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에 한 번 당신만의 책을 써라 - 당신을 위한 고품격 책 쓰기 수업
우희경 지음 / 밀크북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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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 번 당신만의 책을 써라》는 100명이 넘는 작가를 배출하며 쓰기 코치, 퍼스널브랜드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드미스쿨>, <밀크북스> 대표, 우희경 작가의 "고품격 책쓰기 수업"이다.


글쓰기 수업이 아니다. 다양한 글쓰기 중에서도 책을 출간하는 데 목표를 둔 책 쓰기를 위한 멘토링이다. 살면서 책 한 권은 꼭 써보고 싶은 분, 죽기 전에 내 얘기를 담은 책 한 권은 만들고 싶은 분께 커다란 도움이 될 실용적인 책이다. 《일생에 한 번 당신만의 책을 써라》의 강점 중 하나는 코치로서 오랜 시간 쌓아온 수많은 사례와 그 속의 노하우다. 경력이 곧 전문성이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작가가 되고, 삶이 변하는 사례들을 책을 통해 접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책 한 권과 작가가 된 미래의 자신이 절로 그려질 것이다.


사실 나는 그렇지 못하다. 감히 내가 무슨 책을 내겠냐는 쪼글쪼글한 마인드를 가지고 《일생에 한 번 당신만의 책을 써라》을 펼쳤다. 그저 글을 더 잘 쓰고 욕심에 글쓰기 방법을 배우고 싶어 선택한 책인데, 그만 저자에게 설득 당해버렸다. 책 출간의 A부터 Z까지 세심하고도 구체적으로 모든 과정을 실감나게 안내하는 내용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나는 어떤 책을 쓸까 고민하게 된다. 책 출간은 꿈에도 상상하지 않았던 내가 책 쓰기를 응당 당연한 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없던 마음이 반짝 빛나며 내 눈앞에 나타나는 마법이 일어났다. '네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 만큼 혁명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어, 왜 이런 책 쓰기를 도전하지 않는 거야', 스스로를 부추기는 다른 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지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던 책 출간에 희망을 심어준 책을 만나버렸다.


저자 우희경은 작가인 동시에 많은 저자를 배출한 코치이다. 저자의 관점은 물론 저자가 되기까지 걷어야 할 수많은 의심과 험난한 고비의 모든 구간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책을 쓰지 못하게 막는 방해 요인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책쓰기에 대한 이의 제기를 차근차근 말끔하게 해소해준다.


그중 가장 많은 분들이 가지고 있을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책을 쓸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 저자는 확고하게 답한다.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 최고의 성과나 전문성을 가진 사람만이 책을 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평범함이 무기가 되면 공감되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20대는 10대에게 할 말이 있고, 30대는 20대에게 할 말이 있다. 50~60대라면 전 연령층에서 할 말이 있다. 내가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이 쓴 책보다 한발 앞서 경험한 선임이나 친한 지인처럼 세심하게 살펴 알려주는 글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많다.


어깨에 힘을 빼고,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시작할 수 있다. 작가의 마음가짐을 갖추면 할 수 있다. 책을 쓰는 데 기준이나 자격증은 없다. 자신의 자격을 의심하지 말라. 나도 책을 쓸 수 있다, 한번 해 보자는 도전 의식과 해 볼 만하다는 자기 믿음이면 당신도 가능하다.


나를 바로 세우며 살겠다는 다짐, 내 삶을 글을 통해 표현하겠다는 생각. 그 정도면 충분하다. 누구나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 속에서 나온 이야기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 읽힐 만한 충분한 의미가 있다. 당신이 꺼내어 다듬기만 한다면 찬란하게 빛나는 보물이 되리라는 믿음을 찾아보자.


"평범하기 때문에라도 책을 써야 한다.
그래야 평범한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다."
-22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두 가지를 바꾸라고 저자는 말한다. 첫 번째는 책을 쓰는 사람으로의 의식, 과거의 자아가 아닌 현재 되고 싶은 자아로 인식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글 쓰는 루틴을 만드는 일이다. 저자는 감사 일기 5분, 책 읽기 10분이라는 리추얼로 뇌를 예열한 뒤, 2시간씩 초고를 썼다고 한다. 강원국 작가님은 <강원국의 글쓰기>를 쓸 당시, 매일 편의점에서 청하 한 병을 사서 마신 후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안경을 닦았다고 한다. 그러고 있으면 '글을 한 번 써 볼까?'라는 마음이 들었단다. 재미난 리추얼이다. 우리에게 글 한 번 써볼까 마음을 들게 하는 리추얼은 무엇일지 찾아보자.


