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 비교와 강박을 내려놓고 삶의 중심을 되찾는 마음의 기술
전미경 지음 / 갤리온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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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전미경의 책 《당신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는 독자에게 조금은 도발적인 전제를 던진다.
"스스로에게 불만족한다 = 당신은 불안하다 = 당신은 특별해지고 싶어한다"로 묶어버리기 때문에, 독자는 '응? 나는 나에게 불만은 있지만 그런 의도는 없는데?'라는 충돌이 일어날 수 있다. 내가 그랬다.


나에게 불만족하지만 그게 곧 남들보다 더 특별해지고 싶은 심리는 아니었다. 그저 지금보다 나아지고 싶은 정상적인 욕구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진지하게 나에게 물어봤다. '너 정말 특별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어?'


내 삶 전체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진 않다. 어젯밤에도 이런 생각을 하며 잠들었다. '이렇게 형편없는 실력으로 여기까지 왔다니, 신은 정말이지 놀랍도록 내게 큰 축복을 베푸셨구나!' 감탄했다. 다만 특정한 영역에서는 역량을 제대로 빛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건 세상의 시선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서 꺼지지 않고 타올라 삶의 중심이 되어주는 욕망이었다.


이 책은 이렇게 거울 역할을 한다. 독자를 설득하고 교정하려 들지 않고, "지금 당신이 불안한 이유가 뭔지, 어디서부터 꼬였는지 보여줄게요." 되돌아보고 성찰하도록 유도한다. 읽다 보면 '이 사람도 이런 식으로 아팠구나. 그런데 그걸 이렇게 풀어낸다고?' 타인의 깨달음이 내 고통의 지도와 맞물리는 지점이 생긴다.


저자의 말에 다 동의해야만 내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꼭 일치하지 않아도 나만의 연결고리를 찾는 과정들이 흥미로웠다. 그렇게 책은 불안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나와 무엇이 다른지 살피며 조율하며 읽어갔다. 여러 상담 사례를 통해 내담자에 이입해, 공감받고 이해를 높이며 나를 더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솔직히 말할게. 너랑 있으면 편하기는 한데 그게 다야.
네가 어떤 애인지 모르겠어.
네 생각이 뭔지, 네가 뭘 좋아하는지 전부 모르겠어.
우리 여기까지 하자."


충격적인 이별 통보를 당한 이 내담자는 모든 걸 남자친구에게 맞춰왔다. 자신에 대한 깊은 불신으로 단 한 번도 진짜 모습을 타인에게 드러낸 적이 없었다. 저자가 지적한 그녀의 근본 원인은 의외였다. "끊임없이 자기 자신에게만 몰입"했다는 것. 겉으로는 타인에게 맞추는 듯했지만, 실상 그녀의 관심은 오직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가에만 쏠려 있었다.


대화를 하면서도 '내가 지금 적절하게 반응하고 있나?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지?'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혀 있었다.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호기심이 없었기에, 그녀의 대화는 항상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나 역시 더 나아지고 싶은 욕구로 자꾸 나를 단속하며 검열하곤 한다. <나는 솔로>에 미국 변호사로 활동하는 한 분이 떠올랐다. 능력은 물론 외모며 인품, 지성까지 두루 갖춘 인상적인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에게도 악플이 달린다. 관심을 보이는 남성 출연자에게 이성적인 마음이 없음에도 선을 긋지 못하고 계속 여지를 주는 행동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타인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같았다. 나 역시 그런 부류이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악의 없는 행동이 결국은 호감 있는 사람을 알아볼 기회를 놓치게 했다. 타인을 과하게 배려하느라 자신을 검열하고, 진짜 자신의 감정은 뒤로 미뤘다. 그녀도, 나도, 그렇게 스스로를 검열하며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심리학자 롤로 메이는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용기야말로 존재의 핵심"이라 말했다.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만이 관계에서 진짜 연결을 만든다. 그렇게 우리는 관계에서도, 삶에서도 덜 외롭게 살아갈 수 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자신의 목소리이다. 자신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용기,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는 용기. 그것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능력이었다.


책은 일본에 '킨츠기'라는 전통 공예를 소개한다. 깨진 도자기를 금가루를 섞은 옻칠로 이어 붙인 기술이다. 흠집과 균열을 숨기는 대신 그것을 금빛으로 빛나게 만들어 깨진 자리가 오히려 새로운 아름다움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내 삶의 균열을 하나씩 금으로 덧칠하고 싶어졌다. 완벽하진 않아도, 그래서 더 나 다운 이야기가 생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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