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 비교와 강박을 내려놓고 삶의 중심을 되찾는 마음의 기술
전미경 지음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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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전미경의 책 《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는 독자에게 조금은 도발적인 전제를 던진다.
"스스로에게 불만족한다 = 당신은 불안하다 = 당신은 특별해지고 싶어한다"로 묶어버리기 때문에, 독자는 '응? 나는 나에게 불만은 있지만 그런 의도는 없는데?'라는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나에게 불만족하지만 그게 곧 남들보다 더 특별해지고 싶은 심리는 아니었다. 그저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은 정상적인 욕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진지하게 나에게 물어봤다. '너 정말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


내 삶 전체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진 않다. 어젯밤에도 이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이렇게 형편없는 실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니, 신은 정말이지 놀랍도록 내게 큰 축복을 베푸셨구나!' 감탄했다. 다만 특정한 영역에서는 역량을 제대로 빛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건 세상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서 꺼지지 않고 타올라 삶의 중심이 되어주는 욕망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거울 역할을 한다. 독자를 설득하고 교정하려 들지 않고, "지금 당신이 불안한 이유가 뭔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보여줄게요." 되돌아보고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읽다 보면 '이 사람도 이런 식으로 아팠구나. 그런데 그걸 이렇게 풀어낸다고?' 타인의 깨달음이 내 고통의 지도와 맞물리는 지점이 생긴다.


저자의 말에 다 동의해야만 내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꼭 일치하지 않아도 나만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들이 흥미로웠다. 그렇게 책은 불안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나와 무엇이 다른지 살피며 조율하며 읽어갔다. 여러 상담 사례를 통해 내담자에 이입해, 공감받고 이해를 높이며 나를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할게. 너랑 있으면 편하기는 한데 그게 다야.
네가 어떤 애인지 모르겠어.
네 생각이 뭔지, 네가 뭘 좋아하는지 전부 모르겠어.
우리 여기까지 하자."


충격적인 이별 통보를 당한 이 내담자는 모든 걸 남자친구에게 맞춰왔다. 자신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단 한 번도 진짜 모습을 타인에게 드러낸 적이 없었다. 저자가 지적한 그녀의 근본 원인은 의외였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만 몰입"했다는 것. 겉으로는 타인에게 맞추는 듯했지만, 실상 그녀의 관심은 오직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만 쏠려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적절하게 반응하고 있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었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호기심이 없었기에, 그녀의 대화는 항상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나 역시 더 나아지고 싶은 욕구로 자꾸 나를 단속하며 검열하곤 한다. <나는 솔로>에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는 한 분이 떠올랐다. 능력은 물론 외모며 인품, 지성까지 두루 갖춘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에게도 악플이 달린다. 관심을 보이는 남성 출연자에게 이성적인 마음이 없음에도 선을 긋지 못하고 계속 여지를 주는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타인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나 역시 그런 부류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악의 없는 행동이 결국은 호감 있는 사람을 알아볼 기회를 놓치게 했다. 타인을 과하게 배려하느라 자신을 검열하고, 진짜 자신의 감정은 뒤로 미뤘다. 그녀도, 나도, 그렇게 스스로를 검열하며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심리학자 롤로 메이는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용기야말로 존재의 핵심"이라 말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만이 관계에서 진짜 연결을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관계에서도, 삶에서도 덜 외롭게 살아갈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의 목소리이다.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용기,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용기. 그것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능력이었다.


책은 일본에 '킨츠기'라는 전통 공예를 소개한다. 깨진 도자기를 금가루를 섞은 옻칠로 이어 붙인 기술이다. 흠집과 균열을 숨기는 대신 그것을 금빛으로 빛나게 만들어 깨진 자리가 오히려 새로운 아름다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내 삶의 균열을 하나씩 금으로 덧칠하고 싶어졌다. 완벽하진 않아도, 그래서 더 나 다운 이야기가 생길 테니까.