책을 쓰면 달라지는 변화를 제시함으로 책을 쓰게 만드는 엄청난 동기 부여를 해준다. 책을 쓰는 동안 삶을 정리하며 상처가 치유되고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썼다는 자신감으로 자기 효능감이 올라가며 당당한 사람이 된다. 그리고 진정한 내 삶의 주인으로 살게 된다. 책을 쓴다는 것은 능동적인 행위다. 누가 시켜서는 절대 할 수 없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끌고, 주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세상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비틀어 보는 시선과 자기만의 논리가 확고해진다. 문제의식이 생겨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지 않게 된다. 내적인 성장을 넘어 주인공이 되는 삶! 그것이 책을 쓰면 가장 크게 변하는 점이다.


"삶이 책이 되고, 책이 삶이 되는 기적"
삶이 책이 되면 책이 삶이 된다는 메시지가 가장 인상 깊었다. 책을 쓰면 그 경험과 지식은 견고하게 내 안에 자리 잡는다. 자료를 조사하고 연구하며 지식을 글로 풀어내는 동안 그것들은 완전한 자신의 지식으로 흡수된다. 정리하고 배운 내용을 글로 아웃풋하면 삶에 활용하게 되는 것이다. 더 잘 살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저자가 된다는 것은 나 역시 타인에게 모범적인 삶을 살겠다는 공식적인 선언이다. 독자보다 저자가 더 많은 책임과 부담을 느끼며 그에 맞는 삶을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순환으로 책만 썼을 뿐인데, 삶도 더 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기적이 아닐까.


《일생에 한 번 당신만의 책을 써라》는 책 쓰기가 '자기 혁명의 끝판왕'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를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쉽지 않은 책 쓰기를 시도하다 보면 의식이 많이 바뀌기에 삶이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인생의 큰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책을 쓴다는 것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지만 그만한 인내와 노력을 들일 만큼 가치 있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책을 쓸만한 능력과 사람이라서 쓰는 것이 아니었다. 성공했고 특별하기 때문에 책을 쓰는 것이 아니었다. 성공하기 위해 책을 쓰는 것이다. 책을 쓰면 특별해진다.


책 쓰기와 글쓰기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그 마음을 행동력으로 부풀어 오르게 해주는 책이다. 새로운 용기와 힘이 필요한 모든 쓰는 분들께 추천한다.


*** 출판사 밀크북스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일생에한번당신만의책을써라 #우희경 #밀크북스 #책쓰기 #책쓰기방법 #책쓰기수업 #글쓰기책 #써야하는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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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
전경린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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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집》은 21살 호은이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엄마와 이혼해 따로 살고 있는 아빠가 대학생인 호은이 지내는 기숙사 앞으로 불쑥 찾아온다. 15살 이복동생 승지를 엄마에게 맡겨달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남긴 채 사라진다. 엄마 윤선은 호은, 승지와 함께 아빠를 찾아 나선다. 한 편의 로드무비처럼 아빠의 집과 직장, 친구들을 만나보지만 소용없다.

"어른들은 정말 너무들 했다. 엄마의 애인인 아저씨에다, 엄마의 전남편인 아빠, 내 양육권을 포기한 아빠가 키우는 아빠의 새로운 딸 승지...... 도대체 관계 정립이 안 되어 어색하게 방황하는 내 정신세계는 안중에도 없이 제멋대로들이다. 겨우겨우 근육을 풀어 엄마의 애인을 받아들였는데, 이번엔 동생이라니."
- 44면

"나에게 떠맡기겠다는 수작인 거야?"
엄마는 정말 숨이 턱 막히는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이혼한 전처가, 전남편이 재혼해 생긴 아이를 맡는 일 같은 건 세상에 없는 일이다.
- 53면

어쩔 수 없이 세 사람은 윤선의 집에서 부대끼며 함께 한다. 관계 속에서 오해하고, 사랑하고, 외로워하고, 깨달아가는 과정들이 주옥같은 문장들로 얽혀 예술로 완성된다.

