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감각 - 식물을 보고 듣고 만질 때 우리 몸에 일어나는 일들
캐시 윌리스 지음, 신소희 옮김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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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해야 한다”
이 말은 거의 신앙처럼 내 삶을 지배했다.
뭘 하든 며칠은 해야 하고, 몇 주는 유지해야 결과가 생긴다는 관념을 받들고 살았다.


그러니 자연과의 접촉 역시 자주, 오래, 충분히 해야만 ‘효과’가 있을 거라 여겼다. 그런데 《초록 감각》을 읽고 이 신념이 미세하게, 그러나 결정적으로 흔들렸다.


옥스퍼드 생물학과 교수인 저자 캐시 윌리스는 말한다.
"자연의 미생물 다양성에 잠시 노출되기만 해도, 피부와 장내 미생물군의 다양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 장내 미생물군이 체내에 들어와 장기를 변화시키고 면역계 기능과 건강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 (185면)


놀라웠다. 숲, 흙, 공기, 나무껍질에 살고 있는 자연 속 미생물(박테리아, 곰팡이, 바이러스, 원생생물 등)이 우리 몸과 건강에 직결되어 있었다. 당연하게 들리는 자연 예찬이 아니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생물학적 변화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곁에 있고, 심지어 우리 건강을 결정짓는 이 작은 존재들은 그 자체로 자연의 확장이다.


“잠시”가 “꾸준함” 못지않게 결정적일 수 있었다. 자연은, 혹은 자연과 접속하는 우리의 생물학적 시스템은, 찰나에도 반응한다. 그동안 내가 무심코 흘려보낸 숲속 산책 한 번, 흙을 맨손으로 만진 한 번이, 사실은 내 몸에 작은 혁명을 일으키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 왜 ‘잠시’라는 시간을 하찮게 여겼을까.
효율과 계획으로 중무장한 일상에서, 짧은 순간은 늘 덜 중요했고, 금방 사라지는 건 의미가 덜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이 책은 되묻는다. “정말 그런가?”


‘잠시’의 자연은 그 자체로 강력하다.
피톤치드나 미생물, 자연의 소리와 빛, 바람 같은 환경요소들은 우리 몸과 감정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준다. 흙을 만지는 아이일수록 면역계가 더 안정되며, 정원 가꾸기를 하는 사람들은 덜 우울하고, 실내에 식물을 두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낮아진다.
그 모든 변화가, 바로 그 ‘잠시’의 접촉에서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거창하게 자연을 누릴 필요는 없다. 창밖으로 나무를 보고, 집안에 화분이나 다양한 빛깔의 생화를 놓고, 허브향 디퓨저를 곳곳에 두는 것. 피부에 닿는 거친 나무껍질을 쓰다듬고, 숨어서 지저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그 ‘잠깐’이 내 몸과 마음을 새로 조율하는 데 충분할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깨닫자, 공원 벤치에 앉는 10분조차 참으로 귀하고 감사했다. 이 책에서도 20분 이상, 일주일에 최소 120분은 자연을 만끽하라지만 못 들은 척 슬며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변화를 위한 시간이 꼭 길 필요도, 스탑워치로 체크하듯 정확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자연은 말한다.


“나는 네 곁에 잠시 스쳐도 너를 바꿀 수 있다, 충분히.”


자연을 이해하는 것은 논문의 활자로 아는 자연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은 분명하게 알려주었다. 과학지식을 담은 정보의 책이라기보다 오감으로 자연을 감각하게 이끄는 책, 《초록 감각》이 건네는 싱그러운 자연의 선물을 받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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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해변에서 - 아메리카 원주민, 대항해 시대의 또다른 주인공
캐럴라인 도즈 페넉 지음, 김희순 옮김 / 까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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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이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아메리카 또한 "유럽"을 발견했다"


역사는 누구의 것인가.
권력을 가진 자가 역사를 기록한다.


캐럴라인 도즈 페넉의 《야만의 해변에서》는 권력이 관점이 된 유럽 중심의 역사를 정면으로 반박한다. '정복자'의 세계사에서, '정복당한 자'는 조용히 침묵 당한다.


