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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세계문학 - 만화로 읽는 22가지 세계문학 교양상식
임지이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3월
평점 :
그랬다.
무심코 펼쳤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1/3 분량을 단번에 읽어버렸다.
"세상을 움직인 작가와 책,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유쾌한 지름길! "이라는 문구가 꼭 들어맞는 책이었다. "만화로 읽는 22가지 세계문학 교양상식"이라는 부제처럼, 《어쩌다 세계문학》은 만화 형식을 빌려 세계 문학 작품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세계 문학이라고 하면 지레 겁먹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고전이니 세계문학이니, 추천 리스트에 올라간 책들에는 그다지 흥미가 돋지 않는다. 《어쩌다 세계문학》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계 문학의 흥미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던 고전 작품들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고루한 추천 목록의 틀에서 벗어나 호기심을 갖고 책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 책상 위에 슬쩍 올려두고 싶다.)
줄거리 요약이나 작품 분석 대신, 만화라는 친근한 형식을 통해 작품을 둘러싼 배경이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구성이 친구와 대화하듯 편하고 유쾌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에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보이던 작가들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로 느껴진다. 무의식중에 형성된 인식과 관념을 깨는 임팩트가 있다. 그 균열에서 오는 재미와 발견은 취향을 더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취향의 다양화는 꽤 중요한 일이다. 생각의 폭을 넓히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다양한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고 즐기게 한다. 예상치 못한 기쁨을 얻는 길이 많아져 삶이 다채롭고 풍성해진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님은 취향은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취향이 있는 사람은 어디서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다고 말한다. 취향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취향에 맞는 좋은 음악을 만나려면 여러 장르를 듣고, 미술을 좋아하려면 직접 전시회에 가보는 등 경험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즐길 줄 아는 것이 취향이기에,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탐색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어쩌다 세계문학》은 문학이라는 취향을 찾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다. 만화라는 재미있고 직관적인 매체는 새로운 세계를 살펴보는 지름길이 된다. 한두 작품에 깊이 파고드는 대신, 여러 작품의 흥미 포인트를 맛보기 형식으로 펼쳐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없다. 22가지의 문학 작품을 세계 일주 하듯 둘러보는 동안, 더 읽고 싶고 파고들고 싶은 작품과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문학에 대한 배경지식 덕분에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접했던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도 있다. 책 한 권 읽어본 것에 불과하더라도 그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 번이라도 들어본 말이라면 '나 이거 알아!'하고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잡다해 보여도 작은 지식 조각들이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능력을 키우고 흥미를 갖게 하는 데 큰 실마리가 되어준다.
《어쩌다 세계문학》을 읽고 나니 세계문학에 대해 많은 걸 알아버린 기분 좋은 착각이 든다.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과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는 돈 문제로 두 번이나 교도소에 갔지만 옥살이 중에 돈키호테를 구상했다고 한다. 쉰여덟에 작품을 발표해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서지만 빚 때문에 대부분의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겨 정작 작가는 크게 벌지 못했다니,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은 새로운 장르에서 새 출발하고 싶은 간절함에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내놓는다. 하지만 한 기자의 추적으로 들통나고 말았다니, 사후에야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이 공개된 일화와 대조된다. 그렇게 그는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프랑스의 최고 문학상이자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가 되었다.
이렇게 접해보지 못한 간접 경험들은 특정 문화와 방식에 대한 고정적이고 피상적인 사고방식을 넘어, 나와 다를 수 있는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짧은 순간 잠깐의 경험일 수 있지만, 일상 속 인간관계나 사회 현상을 바라볼 때 더욱 폭넓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이나 작가들의 선택과 결과를 따라가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재고하고,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책이 맞다.
《어쩌다 세계문학》은 만화와 웹툰에 적합한 판형으로 일반 서적보다 길쭉하고 날씬하다. 손글씨를 닮은 폰트로 작가의 핸드메이드 정성을 페이지마다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고 대화 나누기에도 딱인 책이다. 간질간질 꽃망울이 터지는 봄에 폰은 멀찍이 두고 문학에 관한 가족 대화가 터지게 돕는 《어쩌다 세계문학》 만나보길 바랍니다.
*** 출판사 더 퀘스트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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