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을 디자인하라 (표지 3종 중 1종 랜덤) - 없는 것인가, 못 본 것인가? (50만 부 개정증보판: ABC Edition)
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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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에 관심이 많다.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관점에 지분이 크다. 지금까지 견디고 버티며 살아오는 동안, 별 근거 없이 내 안에 박힌 고정관념들은 외부의 관점으로 흔들지 않으면 달라질 가능성이 낮다. 살던 대로 살고,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되기 쉽다.


시력에 맞는 안경을 써야 선명하게 볼 수 있듯, 내가 나 자신을 바라보는 눈과 세상을 해석하는 시선이 더 명확하기를 바랐다. 내가 원하는 삶에 어울리는 관점을 가지고 더 잘 살고 싶었다. 그러니 "관점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관점을 디자인하라》를 읽으며 알았다. 관점은 '갖는 것'이 아니라 '깨는 것'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당연함을 부정하라! 고정관념의 틀을 깨라! 뻔한 질문 대신 관점을 바꾸는 질문을 하라!" 이렇게 관점이 바뀔 때,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 본질을 파악하고, 미래에 당연해질 흐름을 미리 읽어낼 수 있다.


번외팔목
바둑에서 훈수 두는 사람이 바둑을 두는 사람보다 여덟 수를 더 내다본다는 바둑 용어다. 객관적인 관점을 가지면 못 보던 것들을 더 볼 수 있다. 자기 연애는 못 하면서 친구 연애상담은 기가 막히게 잘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다.


스스로를 관점 디자이너로 칭하는 저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카카오와 배달의 민족이라는 신화를 이룩하는 데 기여한 인물. 기업의 안과 밖에서 한 끗 다른 관점으로 위기를 이기고, 본질을 헤아려 급성장할 수 있도록 결정적인 마케팅 훈수를 두는 사람. 한 달에 월급 13번 받는 전문가. 3개의 1조 기업을 탄생시킨 전략가. 도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볼 수 있었기에 이렇게 어마어마한 성공을 이끌었던 걸까?


《관점을 디자인하라》에서 배운
'관점을 얻는 방법 3가지'는 절실함, 멈춤, 질문이다.


첫 번째, 절실함.
저자의 동력은 절실함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절실하게 살았습니다.
성공이란 이름이 나를 교만하게 할 수도, 나태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더 보려는 절실한 마음으로 모든 것에서 스승을 발견하려고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하며 살았습니다."
-5면


자기 삶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간명함과 자신감이 참으로 멋지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자신을 교만과 나태함에서 지키기 위해 절실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더 보려는 절실함"으로 모든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인생의 스승들을 통해 감탄하고 성장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벼리고 벼렸을 절실함의 결과물이 유일무이한 그의 관점이었다. 그리고 그 관점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두 번째, 멈춤.
멈출 때 터진다.

새로운 관점을 갖추기 위한 방법 중 "멈춰서 생각하라"는 조언이 인장처럼 남았다. "그는 잠시 멈추어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들의 가치에 눈을 돌릴 수 있었다." (43면)
카카오톡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을 가리킨 말이다. 일시정지의 순간에 뿌리가 자란다. 멈추어 머무르는 동안 가치가 무르익는다. 통찰이 터져 나올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급변하는 이 시대에 얼마나 귀한지 배웠다.


나는 그러지 못했다. 관점이 중요하다는 걸 알기에 렌즈를 다양하게 수집하고 갈아끼우는 데만 열심이었다. 초점을 맞출 잠깐의 시간조차 가질 줄 몰라 정작 사진은 제대로 찍지 못했다.


어떤 렌즈를 가졌느냐보다 셔터를 잘 누르는 게 중요하다.
멈추어 오래, 자세히 본 뒤 이때다 싶은 순간에, 찰칵! 눈앞의 장면을 온전히 누리는 멈춤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클로버 속에 네잎클로버를 찾을 수 있다.


세 번째, 질문.
질문도 디자인이다.

