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세계문학 - 만화로 읽는 22가지 세계문학 교양상식
임지이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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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무심코 펼쳤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1/3 분량을 단번에 읽어버렸다.


"세상을 움직인 작가와 책,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유쾌한 지름길! "이라는 문구가 꼭 들어맞는 책이었다. "만화로 읽는 22가지 세계문학 교양상식"이라는 부제처럼, 《어쩌다 세계문학》은 만화 형식을 빌려 세계 문학 작품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세계 문학이라고 하면 지레 겁먹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고전이니 세계문학이니, 추천 리스트에 올라간 책들에는 그다지 흥미가 돋지 않는다. 《어쩌다 세계문학》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계 문학의 흥미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던 고전 작품들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고루한 추천 목록의 틀에서 벗어나 호기심을 갖고 책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 책상 위에 슬쩍 올려두고 싶다.)


줄거리 요약이나 작품 분석 대신, 만화라는 친근한 형식을 통해 작품을 둘러싼 배경이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구성이 친구와 대화하듯 편하고 유쾌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에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보이던 작가들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로 느껴진다. 무의식중에 형성된 인식과 관념을 깨는 임팩트가 있다. 그 균열에서 오는 재미와 발견은 취향을 더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취향의 다양화는 꽤 중요한 일이다. 생각의 폭을 넓히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다양한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고 즐기게 한다. 예상치 못한 기쁨을 얻는 길이 많아져 삶이 다채롭고 풍성해진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님은 취향은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취향이 있는 사람은 어디서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다고 말한다. 취향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취향에 맞는 좋은 음악을 만나려면 여러 장르를 듣고, 미술을 좋아하려면 직접 전시회에 가보는 등 경험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즐길 줄 아는 것이 취향이기에,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탐색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어쩌다 세계문학》은 문학이라는 취향을 찾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다. 만화라는 재미있고 직관적인 매체는 새로운 세계를 살펴보는 지름길이 된다. 한두 작품에 깊이 파고드는 대신, 여러 작품의 흥미 포인트를 맛보기 형식으로 펼쳐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없다. 22가지의 문학 작품을 세계 일주 하듯 둘러보는 동안, 더 읽고 싶고 파고들고 싶은 작품과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문학에 대한 배경지식 덕분에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접했던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도 있다. 책 한 권 읽어본 것에 불과하더라도 그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 번이라도 들어본 말이라면 '나 이거 알아!'하고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잡다해 보여도 작은 지식 조각들이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능력을 키우고 흥미를 갖게 하는 데 큰 실마리가 되어준다.


《어쩌다 세계문학》을 읽고 나니 세계문학에 대해 많은 걸 알아버린 기분 좋은 착각이 든다.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과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는 돈 문제로 두 번이나 교도소에 갔지만 옥살이 중에 돈키호테를 구상했다고 한다. 쉰여덟에 작품을 발표해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서지만 빚 때문에 대부분의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겨 정작 작가는 크게 벌지 못했다니,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은 새로운 장르에서 새 출발하고 싶은 간절함에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내놓는다. 하지만 한 기자의 추적으로 들통나고 말았다니, 사후에야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이 공개된 일화와 대조된다. 그렇게 그는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프랑스의 최고 문학상이자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가 되었다.


이렇게 접해보지 못한 간접 경험들은 특정 문화와 방식에 대한 고정적이고 피상적인 사고방식을 넘어, 나와 다를 수 있는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짧은 순간 잠깐의 경험일 수 있지만, 일상 속 인간관계나 사회 현상을 바라볼 때 더욱 폭넓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이나 작가들의 선택과 결과를 따라가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재고하고,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책이 맞다.


《어쩌다 세계문학》은 만화와 웹툰에 적합한 판형으로 일반 서적보다 길쭉하고 날씬하다. 손글씨를 닮은 폰트로 작가의 핸드메이드 정성을 페이지마다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고 대화 나누기에도 딱인 책이다. 간질간질 꽃망울이 터지는 봄에 폰은 멀찍이 두고 문학에 관한 가족 대화가 터지게 돕는 《어쩌다 세계문학》 만나보길 바랍니다.