#당신은결코특별하지않다 #전미경 #비교 #강박 #삶의중심을찾는마음의기술 #갤리온 #심리학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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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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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고 있다는 말과 그만하면 됐다는 말이 마냥 우스웠고, 당근 대신 주어진 채찍 앞에서는 분노하고 웅크리기 일쑤였다. 숱하게 겪고 충분히 깨달은 것처럼 쏟아냈던 글들은 그로써 모두 거짓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나는 나조차 보듬지 못한 채 용케도 타인을 위했다."
- 6면


프롤로그부터 마음이 열렸다. 누적 120만 부를 넘긴 에세이스트에게 무너진 마음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고백하다니. 말과 삶이 어긋난다는 고통, 쓰라린 자기 검열 끝에 쏟아낸 문장들이 그대로 위로가 됐다. 멋진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흔들림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사람. 그게 작가였다.


이어지는 대목에서도 눈길이 머물렀다.
"나는 왜 이토록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인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고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내게 감사하는 그들에 대한 예의가 여기면서." (7면)

4년 만에 가진 사인회에서 독자들에게 받은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힘을 얻는다. 나에겐 낯선 태도였다. 누군가가 나를 칭찬하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속으로는 따지고 싶었다. '정말 그렇게 보셨어요? 어떤 근거로요? 제가 정말로 그런가요?' 칭찬을 분석하려 드는 마음이 상대에게 무례일 수 있다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건 신중함이 아니라 불신이었다.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와 나에 대한 믿음이라는 사실을 이 문장을 읽고서야 알았다.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제목에 담긴 낙원은 어쩌면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 자신을 보듬는 자리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가진 채로도 자신을 돌보지 못한 사람이 비로소 자신을 만나 안기게 되는 공간. 저자는 그곳에서 만나자 한다. 그리고 나는 다음 글에서 그런 순간을 맞았다.


"너의 예쁨

너의 예쁨을 참 너만 모른다.
예쁘게 노을 진 하늘을 보고도, 길가에 예쁘게 핀 제철 꽃을 보고도, 뛰노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면서도 너무 쉽게 감탄하는 마음이지 않나. 그런데 정작 자신을 마음껏 예뻐해 줘야 할 때를 버릇처럼 놓치고 만다.
...... 실은 전부 너를 예쁘게 여겨야 할 때인 것을.
작고 사소한 것에 뿌듯해하는 모습과 귀엽고 아름다운 것에 한껏 지어 보이는 네 웃음이 얼마나 예쁜지 너만 모른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가장 먼저 돌보는 사람이 되기를. 그토록 사랑다운 예쁨을 몰라주지 않기를. 네가 무언가를 예뻐하는 마음 이상으로 커다랗게, 또 깊숙이 너를 예뻐해 주기를. 쓰담쓰담, 잊지 않고 너의 숨은 슬픔 네가 알아주기를."
- 52,53면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게 했다. 그동안 내가 나를 알아주지 못했다는 걸 들킨 느낌이었다. 남들에게만 다정하려 애썼지 나를 그 '예쁜 감탄 목록'에 넣을 줄 몰랐던 내가 안타까웠다.


예쁨을 발견할 줄 아는 소중한 감각을 이젠 나에게 향해도 괜찮을까. 이 책은 충분하다 답해준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 세상에 가져다주는 사람인지 보라 한다.


"나는 환해지고 싶어.
아름다운 무언가가 되고 싶어."
(25면)


책의 목소리를 빌려 나에게 들려준다. 세상에서 밀려난 마음들이 아름다운 꿈 속에서 쉬어갈 수 있는 피난처, 그 낙원에서 회복되고 연결될 수 있는 소망들에 따스한 온기로 덥혀주는 책이었다.


낙원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그게 낙원의 티켓이었다.


#도서지원 #우리의낙원에서만나자 #하태완 #북로망스 #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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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마음 - 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김승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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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유현준 교수 같은 건축가의 공간 인문학을 떠올렸다.
그런데 저자는 김승수, 8년간 전주시장을 지낸 정치인이었다. 25년간 현장에서 도시 정책을 다룬 실무자이자, "가장 인간적인 도시"를 꿈꾼 도시 혁신가이다.


