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이 세상을 그렇게 인식하게 되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진동체처럼 흔들리는 인간, 매질로 연결된 세상, 그리고 그 사이를 따라 퍼지는 에너지, 사랑. 마치 현악기의 줄에서 시작된 떨림이 공기를 타고 음악이 되어 퍼지듯, 우리는 그렇게 흔들리고, 연결되고, 사랑으로 전해진다. 세상은 본질적으로 사랑을 전달하도록 설계된 거대한 파동 구조 같았다. 이것이 파동의 렌즈를 비춰 내가 해석해 본 세상이다.


"꽃을 아는 원숭이가,
슬픔과 기쁨을 꽃으로 노래할 줄 아는 원숭이가
인간이 된 것이지요.
황홀한 눈으로 꽃을 바라보았을 때
그 향기로 숨을 쉬었을 때
비로소 그 짐승의 가슴에는
인간의 피가 흘렀던 것입니다."
- 이어령


고 이어령 선생은 인간을, 사물 너머의 상징을 감지하고 표현하는 존재로 보았다. 꽃을 사물로만 보지 않고, 그리움과 향기로 느끼는 감각. 그 감각을 표출하는 순간, 원숭이는 짐승이 아닌 인간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파동을 그저 과학 지식이 아닌 세상의 언어이자 리듬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파동을 안다는 것은 세상과 인생이 끊임없이 흔들리고 진동하고 있음을 느끼는 능력이며 그렇게 포착한 나만의 감각을 언어로 붙잡는 과정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이 아름다운 진화가 시작된 것 같다.


온 세상이 흔들리며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그것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앞으로 나는 이 끊임없는 파동에 더 자주 응답하며 살고 싶다. 나 역시 하나의 파동으로 기쁘게 흔들리며, 그렇게 더 나 다운 인간으로 노래하며 춤추고 싶다.


#도서지원 #파도관찰자를위한가이드 #개빈프레터피니 #김영사 #파도 #파동 #과학책추천 #파동학 #파동의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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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점 정리의 기술 - 책부터 기획서, 보고서, 회의, 발표까지
박경수 지음 / 유노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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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노북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


서평을 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뭘까.
나는 요약이었다. 책 한 권의 전체 흐름과 내용을 파악한 뒤, 핵심을 뽑아 내 언어로 다시 정리하는 일. 단 몇 문장으로 이뤄진 한 단락을 쓰기 위해 반나절을 꼬박 책과 씨름해야 하는 셈이다.


책을 읽는다고 요약이 뚝딱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고, 요모조모 책을 돌려봐야 책 한 권이라는 숲이 보인다. 그리고 또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숲속에 작게 난 요점이라는 오솔길이 눈에 들어온다.


1년 넘게 요약을 시도하고 있지만 매번 새롭다. 감상으로 대신할 때도 많고, 출판사가 제공한 자료를 참고할 때도 많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매년 수십만 페이지의 보고서를 보고 요점만 전달하는 경영 컨설턴트, 지금은 기획 및 보고서 쓰기를 주제로 컨설팅과 강연을 하고 있는 박경수의 노하우가 필요했다.


큰 도움이 됐다. 요약이 무엇인지, 요점 정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념을 배우고 나니 요약의 본질이 보였다.


"요점 파악을 힘들어하는 사람의 특징 중 하나는
글의 목적보다 내용에 더 힘을 쏟는다는 점이다.
내용에 집중해도 목적을 모르면
그 글은 텍스트일 뿐이다.
글의 내용을 하나의 관점으로 묶을 수가 없다.
글을 읽고 있어도 수많은 글의 파편이
머릿속에서 오갈 뿐이다."
- 32면


바로 나였다. 나는 나무를 보는 사람이다. 책이 소개하는 새로운 지식과 아름다운 문장에 빠지다 보면 글의 목적이나 이유 따위는 안중에도 없게 된다. 그래서 수많은 문장들이 구슬로 굴러다니기만 할 뿐 하나로 꿸 수 없었던 것이다.


"모든 글에는 이유가 존재한다."
-143면


글을 쓴 이유를 묻는 것. "왜"를 염두에 두고 읽을 때 글의 본질이 드러난다. 이것이 목적을 의식하는 읽기다. 글쓴이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하면 글의 전체적인 흐름과 구조가 잡힌다.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이기에, 독자의 대화 상대인 글쓴이의 입장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의 의도에 초점을 두고, 상대의 생각을 파악하는 동시에 내가 가진 고정 관념을 버리는 것도 필요하다. 잠시 나는 내려놓고 글에 빠져 글쓴이에 귀 기울일 때, 글의 관점이 드러날 것이다.


"글쓴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맥락을 파악해야
완벽한 요점 정리가 가능하다."
-43면


이런 과정을 거치면 핵심을 추출할 수 있다. 이제는 나로 돌아와 주체적인 글쓰기를 시작한다. 자기화한 언어로 핵심 문장들을 재구성하면 완결성을 가진 하나의 요약문이 탄생한다. 이것이 요점 정리의 본질이다.


그렇다. 쉽지 않다. 사실 이 책 한 권을 읽었다고 당장 해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독해력, 사고력, 표현력이 모두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누구나 자신의 지식을 발산할 수 있는 사회다. 넘치는 정보를 제대로 이해하고, 요점을 파악하는 능력은 학업과 업무와 관계 소통에 요체가 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요점 정리는 우리의 일상이다."
-8면

"누군가 지식을 발산하면
다른 누군가는 이 지식을 수렴해 줘야 한다.
수많은 지식을 한 바구니에 잘 담아야 한다.
요점 정리가 필요한 시간이다."
- 27면


이제 나는 읽을 때마다 글에게 물을 것이다.
‘이 글은 왜 쓰였을까?’