《자기만의 집》은 질문하는 소설이다.
인물과 이야기를 통해 쉴 새 없이 물음표를 던진다. 소설 속 인물들도 자신에게, 서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한다. 그것들은 고스란히 독자에게 쏟아져 마음속에서 뒹군다.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인생의 본질을 묻는 것 같았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냐고, 당신은 누구냐고 정답 없는 대답을 촉구한다. 인물들과 함께 고민하며 내 시선은 자주 책과 창밖 하늘을 오갔다. 어렵지만 풀다 보면 알 것 같았다. 답을 찾지 못해도, 답에 가까워지는 것 같아 충만해지는 것 같았다.

독서를 시작한 지 몇 년 되지 않아 모르는 작가들이 숱하지만, 이렇게나 훌륭한 소설가의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다. 서평단으로 엄청난 책들을 많이 만났지만, 《자기만의 집》처럼 대단한 책을 무료로 지원받아도 되나 죄송한 마음이 든 건 처음이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밑줄 긋고, 인덱스로 표시하고 싶은 아름다운 문장이 수놓인 예술작품 같은 소설이었다. 한국문학의 독보적인 목소리, 삶을 꿰뚫는 감각적인 문장이라는 평을 듣는 전경린의 필력은 정말이지 어마어마하다. (미리보기로라도 당장 경험해 보시길!)

"If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
생은 시어빠진 레몬 따위나 줄 뿐이지만, 나는 그것을 내던지지 않고 레모네이드를 만들 것이다.
- 278면

"오즈의 마법사"처럼 토네이도에 집이 통째로 휩쓸려 세차게 흔들리다 다시 땅에 안착한 뒤, 호은이 간절하고도 다정하게 외치는 말이다. "내 존재로부터 솟아나 흐르는 물결 속에 얼굴을 담그고 있는 기분이었다. 물결은 점점 더 깊고 큰 강물이 되겠지. 나만의 강물이....."(278면) 호은은 알아버렸다. 모두가 자신만의 강을 가지고 있음을, 시어서 도저히 먹지 못할 것 같은 레몬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견디고 다룰 수 있게 되면 결국은 시원한 레모네이드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인생에 좋기만 하거나 나쁘기만 한 일은 없다. 언제나 좋은 일은 나쁜 일과 함께 온다. 반대로 나쁜 일에도 좋은 일이 끼어서 같이 온다. 빛과 그림자는 하나다.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 닫힌 문 뒤로 새롭게 열리는 문의 존재를 믿는 것. 나와 내가 거할 집,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 또한 그렇게 반대되고 모순되는 것들이 뒤엉켜 균열을 만든다. 깨질지라도 그게 바로 인생이라는 걸 받아들여야 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였다.

인생의 깊이 있는 주제에 천착해 자신만의 길을 찾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더할 나위 없었다. 개인적으로 완벽한 해피엔딩을 읽는 기쁨이 컸던 《자기만의 집》. 강력 추천한다.

"네가 파고들 때마다 엄만 내 가슴이 이렇게 깊은가 하고 놀랐어. 그 연하고 따스하고 포근한 두 팔로 나의 목을 꽉 안고 눈물을 흘릴 때, 엄만 경험한 적 없는 감동에 젖었어. 자기에게 화를 내는 사람을 그토록 깊숙이 끌어안는 존재가 자식 외에 또 있을까........ 호은아, 난 그렇게 엄마가 되기 시작했어. 지금도 너를 안을 때마다 난 조금씩 더 큰 엄마가 되어가고 있어."
- 255면

#도서지원 #자기만의집 #전경린 #인생소설 #자립 #여성서사 #연대 #사랑 #인생 #삶 #천선란 #모우어 #양귀자 #모순 #책 #책추천 #소설 #소설추천 #인생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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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과 생각
정용준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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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준.
2009년부터 활동한 소설가다.
반갑게도 나와 같은 00학번이다.
젊은작가상, 황순원문학상, 문지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소나기마을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젊은예술가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에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정받은 소설가가 쓴 산문이라니 무척이나 기대됐다. 그래서 외려 읽기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염려했지만, 작가의 말을 읽자마자 우려는 설렘으로 돌아섰다. '이 작가님, 완전 내 스타일이잖아!'

단문의 매력이 넘치는 문체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짧고 간결한 문장은 생각을 압축해서 전달했다. 속도감과 생동감이 따라왔다. 작가들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감각이 신선한 비유와 은유로 빛났다. 일상적인 소재나 경험을 낯설게 비틀어 예상치 못한 연결로 전개되는 즐거움이 굉장했다.