"틀린 질문을 하니까 맞는 대답이 나올 리가 없잖아"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가 한 대사다. '왜 15년 동안 감금했을까'라는 질문은 틀렸다. '왜 15년 만에 풀어주었을까'가 맞다. 답을 찾으려 아등바등 한 전제를 바꿔, 질문이 틀릴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질 때, 옳은 답을 나타난다. 이전과 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이 쌓이면, 새로운 관점이 될 수 있다. "때로는 대답이 아닌 질문이 우리가 갈 길을 알려준다. 지금 '틀린 질문'을 던지고 있지 않은가? '다른 질문'을 던져 보라. 생각을 생각하고, 질문을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60면)


<동물농장>을 읽고 "왜 살아야 하나"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돼지들이 만든 부당한 권력 구조 안에서 살아야 할 이유를 찾기란 너무 어려웠다. 질문에 대한 답을 끙끙대며 찾다가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질문이 틀렸구나!'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로 방향을 돌리자, 실마리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때 알았다. 책에서 자연스럽게 태어난 질문일지도 다 올바른 질문이 아니라는 것을.


관점은 절실함에서 태어나고,
질문을 통해 단단해지며,
멈출 때 무르익는다.


나는 무엇에 절실했던가? 멈추고, 옮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가? 잔소리를 쏟아내듯 마구잡이로 물음표를 남발하고, 없어도 상관없을 부차적인 것에 절실했던 것 같다. 진득하니 머물러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감정을 느끼고, 눈앞에 존재를 그 자체로 보지 못했다.


성찰과 통찰은 열심히 노력하면 오는 줄 알았다. 그렇게 관점이 바뀌고 삶이 변할 줄 알았다. 하지만 통찰의 순간은 정돈되지 않은 감각 위에 불쑥 떠오르는 것 같다. 언어화되기 전, 그 세계가 그대로 다가오는 쉼표의 순간에 스파크처럼 번쩍 빛나는 것 같다.


Doing에만 빠지지 않고,
Being으로 깨어 있기.


"남들보다 더 생각하면 생각은 깊어지고 넓어지고, 그러다 보면 창조적인 사람이 된다." (75면) 이제는 질문을 바꾸고, 관점을 다르게 디자인하며 살고 싶다.


삶을 아끼는 절실함으로, 듣고 배우는 사람.
틀을 의심하고, 질문을 디자인하는 사람.
그렇게 굳은 관점을 녹여, 대체될 수 없는 명품인간,
나만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쉽지 않을 것이다. 당연함을 깨라고 했지만,
당연히 시간이 걸리고 가는 길은 고될 것이다.
울퉁불퉁 굴곡 없는 반듯한 길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게 편한 방법으로는 꽝꽝 굳은 내 인생이
변할 리 없다는 걸 안다.
끝없이 흔들리고 깨지며 묵은 관념들을 털어내기.
멈추어 생각하는 동안 진실을 한 조각씩 찾아 보강하기.
다른 질문으로 산뜻한 모양을 갖출 변화에 대한 믿음 갖기.

그렇게 한다면 계속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의 독자가 달라지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무엇이 달라졌나?
나에 대한 관점이다.


자아감, 자존감과 연결된 믿음 한 뿌리가 조금 더 굵어진 것 같다. 삶의 정수 같은 지혜를 책으로 언제든 만날 수 있음에 감사하자, 그 생각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내가 보였다. 앞서간 자들의 사유에 물들 수 있는 '나'라면 지금 여기에 고여 썩어버리는 사람이 될 리는 없을 것이다.


늘 불안했던 나를 향한 시선이 단단해졌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것이라는 확신, 스스로의 어깨를 밀어줄 수 있는 여유. 이 정도면 꽤 좋은 사진을 하나 찍은 것 같다.


당연함을 부정하라.
저자의 말을 뒤집어본다.


"관점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관점은 나를 바꾸지 않는다.
나를 바꾸기로 한 순간,
비로소 관점이 바뀐다."

