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 이 계절을 함께 건너는 당신에게
하태완 지음 / 북로망스 / 2025년 5월
평점 :
품절


"잘하고 있다는 말과 그만하면 됐다는 말이 마냥 우스웠고, 당근 대신 주어진 채찍 앞에서는 분노하고 웅크리기 일쑤였다. 숱하게 겪고 충분히 깨달은 것처럼 쏟아냈던 글들은 그로써 모두 거짓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나는 나조차 보듬지 못한 채 용케도 타인을 위했다."
- 6면


프롤로그부터 마음이 열렸다. 누적 120만 부를 넘긴 에세이스트에게 무너진 마음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고백하다니. 말과 삶이 어긋난다는 고통, 쓰라린 자기 검열 끝에 쏟아낸 문장들이 그대로 위로가 됐다. 멋진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치유되지 않은 흔들림을 솔직하게 바라보는 사람. 그게 작가였다.


이어지는 대목에서도 눈길이 머물렀다.
"나는 왜 이토록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인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고는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것이 내게 감사하는 그들에 대한 예의가 여기면서." (7면)

4년 만에 가진 사인회에서 독자들에게 받은 편지를 읽고 또 읽으며 힘을 얻는다. 나에겐 낯선 태도였다. 누군가가 나를 칭찬하면 기분이 좋으면서도 속으로는 따지고 싶었다. '정말 그렇게 보셨어요? 어떤 근거로요? 제가 정말로 그런가요?' 칭찬을 분석하려 드는 마음이 상대에게 무례일 수 있다는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건 신중함이 아니라 불신이었다. 칭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상대와 나에 대한 믿음이라는 사실을 이 문장을 읽고서야 알았다.


《우리의 낙원에서 만나자》 제목에 담긴 낙원은 어쩌면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 자신을 보듬는 자리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가진 채로도 자신을 돌보지 못한 사람이 비로소 자신을 만나 안기게 되는 공간. 저자는 그곳에서 만나자 한다. 그리고 나는 다음 글에서 그런 순간을 맞았다.


"너의 예쁨

너의 예쁨을 참 너만 모른다.
예쁘게 노을 진 하늘을 보고도, 길가에 예쁘게 핀 제철 꽃을 보고도, 뛰노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보면서도 너무 쉽게 감탄하는 마음이지 않나. 그런데 정작 자신을 마음껏 예뻐해 줘야 할 때를 버릇처럼 놓치고 만다.
...... 실은 전부 너를 예쁘게 여겨야 할 때인 것을.
작고 사소한 것에 뿌듯해하는 모습과 귀엽고 아름다운 것에 한껏 지어 보이는 네 웃음이 얼마나 예쁜지 너만 모른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가장 먼저 돌보는 사람이 되기를. 그토록 사랑다운 예쁨을 몰라주지 않기를. 네가 무언가를 예뻐하는 마음 이상으로 커다랗게, 또 깊숙이 너를 예뻐해 주기를. 쓰담쓰담, 잊지 않고 너의 숨은 슬픔 네가 알아주기를."
- 52,53면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게 했다. 그동안 내가 나를 알아주지 못했다는 걸 들킨 느낌이었다. 남들에게만 다정하려 애썼지 나를 그 '예쁜 감탄 목록'에 넣을 줄 몰랐던 내가 안타까웠다.


예쁨을 발견할 줄 아는 소중한 감각을 이젠 나에게 향해도 괜찮을까. 이 책은 충분하다 답해준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 세상에 가져다주는 사람인지 보라 한다.


"나는 환해지고 싶어.
아름다운 무언가가 되고 싶어."
(25면)


책의 목소리를 빌려 나에게 들려준다. 세상에서 밀려난 마음들이 아름다운 꿈 속에서 쉬어갈 수 있는 피난처, 그 낙원에서 회복되고 연결될 수 있는 소망들에 따스한 온기로 덥혀주는 책이었다.


낙원은 멀리 있지 않았다.
내가 나에게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그게 낙원의 티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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