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라는 세계 -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가
켄 베인 지음, 오수원 옮김 / 다산초당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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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공부하고 있나요?
당신에게 공부란 무엇인가요?


학창 시절에 했던 공부와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공부는 그 개념이 꽤나 다르다. 교과서와 문제집을 쌓아두고 무조건적인 당위로 할 수밖에 없던 공부에서, 벌이 꿀을 따듯 인생이라는 꽃밭에서 이리저리 마음대로 꽃술에 몸을 들이미는 공부로 바뀌었다.


진작에 이런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안타깝지만 시키는 대로 하는 공부밖에 몰랐던 아이는 '공부다운 공부라는 세계'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 인생을 가른다는 무자비한 시험들이 연이어 닥쳐오니, 누가 알려줘도 다른 공부를 시도하기란 어려웠을 것도 같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이전과는 다른 공부의 세계에 들어서게 된 것이 놀랍고 감사하다.


《공부라는 세계》는 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인생을 위한 진짜 공부를 이야기한다. 세계 최고의 교수법 전문가이자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로 알려진 켄 베인 교수가 공부의 본질과 진정한 배움의 태도를 총망라했다. 성공이란 무엇인지, 어떤 배움을 선택할 것인지, 무엇을 생각하고 받아들여 질문할 것인지, 그리하여 어떻게 삶을 마주하고 세상과 연결될 것인지, 독자의 선택을 묻는다.


원제목 "What the Best College Students Do"에서 알 수 있듯, 《공부라는 세계》는 대학생의 공부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입시 전략을 가르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공부의 본질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공부의 올바른 목적과 방향을 알려주기에 공부에 대한 철학과 마인드셋 같은 어마어마한 무기를 얻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목적은 깊이 있고 열정적이며, 즐겁고 창의적인 배움을 촉진하는 것이다. 점수는 물론 중요하지만, 올 A를 받는 데만 골몰하는 사람은 깊은 배움을 얻지 못할 공산이 크다. 깊이 있는 배움에 집중하는 사람은 누구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 29면


저자는 "깊이 있는 공부"를 권한다. 전략적으로 당장의 높은 성적을 추구하고, 피상적으로 질문을 풀기 위해 공부하는 방식은 결국 공부에 흥미를 잃게 한다. 그들에게 공부란 지루하고 불안한 것이다. 공식에 맞춰 정답을 찾아 A를 받을지언정, 정작 원리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지식이 삶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다섯 문단짜리 글 정도는 척척 써내지만, 그 글이 자신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깊이 배울 의도가 있어야만 깊이 배울 수 있다.

"누구나 유일무이한 존재입니다." - 120면
세상 어떤 누구도 같은 인생을 살지 않는다. 저마다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창조하는 능력이 있다. 고유한 존재로서 나만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면 자신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그 힘은 내면에서 창조되기 때문에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자신을 잘 이해할수록 자신감이 높아지고 배움을 향한 동기부여 방법을 스스로 찾게 된다. 깊이 있게 배우고 성장하며 창조적인 삶을 지속하는, 생산성 높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분야를 탐구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멋진 사람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재미있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교수의 믿을 만한 30~40년 연구와 큰 성공을 거둔 100명(노벨상 수상자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까지) 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지각색으로 다른 인생의 이야기들을 만나니 무척 흥미롭고 뜻깊었다. 사례가 풍성하게 곁들여져 이야기책을 읽듯 술술 넘어가면서도 메시지가 쏙쏙 들어온다. 역시 교수법 전문가다운 책이다.


"그들이 부단히 노력한 것 또한 틀림없겠지만,
그럼에도 지식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그들 또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 것이다.
배움은 경험에서 오지 않는다.
배움은 경험을 성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 241면


인생은 공부하듯 평생 무언가를 끊임없이 배우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왔기에 《공부라는 세계》가 알려주는 공부의 세계는 잘 사는 법을 새긴 금은보화가 가득한 보물단지 같았다.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으로 공부를 좁히지 않고, 하나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여정으로 공부를 넓게 펼쳐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삶의 본질과 맞닿은 공부의 의미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도서지원 #공부라는세계 #켄베인 #다산초당 #공부법 #어떻게살것인가 #어떻게공부할것인가 #공부태도 #공부의본질 #깊이있는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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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샐리 페이지 지음, 노진선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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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한 해 동안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국민 소설'이다. 2022년 전자책으로 출간된 다음 해, 영국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를 14주 이상을 지켰다. 영국에서만 50만 부 판매. 2023년 닐슨 북데이터 베스트셀러상 금상 수상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25만 부로 은상)

