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마음 - 도시는 어떻게 시민을 환대할 수 있는가
김승수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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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유현준 교수 같은 건축가의 공간 인문학을 떠올렸다.
그런데 저자는 김승수, 8년간 전주시장을 지낸 정치인이었다. 25년간 현장에서 도시 정책을 다룬 실무자이자, "가장 인간적인 도시"를 꿈꾼 도시 혁신가이다.


정치인이 쓴 책이라니 경계심 먼저 들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판이 극단적으로 나뉜 시기에 이 책을 만났기에 정치적 의도부터 의심하게 됐다. 읽어 보니 의도가 있었다. 정치가가 아닌 '도시 설계자'로서의 의도였다.


도시정책은 관점이 곧 정책이 되기에 의도가 없을 수 없는 분야다. 그 관점 안에 '사람을 중심에 둔 도시'라는 철학이 있었고, 다행히 정치색 없이 도시와 시민을 바라보는 정제된 시선이 담겨 있었다.


도서관을 중심 소재로 도시의 마음을 우려낸 책이다. '책이 삶이 되는 책의 도시 전주'의 핵심적인 공공장소가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도시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책과 함께하는 삶"을 일구어가는 여정이 펼쳐진다. 도서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도서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좋은 도시는 아름다운 공원과 미술관, 놀이터와 정원,
도서관과 가로수 같은 공공장소를 통해
시민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려 노력합니다.
다양한 공공장소가 시민들의 '마음 둘 곳'이 되어주는 것이지요."
-35면

"외롭고 힘들던 중 우연히 오게 된 이곳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갑니다. 감사해요."
-44면 (누군가가 전주의 도서관에 남긴 엽서에서)


나도 그랬다. 삶이 무거워 어디로든 나가야 했을 때, 도서관은 늘 그 자리에서 나를 받아주었다. 누가 누구인지 구분해서 환영하지 않았다. 머물 수 있는 자리를 내어주고, 세상과 연결되도록 기회를 주었다.


경계와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중력 지대.
조건 없는 환대의 장소.
돈이 없더라도 들어갈 수 있고,
돈이 없더라도 이름을 불러주는 곳.
모두를 품으며 시민성을 인정받는 장소.


공간과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 감정적, 정신적 안정감을 주는 터전으로 또 다른 삶의 거처가 되어 주었다. 그렇게 고립된 마음을 풀어내는 동안 어느새 마음은 치유되고 점점 회복해가며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 그렇게 도시 곳곳에 마련된 공공장소는 시민을 환대하는 도시의 살아있는 증거였다.


《도시의 마음》은 한 도시의 행정 기록이라기보다, 공공장소를 통해 마음의 무게를 나누려 한 한 사람의 도시적 신념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치인의 책이라는 이유로 의심했던 마음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사람을 위한 도시를 꿈꾼 기록'이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 글도 나는 도서관에 앉아 쓴다.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이 공간을, 누군가는 그렇게 오랜 시간 애써 만들어왔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누군가의 도시 철학이 나의 일상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 공간에서 받은 환대가 내 삶에 녹아있었다.


도시는 그렇게 먼저 말을 걸었다. 나는 그 도시에 말을 걸어본 적이 없다는 걸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깨달았다. 늦었지만 내 작은 마음 한 잎을 떼어 도시 위에 띄우고 싶다. 이 작은 변화가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친구 같은 도시를 만나는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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