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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을 디자인하라 (표지 3종 중 1종 랜덤) -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50만 부 개정증보판: ABC Edition)
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5월
평점 :
"관점"에 관심이 많다.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관점에 지분이 크다. 지금까지 견디고 버티며 살아오는 동안, 별 근거 없이 내 안에 박힌 고정관념들은 외부의 관점으로 흔들지 않으면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 살던 대로 살고,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되기 쉽다.
시력에 맞는 안경을 써야 선명하게 볼 수 있듯,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과 세상을 해석하는 시선이 더 명확하기를 바랐다. 내가 원하는 삶에 어울리는 관점을 가지고 더 잘 살고 싶었다. 그러니 "관점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읽으며 알았다. 관점은 '갖는 것'이 아니라 '깨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당연함을 부정하라! 고정관념의 틀을 깨라! 뻔한 질문 대신 관점을 바꾸는 질문을 하라!" 이렇게 관점이 바뀔 때,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 본질을 파악하고, 미래에 당연해질 흐름을 미리 읽어낼 수 있다.
번외팔목
바둑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여덟 수를 더 내다본다는 바둑 용어다.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면 못 보던 것들을 더 볼 수 있다. 자기 연애는 못 하면서 친구 연애상담은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스스로를 관점 디자이너로 칭하는 저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카카오와 배달의 민족이라는 신화를 이룩하는 데 기여한 인물. 기업의 안과 밖에서 한 끗 다른 관점으로 위기를 이기고, 본질을 헤아려 급성장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마케팅 훈수를 두는 사람. 한 달에 월급 13번 받는 전문가. 3개의 1조 기업을 탄생시킨 전략가.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었기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끌었던 걸까?
《관점을 디자인하라》에서 배운
'관점을 얻는 방법 3가지'는 절실함, 멈춤, 질문이다.
첫 번째, 절실함.
저자의 동력은 절실함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절실하게 살았습니다.
성공이란 이름이 나를 교만하게 할 수도, 나태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 보려는 절실한 마음으로 모든 것에서 스승을 발견하려고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며 살았습니다."
-5면
자기 삶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간명함과 자신감이 참으로 멋지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자신을 교만과 나태함에서 지키기 위해 절실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더 보려는 절실함"으로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생의 스승들을 통해 감탄하고 성장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벼리고 벼렸을 절실함의 결과물이 유일무이한 그의 관점이었다. 그리고 그 관점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두 번째, 멈춤.
멈출 때 터진다.
새로운 관점을 갖추기 위한 방법 중 "멈춰서 생각하라"는 조언이 인장처럼 남았다. "그는 잠시 멈추어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의 가치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43면)
카카오톡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을 가리킨 말이다. 일시정지의 순간에 뿌리가 자란다. 멈추어 머무르는 동안 가치가 무르익는다. 통찰이 터져 나올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급변하는 이 시대에 얼마나 귀한지 배웠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관점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렌즈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갈아끼우는 데만 열심이었다. 초점을 맞출 잠깐의 시간조차 가질 줄 몰라 정작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다.
어떤 렌즈를 가졌느냐보다 셔터를 잘 누르는 게 중요하다.
멈추어 오래, 자세히 본 뒤 이때다 싶은 순간에, 찰칵! 눈앞의 장면을 온전히 누리는 멈춤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클로버 속에 네잎클로버를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질문.
질문도 디자인이다.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한 대사다. '왜 15년 동안 감금했을까'라는 질문은 틀렸다. '왜 15년 만에 풀어주었을까'가 맞다. 답을 찾으려 아등바등 한 전제를 바꿔, 질문이 틀릴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질 때, 옳은 답을 나타난다. 이전과 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이 쌓이면, 새로운 관점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대답이 아닌 질문이 우리가 갈 길을 알려준다. 지금 '틀린 질문'을 던지고 있지 않은가? '다른 질문'을 던져 보라. 생각을 생각하고, 질문을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60면)
<동물농장>을 읽고 "왜 살아야 하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돼지들이 만든 부당한 권력 구조 안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란 너무 어려웠다. 질문에 대한 답을 끙끙대며 찾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질문이 틀렸구나!'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로 방향을 돌리자, 실마리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책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질문일지도 다 올바른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관점은 절실함에서 태어나고,
질문을 통해 단단해지며,
멈출 때 무르익는다.
나는 무엇에 절실했던가? 멈추고, 옮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가? 잔소리를 쏟아내듯 마구잡이로 물음표를 남발하고, 없어도 상관없을 부차적인 것에 절실했던 것 같다. 진득하니 머물러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눈앞에 존재를 그 자체로 보지 못했다.
성찰과 통찰은 열심히 노력하면 오는 줄 알았다. 그렇게 관점이 바뀌고 삶이 변할 줄 알았다. 하지만 통찰의 순간은 정돈되지 않은 감각 위에 불쑥 떠오르는 것 같다. 언어화되기 전, 그 세계가 그대로 다가오는 쉼표의 순간에 스파크처럼 번쩍 빛나는 것 같다.
Doing에만 빠지지 않고,
Being으로 깨어 있기.
"남들보다 더 생각하면 생각은 깊어지고 넓어지고, 그러다 보면 창조적인 사람이 된다." (75면) 이제는 질문을 바꾸고, 관점을 다르게 디자인하며 살고 싶다.
삶을 아끼는 절실함으로, 듣고 배우는 사람.
틀을 의심하고, 질문을 디자인하는 사람.
그렇게 굳은 관점을 녹여, 대체될 수 없는 명품인간,
나만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함을 깨라고 했지만,
당연히 시간이 걸리고 가는 길은 고될 것이다.
울퉁불퉁 굴곡 없는 반듯한 길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편한 방법으로는 꽝꽝 굳은 내 인생이
변할 리 없다는 걸 안다.
끝없이 흔들리고 깨지며 묵은 관념들을 털어내기.
멈추어 생각하는 동안 진실을 한 조각씩 찾아 보강하기.
다른 질문으로 산뜻한 모양을 갖출 변화에 대한 믿음 갖기.
그렇게 한다면 계속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독자가 달라지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
나에 대한 관점이다.
자아감, 자존감과 연결된 믿음 한 뿌리가 조금 더 굵어진 것 같다. 삶의 정수 같은 지혜를 책으로 언제든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자, 그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가 보였다. 앞서간 자들의 사유에 물들 수 있는 '나'라면 지금 여기에 고여 썩어버리는 사람이 될 리는 없을 것이다.
늘 불안했던 나를 향한 시선이 단단해졌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확신, 스스로의 어깨를 밀어줄 수 있는 여유. 이 정도면 꽤 좋은 사진을 하나 찍은 것 같다.
당연함을 부정하라.
저자의 말을 뒤집어본다.
"관점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관점은 나를 바꾸지 않는다.
나를 바꾸기로 한 순간,
비로소 관점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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