혜성처럼 눈부시게 등장한 소설이 2025년 우리나라에도 찾아왔다.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는 샐리 페이지의 데뷔작이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다 꽃집을 운영하고, 만년필 애호가에서 시작해 만년필 브랜드 플룸스를 설립해 펜을 직접 만들었던 이력들이 흥미롭다. 1년 동안 일상에서 수집한 실화를 바탕으로 3개월만에 초고를 완성했다는 뒷이야기도 재미있다.



케임브리지에서 소문난 청소 도우미 재니스가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다. 이야기를 지킨다? 그녀는 이야기 수집가다. 수많은 집을 청소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머릿속 도서관에 모아두고 간직한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웃들의 삶 속에는 놀라운 기쁨과 슬픔, 사랑과 후회가 숨겨져 있다. 재니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훌륭한 재능과 선함, 용기가 숨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소심한 자신에게도 무언가 특별한 능력이 있으리라는 희망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남편이 이야기가 아닌 잔소리를 퍼부어 댈 때면 재니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생각하며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차례로 음미한다."
-11면


바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대신 재니스는 절대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전직 스파이였던 까다롭고 영리한 92세 B 부인의 집을 청소하게 된다. 그녀는 재니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재니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재니스에게는 꺼낼 수 없는 깊은 상처가 있다. 어린 시절, 엄마와 엄마의 남자친구였던 레이와 얽힌 기억들로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는 없어요, B 부인"

"하지만 이건 자네 이야기야, 재니스.
자네는 이 이야기를 해야만 해."

"그런가요? 말하면 뭐가 달라질까요?
제가 결말을 바꿀 수도 없는데."

"바로 그 대목에서 자네가 틀렸다는 거야.
키케로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어.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
때때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약간의 희망뿐이야."
- 348면


결국 재니스는 사랑하는 책들이 꽂힌 서가를 둘러보면서 희망을 찾을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이야기 수집가이자 이야기꾼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이야기도 할 수 있지 않을까?'
- 349면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의 이야기처럼 B 부인에게 털어놓는다. 이야기 속의 재니스를, 이야기 너머 재니스의 마음에 주목하는 B 부인의 태도에 뭉클했다. 재니스의 편이 되어 대변하고 항변하며 그녀의 아픔을 함께하는 어른의 존재는 감동이었다.


"B 부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났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또한 모든 것이 변했다. 좋은 쪽으로."
-371면


재니스처럼 나도 나의 이야기를 잘 꺼내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한 의미가 없는 것 같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 그런 시간이 쌓이다보니 기억으로 남은 이야기가 점점 사라져버린 것이 두 번째 이유다. B 부인을 만나며 세 번째 이유를 알았다. 이렇게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 사람을 만난 경험이 적다는 것, 그런 사람이 다가와도 마음을 열지 못하고 애초부터 거리를 둔 것. 서로의 이야기가 진심을 통해 오가며 소통한다는 것은 축복 중의 축복이다.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은 살면서 좋았던 일을 공유할 뿐 아니라 화자의 나쁜 기억을 내보내는 기능, 바람에 먼지가 흩날리듯 나쁜 기억을 흩어지게 하는 기능도 있는 걸까?"
-391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을 때 삶이 정리되고 온전한 나로 살아갈 수 있었다. 억눌린 감정을 표현함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어 자유로워진다. 표현된 이야기를 통해 객관적으로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더 깊은 자기이해를 이룬다.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타인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지지를 얻고 좁은 세계가 확장한다.


결국 삶은 이야기와 이야기들이 연결되고 얽혀 더 큰 하나의 이야기를 형성하는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뇌의 신경망처럼 관계와 경험의 발화가 새로운 뉴런을 만들고 수없이 연결되어 뇌가 끊임없이 변화하듯, 이야기는 반복되는 매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생명의 에너지로 작용해온 게 아닐까.