《밑줄과 생각》은 여러 지면을 통해 "읽기와 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모든 것"에 관한 기록 37편을 모은 책이다. 제목처럼 인상 깊었던 소설과 글 중 저자가 밑줄 그은 문장에서 시작된 생각들을 풀어냈다. 자유롭게 유영하는 소설가의 사유를 따라다니며 같이 여행하는 기분이었다. '행간은 이렇게 읽는 거야, 여기서 이런 감정과 통찰을 끌어낼 수 있어.' 독서법과 작법을 가르치는 선생님 같기도 했다. 내가 쓰는 어설픈 서평과 비교됐지만 편안하게 읽히면서도 개성이 뚜렷한 서평은 이런 글이구나, 이상향에 가까운 글을 만난 것 같다.

"문학이 아니었다면,
타인의 마음에
숲과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고
인간의 감정과 감각에
바람과 별자리가 있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문학을 향한 찬가로도 읽히는 《밑줄과 생각》. 밑줄 친 언어들이 흔적과 흉터로 남아 정용준의 일부가 된 이야기였다. 개인적인 경험과 성찰에 그치지 않고,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관계의 모순까지 포착하며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시선까지 담았다. 문학을 대할 때는 한없이 감성적이고 따뜻한 글이 예리하게 빛나는 매혹적인 책이다.

특히 글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만큼 재미난 게 또 없다. 언어의 힘과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여러 작품을 소개받고, 언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작가의 아름다운 글로 들을 수 있다니 신나지 않을 수 없다. 글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벼리고 벼려진 정영준만의 문체에 감탄하는 순간마다 행복했다.

"좋았다. 작가의 뉘앙스가 문장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이런 걸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그는 기린처럼 길게 나타나 고요하게 머물다가 기린처럼 길게 사라졌다. 아, 기린은 평생 그 어떤 소리도 내지 않는다고 한다.(모든 개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167면

글쓰기에 대한 용기도 얻었다. 공개하는 글이라면 일기 수준은 넘어서야 한다고 흔히들 말한다. 그래서 감히 일기 같은 글을 내보일 수 없어 오히려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용기를 내야했다. 하지만 정영준은 말한다.


"문학은 어떤 의미에서 철저히 작가만의 사적인 일기 비슷한 것이 되어야 한다. 김수용은 작가가 지닌 사적인 감각과 인식을 일기처럼 적나라하게 쓰기만 해도 그 자체로 훌륭한 문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114면)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쨌거나 쓰는 것이다. 잘 쓰는 것은 그다음이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마음을 글쓰기를 위한 재료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모든 마음을 글로 쓰지 못하는 이유로 사용하는 것보다 윤리적이고 정당하다. 작가는 비윤리적인 것을 써내는 것이 차라리 윤리적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 않음으로서의 정의는 없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땅에 묻어두고 손해를 예방하는 것은 이미 어떤 것도 창조하지 않았으므로 가치가 없다."(119면)

작가는 아니지만,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나에게도 적용하고 싶은 문장들이다. 아무것도 쓰지 않음으로서 손해를 예방하는 것은 가치가 없다는 말에 기대어 다짐한다. '엉망인 글이지만 계속 써보자, 그래도 된다잖아.' 나를 녹인 글을 뭐라도 어쨌거나 내놓는 것이 움츠리고 숨어들어 아무것도 쓰지 않는 편보다 훨씬 훌륭한 선택임을 배웠다.


《밑줄과 생각》은 행복하게 나를 깨뜨리고 일깨운다. 기꺼이 깨지고 그래서 더 커지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밑줄과 생각》을 강하게 추천한다.

#도서지원 #밑줄과생각 #정용준 #작정단13기 #산문집 #산문집추천 #작가정신 #소설가의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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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두 개 소설의 첫 만남 33
이희영 지음, 양양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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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첫사랑을 꿈꿨지만, 아쉽게도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절호의 기회를 이야기 속에서 다시 찾으려 합니다."
- ⁠작가 소개에서


<페인트> 이희영의 신작 소설 《쿠키 두 개》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몽환적인 세계로 초대한다. 87페이지의 짧은 소설을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읽었다. 수채화풍의 삽화처럼 물빛으로 젖어든 서정적인 이야기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두 개의 쿠키를 사 가는 소년. 투명한 손이 나타나 그 소년을 소개하고 사라지는 기이한 꿈. 방학을 맞아 엄마의 쿠키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나'는 낯설고 신비로운 소년에게 점점 마음을 빼앗긴다.