*** 출판사 더 퀘스트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어쩌다세계문학 #임지이 #더퀘스트 #어쩌다시리즈 #만화 #웹툰 #문학만화 #문학뒷이야기 #비하인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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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 - 불안의 시간을 건너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 철학 에세이
강성태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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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선생님을 잘 몰랐다.
유명인이라 얼굴 정도는 알지만 이렇게까지나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진심 그 자체인 분일 줄이야! 프롤로그부터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의 애정과 절실함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에는 미래의 주인공이어야 할 아이들이 공신조차 공부하기 두려운 AI 시대를 어떻게 헤쳐갈지, 아이들보다 더 깊이 고심하고 함께 아파하는 진정한 스승이 있었다.


'나 스스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 학생들에게 최고의 강의를 해줄 수 있을까?' '나도 결국 대체될 텐데... 돈 때문에 시작한 일도 아니고 계속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 8면)


그렇게 강성태 선생님은 '공신' 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2025년,
3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를 들고 그가 나타났다.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고 힘이 될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공신'을 시작하고 20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제목이 바로 그 이야기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어떤 존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확신, 공부를 할 때에도 공부 자체가 아니라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절절하게 토해낸다.


"저는 저의 삶의 그 어느 순간보다 절실합니다. 공부를 도와주고 꿈을 이뤄준다는 마음을 넘어, 사람을 살리고 구한다는 마음으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한 줄 한 줄 기도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부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새로운 시대에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꿈을 펼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요."
- 13면


불안하다면 잘하고 있다고, 때론 열등감도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한다. 쓸모없어 보이는 공부의 진짜 쓸모를 밝히며 평생 나를 도와줄 공부의 기술을 전해준다. 백지복습과 집중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실제적인 공부 방법도 빼놓지 않았다. 꿈이야말로 스펙이자 능력임을 강조하며 진정한 공부가 선사하는 보람과 희열을 맛보라고 용기를 준다.


어느 하나 허투루 읽을 수 없는 강성태 선생님의 메시지들이 진심과 간절함이라는 순전한 그릇에 담겼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를 읽고 나면 힘이 날 것이다. 희망이 보일 것이다. 왜 오늘을 열심히 살고 미래를 꿈꾸며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심이 자신의 깊은 곳에 뿌리내린다면 정말로 그렇게 살게 될 것이라 믿게 된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는 진심과 사랑이 만나 생명을 가진 메시지이기에, 그 씨앗은 받아들인 사람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풍성한 열매로 자라날 것이다. 분명히...!


#도서지원 #공부보다소중한너의미래에게 #강성태 #강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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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 - 흔들리면서도 나아갈 당신을 위한 30가지 마음 훈련
필 스터츠 지음, 박다솜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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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는 현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 같은 충만감을 준다. 깊이 감춰진 생의 다채로운 면면이 잔잔한 물결 위로 하나둘씩 반짝이며 흘러나온다. 삶의 방향을 완전히 틀라 한다. 인생은 과정이기에 깊이를 지니고 끊임없이 움직이며, 사건이기에 잠시도 멈추지 않고 닥친다는 사실을 깨달으라 한다.


고통을 피하려 할수록 더욱 고통스러워지는 역설을 이해하고, 고통을 긍정적으로 마주하며 앞으로 나아가라 한다. 자신의 어둡고 부정적인 측면을 인정하고 통합해, 더 온전하고 균형 잡힌 자아를 만들라 한다. 부정적인 감정에도 불구하고 타인에게 의식적으로 적극적 사랑을 보내라 한다. 불안과 두려움을 성장의 신호로 받아들이고, 회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 도전하라 한다. 자기계발서가 주문하는 감당불가한 지령 목록이 아니었다. 마음이 편해지고 힘이 났다. 두고두고 오래 먹도록 조금씩 아껴 읽고 싶은 이야기들이다.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에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주제는 "질투"였다.

"그 내담자가 친구를 질투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런데 왜 그는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걸 손에 넣었을 때조차 행복할 수 없었을까요? 진실은, 진정한 만족은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가지지 못했는지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행복은 오로지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기로 했느냐에 달렸습니다. 진정한 삶이 존재하는 세계가 있고, 결핍이 존재하는 더 낮은 차원의 세계가 있습니다. 질투는 우리를 저차원적 세계로 끌어내립니다. "
- 260면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는 말한다. 그것들을 손에 쥔다 해도 당신은 진정으로 만족할 수 없을 거라고,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정신세계에 달려있다고.