하지만 이 책은 유럽이 아메리카를 발견한 역사가 아니라,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유럽을 '경험하고, 살아낸' 서사를 되살린다. 침묵으로 가라앉은 아메리카 원주민, 인디저너스를 수면으로 올려 반전과 반란, 통념을 뒤엎는 이야기로 기울어진 역사의 시선에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저자는 아즈텍, 마야, 이누이트 등 다양한 원주민들이 모두 노예가 아니었음을 밝힌다. 귀족, 외교관, 하인, 통역사, 가족, 연예인, 노예 등 다양한 신분으로 유럽 대륙에 존재했음을 풍부한 사료로 증명한다. 놀라웠다. 제국주의 구조 속에서도 저항하고 교섭하고 생존한 주체적인 ‘역사의 행위자’, 대항해 시대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중심에 있던 인디저너스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인디저너스들은 이 역사의 중심이었으며,
중심이고, 중심이어야 한다."
- 335면


저자는 인디저너스를 식민주의나 정복자의 프레임에서 빼내어 "다른 경로로 여행했던 사람들"로 재설정한다. 대항해 시대 한 세기 전부터, 그들은 여행으로 새로운 세계를 조성하고 향유했다. 무역하고 약탈하고 협상하고 결혼하고 어울리고 싸웠던 광대한 연결망이 오늘날의 범세계주의적인 현대의 씨앗이었음을 말한다.


《야만의 해변에서》는 인종적인 비방으로 흔히 쓰는 "야만"이라는 단어로 책의 핵심을 강조했다. 유럽인들은 아메리카를 ‘야만의 땅’이라 불렀지만, 반대편에서 원주민들이 바라본 유럽 역시 실상은 낯설고 비이성적이며 야만적이었다.


"그곳은 자원이 넘쳐나는데도 불평등과 빈곤이 만연했고,
침략 이전의 가치와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땅이었다.
또한 어린아이가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곳이었으며,
평범한 사람들은 그 부당함을 불평 없이 온순하게
받아들여야만 하는 곳이었다."
- 19면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믿어온 ‘문명 vs 야만’의 구분이 과연 타당한지 묻게 된다. 유럽의 발전은 착취와 침묵 위에 세워졌고, 원주민들의 정체성과 지식은 ‘문명화’라는 이름으로 지워졌다. 약자의 역사가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들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역사에서 지워지고 숨겨진 자들을 복원해 ‘제대로 본다’는 것은 소거된 목소리를 재구성하고 통합하는 작업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두고 뒤늦게 왜 이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할까. 그래야 과거의 침묵이 오늘날의 억압으로 되풀이되지 않는다. 편향된 관점은 문화와 역사로 이어졌고, 지금도 인디저너스의 후손들은 여전히 불이익을 받으며 식민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왜곡된 구조 속에 피해자가 여전히 살아 있다. 중심과 주변의 구조를 밝히고, 주변화를 드러냄으로써 인식의 틀 자체를 바꾸는 것, 그렇게 후손들이 자기 정세성을 왜곡 없이 구성하고 제자리를 찾아 미래를 재설정하는 것. 역사학자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진짜 이야기를 완성해낸 저자가 자랑스럽다.


유럽 중심의 프레임 자체를 깨어 기존의 역사 구조를 재구성한 《야만의 해변에서》는 현재를 바꾸기 위해 잘 조정된 렌즈이자, 미래를 새롭게 설계할 수 있는 지도였다.


그동안 얼마나 일방적인 시선으로 세계사를 바라봤는지, 그리고 이제 어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지를 돌아본다. 체계 밖으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포함한 진짜 역사도 점점 더 발굴되기를 기대한다. 터부시하고 제외함으로 문제의 해법일 수도 있는 다름의 가능성까지 없애는 불행이 우리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도 야만이라는 단어를 은밀하게, 무의식적으로
누군가에게 들이대고 있는 건 아닐까?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침묵시키고 있는 존재는 없나?


반대편의 시선으로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이다.