정치인이 쓴 책이라니 경계심 먼저 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이 극단적으로 나뉜 시기에 이 책을 만났기에 정치적 의도부터 의심하게 됐다. 읽어 보니 의도가 있었다. 정치가가 아닌 '도시 설계자'로서의 의도였다.


도시정책은 관점이 곧 정책이 되기에 의도가 없을 수 없는 분야다. 그 관점 안에 '사람을 중심에 둔 도시'라는 철학이 있었고, 다행히 정치색 없이 도시와 시민을 바라보는 정제된 시선이 담겨 있었다.


도서관을 중심 소재로 도시의 마음을 우려낸 책이다.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의 핵심적인 공공장소가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책과 함께하는 삶"을 일구어가는 여정이 펼쳐진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도서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좋은 도시는 아름다운 공원과 미술관, 놀이터와 정원,
도서관과 가로수 같은 공공장소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려 노력합니다.
다양한 공공장소가 시민들의 '마음 둘 곳'이 되어주는 것이지요."
-35면

"외롭고 힘들던 중 우연히 오게 된 이곳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갑니다. 감사해요."
-44면 (누군가가 전주의 도서관에 남긴 엽서에서)


나도 그랬다. 삶이 무거워 어디로든 나가야 했을 때, 도서관은 늘 그 자리에서 나를 받아주었다. 누가 누구인지 구분해서 환영하지 않았다.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고, 세상과 연결되도록 기회를 주었다.


경계와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중력 지대.
조건 없는 환대의 장소.
돈이 없더라도 들어갈 수 있고,
돈이 없더라도 이름을 불러주는 곳.
모두를 품으며 시민성을 인정받는 장소.


공간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감정적,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터전으로 또 다른 삶의 거처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고립된 마음을 풀어내는 동안 어느새 마음은 치유되고 점점 회복해가며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그렇게 도시 곳곳에 마련된 공공장소는 시민을 환대하는 도시의 살아있는 증거였다.


《도시의 마음》은 한 도시의 행정 기록이라기보다, 공공장소를 통해 마음의 무게를 나누려 한 한 사람의 도시적 신념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치인의 책이라는 이유로 의심했던 마음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사람을 위한 도시를 꿈꾼 기록'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 글도 나는 도서관에 앉아 쓴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이 공간을, 누군가는 그렇게 오랜 시간 애써 만들어왔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도시 철학이 나의 일상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 공간에서 받은 환대가 내 삶에 녹아있었다.


도시는 그렇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그 도시에 말을 걸어본 적이 없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늦었지만 내 작은 마음 한 잎을 떼어 도시 위에 띄우고 싶다. 이 작은 변화가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친구 같은 도시를 만나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도서지원 #도시의마음 #김승수 #다산북스 #도시 #환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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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 천천히 사유할 때 얻는 진정한 통찰의 기쁨
머리나 밴줄렌 지음, 박효은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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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독자들이
산만함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다면,
산만한 정신에서 날카로운 통찰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산만함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 29면



150쪽 남짓의 작은 책 《창조적 영감에 관하여》
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는데 감이 왔다. "Destiny~!" 이번처럼 한눈에 빠져버리는 책을 만날 때면 설레발이 실망이 될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처음의 기대를 넘어서는 웅장함이 마지막 페이지에서 덮칠 때, 책을 바로 알아본 안목에 도취되어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역시 나야, 음하하하~!)


이 책이 딱 그랬다. 나아지고 있던 줄긋기 병을 도지게 만든, 짧지만 밀도 높은 문장들. “산만함의 예찬”이라는 낯설지만 매혹적인 개념에 내 삶의 외연이 한층 넓어진 기분이다.