질투는 내 길보다 남의 길을 걷고 싶다는 말과 같았다. 그 마음은 내 인생을 무의미로 전락시키고, 길을 잃게 만든다. 경쟁이 유발한 결핍의 세계에서는 창조력과 자신감이 사라진다. 저자는 사고의 틀을 바꾸지 않는 이상 결핍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탈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자기 자신의 길로 돌아오려면 아주 강력한 힘이 필요한데, 그 힘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질투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보낼 때, 그들이 우리에게 없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 무언가는 우리와 무관하다는 사실을 환기하게 된다.


사랑할 수 없는 사람에게 사랑을 보내기 위해 저자는 '적극적 사랑'을 제안한다. 저절로 일어나지 않기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우리를 둘러싼 사랑을 모아 그 사람에게 전송하는 이미지를 상상해본다. 그 사랑이 상대에게 들어가는 걸 적극적으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 찰나의 순간, 사랑 덕분에 우리는 상대와 하나가 된다. 질투의 회로가 닫힌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가졌든 조금도 신경 쓰이지 않을 것이다. 상대를 놓고,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


저자의 말대로 따라 했더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작지만 힘껏 모은 사랑이 그분에게 전해지는 장면을 상상하니 벅차올랐다. 상상만 했을 뿐인데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다니, 사랑의 위력은 과연 신통하다. 다른 데서 구하지 않아도 이미 내 안에 쓸만한 사랑이 있었다. '질투는 나의 힘'이라고 외칠 수도 있지만, 그보다 몇십 배는 강한 사랑의 힘을 나의 것으로 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진정 자유로운 삶을 시작하는 고통 마주하기 연습, 《필 스터츠의 내면강화》는 외부의 역경과 내면의 어두움을 겪고 견뎌내는 고된 과정에 든든한 친구와 같다. 언제든 이 책을 펼치면 흔들리는 마음에 리듬을 맞춰 함께 흔들리고 공감해줄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삶에 더 큰 힘을 들이고, 어둠만이 알려주는 것을 껴안고, 아픔을 넘어서는 필 스터츠의 메시지를 함께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도서지원 #필스터츠의내면강화 #다산초당 #내면강화 #고통 #마음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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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
조디 웰먼 지음, 최성옥 옮김 / 토네이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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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유한한 존재라는 자각은 예로부터 우리의 사유와 감정에 깊숙이 자리매김해 왔다. 문화와 시대를 초월해 문학과 철학에 등장하는 주요 주제 중 하나다. 삶의 유한성은 때로 불안과 두려움을 불러오지만, 현재를 충실히 살고 삶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 죽음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조디 웰먼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는 긍정 심리학의 원칙을 기반으로, 가슴 벅찬 삶을 살다가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우리 모두를 위한 안내서다. 긍정 심리학은 인간의 웰빙과 의미, 번영에 초점을 맞추는 학문으로, 저자는 죽음에 대한 인식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길을 탐구한다.


왜 죽음과 가까워져야 하는지, 왜 더 즐겁게 살고 싶은 욕구를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지 설명하며, 복잡한 감정들로 인해 더 온전하고 충만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 왜 월요일일까? 월요일은 우리가 삶에서 활력을 느끼는지, 무력하게 살고 있는지를 그대로 반영한다. 월요병을 심하게 앓고 사는지, 월요일을 오히려 기대하며 설렘으로 시작하는지가 삶을 대하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자세를 비추는 것이다.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는 질문하는 책이다. 당신의 삶을 추천할 수 있는가? 지금 얼마나 살아 있다고 느끼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마지막 부록으로 실은 "인생 점검 평가지"에서 나는 얼마나 생기 있게 살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습관적으로 살고 있는가, 나는 얼마나 의미 있게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으로 끝난다.


죽음과 긍정심리학의 바다에서 수면으로 떠오르는 질문들은 중요한 삶의 본질에 눈을 돌리게 한다. 저자는 스트레스와 통제에 대한 갈망으로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굶고 토하기를 반복하며 거식증 환자로 살았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후회 없는 삶에 집착하며 성공이라는 허상을 좇았다. 그러다 '죽음이 삶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제를 만나며 진정한 자신의 길을 걷게 된다.