#도서지원 #야만의해변에서 #캐럴라인도즈페넉 #까치출판사 #까치글방 #까치글방서포터즈3기 #대항해시대 #유럽사 #서양사 #세계사 #역사책추천 #역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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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디자인하라 (표지 3종 중 1종 랜덤) -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50만 부 개정증보판: ABC Edition)
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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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관심이 많다.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관점에 지분이 크다. 지금까지 견디고 버티며 살아오는 동안, 별 근거 없이 내 안에 박힌 고정관념들은 외부의 관점으로 흔들지 않으면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 살던 대로 살고,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되기 쉽다.


시력에 맞는 안경을 써야 선명하게 볼 수 있듯,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과 세상을 해석하는 시선이 더 명확하기를 바랐다. 내가 원하는 삶에 어울리는 관점을 가지고 더 잘 살고 싶었다. 그러니 "관점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읽으며 알았다. 관점은 '갖는 것'이 아니라 '깨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당연함을 부정하라! 고정관념의 틀을 깨라! 뻔한 질문 대신 관점을 바꾸는 질문을 하라!" 이렇게 관점이 바뀔 때,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 본질을 파악하고, 미래에 당연해질 흐름을 미리 읽어낼 수 있다.


번외팔목
바둑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여덟 수를 더 내다본다는 바둑 용어다.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면 못 보던 것들을 더 볼 수 있다. 자기 연애는 못 하면서 친구 연애상담은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스스로를 관점 디자이너로 칭하는 저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카카오와 배달의 민족이라는 신화를 이룩하는 데 기여한 인물. 기업의 안과 밖에서 한 끗 다른 관점으로 위기를 이기고, 본질을 헤아려 급성장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마케팅 훈수를 두는 사람. 한 달에 월급 13번 받는 전문가. 3개의 1조 기업을 탄생시킨 전략가.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었기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끌었던 걸까?


《관점을 디자인하라》에서 배운
'관점을 얻는 방법 3가지'는 절실함, 멈춤, 질문이다.


첫 번째, 절실함.
저자의 동력은 절실함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절실하게 살았습니다.
성공이란 이름이 나를 교만하게 할 수도, 나태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 보려는 절실한 마음으로 모든 것에서 스승을 발견하려고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며 살았습니다."
-5면


자기 삶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간명함과 자신감이 참으로 멋지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자신을 교만과 나태함에서 지키기 위해 절실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더 보려는 절실함"으로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생의 스승들을 통해 감탄하고 성장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벼리고 벼렸을 절실함의 결과물이 유일무이한 그의 관점이었다. 그리고 그 관점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두 번째, 멈춤.
멈출 때 터진다.

새로운 관점을 갖추기 위한 방법 중 "멈춰서 생각하라"는 조언이 인장처럼 남았다. "그는 잠시 멈추어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의 가치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43면)
카카오톡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을 가리킨 말이다. 일시정지의 순간에 뿌리가 자란다. 멈추어 머무르는 동안 가치가 무르익는다. 통찰이 터져 나올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급변하는 이 시대에 얼마나 귀한지 배웠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관점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렌즈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갈아끼우는 데만 열심이었다. 초점을 맞출 잠깐의 시간조차 가질 줄 몰라 정작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다.


어떤 렌즈를 가졌느냐보다 셔터를 잘 누르는 게 중요하다.
멈추어 오래, 자세히 본 뒤 이때다 싶은 순간에, 찰칵! 눈앞의 장면을 온전히 누리는 멈춤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클로버 속에 네잎클로버를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질문.
질문도 디자인이다.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한 대사다. '왜 15년 동안 감금했을까'라는 질문은 틀렸다. '왜 15년 만에 풀어주었을까'가 맞다. 답을 찾으려 아등바등 한 전제를 바꿔, 질문이 틀릴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질 때, 옳은 답을 나타난다. 이전과 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이 쌓이면, 새로운 관점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대답이 아닌 질문이 우리가 갈 길을 알려준다. 지금 '틀린 질문'을 던지고 있지 않은가? '다른 질문'을 던져 보라. 생각을 생각하고, 질문을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60면)


<동물농장>을 읽고 "왜 살아야 하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돼지들이 만든 부당한 권력 구조 안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란 너무 어려웠다. 질문에 대한 답을 끙끙대며 찾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질문이 틀렸구나!'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로 방향을 돌리자, 실마리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책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질문일지도 다 올바른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관점은 절실함에서 태어나고,
질문을 통해 단단해지며,
멈출 때 무르익는다.