요점 정리는 단순한 내용 축약이 아니다. 저자의 의도를 꿰뚫고, 나만의 시선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저자의 '왜'에 나를 얹어 같이 흐르는 일이다. 글을 통해 나의 세계를 하나 더 재창조하는 근사한 일이다.


전보다 체계적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지만 사실 저자의 요약 방식을 모두 적용하진 못할 것 같다. 내 방식을 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와닿는 문장 하나에 반응한다. 숲 전체를 보기보다 나무 한 그루에서 즐거움을 얻는다. 그 나무에서 지적이고 감각적인 무엇을 발견할 때 참으로 행복하다. 나무 한 그루를 보며 숲 전체를 그리는 사람인 것이다.


이제는 시선을 들어 멀리 내다보기도 할 것이다. 여전히 나무 앞에 서 있는 시간이 더 많겠지만 나무가 자라는 숲의 방향도 궁금해졌다. 한 문장을 품에 안고, 글의 숲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고 싶다. 그 여정이 더 풍성한 나만의 풍경을 이룰 것이다.


#도서지원 #요점정리의기술 #유노북스 #박경수 #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책추천 #요점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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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지지 말 것 사랑을 할 것
슈히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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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콘셉트의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젊은 여성이 화장을 한다. 화장을 못하는 내 눈은 능숙하게 화장하는 손놀림을 따라가기 바쁘다. 그런데도 그녀는 친구와 수다 떨듯 편하게 이런저런 얘기까지 건넨다. 대화 주제는 연애나 인간관계에 관한 팁들이다. 나보다 한참 어린데도 언니처럼 성숙했다. 카메라를 거울삼아 정면을 응시한 채 민낯을 당당히 드러내는 자신감이 보기 좋다. 화장을 마친 모습도 참 예쁘다.


이 예쁜 언니가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사랑을 할 것》의 저자, 슈히였다. 우연히 본 영상의 주인공을 책으로 다시 만나다니 반갑고 설레었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사랑에 빠지지 말 것", 수영하다 물에 빠지면 죽을 수도 있다. "사랑을 할 것", 수영을 하면 건강해진다. 완벽하게 들어맞는 비유처럼 이 책은 따뜻하고도 쿨한 시선으로 사랑을 이기한다. 찐핑크와 블랙을 대비시킨 표지도 그녀의 이미지와 닮았다. 감각적으로 편집된 책에는 그녀가 지나온 사랑의 시간이 생생하게 담겼다.


40대에 2,30대를 위한 책을 읽으니 회춘해서 청춘으로 돌아간 듯했다. 또래의 연애 얘기를 들으며 수다떠는 기분이었다. 겁이 많아 회피만 하던 나의 20대,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던 젊은 날이 지금도 종종 후회로 떠오른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눈부신 청춘의 기록이었다.


저자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아파하며, 사랑으로 삶을 배운 사람이었다. 그만큼 자주 긁히고, 깊게 상처받으며, 다양한 흉터가 남았겠지만 그조차도 아름다워 보이는 건 왜일까?

"내가 존경하고 멋지다고 느낀 사람들은 뭐가 다를까?
유심히 보니 그들은 자신을 외적으로, 내적으로 가꾸고 있었고
항상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탐구하고 있었다.

"아, 저거구나."

그들은 늘 '나'를 알아가고 있었다."
- 222면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니라 ‘자기를 알아가는 방식’이었다. 많이 아파하면서도 다시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할 줄 아는 사람이다. 흉터는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되고, 자신을 배우고 남은 삶의 일부가 된다.


화장을 하며 거울을 보듯 저자는 시행착오로 자신을 비춰보았다. 흉터는 실패가 아니라, 자신을 알아가는 유일무이한 삶의 흔적이었다. 그래서 진심으로 전해지는 그녀만의 이야기는 연애 조언집을 넘어 한 사람의 생생한 기록이 되었다. ‘나’를 알아가는 사람의 인생은 이렇게나 향기롭다.


가끔 고민한다. 내 딸에게 연애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할까? 많은 이들이 연애도 일종의 인간관계이니 충분히 경험해 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나는 처음 교제한 남자친구와 7년을 넘게 연애하다 결혼했다. 후회는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경험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실감했다.


지금 내린 결론은 이것이다.
연애를 많이 해보라고 등을 떠미는 것도, 하지 말라고 겁을 주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경험은 많고 적음이 아니라, 그 안에서 나를 알아가고 진짜 소중한 것을 발견하는가다. 자신을 어느 정도 알아야 상대와도 진정한 교감을 하고 삶과 사랑까지 나눌 수 있다.


나와 상대에게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사랑. 딸이 그런 사랑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아픈 상처도 아름답게 기억되는 진짜 사랑을.


"엄마와 마주 앉아 국수를 먹으니
가라앉지 않던 마음이 조금씩 풀렸다.
맛있다며 연신 감탄하자 엄마는 흐뭇하게 웃으셨다.

"자식이 참 귀해."

나를 이렇게 아껴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나는 나를 아프게 하는 관계를
놓지 못하고 붙잡고 있었을까."
- 219면


참 귀한 딸이 맞다. 이렇게나 고운 말을 부모님께 듣고 자랐으니 자기만의 빛으로 반짝이는 어른이 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나보다는 딸을 생각하며 읽은 책이다. 자기 삶을 자기답게 살아가는 저자처럼, 청춘의 시절을 통과하며 인생의 주인으로 스스로를 세워가는 딸이 되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그런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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