저자 이름이 낯익다 했더니, 바로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의 마리나 반 주일렌! 작년 5월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책의 저자와 다시 연결되는 순간, 이 만남은 한 권의 독서가 아닌 재회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가 평소 사랑해 마지않는 '중용'의 미학을 '산만함'을 통해 새로운 시선으로 풀었다. 비교 문학 교수인 저자의 글은 이분법을 넘어선 균형과 리듬의 맥락으로 사유의 기쁨을 확보해낸다. 이렇게나 깊고 넓은 통찰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정신이 산만해지는 것이
그토록 심각한 문제라면,
왜 진화 과정에서 이 결점이 퇴화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왜 온전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걸까?
혹시 산만함은 인간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비밀 병기 같은 것이 아닐까?"
-40면


이 책이 말하는 산만함은 주의력 결핍이나 정신없는 부산함이 아니다. 느긋하고 게으른 몽상이나 성찰, 반추에 가깝다. 생각이나 감정이 흐트러진 그대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유연하고 관조적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마음챙김과도 닮았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것 같지만 불꽃이 터지는 천지창조 직전의 상태, 의식에 매달려 있지 않되 끊임없이 주변을 감지하고 자유롭게 연결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허용하는 여백의 상태.


"여행 중에는 글을 쓰지 않는다.
나는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듣는 것도 좋아한다.
바라보는 것도, 관찰하는 것도 좋아한다.
어쩌면 나는 '주의력 과잉 장애'일지도 모른다.
무언가에 집중하는 일,
그것이 내겐 가장 쉬운 일이다."
- 수전 손태그


그렇다. 결국 이 책에서 읽은 산만함은 집중력과 산만함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한, 집중보다 더 고차원에 있는 열린 집중이었다.
산만함이 없다면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고, 최소한의 동기부여와 끈기가 없다면 산만함은 무기력으로 변해버리기 십상이다. 정신을 느슨하게 하지 않으면 집중력은 지속되기 어렵다. 집중력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작금의 세태에 맞설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은 집중력과 산만함 사이에서 중용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56,57면)


"존재하면서도 부재하고, 떨어져 있으면서도 연결되며, 능동적이면서 수동적일 수 있는" 비선형적이고 동적인 균형. (그게 도대체 뭐냐고 물으신다면 책을 꼭 읽어보시라! 저도 사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


잡힐 듯 말 듯 , 알듯 말듯 한 개념이지만 그래서 좋았다.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떠다니는 사유"(49면)를 맛보게 하기 때문이다. 나약하고 자기중심적이며, 과도한 욕망으로 효율성과 생산성에 집착하는 사람은 누릴 수 없는 기쁨이 이렇게 애매한 공간에 있다.


이런 책은 평소의 나다운 생각에서 벗어나 한계를 깨고 날아갈 수 있는 잠재력의 무대가 되어준다. 주제에 맞게 책의 구성 또한 체계적인 목차도, 논리적인 전개도 없이 수다처럼 흘러서 여기저기 비어있는 틈으로 내 맘대로의 사유가 피어났다.


덕분에 이런 비유도 떠올랐다.
이 책은 "산만함이라는 바다에서 선수급의 실력을 가진 사람이 태평양 한가운데서 즐기는 물놀이" 같다. 생각이 흐르도록 내버려두는 책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유영하듯 책을 읽다 보니 번뜩 이런 그림이 그려졌다.


이 책은 산만함이 결함이 아니라,
창조의 본질임을 증명한다.
집중력은 도구일 뿐,
창조는 흐트러짐에서 솟아나는 것이었다. 가능성의 전조로서
산만하고 게으른 시간의 중요성을
확실히 인식시킨다.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
세상에 없던 창조적 영감을 원하다면
반대로 가보자.
주위가 흩어지면 세상은 더 충만하게 풍요로워진다.
느슨하게 산만한 여백에서
색다른 연결과 침투가 시작될 것이다.


"가치 있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다."
어려워 보이지만 산만한 여유 속에서
천천히 사유하는 법을 통해
진정한 통찰의 기쁨을 만끽하길!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능력은
인식을 통합하는 능력이 아니라
그것을 주기적으로 해체하는 능력이다."
-147면



#도서지원 #창조적영감에관하여 #마리나반주일렌 #다산북스 #창조성 #산만함 #게으름 #영감 #사유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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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컨닝페이퍼
박종경 지음 / 토네이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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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가 열광하는 '인생 멘토'
10년 차 변호사로
탁월한 성공과 부를 이룬 인물들을 만나며
컨닝하며 알게 된
인생 철학과 노하우를 총망라했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명제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 선언한다.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삶은 의미 있고 행복할수록 좋다."