나는 무엇에 절실했던가? 멈추고, 옮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가? 잔소리를 쏟아내듯 마구잡이로 물음표를 남발하고, 없어도 상관없을 부차적인 것에 절실했던 것 같다. 진득하니 머물러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눈앞에 존재를 그 자체로 보지 못했다.


성찰과 통찰은 열심히 노력하면 오는 줄 알았다. 그렇게 관점이 바뀌고 삶이 변할 줄 알았다. 하지만 통찰의 순간은 정돈되지 않은 감각 위에 불쑥 떠오르는 것 같다. 언어화되기 전, 그 세계가 그대로 다가오는 쉼표의 순간에 스파크처럼 번쩍 빛나는 것 같다.


Doing에만 빠지지 않고,
Being으로 깨어 있기.


"남들보다 더 생각하면 생각은 깊어지고 넓어지고, 그러다 보면 창조적인 사람이 된다." (75면) 이제는 질문을 바꾸고, 관점을 다르게 디자인하며 살고 싶다.


삶을 아끼는 절실함으로, 듣고 배우는 사람.
틀을 의심하고, 질문을 디자인하는 사람.
그렇게 굳은 관점을 녹여, 대체될 수 없는 명품인간,
나만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함을 깨라고 했지만,
당연히 시간이 걸리고 가는 길은 고될 것이다.
울퉁불퉁 굴곡 없는 반듯한 길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편한 방법으로는 꽝꽝 굳은 내 인생이
변할 리 없다는 걸 안다.
끝없이 흔들리고 깨지며 묵은 관념들을 털어내기.
멈추어 생각하는 동안 진실을 한 조각씩 찾아 보강하기.
다른 질문으로 산뜻한 모양을 갖출 변화에 대한 믿음 갖기.

그렇게 한다면 계속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독자가 달라지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
나에 대한 관점이다.


자아감, 자존감과 연결된 믿음 한 뿌리가 조금 더 굵어진 것 같다. 삶의 정수 같은 지혜를 책으로 언제든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자, 그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가 보였다. 앞서간 자들의 사유에 물들 수 있는 '나'라면 지금 여기에 고여 썩어버리는 사람이 될 리는 없을 것이다.


늘 불안했던 나를 향한 시선이 단단해졌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확신, 스스로의 어깨를 밀어줄 수 있는 여유. 이 정도면 꽤 좋은 사진을 하나 찍은 것 같다.


당연함을 부정하라.
저자의 말을 뒤집어본다.


"관점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관점은 나를 바꾸지 않는다.
나를 바꾸기로 한 순간,
비로소 관점이 바뀐다."

#관점을디자인하라 #박용후 #쌤앤파커스 #자기계발서 #책추천 #관점 #질문 #절실함 #멈춰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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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이하영 지음 / 토네이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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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선뜻 와닿지 않았다. 중년 남성인 저자가 '스무 살'을 언급하다니 의도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저자의 인터뷰를 보고 생각이 바꼈다. 뭔가 달랐다. 놀라울 만큼 핵심을 짚어내고 있었다.


그 자신감이 낯설어 경계심이 들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 철학가도, 사상가도 아닌데 세상 이치를 본질적으로 꿰뚫어 명료하게 정리하다니,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확신하게 됐다. 믿고 읽어도좋다. (제가 꽤 신중한 편이라서요 ㅎㅎ ^^;;)


공부하듯 읽었다. 수학에 능했던 이력 때문인지 공식처럼 문장이 정제돼 있다. 단문 속에 응축된 사유와 논리 덕에 독자도 생각도 정리하게 되는 구조다. 쉽게 읽히지만, 느긋하게 일어야 제맛이다. 가볍게 넘기면 놓치는 게 많다.