#관점을디자인하라 #박용후 #쌤앤파커스 #자기계발서 #책추천 #관점 #질문 #절실함 #멈춰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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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이하영 지음 / 토네이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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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선뜻 와닿지 않았다. 중년 남성인 저자가 '스무 살'을 언급하다니 의도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저자의 인터뷰를 보고 생각이 바꼈다. 뭔가 달랐다. 놀라울 만큼 핵심을 짚어내고 있었다.


그 자신감이 낯설어 경계심이 들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 철학가도, 사상가도 아닌데 세상 이치를 본질적으로 꿰뚫어 명료하게 정리하다니,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고 나서는 확신하게 됐다. 믿고 읽어도좋다. (제가 꽤 신중한 편이라서요 ㅎㅎ ^^;;)


공부하듯 읽었다. 수학에 능했던 이력 때문인지 공식처럼 문장이 정제돼 있다. 단문 속에 응축된 사유와 논리 덕에 독자도 생각도 정리하게 되는 구조다. 쉽게 읽히지만, 느긋하게 일어야 제맛이다. 가볍게 넘기면 놓치는 게 많다.


저자는 흙수저에서 상위 1% 자산가, 43세에 100억을 달성한 성형외과 의사이자 작가, 사업가, 유튜버이다.
이 책은 저자가 그간 경험하고 사유한 삶의 모든 진리를 녹인 것 같다. 한 생을 더 살아야만 한 권을 또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로, 깊고 다양한 내용을 담았다.


삶을 바꾸는 3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마음공부를 하고, 삶의 기본기를 다지고, 즐겁고 충실하게 살면 됩니다."

1. 마음공부
삶이 변하려면 먼저, 현실 회로가 바뀌어야 한다. 바로 무의식이다. 생각의 씨앗인 관념과 열매인 현실이 하나임을 알기 위해, 마음공부를 하라.

2. 기본기 반복
그것은 독서, 운동, 명상. 뻔하지만 이 3가지를 매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자는 매일 1시간 독서, 1시간 운동, 3분 명상을 한다. 매일 실천하는 사람은 결국 다른 길에 이른다.

3. 즐거움
열심히 대신 충실히 살자. 열심히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것.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더 나아가 즐겁게 살면 최고다. 오늘을 즐기는 사람이 결국 오래 간다.


'사는 게 즐거워지면 삶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즐거움은 삶의 조건이 아니라 본질임을 강조한다. 즐거움이 삶의 기본값이 될 때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저자의 단언에 놀랐다.
오롯이 삶을 즐기는 방법에는 "오늘의 당연함에 감사하기"를 꼽았다.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한 끼 식사는 자신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이라며, 오늘의 당연함이 누군가에게 기적 같은 일이고, 과거의 당신이 상상치 못했던 일상임을 상기시킨다. 오늘은 70살의 내가 그토록 원하는 48살의 하루다.


책의 많은 부분에서 저자는 "감사"를 강조한다. 덕분에 감사가 곧 메타인지 작동의 결과임을 깨달았다. 당연한 것에 감사하라지만, 감사 자체는 당연하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뇌는 에너지 효율을 위해 익숙한 것에 무감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지고, 누리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한 단계 위의 시선, 즉 메타인지가 작동해야 감사할 수 있다. 감사는 지금 여기의 상태를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다.


감사하면 삶을 오롯이 즐길 수 있고, 메타인지가 높아진다. 메타인지가 높아지면 자기가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에 성장이 빨라진다. 감정에 브레이크를 걸 줄 알아 회복탄력성도 높아지고, 인간관계도 좋아진다. 의식적 선택을 하는 힘이 커지니 자기 삶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된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똑똑하게 산다는 논리가 피부에 와닿았다.


저자는 바쁜 일상을 살면서 어떻게 이다지도 높은 사고의 경지에 이르렀는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다. 바로 이 부분을 읽고 알 수 있었다. 그의 독서법이다.

1. 관심 분야의 책 4권을 서점에서 직접 고른다. 책은 책장에 꽂아 두는 게 아니다. 손 닿는 곳에 뿌려두라. 그러면 펼치게 된다.