그 여정과 결론을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에서 만날 수 있다. 저자가 긍정심리학으로 인해 삶이 변한 것처럼, 독자의 삶도 바뀌기를 바라며 삶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현재를 즐기는 방법을 마치 핀셋으로 집어내듯 구체적으로 찾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죽음에 관한 책을 읽으며 죽음을 가까이하려 했지만 나도 모르게 죽음은 하얗게 사라지고 나는 매일의 삶에 매달려 있었다. 그래서 죽음과 친구가 되라는 이 책에 슬그머니 마음이 갔다. 죽음과 친해지는 것이 깨달음을 얻고 삶에 더 많은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메시지는 삶을 온갖 빛깔로 채색한다. 죽음이 주는 긴박감, 우선순위, 의미는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도록 힘을 준다. 이 책이 특히나 강조하는 의도적인 삶을 바라보게 하는 손짓들을 따라가고 싶었다.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는 활력과 의미라는 개념을 강조하며, 좋은 삶은 이 두 가지 요소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한다. 독자의 핵심 가치에 부합해 기쁨을 주는 활동을 파악하고, 활력과 진정성을 느끼도록 다양한 질문을 수없이 던진다. 공격적으로 퍼붓는 질문들에 답하는 게 쉽지도 않고 시간도 걸렸지만, 짧은 시간 동안 나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어 무척이나 가성비 높은 독서였다.


잘 살기 위해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메시지는, 삶의 유한성을 더욱 강하게 인식하게 되는 나와 같은 40대와 50대에게 특히 유용하다는 생각을 했다. 건강 문제와 신체적 제약을 온몸으로 느끼며, 의미와 목적이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조급함이 강해진다. 삶이라는 축복된 시간이 얼마나 유한한지 더욱 절실히 다가온다.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는 전환기를 헤쳐나가는 중년층에게 시기적절한 행복 안내서다. 변화하는 우선순위에 맞춰 적극적인 선택을 하게 해, "중년의 행복감 저하"를 피하도록 돕는다. 남은 "월요일"을 계산하고 인생의 의미를 더듬으며, 더 나은 삶을 선택하고 싶은 분들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한다.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이 좋았던 또 다른 이유는 진솔하지만 카리스마 있고 자신있게 목소리를 내는 메시지에 대한 신뢰였다. 망설임 없이 확신에 찬 문장들은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렇지만 바람과 달리 현실에서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었던 저자의 경험들을 무척 진솔하게 전한다.
"나는 내 삶이 나아지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너무 바빴고 두려웠으며 막막했다. 두려움 너머에 더 나은 삶이 있으리라 확신했지만, 어떻게 가야 할지 몰라 3년이란 시간을 무력하게 보냈다."
- 30면


그렇기에 저자가 내놓은 전략들은 참으로 실용적이었다. 좋은 의도와 희망만으로는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없음을 분명히 알고 찾아낸 방법들이었다. 핵심적인 질문에 답하도록 지면에 공간을 마련하고, 자신을 깊이 들여다보는 다양한 학문적 툴을 제공한다. 구체적인 통계 수치와 과학적 사실과 사례를 제시하며 인생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한다.


《당신에게는 몇 번의 월요일이 남아 있는가》를 읽다보면 인생을 넓지만 깊이 들여다보는 관점을 얻을 수 있다. 죽음이라는 마지막 챕터가 주는 힘을 십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죽음을 가까이하는 3가지 방법을 전하며, 후회와 허무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삶을 향한 걸음에 이 책이 디딤돌 하나가 되기를 바라며 추천한다.


1. 죽음을 명상하라
동양의 종교와 철학은 서양에 비해 죽음에 훨씬 더 개방적이다. 모든 마음챙김 명상 중에서도 죽음에 대한 명상이 최고라고 부처는 말했다. 늙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노화를 피할 수 없다. 아픈 것은 당연한다, 나는 질병을 피할 수 없다. 죽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내게 소중한 모든 것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은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들과의 이별을 피할 방법은 없다. 나는 몸과 말, 마음으로 행한 행동의 결과를 물려받는다. 나의 행동은 계속 이어진다. 이 문장들을 매일 암송하라. 아침과 밤에 읽어라.