인생을 움직이는 동력의 하나가 이야기이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여정이 인생이라는 순환의 화살표가 그려졌다. 화살표의 방향을 파악하고 주체적으로 설정하는 과정이 성장이라는 것을 가르쳐준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


이야기를 매개로 삶을 향한 존중과 사랑을 주고받던 재니스와 사람들의 따뜻함 덕분에 힘이 난다. 공감과 경청을 통로로 진심이 오가던 장면들의 감동과 이야기의 가치를 강조하는 메시지까지 《이야기를 지키는 여자》가 높은 인기를 얻은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누구나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음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차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귀하다 말해주는 소설의 목소리가 고마웠다.


정보는 생선 같아서 그대로 두면 썩지만, 이야기는 씨앗이라 그리스 신화처럼 몇 천 년이 지나도 살아있다는 이어령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정보는 사라지지만 이야기는 살아간다. 매일의 삶이 이야기로 살아나는 당신의 오늘이 되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수집할 건가요?"
제니스는 고개를 끄덕인다.
"멈출 수 없을 것 같아요. 멈추고 싶지도 않고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 425면


"그리고 자넨 절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되고.
왜냐하면 '희망'은 모든 걸 바꾸니까."
-423면



#도서지원 #이야기를지키는여자 #샐리페이지 #책추천 #소설추천 #책 #소설 #영국국민소설 #영국소설 #소설신간 #영국 #인생소설 #힐링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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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언어 - 같은 밤을 보낸 사람들에게
고은지 지음, 정혜윤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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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너무도 독특한 의미 덩어리라서 절대 서로 이해할 리 만무하다지만, 우리는 마법처럼 서로에게 말하고 가닿는다."
-243면


소설인 줄 알았다.
사전 정보 없이, 무작정 펼쳐든 문장들은 영락없는 소설 재질이었다.


한국에 살며 한글을 쓰는 작가님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마법 같은 언어》 표지에 역자가 있다.
게다가 이 책이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었단다.
그렇다. 저자 고은지는 한국계 미국인 2세였다.


시인이자 소설가, 번역가인 고은지 작가는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시집 <시시한 사랑>으로 플레이아데스 프레스 편집자상 시 부문 수상.
《마법 같은 언어》로 워싱턴주 도서상, 퍼시픽 노스웨스트 도서상, AAAS 도서상 수상. 펜 오픈 도서상 최종후보.
이원 시인의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오토바이>를 영어로 번역해 한국문학번역원 번역대상 수상.
첫 소설 <해방자들> 뉴욕 공공 도서관 젊은사자상 소설 부문 수상.


《마법 같은 언어》는 에세이다.
저자 고은지는 이민 2세로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열다섯 살이 된 해에 오빠와 저자만 남겨두고 부모님은 한국으로 떠난다. 아버지가 좋은 조건으로 3년 계약의 일자리를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만약 두 분이 서울로 간다면 그들은 현명한 부모가 될 뿐 아니라 돈도 잘 벌고 누구보다 위풍당당한 삶을 누리게 될 터였다. 아빠는 대기업 임원이 될 것이며 엄마는 17년 전에 떠나온 형제자매와 재회할 것이다. 고급 차 두 대, 고층 아파트, 넉넉히 지급되는 회사 소유 백화점 상품권, 자신들과 비슷한 위치의 새 친구도 얻게 될 것이다. 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 하겠지만 그 기간은 딱 3년에 불과하다. 아이들에겐 곁에 있어주는 것보다 든든한 경제적 지원을 해주는 게 더 나을 것이다."
- 22면


부모님은 함께 떠나기를 원했지만 남기로 한 건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부모님이 떠난 다음 날 아침, 엄마를 찾아 방방을 돌아다니며 엄마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꼭 죽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새 학교에는 이따금씩 오빠 모르게 결석을 했다. 아마 일주일 넘게 빠졌을 것이다. 근처 공원으로 걸어가 벤치에서 텅 빈 정자만 여섯 시간씩 바라보다가 학교 앞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날 데리러 온 오빠 차를 타고 말없이 귀가했다. 집에선 열두 시간이 넘도록 잠만 내리 잤고, 아침이면 해가 물 속에서 깨진 달걀의 노른자처럼 무기력하게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봤다."
-27면