2. 책을 읽고 나면 30분 알람 설정. 그동안 '작가의 말이 맞을까?' 생각하며 3~4개 키워드로 정리한다. 인상적인 구절을 포스트잇에 적어 거울이나 모니터에 붙여둔다.

3. 알람이 울리면 책을 덮고, 작가의 키워드와 나의 키워드로 정리된 글을 쓴다. 이 글을 나에게 카톡으로 보낸다. 지치고 에너지가 바닥일 때 그 글을 읽는다.
'내가 쓴 글 맞아?' 자신에게 감동하는 시간, 나를 신뢰하는 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여기에서 시작된다.


이런 독서를 매일 1시간씩 하는 사람이니 달라질 수밖에 없었겠구나 이해했다. 방금 읽은 책 내용이라도 그것을 3~4개의 키워드로 정리하는 것조차도 굉장한 고난도 작업이었다. 백지 앞에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ㅎㅎ) 하지만 책과 쓰기를 통해 성장하고 싶은 분들께는 강력한 실천 가이드가 될 것이니 꼭 챙겨가길 바란다.


자기계발서에 속하지만 저자의 인생이 스며든 문장이 많아 에세이처럼 읽혔다. 실천지침은 현실적이고 간결하며, 철학적 뼈대가 있어 부담이 적어 잘 흡수된다.


평소 가족에게는 책을 추천하지 않지만 이 책은 예외였다. 삶의 핵심을 간파해 쉽게 설명한 책이라 남편과 아이들에게 권했다. 자아를 형성 중인 젊은이, 삶의 전환기를 맞아 후회하고 있는 중년,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다.


과거의 나를 껴안고,
지금을 행복으로 채우며,
미래를 설계하는 힘.
《나는 나의 스무 살을 가장 존중한다》를 통해 그 여정이 시작될 것이다.


#도서지원 #나는나의스무살을가장존중한다 #이하영 #소용도리2기 #토네이도출판사 #자기계발서추천 #감사 #메타인지 #즐거움은기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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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 - 두 자연 생활자의 교환 편지
김미리.귀찮 지음 / 밝은세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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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두 사람, 김미리 작가와 귀찮(김윤수) 작가가 각각의 삶과 계절을 기록하며 주고받은 편지집이다. 서로 다른 공간, 다른 감정을 품은 두 존재가, 같은 사계절을 통과하며 각자의 마음을 꺼내 모았다. 서로를 설득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그저 "나는 이렇게 느끼고 있어"라고 담담히 털어놓는 이야기 속에, 서로를 궁금해하고 존중하는 마음들이 곱게 놓여있다.


딱히 용건이 없는 편지를 쓴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쓸모를 따지자면 무용하고, 이득을 따지자면 남는 게 없다. 속도와 효율의 시대에 긴 문장으로 찬찬히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일상을 나누는 과정은 답답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를 읽으며 생각했다. 편지야말로 우리가 여전히 필요로 하는 소통 방식이라는걸.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라는 외침을 편지가 아니면 어디서 이렇게 선명히 들을 수 있을까.


내 마음도 활짝 열리는 것 같았다. 말이 아닌 글로 타인과 내밀하게 교감하는 경험. 쓸모를 넘어 대가 없이 내주는 시간과 마음에서 사람의 향기가 났다. 들숨에 들숨으로 폐부 깊숙이 채우고 싶은 향기였다.


작가들은 빠른 대화 대신, 느린 기록을 택했다. 한 사람의 계절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답하지 않는다. 충분히 살아낸 후에, 각자의 삶과 감정을 곱씹어 다시 꺼낸다. 이 과정은 어쩌면 우리 시대가 잃어버린 '관계의 예의'일지도 모르겠다. 빠른 반응보다 깊은 이해를, 즉각적인 판단보다 긴 여운을 중시하는 태도. 그 느린 교환이야말로, 이 책에서 돋보이는 지점이다.