음... 두 번째는 동의하지만 돈에 대해서는 별생각이 없는데 어쩌나. 삶의 의미나 행복처럼 보이지 않은 것은 괜찮지만 손에 잡히는 것, 특히 돈에 과하게 욕심부리는 것은 경계하며 살았다.


하지만 이 책 덕분에 돈에 대한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저자는 어려운 집안에서 자랐다. 돈 문제로 다투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마음을 너무나 절절히 알고 있었다. 돈 때문에 가족 간의 유대감을 잃고 기댈 곳도 없이 자라다, 커서는 부모님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 탓에 꿈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이 가난의 실제 모습이다.


모두가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나 역시 돈 때문에 번뇌와 고민에 휩싸여 사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 아이들은 물론 어느 누구도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돈을 사랑하라는 말을 인생을 피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돈 관리를 외면했던 나는 사실 그 결과를 책임지는 게 두려워 회피했던 건 아닐까.
돈이 모자라 괴로운 인생이라는 하한선에서 살지 않기 위해 부자까진 아니라도, 돈 공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저자는 "당신이 이겨낼 수 있는 만큼 사랑하라"고 말한다. 돈은 부자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온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삶 전체에 관여하는 필수 요소로서 돈을 관리하는 것은 삶을 사랑하고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었다.


"자산 축적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절제력, 지적 능력, 사고력의 총체적 결과다.

진짜 부자는 부자처럼 보이는 데 관심이 없다.
분수에 맞게 살아라.

20대의 선택(소비 vs 저축)이 30대 이후의 삶을 결정한다.
초기의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큰 격차를 만든다.

가난의 진짜 원인은 돈의 유무보다
돈에 대한 지식과 정보의 부재 때문이다.


돈에 대한 철학부터 디테일한 실천사항까지 고루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크게 돈, 사람, 결혼, 일, 꿈에 대해 전한다. 이런 내용들 속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삶 전체를 아우르는 높은 시선과 내면의 자아, 이 두 가지로 모아지고 있었다. 따로 떨어져 있는 듯한 메시지들이 이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맞물려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평생 할 게 아니라면 시작하지 마라
일과 직업은 결국 자아와 관련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자신이 인생에서 평생 추구해야 할 가치와 일을 어떻게 직업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적성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자아와의 연결성을 탐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감정이기에 흔들린다. 삶을 사랑하고 가치를 발견하고 실현하는 태도는 내면의 성장과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 행복을 가능하게 한다. 삶에 대한 사랑은 자아상과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되묻게 만든다. 그리고 그 질문이야말로 부를 포함한,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으로 가는 가장 깊고 단단한 출발점이다."


위의 문장들로 분명하게 깨달았다. 나는 무척이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이미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으로 출발한 사람이었다. 늘 나에 대해 자신이 없었는데 이런 장점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제는 자신감을 가지고 나를 인정해 줘도 되지 않을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자기존중은 행복의 전제다. 수동적으로 행복을 따라갈 게 아니라, 삶을 사랑하는 능동성을 발휘할 때인 것 같다. 세상은 내가 먼저 가치를 보여줄 때 반응한다. 내가 먼저 나의 가치를 알아보고 당당하게 내놓을 때, 세상도 나를 존중할 것이다.


"부자든 에피쿠로스든,
이들은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인생의 목적은 나의 삶을 사랑하는 것이다."
-288면


이 책은 돈에서 시작했지만 사실은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다.
돈도, 일도, 관계도 결국은 나답게 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나를 믿고, 내가 사랑하는 방식으로 삶을 꾸려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다.


지금부터 할 일은 단순하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
나의 가치와 철학이 묻어나는 선택을 하고,
돈이든 일이든 ‘누구처럼’이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나답게’ 이뤄내는 것.


그 길 끝에 어떤 부와 의미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자체로 이미 충분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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