2. 부고기사를 검색하라
매년 1월 저자는 아버지와 유명인의 죽음을 찾아보고 대화를 한다. 부고를 읽으면 죽음의 필연성을 절감할 수밖에 없다. 사진 속 돌아가신 분들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떠올린다. 그들은 행복했을까? 내 삶은 인터넷의 작은 사각형 안에서 어떻게 요약될까? 질문을 품고 자신의 부고기사를 작성하는 것도 좋다.


3. 기회가 될 때마다 묘지를 산책하라
최후의 종착지라 할 수 있는 그곳에서 죽음을 느껴보라. 이 특별한 답사가 어렵다면, 유명인의 묘지를 검색해보자. 묘비를 보며 한때 같은 땅을 밟았던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보라. 그들의 희망, 꿈, 그리움을 무엇이었을지 그들의 입장에서 하루를 상상해보라. 마지막 순간에 어떤 기분이었을지, 무엇을 자랑스러워했을지, 무엇을 후회했을지 상상해보라. 최소 15분 정도는 집중해서 죽음을 생각하라. 묘지에 있는 기분은 어땠는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생각하지 않으려 했는가? 무엇을 알아차렸는가?


#도서지원 #당신에게는몇번의월요일이남아있는가 #토네이도 #토네이도북클럽 #소용도리2기 #죽음을기억하라 #메멘토모리 #자기계발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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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보이네 - 김창완 첫 산문집 30주년 개정증보판
김창완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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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배우, 라디오 DJ, 소설가, 동시 시인, 화가...
대한민국의 멀티 엔터테이너 김창완.


1995년 김창완의 첫 산문집 <집에 가는 길>이 2005년 <이제야 보이네>로 개정해 선보인 후, 30년 만인 2025년 《이제야 보이네》 가 개정증보판으로 새 글 8편과 작품 20점을 더해 찾아왔다.


기타에 매달리듯 안겨 눈을 꼭 감고 있는 표지에 눈길이 머문다.
"삶은 여전히 이제야 보이는 일들로 가득합니다.
눈을 뜨고도 못 봤을 수 있고,
눈을 감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삶이 들려주는 대답은 그 의미가
단 한 번으로 완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사로잡히기보다
흘려보낼 때, 그때 인생이 알려주는 것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개정판 프롤로그


《이제야 보이네》는 김창완이 놓쳐버린 물고기에 관한 이야기이며 삶의 흔적에서 흘러나온 긴긴 노래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들, 비로소 의미를 드러내는 순간들, 이제야 보이는 삶의 의미를 활자로 돌아왔다. 삶은 답을 구하는 기회가 아니라 질문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며, 먼 미래에도 모를 것만 같은 수많은 질문이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아 《이제야 보이네》를 다시 세상에 내보이셨다고 한다. 흘려보냈다가 다시 돌아온 인생이 그에게 무엇을 들려주었을까.


《이제야 보이네》를 읽는 동안 시원하고 편히 숨을 쉬는 것 같다. 살다 보면 불현듯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인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지금 놓쳐버리면 영영 끝일 것 같다. 갖지 못한 것들이 아쉽고, 실패한 것들이 후회스럽다. 또, 또 그럴까 봐 부지런히 달려야 한다고 스스로를 들볶았다. 하지만 김창완은 말한다. 과거에 얽매이기보다 흘려보낼 때, 비로소 배우는 것들이 있으니 놓아주어도 괜찮다고. 잃어버리고 나서야 보이는 소중함이 있고,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이 있다고.


"하루만큼 가면 하루만큼 멀어집니다.
이제는 그 시간의 흐름을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삶도 음악도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라고요.
무대 위에서 저는 항상 이런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려고 합니다.
옛날에 유명했던 곡을 부르는 게 아니라고요.
지금 이 모습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고요."
-117면


《이제야 보이네》 책이 내 손에 쥐어진 지금은 나와 함께 있지만, 이 글 또한 흘려보내야 할 것을 이제는 안다. 가수의 글은 노래를 불러오나 보다. 곧장 답가가 멜로디로 흐른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인생은 모순과 아이러니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남풍만 불 수는 없다. 북풍, 서풍, 동풍 모두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상실은 극복하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것이었다. 고통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었다.