나란히 수놓인 활자들 사이로 작가들의 수다가 펼쳐진다. 내가 편지를 받은 것처럼 설레고 신났다. 품격 있으면서도 은은하게 웃기는 글들을 읽으며 욕심이 났다. 오만하게도 내가 글을 매우 매우 잘 쓰게 된다면 이렇게 쓸 것만 같다고, 아니 이렇게 꼭 써보고 싶다고. 어쩜 이렇게도 곱고 예쁜 마음들이 한가득 담겼는지 참으로 선물 같은 책이었다.


계절이라는 흐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었다. 계절은 살아 있는 존재처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봄은 언제나 기쁨이 아니고, 겨울은 반드시 고통만도 아니다. 희망과 두려움, 기쁨과 공허가 한 계절 안에서도 엇갈려 스며든다. 그 사실을 두 작가는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삶도 그러하다는 것을,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함께 있음'을 과장하거나 미화하지 않는 태도였다. 둘은 나란히 있지만, 결코 같은 길을 걷지 않는다. 같은 봄에도 다른 슬픔을 겪고, 같은 여름에도 다른 기쁨을 품는다. 그 다름을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서로의 거리를 존중한다.


"우리는 다르다. 그러나 나란히 있을 수 있다."라는 선언이, 관계에 지친 많은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 같다. 관계란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채로도 함께 머무는 것이었다. 어떤 이는 끝내 이해할 수 없어도, 그래도 괜찮다고 믿고 싶기도 했다.


빠르고 정확하고 유용한 정보만이 소통의 전부가 되어버린 시대에, 이 책은 효율을 거스르는 편지를 선보였다. 쓸모없음 속에 깃든 존엄. 속도 대신 머무름을 선택하는 용기. 편지가 그렇듯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시간과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살아가는 일은 결국, 나란히 걷는 일이다.
같은 속도일 필요도 없고,
같은 목적지를 가져야 할 필요도 없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나란히 계절을 건너는 일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동행임을 《우리는 나란히 계절을 쓰고》에서 배웠다.


책을 읽으며 내 마음도 한 자락 편지가 되었다. 고운 이에게 꾹꾹 눌러 편지를 쓰고 싶다. 쓸모를 따지지도, 대답을 기대하지도 않고. "우리는 다르지만, 나란히 걸을 수 있어요."라고.


#도서지원 #우리는나란히계절을쓰고 #에세이신간 #김미리 #귀찮 #밝은세상 #교환편지 #자연생활자 #초록빛나날 #책추천 #베스트셀러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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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꿈
앨런 라이트맨 지음, 권루시안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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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의 꿈》의 한국어판이 처음 출간된 지 이제 25년이 다 되어갑니다.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1993년 저는 이 책의 성공에 무척 놀랐습니다.
그 후 전 세계에서 이 작은 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주고받다가 결혼하게 된 연인들,
사랑하는 부모가 임종을 앞두고 있을 때 이 책을 낭독하며 위안을 준 사람들,
이 책에 영감을 받아 음악, 발레, 연극과 같은 작품을 만들고
공연한 음악가와 무용가와 배우 들......

우리는 모두 세상을 조금씩 바꿉니다.
저는 이 책으로 그럴 수 있었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 한국어판 머리말에서


물리학자이자 인문학자, 작가인 앨런 라이트먼.
과학 시대의 영성을 탐구한 그의 전작,
《초월하는 뇌》를 무척 인상 깊게 읽었다.
그런 그의 첫 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재출간된다는 소식에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선택했다.


《아인슈타인의 꿈》 은 내게 파격적이었다.
소설은 인물, 배경, 사건이 중심이 된다.
하지만 작가는 인물과 사건보다
"시간적 배경"에 핵심 역할을 부여한다.


주인공도, 줄거리도 없는
철학적이고 실험적인 소설을 완성했다.


1905년,
젊은 아인슈타인이 특허청에서 일하면서
특수상대성이론을 구상하던 시기.
그는 연구에 매달리느라 제대로 자지 못해 많은 꿈을 꾼다.


이론을 고민하면서 꾼 꿈들은 "시간이 다른 세계"였고,
영화의 몇 장면처럼 잠시 흐르는 꿈들을 모은 것이 소설 《아인슈타인의 꿈》이다.
2장 분량의 짧은 꿈들이 30개의 장으로 변주되는 색다른 구성이다.


