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도루
윌리엄 깁슨 지음, 안정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2월
평점 :
절판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어떤 일본 년과 결혼할 거라는 거요! 그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도 알고 있소. 그러면서 우리한테 상상력이라고는 쥐뿔도 없다고 말하고 있소! 내 말을 들어 보시오."

……중략……


"누군가가 우리 애한테 접근한 거요, 알겠소? 그한테 접근했단 말이오. 누가, 어떻게 접근했는지는 모르오. 개인적으로는 망할 놈의 콤비나이트라는 쪽에 심증이 가지만. 더러운 러시아 놈들 말이오.
하지만 당신, 레이니 바로 당신이, 우리를 위해 레즈를 상대로 접속 분기점 어쩌고 하는 것을 해주시오. 망할 놈의 개자식이 누구인지 알아내 달라 이거요."

_본문중 에서






장편 데뷔작 <뉴로맨서>로 휴고상, 네뷸러상, 필립 K.딕상을 수상하면서 그야말로 사이버펑크 문학의 '아이돌'로 떠오른 '사이버스페이스'의 창시자, '윌리엄 깁슨'의 <아이도루>!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일본 최고의 인기 록그룹 '로/레즈'의 리드싱어가 사이버가수 아담, 아니 '레이'와 결혼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자 인간 대 비인간(未인간? 反인간?)의 결혼설 이면에 뭔가 거대한 음모가 있지않을까?싶은 생각에 진상을 파악하고자 네트워크 패턴분석 전문가인 '콜린 레이니'와 로/레즈 팬클럽 회원이자 초보 네티즌수사대원인 '치아'가 각각 다른 목적으로 일본에 도착/파견되었다가 밀수업자 및 러시아 마피아들과 엮이면서 그 누구도 원치않았던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되는 내용을 그린 작품.
이미 <뉴로맨서>를 통해 '사이버스페이스'라는 시공간을 창조해낸 작가답게 인터넷이라는 뼈대에 피와 살을 붙여 시각, 청각, 촉각을 만족시키며 가상공간과 현실세계의 경계가 허물어진 미래(아직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어느새 우리곁으로 다가오고 있고, 어디선가는 이미 다가와 있기에 더이상 미래가 아닌 미래)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데, 어찌보면 단순한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덩어리에 불과한 홀로그램 '레이 토에이'가 스스로 진화하며 성장한다는 정도야 '요즘 시대'에 놀라울 것 하나 없다고해도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저 단순히 웹상에 떠오른 사진/동영상에 불과하지만 그 누구도 추론내지는 연산 과정을 알 수 없는 능력(심지어 작가도 모른다!...)을 발휘해서 이미지 속에 숨겨진 '접속 분기점'을 통해 인물의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의 행동 패턴까지 내다보는 그야말로 신기묘묘 기문둔갑할 능력을 지닌 레이니의 '초지능공감각'은 요즘 시대에도 놀라울 따름으로(관상, 수상, 족상에 이어 '面상'이라는 새로운 점괘술 창안자로 기록될지도?) <뉴로맨서>에 비해 액션이 부족하다 싶은 감은 있지만('치아'는 '몰리'가 되기엔 너무 어리고 연약한 소녀...) 사생팬보다 건전한 열성 팬클럽의 위력을 볼 수도 있는 미래의 대중문화, 또는 대중문화의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수작!
(당연히 절판됐으려니 했는데 '놀랍게도' 아직 판매중이다!)





덧, '아이도루_idoru'는 '우상, 스타'를 뜻하는 idol의 일본 귀화어 アイドル의 영어 표기.

덧-1, 그동안 이 작품을 미루고외면한 이유는 '그다지 평이 좋지않다'는 이유와 더불어 어딘가 왜색적인 분위기가 책표지의 '접속 분기점'을 통해 느껴졌기 때문이었는데, 늦게나마 읽고나니 그 당시 이 책을 대했을 때 내가 지녔던 초지능공감각 지각능력이 아마도 아마추어틱했던 것으로 판명!(한마디로 훈련부족이었던 셈...)
공간적 배경이 일본이다보니 그들의 대중문화가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지만, 작가가 한국 독자한테 기모노를 입으라는 것도 아니요, 신사참배를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다 번역자가 우려(?)했듯이 '일본기행문'이라는 삐딱한 마음도 그다지 들지 않으니 아무 부담갖지 말고 편하게 열린 마음으로 읽기를 권장!
(자세히 보면, 한국산 컴퓨터도 등장하기는 한다...)

덧덧, 1986년작 <카운트 제로_Count Zero>와 1988년작 <모나 리자 오버드라이브_MonaLisa Overdrive>로 이어지는 1984년작 <뉴로맨서> '스프롤 3부작'처럼 1996년 발표된 이 작품 역시 3부작으로, 1994년에 발표된 < Virtual Light>와 1999년에 발표된 < All Tomorrow's Parties>를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는데, 요즘 분위기(?)를 보아하니 연작들의 출간도 살짝 기대해 볼만하다.
(벌써 <카운트 제로>의 출간소식이 들리고 있지 않은가!)

덧덧-1, '윌리엄 깁슨'의 단편으로는 '한뜻'에서 출간된 사이버 SF단편집 <선글라스를 쓴 모차르트>
<메모리 배달부 조니_Johney Memonic>, <크롬 태우기_Burning Chrome>, 그리고 '마이클 스완윅_MichaelSwanwick'과의 공저 <공중전_Dogfight>이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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