아빠의 계약기간이 계속 연장되면서 부모님과 9년 동안 떨어져 사는 동안, 저자는 음식을 억지로 토하고 굶는 섭식 장애와 자살 충동을 겪는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가 보낸 편지로 위안을 얻지만 한글을 몰라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내가 알기로 나는 먹은 음식을 토하는 세상 유일한 사람이었다. 신발 속 발가락에서 뼈가 느껴지고, 끝이 갈라져 나풀대는 손톱을 보고, 변기 옆에 주저앉아 목구멍에서 떨어져 나온 살점을 보고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도 오직 나뿐이었다. 엄마랑 있는 동안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 57면


성인이 되어 번역학과 영문학을 공부한다. 우연한 기회에 엄마의 편지를 번역하며 저자는 깊은 밤을 보냈던 어린 시절을 다시 만나는 것 같았다.
"문이 닫히면 어린 시절에도 경험한 적 없을 만치 많은 야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아무 이유 없이, 그리고 오래전의 수많은 밤들을 생각하며 밤새도록 마음껏 울었다."
-234면


번역한 엄마의 편지를 들은 노인이 묻는다.
"왜 당신을 데리고 가지 않았나요?"
"제가 여기 남겠다고 해서....."
"그 나이엔 그런 선택을 할 수 없어요." 노인이 말했다.
.......
"그분들은 당신을 버렸어요."
노인은 들고 있던 캔을 뒤로 기울였다.
자기라면 그런 선택은 고려조차 하지 않았으리란 뜻이었다.
- 236면


《마법 같은 언어》를 읽는 내내 나도 의아했다. 어떻게 태평양 너머에 15살 딸을 두고 떠나올 수 있는지 말이다. 그 시간들이 저자를 키웠고 결국은 훌륭한 시인이자 작가로 성장했지만, 청소년기의 상실과 부모의 부재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다.


시와 소설 사이에 놓인 글 같았다.
시를 읽듯 에세이를 읽었다. 저자의 아픔과 감정이 희뿌연 안개처럼 떠다녀 선명하지 않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설명하거나 감정을 직접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은유와 상징으로 은은하게 표현한다. 가려진 이야기들도 많다. 하나로 연결되지 않고 편린처럼 흩어져 있다. 끊어진 필름 영화처럼 각각의 장면이 함축적으로 드러나면 그 속에서 전후의 맥락을 추론해야 했다. 이야기 사이에 텅 빈 시간들을 상상해야 했다.


소설처럼 가족들의 캐릭터가 분명하고, 오가는 말들은 대사처럼 특별했다. 미시적인 시선이 포착한 대목들은 소설의 문장처럼 아름다웠다.

"너는 탐색자가 될 거야. 어디든 가는 곳마다 두리번거릴 테지. 네 허기가 네가 잃어버린 것이 뭔지를 가르쳐줄 거야." (123면)
"학생은 즐거울 순 없어도 분별력을 가질 순 있어요." (175면)
"맞아요. 도량이 넓어야 해요. 도량만 넓으면 어떤 이야기든 다 해도 돼요. 우리는 시인이잖아요." "용서엔 분별력이 필요하지 않아요. 용서는 논리를 따르지 않으니, 분별력이 있어야 한단 생각에서 우릴 해방해 주죠."(196면)
"네가 내 딸이라는 이유로 날 용서할 필요는 없어. 너는 날 위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 알았지? 어차피 나는 널 위해 뭐든지 다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니까." (260면)


엄마가 보낸 편지가 그대로 실려 있어 편지와 에세이가 교차하는 독특함 덕분에 엄마와 딸이 함께 쓴 회고록처럼 보였다. 머나먼 거리와 시간의 간극을 두고 닿을 듯 말 듯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차분한 색감이다. 그래서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전시하지 않고 숨기고 절제한 듯한 기억과 감정의 틈에서 울림과 여운이 올라왔다.