하나의 긴 스토리가 아니라서
중심인물이나 주요 사건이 없다.
꿈속의 세상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시간이 작동한다.


다른 시간 속 전혀 다른 삶의 양상과 감정들은
흥미롭고, 신기하지만 낯설고 무섭기도 했다.


물리학자라는 저자의 직함이
부담스러웠다면 걱정 마시라.
이 책엔 공식 대신 상상력이 담겨 있다.
작가가 해체하고 새롭게 조립한 시간을 따라,
다르게 살아볼 상상력만 있으면 된다.


순서대로 읽을 것도 없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 페이지는
곧 시간 여행을 떠나는 문이 된다.
꿈속 세상에 자신을 등장시킨다면,
어느새 사고와 시선이 확장되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원으로 되어 있는 세계에서는
악수와 입맞춤, 출생, 주고받은 말 등
모든 것이 정확하게 그대로 되풀이된다."
- 23면

"지구 중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시간이 더디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몇몇 사람들은 젊음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간직하고자 산으로 집을 옮겼다."
-37면

"사람들이 단 하루만 사는 세계를 생각해 보자.
누구나 해돋이를 한 번, 해넘이를 한 번 본다."
- 103면

"사람들이 영원히 산다고 생각해 보자.
이상하게도 도시마다 사람들은
두 가지 종족으로 갈라진다.
나중족과 지금족이다."
- 111면


시처럼 읽는 소설에 가깝다.
한 편 읽고 멈춰도 되고,
하루에 한두 편씩 천천히 읽으면 더 좋다.
한 번에 다 읽기보다,
음미하면서 읽어야 진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낯선 모양의 시간 속에서 여러 질문이 떠올랐다.
'나는 이 세계라면 어떻게 살까?
시간이 멈춘다면 가장 간직하고 싶은 순간은 언제일까?'


시간과 관련된 물음들은
삶과 죽음, 욕망과 삶의 허무함.... 같은
인생의 본질로 이어졌다.


우리는 어쩌면 30가지의 다양한 시간을
모두 살아본 건 아닐까.


어떤 날은 시간이 너무 느리게 흘러서 지루하고,
어떤 순간은 눈 깜짝할 새 지나가서 아쉽고,
어떤 기억은 반복해서 떠오르고,
어떤 일은 원인과 결과가 헷갈릴 만큼 복잡하다.


때로는 미래를 알 것 같고,
때로는 모든 게 멈춘 것 같다.


다양한 시간의 얼굴을
우리는 이미
조금씩 경험하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이 펼쳐준 "특별한 시간 세계"는,
인간이 느끼는 마음속 시간의 풍경을
비유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길게 늘여보고 줄여보면서
중요한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과거의 지금이었고,
미래의 지금일,
그 모든 시간들이 소중하구나!


결국 시간은 모두
"지금"의 연속이다.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시간을 따뜻하게 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인슈타인의 꿈》은 넌지시 알려준다.


새로운 믿음도 얻었다.
수많은 시간의 얼굴 중,
강물처럼 흐르는 바로 이 시간의 형태가
인간에게 가장 온당하고 완전한 시간이라는 것을.
조물주가 창조한 시간의 무늬들 중,
이 흐름이 가장 아름답고 정교한 선물이라는 것을.


서른 번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단 하나의 질문이 남았다.


"지금,
나는 정말 살아 있는가."


잠잠한 물결처럼,
이 질문은 한동안
나를 계속 흔들 것 같다.


#아인슈타인의꿈 #앨런라이트먼 #시간여행 #모던클래식 #시간산책 #물리학자의소설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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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시인 나태주
네이버웹툰 작가 로로의
'행복 웹툰 만화시집'
- 《행복아, 어서 와》


"이로써 내가 꿈을 꾼 한 세상이 완성되고
나의 오랫동안의 꿈이 이루어진 셈입니다."
- 6면

나태주 시인님도 만화책을 매우 좋아한 아이였단다. 어려운 시로 만화책을 만들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한국에서 제일 처음으로 시를 가지고 만화책을 내는 시인이 되셨다.