⁠"그 아이가 가게에 발길을 끊자 투명한 손도 모습을 감췄다. 덕분에 그토록 기묘하고 생생한 꿈을 더는 꿀 수 없게 되었다. 그즈음 나는 한 가지 습관이 생겨버렸는데, 테이블을 닦으면서도, 쿠키를 정리하면서도, 유리 진열장에 턱을 괸 채 커피우유를 마실 때조차 괜스레 이차선 도로를 살핀다는 것이다."
-⁠ 31면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펼쳐지는 《쿠키 두 개》는 한 편의 꿈 같다. 매일 아침 쿠키 가게를 찾아오는 소년은 꿈속에서 걸어 나온 듯 신비롭다. 소년의 비밀은 무엇일까? 왜 매일 아침 두 개의 쿠키를 사 가는 걸까?


이희영 작가는 섬세한 문체와 감각적인 묘사를 통해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깊숙이 끌어들인다. 한 편의 동화처럼, 하이틴 영화처럼 말간 분위기는 묘하게 매력적이다. 비밀스러운 전개는 궁금증을 자아내 긴장감을 만들고, 소년의 비밀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반전과 함께 깊은 여운을 남긴다.


⁠"왜인지는 묻지 말아요. 그냥 주는 거니까. 진짜 그냥......."
반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눠 준 것도, 꼬마에게 쿠키를 선물한 것도 모두 그냥이었다. 그러고 싶었고 그게 전부였다. 어떤 목적이나 이유 따위 없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이 단순한 마음을 믿지 않는 걸까? 의심하고 질타를 보낼까?
⁠- 47면


《쿠키 두 개》는 상실과 그리움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따뜻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지만, 서로를 통해 위안을 얻고 성장한다. 삶의 소중한 의미를 곱씹게하는 특별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짧은 소설이 선사하는 기나긴 감동에 꿈결같이 빠질 수 있을 것이다.


*** 출판사 창비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쿠키두개 #이희영 #소설의첫만남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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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에 빚을 져서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4
예소연 지음 / 현대문학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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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궤적이 온전히 그 사람의 몫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 사람의 궤적은 온 사람의 궤적이 되고 그 궤적은 종내 알 수 없는 문양을 한 채로 우리 모두를 잡아끈다."
-123면


9년 전, 캄보디아로 해외 봉사활동을 갔던 동이, 혜란, 석이.
그들은 한 학교의 선생님이 되어, 캄보디아 아이들과 4개월의 시간을 보낸다. 개교기념일이라 숙소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날, 핸드폰으로 중계되는 침몰하는 배를 보게 되고 세 친구들은 미묘한 변화를 겪게 된다. 한극으로 돌아온 후 졸업과 취업 등 각자의 삶을 사느라 서로에게 소홀하게 된 어느 날, 석이가 실종되었다는 이야기에 동이와 혜란은 다시 캄보디아로 떠나게 되는데....
- 출판사 책 소개


"《영원에 빚을 져서》는 실종된 친구를 찾아 떠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라진 사람의 흔적을 떠나 비로소 서로가 서로에게 연루된 존재임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죠. 연루되는 일은 불가항력이지만 연루된 모든 존재를 놓치지 않고 톺아보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가의 말


《영원에 빚을 져서》는 세월호 참사, 어머니의 죽음, 캄보디아 압사 사고 등 우리 사회의 깊은 슬픔과 상처를 배경으로, 세 여성의 여정을 따라가며 삶의 의미를 되묻는다.


세 명의 인물들 속에서 나의 조각들을 찾을 수 있었다.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 앞에서 슬픔에 쉽게 매몰되어 도리어 눈을 감아버리는 나, 타인이 쏟았던 마음의 크기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가늠하려던 나, 딴 세상에 있는 것처럼 불행을 혼자 짊어졌던 나. 뜨끔했고 아차 싶어 혼이 나는 기분이었다.


서로에게 의존하며 영향을 주고받고, 시간 속에서 서로의 일부가 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숙명을 생각하면 "빚을 짐으로써만 우리는 살아가게 된다."(-작품 해설, 140면)는 의미를 영원으로 확장시킨 소설의 제목을 이해하게 된다.


"너 요즘 힘들어?"
"어, 힘들어. 세상이 말도 안 되는 일투성이라서."
"그럼 도대체 어떡하자는 건데. 일어난 일을."
-60면

인간은 취약하기에 의존하며 빚을 진다. 세상의 상실과 상처에 노출되어 있지만 한편으로 일상을 유지하고 돌봐야 하기에, 세상의 아픔들을 잊거나 외면한다. 그런 핑계를 대며 상실과 애도를 제대로 겪어내지 못하는 것이, 슬픔은 극복되어 그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이 실은 우리를 더 괴롭힌다는 사실을 《영원에 빚을 져서》는 낮게 들려준다.