외로웠던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오랫동안 검은 베일처럼 드리워져 있었지만, 언어의 세계를 통해 남은 원망과 갈등을 마저 놓아버린 듯한 후반부가 특히 좋았다. 마법 같은 언어가 읽을 줄 모르던 엄마의 편지와 읽기 어려운 시의 글자 위에서 마음과 관계를 끊임없이 연결하던 끈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본디 빛나고 있던 저자의 삶이 베일을 거두고 선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언어의 의미와 문화적 정체성, 기억과 회상을 주제로 아름다운 문장과 인정받은 작품성으로 완성된 특별한 에세이, 《마법 같은 언어》였습니다.

#도서지원 #마법같은언어 #고은지 #다산책방 #에세이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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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세계문학 - 만화로 읽는 22가지 세계문학 교양상식
임지이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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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무심코 펼쳤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1/3 분량을 단번에 읽어버렸다.


"세상을 움직인 작가와 책, 문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유쾌한 지름길! "이라는 문구가 꼭 들어맞는 책이었다. "만화로 읽는 22가지 세계문학 교양상식"이라는 부제처럼, 《어쩌다 세계문학》은 만화 형식을 빌려 세계 문학 작품과 작가들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세계 문학이라고 하면 지레 겁먹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고전이니 세계문학이니, 추천 리스트에 올라간 책들에는 그다지 흥미가 돋지 않는다. 《어쩌다 세계문학》은 이러한 편견을 깨고, 우리가 미처 몰랐던 세계 문학의 흥미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지루하다고만 생각했던 고전 작품들의 재미있는 뒷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고루한 추천 목록의 틀에서 벗어나 호기심을 갖고 책을 열게 될지도 모른다. (아이들 책상 위에 슬쩍 올려두고 싶다.)


줄거리 요약이나 작품 분석 대신, 만화라는 친근한 형식을 통해 작품을 둘러싼 배경이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를 대변하는 캐릭터가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구성이 친구와 대화하듯 편하고 유쾌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뒷이야기에는 은근한 매력이 있다. 다른 세상 사람들처럼 보이던 작가들이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로 느껴진다. 무의식중에 형성된 인식과 관념을 깨는 임팩트가 있다. 그 균열에서 오는 재미와 발견은 취향을 더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취향의 다양화는 꽤 중요한 일이다. 생각의 폭을 넓히고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다양한 환경과 문화에 적응하고 즐기게 한다. 예상치 못한 기쁨을 얻는 길이 많아져 삶이 다채롭고 풍성해진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박사님은 취향은 자기만의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취향이 있는 사람은 어디서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다고 말한다. 취향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취향에 맞는 좋은 음악을 만나려면 여러 장르를 듣고, 미술을 좋아하려면 직접 전시회에 가보는 등 경험을 쌓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즐길 줄 아는 것이 취향이기에, 마음이 향하는 방향을 탐색하고 탐구하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어쩌다 세계문학》은 문학이라는 취향을 찾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다. 만화라는 재미있고 직관적인 매체는 새로운 세계를 살펴보는 지름길이 된다. 한두 작품에 깊이 파고드는 대신, 여러 작품의 흥미 포인트를 맛보기 형식으로 펼쳐주기 때문에 지루할 틈 없이 없다. 22가지의 문학 작품을 세계 일주 하듯 둘러보는 동안, 더 읽고 싶고 파고들고 싶은 작품과 작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세계문학에 대한 배경지식 덕분에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접했던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할 수도 있다. 책 한 권 읽어본 것에 불과하더라도 그 분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과는 큰 차이가 있다. 한 번이라도 들어본 말이라면 '나 이거 알아!'하고 눈을 반짝이며 호기심을 갖는 것처럼 말이다. 잡다해 보여도 작은 지식 조각들이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능력을 키우고 흥미를 갖게 하는 데 큰 실마리가 되어준다.


《어쩌다 세계문학》을 읽고 나니 세계문학에 대해 많은 걸 알아버린 기분 좋은 착각이 든다. 다양한 문화권의 작품과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만으로도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돈키호테>의 세르반테스는 돈 문제로 두 번이나 교도소에 갔지만 옥살이 중에 돈키호테를 구상했다고 한다. 쉰여덟에 작품을 발표해 세계적인 작가로 우뚝 서지만 빚 때문에 대부분의 저작권을 출판사에 넘겨 정작 작가는 크게 벌지 못했다니, 사람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쓴 조앤 롤링은 새로운 장르에서 새 출발하고 싶은 간절함에 '로버트 갤브레이스'라는 필명으로 추리소설을 내놓는다. 하지만 한 기자의 추적으로 들통나고 말았다니, 사후에야 <자기 앞의 생>을 쓴 에밀 아자르가 로맹 가리라는 사실이 공개된 일화와 대조된다. 그렇게 그는 평생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프랑스의 최고 문학상이자 세계 3대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두 번이나 받은 작가가 되었다.