사실 나는 시도, 웹툰도 즐겨 하지 않는다.
시는 어렵다. 마음이 괜스레 바빠서 한 문장씩 음미할 여유가 없다.
웹툰은 재미있지만, 놀이 같아서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


그런데 시와 만화가 만나 탄생한 새로운 장르는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재미와 의미를 고루 갖춘 데다, 감성 지수와 행복 지수까지 높여준다. 친근하고 아름다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놀이인 동시에 독서가 되니, 아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게 된다. 이 새로운 문학을 "시툰집"이라 부르고 싶다.


《행복아, 어서 와》의 강점은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시가 내레이션을 한다는 점이다. 시가 앞에서 이끌고, 웹툰은 삽화처럼 시를 따라가며 보조하는 구조라 예상했지만 전혀 아니었다.


사랑을 시작한 연인의 설렘에서, 부부가 되고 아이가 태어나 자라기까지 한 가족의 이야기가 영화처럼 어어진다. 그 흐름에서 시는 자연스럽게 숨 쉬고, 웹툰은 생생하고 진솔하게 스토리를 살려낸다. 이 지점에서, 나는 이 책이 "시를 넘어선 새로운 문학", 시툰집의 탄생을 알린다고 느꼈다.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이 서로를 북돋아 하나의 주제를 선명하게 드러내듯, 시툰집에서도 시와 웹툰이 나란히 걷는다. 서로를 보완하면서도, 어느 하나를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는다. 덕분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져들고, 시와 만화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또렷하게 맛볼 수 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짧지만 깊다. 쉽고 친근한 일상 언어 속에 커다란 통찰과 긴 울림을 숨기고 있다. 소박하고 가벼운 듯 해 지나칠 수 있는 의미와 아름다움을 로로의 웹툰이 잡아내 구석구석 비춘다. 사랑스럽고 정감 넘치는 그림체가 시의 후광 받아 생명력과 온기를 얻는다. 이것이야말로, 환상의 짝꿍이 아닌가!


나는 몰랐다. 나태주 시인의 시가 이렇게나 아름다운 줄. 사랑의 눈으로 아주 작은 것까지 오래 바라보는 시인의 언어가 이렇게나 해맑고 어여쁜 줄.


시인은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을 주인공 삼아 더없이 귀하게 여긴다. 그의 시 안에서, 평범한 나도 그렇게 소중하고 예쁜 존재가 된다. 그러한 사람, 자연, 삶을 향한 포근한 시선이 위로와 응원이 되어주었다.


예쁜 너

사람은 언제 예쁜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자기를 믿어주는 사람
앞에 있을 때 예쁘다

마음 놓고 웃을 때 예쁘고
마음 놓고 말할 때
더욱 예쁘다

너는 언제 예쁜가?

네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
있을 때 예쁘고
내 앞에서도 가끔은 예쁘다

너를 예쁘다고 생각하므로
가끔은 나도
예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로로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표정과 몸짓의 디테일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둥글둥글 풀린다.

부드럽고 은은한 선과 색감, 일상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담아낸 그림은 시인의 시와 똑 닮아있다. 《행복아, 어서 와》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인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행복아, 어서 와》는 결혼, 출산 장려 시툰집 같기도 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가슴 벅찬 행복을 진심으로 그려냈다.

미혼들에게는 가족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꿈을, 부모들에게는 자녀로 인해 (앞으로 줄) 행복했던 나날을 진하고 향기롭게 전해줄 것이다.


로로 작가의 전작처럼, 이번 작품에서도 고양이는 그 자체로 행복이며 행복을 전달하고 이어주는 독보적인 존재로 등장한다. 만화 곳곳에서 대활약을 펼치는 사랑스러운 고양이와 함께, 나태주 시인의 시 한 편 한 편에 스며든 반짝이는 여운을 즐기기를 바란다.


행복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이 시툰집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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