"나와 나 아닌 이들의 삶은 아주 복잡하고 교묘하게 얽혀 있고 그 얽힌 모양을 면밀히 바라볼 수 있으려면 우리는 다름 아닌 서로의 슬픔에 의연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틈틈이 슬퍼하고 슬픔을 평생 간직하겠다는 태도야말로 나 그리고 우리를 더 단단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곰곰 생각해보면 슬픔은 정말 제 동반자 같기도 합니다. 제 일상에 집요하게 스며들어 삶의 의지를 미약하게나마 북돋아주기도 하고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거하게 저를 한번 울려버린 뒤 다시 일상을 시작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주기도 하니까요. 그것이 삶이라고 한다면 사는 동안 저는 정말 빚진 것이 많습니다. 저를 가끔 기쁘게 하고 많이 울게 한 모든 것에 말입니다."
- 작가의 말




"너 지금은 어떤 손바닥이야?"
"손바닥?"
"움직이지 않고 불행한 손바닥 그대로야?"
그러자 혜란이 곰곰 생각해보더니 대답했다.
"아니, 조금 다른 것 같아."
"뒤집힐락 말락?"
혜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래. 왜 그럴까?"
"내가 조금씩 움직이는 것 같아서."
- 84면


누군가가 떠나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빈자리. 비어있는 그 자리를 남은 마음들이 채운다. 떠난 사람들이 남긴 기억을 추적한다. 그 과정은 고통 그 자체이지만, 그 고통 너머에 존재하는 희미한 마음이 있다. 건너보는 마음, 살펴보는 마음, 그 기억을 안고 내일을 살기 위해 다짐하는 마음들(69면) 말이다.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 자라는 것 같다. 소설에서 주인공들은 되고 싶은 자신을 말하며 "사람이 되는 게임"을 하다가, 문득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한다. 문제를 풀다 보면 나름의 방식을 알게 되는 것처럼, 떠난 이들을 함부로 잊지 않기 위해 가슴에 매서운 바람이 불어 쪼개질 것을 알아도 그 길을 살아 보는 마음들을 품는다. 그렇게 떠난 이들을 건너보고 살펴보며 자신의 마음들로 빈자리를 채운다.


"잘 살기 위해 운다" (115면)
《영원에 빚을 져서》가 하고 싶은 단 한 마디가 있다면 이 문장이 아닐까 싶다. 상실과 슬픔을 회피하기보다 울면서도 슬픔을 믿고 감싸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슬퍼해도 괜찮다고, 오히려 더 괜찮아질 거라고, 자기의 삶을 제대로 깨닫기를 바라는 희망을 듣는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고 멋진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인생에서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생의 선물을 받을 만큼 성숙한 큰 그릇이 되기 위해서는 숙성되는 기다림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빚을 지고 함께 살며, 부딪히고 긁히면서도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하게 된다. 타인의 모습과 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를 선명히 파악하는 고된 과정들이 그래도 결국은 빚을 지고 갚아가는 시간 속에서 위로와 힘을 준다는 믿음을 한 겹 더 채워준 이야기였다.


섬세하고 문학적인 문체로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있게 묘사한 아름다운 문장들이 많았다.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작가 예소연. 소설 「그 개와 혁명」으로 등단 4년 만에 2025년 제48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답게 인물과 사건들이 촘촘하게 얽혀 문학적 서사의 힘과 서정성을 강하게 전달하는 작품이었다. 다양한 비극적 사건들에 대한 성찰보다는 감정적인 측면에 치중한 점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웠지만, 그만큼 인간의 심리를 심도 있게 드러내며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영원에 빚을 져서》는 영원에 빚을 지고 사는 삶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주었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사람들과 세상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진심으로, 온 마음을 쏟으며 짐 지우고, 빚지고, 눈치 보고, 책임지며 계속 내 삶을 움직이고 싶다. 내 삶의 지분을 차지한 가족과 사람들과 사회의 수많은 조각들을 기쁨과 아픔으로 분류하기보다 다 같이 소중한 나의 일부로 끌어안는 용기를 내고 싶다.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공동체적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귀한 이야기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 출판사 현대문학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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