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 시인의 마음을 받아쓰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필사 에세이
오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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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한 문장씩
따라 쓰다 보면
우리는 조금 더 착해진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은
박인환문학상, 구상시문학상, 현대시작품상, 대산문학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오은 시인의 필사 에세이다.


24편의 에세이와 저자의 손글씨.
독자에게 내어준 필사 공간.
밤으로 스며든 일러스트까지.
해가 져야만 펼쳐질 듯한 마법 같은 책이다.


오은 시인의 글은 처음이다.
시라곤 거의 읽지 않는 나도
들어볼 정도로 유명한 시인이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알듯 말듯 한 시의 언어와
세심하고 감성적인 시의 세계는
여전히 멀고 멀기에...



하지만 시인의 에세이가 좋았다.
한 잎 두 잎 꽃잎처럼
시인의 언어로 곱게 물든 글은
그것이 에세이든 시든
특유의 향기를 머금고 있었다.


"자꾸 두드리다 보면 문이 열릴 것이다.
문이 열리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반응할 것이다.
문고리라도 떨어져 나올 것이다.
손을 쥐었다 펼 때마다 땀이 묻어났는데,
그는 그게 꼭 눈물 같았다."


별다를 것 없는 단어로도
시의 리듬에 실려 노래가 되는 문장들.
밤에 태어나 밤을 싣고 온 글을 읽노라니
밤을 지새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낮의 나는 돌아눕고
시선도, 소리도, 해야 할 일도 잠이 든다.
오로지 나라는 존재만이 눈을 뜨는 시간.
빛에 가려졌던 착함이 드러나는 시간.



우리는 밤에야 비로소
진짜 얼굴을 꺼내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낮의 나를 밀어주기 위해.
밤의 착함을 낮에도 끌어오기 위해.
밤마다 찾아오는 나의 감각을 쓰다듬는다.


"그런 날이면 무언가를 쓰고 싶다.
아니, 무언가를 쓰지 않으면
잠들 수 없을 것 같다.
흐르던 것이 다시 흐를 수 있게
벽을 걷어내야 한다.
제대로 끝내지 못했던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고맙다고 해야 한다.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쓰다 보면 나와의 대화가 이어진다.
나를 만나고 눈을 마주치고
못다 한 말을 터트리며
어김없이 겸허해지는 착해짐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착해진다는 건
내 안의 말을 놓아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낮에는 삼켰던 말들을
사각사각 밤에 쓰는 필사로
훨훨 풀어주는 건 어떨까.


식은 공기가 내려온 여름밤,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을
한 문장씩 따라 쓰며
나를 조금 더 안아준다.



고요한 밤이 되면 나를 찾고 싶어지는 사람,
종일 괜찮은 척하느라 지친 사람,
글은 쓰고 싶은데 마음이 열리지 않은 사람,
자신에게 다정해지고 싶은 사람,
필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밤에만 착해지는 사람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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