이렇게 접해보지 못한 간접 경험들은 특정 문화와 방식에 대한 고정적이고 피상적인 사고방식을 넘어, 나와 다를 수 있는 생각과 감정에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짧은 순간 잠깐의 경험일 수 있지만, 일상 속 인간관계나 사회 현상을 바라볼 때 더욱 폭넓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추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이나 작가들의 선택과 결과를 따라가면서 옳고 그름에 대한 스스로의 기준을 재고하고, 바람직한 삶의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은 책이 맞다.


《어쩌다 세계문학》은 만화와 웹툰에 적합한 판형으로 일반 서적보다 길쭉하고 날씬하다. 손글씨를 닮은 폰트로 작가의 핸드메이드 정성을 페이지마다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고 대화 나누기에도 딱인 책이다. 간질간질 꽃망울이 터지는 봄에 폰은 멀찍이 두고 문학에 관한 가족 대화가 터지게 돕는 《어쩌다 세계문학》 만나보길 바랍니다.


*** 출판사 더 퀘스트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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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 - 불안의 시간을 건너는 청소년들을 위한 공부 철학 에세이
강성태 지음 / 다산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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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선생님을 잘 몰랐다.
유명인이라 얼굴 정도는 알지만 이렇게까지나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진심 그 자체인 분일 줄이야! 프롤로그부터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의 애정과 절실함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에는 미래의 주인공이어야 할 아이들이 공신조차 공부하기 두려운 AI 시대를 어떻게 헤쳐갈지, 아이들보다 더 깊이 고심하고 함께 아파하는 진정한 스승이 있었다.


'나 스스로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 학생들에게 최고의 강의를 해줄 수 있을까?' '나도 결국 대체될 텐데... 돈 때문에 시작한 일도 아니고 계속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 8면)


그렇게 강성태 선생님은 '공신' 활동을 중단했다.

그리고 2025년,
3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를 들고 그가 나타났다.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고 힘이 될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긴 것이다. '공신'을 시작하고 20년을 통틀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리고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제목이 바로 그 이야기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는 어떤 존재와도 비교할 수 없는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확신, 공부를 할 때에도 공부 자체가 아니라 가장 소중한 '나 자신'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절절하게 토해낸다.


"저는 저의 삶의 그 어느 순간보다 절실합니다. 공부를 도와주고 꿈을 이뤄준다는 마음을 넘어, 사람을 살리고 구한다는 마음으로 적어 내려갔습니다. 한 줄 한 줄 기도하는 마음으로 썼어요. 부디 이 책을 통해 여러분이 새로운 시대에 스스로를 더 사랑하고, 꿈을 펼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요."
- 13면


불안하다면 잘하고 있다고, 때론 열등감도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한다. 쓸모없어 보이는 공부의 진짜 쓸모를 밝히며 평생 나를 도와줄 공부의 기술을 전해준다. 백지복습과 집중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실제적인 공부 방법도 빼놓지 않았다. 꿈이야말로 스펙이자 능력임을 강조하며 진정한 공부가 선사하는 보람과 희열을 맛보라고 용기를 준다.


어느 하나 허투루 읽을 수 없는 강성태 선생님의 메시지들이 진심과 간절함이라는 순전한 그릇에 담겼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를 읽고 나면 힘이 날 것이다. 희망이 보일 것이다. 왜 오늘을 열심히 살고 미래를 꿈꾸며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진심이 자신의 깊은 곳에 뿌리내린다면 정말로 그렇게 살게 될 것이라 믿게 된다. 《공부보다 소중한 너의 미래에게》는 진심과 사랑이 만나 생명을 가진 메시지이기에, 그 씨앗은 받아들인 사람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풍성한 열매로 자라날 것이다. 분명히...!


#도서지원 #공부보다소중한너의미래에게 #강성태 #강추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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