"한쪽 방향만 가리키는 풍향계는 고장 난 녹슨 풍향계다.
나는 오늘 어디서 바람이 불어올지 모른다. 그러므로 오늘도 어디를 바라다볼지 나는 모른다.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흘러온 내 인생길. 후회가 낳은 기쁨도 있고, 절망이 낳은 보람도 있으며, 환희의 자식으로 고통이 태어나기도 했다."
- 13면



"억지로 지우려 드는 대신 통증을 껴안을 수 있는 내성을 기르는 것도 방법이에요. 마음이란 게 쉽게 부서지는 게 아니거든요. 그리고 몇 번 부서져서 붙이고 꿰맨 가슴은 점점 더 안 깨져요. 지금 산산이 부서졌다고 해도 서서히 붙더군요. 그것도 아주 말끔하게요."
-24면


이 책을 읽으며 자주 멈췄다. 프롤로그를 넘어가는 데 하루가 걸렸다. 문장마다 질문이 걸려있었다. 쉬운 문제가 아니어서 허공을 헤맸다. 행간마다 내 속의 다른 내가 말을 걸었고, 그 말에 귀 기울이고 싶었다. 폭신한 산책길이라기보다 자갈 섞인 흙길을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걷는 기분이었다. 느릿느릿 걸을 수밖에 없었다. 길에 들어서자마자 비가 조금 내렸다. 하늘이 맑았는데 어떻게 비가 떨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또 질문해야 했다. '나 왜 우는 거야?'


서문만 읽어도 어떤 마음으로 쓴 책인지 알 것 같을 때가 있다. 담담하고 잔잔하게 흐르지만 까마득하게 수심이 깊다. 가끔 김창완 아저씨의 인터뷰 영상을 우연히 본다. 그때마다 울컥한다. 웃고 있어도 뒤돌아서서 울 것만 같은 표정이다. 긴 울음을 지나야 지을 수 있는 말간 웃음이었다. 얼마나 아팠기에 저런 얼굴을 할 수 있을까, 알면 다칠 것도 같지만 무심한 듯 꺼내놓은 이야기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워 더 가까이 다가가 듣고만 싶다.


데뷔 48년 차 일흔 살의 다재다능한 예술가, 닮고 싶은 어른으로 꼽히는 김창완이 "꾸밈없이 툭," 건네는 진솔한 성찰과 위로가 《이제야 보이네》 안에 가득하다. 일상 속 사소한 것에서 삶의 소중함을 발견하는 시선과 잃어버리고 잊은 줄 알았던 의미를 건지는 삶을 향한 간절함이 빛난다. 자신의 결점이나 모순을 폐기하지 않아도 된다고, 손에 쥔 것만 인생이 아니라는 말씀이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항상 어제보다 나은 나를 원했다. 늦더라도 이제야 볼 수 있는 멋진 변화를 원했다. 예전보다 더 나약하고 비겁해졌지만 그게 더 편하고 좋다는 아저씨의 말씀에 따라웃으며 생각했다. 이전보다 더 나은 내가 아니라도 언제나 지금의 내가 편하고 좋았으면 좋겠다고, 찌그러져도 예뻐할 수 있는 동그라미면 좋겠다고.


《이제야 보이네》를 좋아한 가장 큰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세상, 살고 싶은 인생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아저씨의 말씀을 들으니 더 오래, 더 잘 살고 싶어졌다. 어떤 하루를 보냈든 오늘의 나와 사람들에게, 세상에 감사하며 잘 살았다 어깨를 툭 쳐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chill한 마음이 커졌다.


물과 바람을 닮은 글. 흘려보내도 괜찮다지만 투명한 유리병에 모아두고 싶은 글. 계속 읽으며 나를 씻기고 말간 얼굴로 빛나고 싶게 만드는 글. 이제야 보이는 것들로 가득한 세상이기에 오늘 더 낮아지고 작아질 수밖에 없게 하는 글. 같은 메시지라도 다른 온도와 무게로 삶을 전하는 글. 연약한 듯 오롯이 자신만의 색깔과 소리를 드리운 글. 가수가 쓴 글이 아니라 작가 김창완이 쓴 글.



《이제야 보이네》를 통해 삶의 모퉁이마다 반짝 빛나던 당신의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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