저자는 흙수저에서 상위 1% 자산가, 43세에 100억을 달성한 성형외과 의사이자 작가, 사업가, 유튜버이다.
이 책은 저자가 그간 경험하고 사유한 삶의 모든 진리를 녹인 것 같다. 한 생을 더 살아야만 한 권을 또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깊고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삶을 바꾸는 3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마음공부를 하고, 삶의 기본기를 다지고, 즐겁고 충실하게 살면 됩니다."

1. 마음공부
삶이 변하려면 먼저, 현실 회로가 바뀌어야 한다. 바로 무의식이다. 생각의 씨앗인 관념과 열매인 현실이 하나임을 알기 위해, 마음공부를 하라.

2. 기본기 반복
그것은 독서, 운동, 명상. 뻔하지만 이 3가지를 매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는 매일 1시간 독서, 1시간 운동, 3분 명상을 한다. 매일 실천하는 사람은 결국 다른 길에 이른다.

3. 즐거움
열심히 대신 충실히 살자. 열심히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더 나아가 즐겁게 살면 최고다. 오늘을 즐기는 사람이 결국 오래 간다.


'사는 게 즐거워지면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즐거움은 삶의 조건이 아니라 본질임을 강조한다. 즐거움이 삶의 기본값이 될 때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저자의 단언에 놀랐다.
오롯이 삶을 즐기는 방법에는 "오늘의 당연함에 감사하기"를 꼽았다.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한 끼 식사는 자신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오늘의 당연함이 누군가에게 기적 같은 일이고, 과거의 당신이 상상치 못했던 일상임을 상기시킨다. 오늘은 70살의 내가 그토록 원하는 48살의 하루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저자는 "감사"를 강조한다. 덕분에 감사가 곧 메타인지 작동의 결과임을 깨달았다. 당연한 것에 감사하라지만, 감사 자체는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뇌는 에너지 효율을 위해 익숙한 것에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누리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한 단계 위의 시선, 즉 메타인지가 작동해야 감사할 수 있다. 감사는 지금 여기의 상태를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감사하면 삶을 오롯이 즐길 수 있고, 메타인지가 높아진다. 메타인지가 높아지면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에 성장이 빨라진다. 감정에 브레이크를 걸 줄 알아 회복탄력성도 높아지고, 인간관계도 좋아진다. 의식적 선택을 하는 힘이 커지니 자기 삶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똑똑하게 산다는 논리가 피부에 와닿았다.


저자는 바쁜 일상을 살면서 어떻게 이다지도 높은 사고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바로 이 부분을 읽고 알 수 있었다. 그의 독서법이다.

1. 관심 분야의 책 4권을 서점에서 직접 고른다. 책은 책장에 꽂아 두는 게 아니다. 손 닿는 곳에 뿌려두라. 그러면 펼치게 된다.

2. 책을 읽고 나면 30분 알람 설정. 그동안 '작가의 말이 맞을까?' 생각하며 3~4개 키워드로 정리한다. 인상적인 구절을 포스트잇에 적어 거울이나 모니터에 붙여둔다.

3. 알람이 울리면 책을 덮고, 작가의 키워드와 나의 키워드로 정리된 글을 쓴다. 이 글을 나에게 카톡으로 보낸다. 지치고 에너지가 바닥일 때 그 글을 읽는다.
'내가 쓴 글 맞아?' 자신에게 감동하는 시간, 나를 신뢰하는 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런 독서를 매일 1시간씩 하는 사람이니 달라질 수밖에 없었겠구나 이해했다. 방금 읽은 책 내용이라도 그것을 3~4개의 키워드로 정리하는 것조차도 굉장한 고난도 작업이었다. 백지 앞에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ㅎㅎ) 하지만 책과 쓰기를 통해 성장하고 싶은 분들께는 강력한 실천 가이드가 될 것이니 꼭 챙겨가길 바란다.


자기계발서에 속하지만 저자의 인생이 스며든 문장이 많아 에세이처럼 읽혔다. 실천지침은 현실적이고 간결하며, 철학적 뼈대가 있어 부담이 적어 잘 흡수된다.


