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도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4
다나카 요시키 지음, 손진성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옛날, 토머스 앨바 에디슨이라는 사람이 있었지……."
라고 크루건이 지인한테 말했던 적이 있다.
"형무소에 전기의자를 팔고 다녔을 뿐인 남자지만, 그 녀석이 말했어. 천재는 99퍼센트의 땀과 1퍼센트의 영감이라고. 저능한 교육자들은 그러니까 인간은 노력해야 하는 법이라고 학생한테 설교하지만, 그건 저능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야. 에디슨의 진심은 이거지. '아무리 노력해도 영감이 없는 놈은 안 된다.'"
강렬한 표현력을 가진 그의 주장은 많은 사람들의 허용범위를 넘어섰고, 그 탓에 자칭 천재는 고립되지 않을 수 없었다.

- 본문 중에서.





옛날옛적, 중국은 위_魏, 한_韓, 진_秦, 제_齊, 조_趙, 초_楚, 연_燕이라는 일곱 제후국을 중심으로 뛰어난 장수와 지략가들이 난립하며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무려 200년 동안 치열한 세력 다툼을 하던 시기가 있었으니 이때가 바로 '전국시대_戰國時代'라.
'진시황_秦始皇'이 천하를 통일하면서 대륙의 피바람은 잠시 잔잔해진 듯 하였으나 역사의 수레바퀴를 굴리기에는 충분하였으니 그로부터 자그만치 수 천 년이 흐른 어느날,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지는 '대전도_大轉倒(Big Falldown)' 현상이 벌어짐에 따라 호우, 홍수, 지진, 폭풍, 화산폭발, 산사태 등등등 자연이 선사할 수 있는 온갖 재앙이 지구 표면을 뒤덮으면서 지상의 인류는 재정비(?)되었는데, 대혼란을 피해 월면도시_月面都市로 피신한 사람들에 의해 인류문명 재건을 목적으로 지상에는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었으니 아퀼로니아, 뉴 카멜롯, 부에노스 존데, 프린스 해럴드, 타데메카, 산다라, 그리고 쿤론까지 모두 '일곱 도시'라.
한편, 혹시모를 반란에 대비하여 월면도시인들이 일종의 안전장치로 구축한 '올림포스 시스템'에 의해 항공권을 제압당한채 지상생활에 만족해야했던 지구인들한테 월면도시의 지배가 해제되었다는 소식이 들리자 하늘의 봉인이 풀리는 '그 날'을 기다리며 저마다의 '꿈'을 꾸는 군웅들이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내며 미래의 패권을 잡기위한 움직임을 시작했으니 때는 바야흐로 2190년, 제2의 '전국시대_戰國時代'가 열리는 순간이며 <일곱 도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다...



책 한 권도 거뜬할 분량을 불과 서너장에 압축시켜 놓은 도입부의 흥미로운 설정과 <북극해 전선>, <폴타 니그레 섬멸전>, <페루 해협 공방전>, <재스모드 전투>, <부에노스 존데 재공략전> 등 다섯 편의 이야기가 연작처럼 이루어진 본문은 마치 한편의 단편을 읽는 것처럼 느껴질정도로 놀라운 속도감을 보여주고 있는데, 쉴틈없이 펼쳐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급류에 떨어진 나뭇잎처럼 거침없이 막힘없이 흘러가면서도 순간순간 지나치는 풍경이 언뜻 무협지를 보는 듯하다가도 어느순간은 처세술을 보는 듯 하고 가만 생각해보면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도 섞여 있는 것이 새삼 그 깊이감에 놀라게 되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었지만 정작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꼬이고 엮이는 일곱 도시의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케네스 길포드, 알마릭 아스발, 유리 크루건, 귄터 노르트 등등 딱히 누가 좋고 누가 나쁘다를 평가할 수 없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면서 잠시의 지루함도 허용하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몰아가고 있다.
족히 열 권은 될만한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겨우 300쪽' 남짓되는 분량에 꾸역꾸역 눌러 담아 놓은 까닭에 뭔가 계속 이어질 것만 같은 22세기 군웅할거시대의 뒷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이 기대감과 동시에 아쉬움으로 다가온다.(작품이 출간된지 15년이 흐른뒤 후배작가들에 의해 속편이 나왔단다....)

이 작품을 통해 '다나카 요시키'라는 작가의 작품세계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로인해 애시당초 별 관심 없었던 <은하영웅전설>에 대한 흥미마저 새로이 생겨났으니 이거 참 큰일(?)이 아닐 수 없도다...





덧, 참고삼아 실린 '대전도후의 지도'는 본문 내용에 비해 너무 성의없고 허술해서 사실상 도움(?)이 안되었기에 차라리 '원작에 실렸다는 삽화라도 첨부했더라면...'하는 것이 국내 번역판에 대한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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