평소 가족에게는 책을 추천하지 않지만 이 책은 예외였다. 삶의 핵심을 간파해 쉽게 설명한 책이라 남편과 아이들에게 권했다. 자아를 형성 중인 젊은이, 삶의 전환기를 맞아 후회하고 있는 중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과거의 나를 껴안고,
지금을 행복으로 채우며,
미래를 설계하는 힘.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를 통해 그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도서지원 #나는나의스무살을가장존중한다 #이하영 #소용도리2기 #토네이도출판사 #자기계발서추천 #감사 #메타인지 #즐거움은기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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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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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사람, 김미리 작가와 귀찮(김윤수) 작가가 각각의 삶과 계절을 기록하며 주고받은 편지집이다. 서로 다른 공간, 다른 감정을 품은 두 존재가, 같은 사계절을 통과하며 각자의 마음을 꺼내 모았다. 서로를 설득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나는 이렇게 느끼고 있어"라고 담담히 털어놓는 이야기 속에, 서로를 궁금해하고 존중하는 마음들이 곱게 놓여있다.


딱히 용건이 없는 편지를 쓴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쓸모를 따지자면 무용하고, 이득을 따지자면 남는 게 없다. 속도와 효율의 시대에 긴 문장으로 찬찬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일상을 나누는 과정은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를 읽으며 생각했다. 편지야말로 우리가 여전히 필요로 하는 소통 방식이라는걸.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라는 외침을 편지가 아니면 어디서 이렇게 선명히 들을 수 있을까.


내 마음도 활짝 열리는 것 같았다. 말이 아닌 글로 타인과 내밀하게 교감하는 경험. 쓸모를 넘어 대가 없이 내주는 시간과 마음에서 사람의 향기가 났다. 들숨에 들숨으로 폐부 깊숙이 채우고 싶은 향기였다.


작가들은 빠른 대화 대신, 느린 기록을 택했다. 한 사람의 계절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답하지 않는다. 충분히 살아낸 후에, 각자의 삶과 감정을 곱씹어 다시 꺼낸다. 이 과정은 어쩌면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관계의 예의'일지도 모르겠다. 빠른 반응보다 깊은 이해를, 즉각적인 판단보다 긴 여운을 중시하는 태도. 그 느린 교환이야말로, 이 책에서 돋보이는 지점이다.


나란히 수놓인 활자들 사이로 작가들의 수다가 펼쳐진다. 내가 편지를 받은 것처럼 설레고 신났다. 품격 있으면서도 은은하게 웃기는 글들을 읽으며 욕심이 났다. 오만하게도 내가 글을 매우 매우 잘 쓰게 된다면 이렇게 쓸 것만 같다고, 아니 이렇게 꼭 써보고 싶다고. 어쩜 이렇게도 곱고 예쁜 마음들이 한가득 담겼는지 참으로 선물 같은 책이었다.


계절이라는 흐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다. 계절은 살아 있는 존재처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봄은 언제나 기쁨이 아니고, 겨울은 반드시 고통만도 아니다. 희망과 두려움, 기쁨과 공허가 한 계절 안에서도 엇갈려 스며든다. 그 사실을 두 작가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삶도 그러하다는 것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함께 있음'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 태도였다. 둘은 나란히 있지만, 결코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 같은 봄에도 다른 슬픔을 겪고, 같은 여름에도 다른 기쁨을 품는다. 그 다름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서로의 거리를 존중한다.


"우리는 다르다. 그러나 나란히 있을 수 있다."라는 선언이, 관계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 같다. 관계란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채로도 함께 머무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끝내 이해할 수 없어도, 그래도 괜찮다고 믿고 싶기도 했다.


빠르고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만이 소통의 전부가 되어버린 시대에, 이 책은 효율을 거스르는 편지를 선보였다. 쓸모없음 속에 깃든 존엄. 속도 대신 머무름을 선택하는 용기. 편지가 그렇듯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시간과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살아가는 일은 결국, 나란히 걷는 일이다.
같은 속도일 필요도 없고,
같은 목적지를 가져야 할 필요도 없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나란히 계절을 건너는 일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동행임을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에서 배웠다.


책을 읽으며 내 마음도 한 자락 편지가 되었다. 고운 이에게 꾹꾹 눌러 편지를 쓰고 싶다. 쓸모를 따지지도,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고. "우리는 다르지만, 나란히 걸을 수 있어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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