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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아웃 - 뉴질랜드 문학 ㅣ 다림세계문학 26
데이비드 힐 지음, 홍인기 옮김, 브래드 홀랜드 그림 / 다림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 어쩌면 평행우주가 수십억 개 이상 존재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옷을 입을지 결정할 때마다, 또다른 '우리'는 다른 세계에서 또다른 옷을 집어 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각각의 평행우주들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를 것이다. 」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소설과 희곡을 발표해온 뉴질랜드의 작가 '데이비드 힐'이 쓰고, 미국의 일러스트레이터 '브래드 홀랜드'의 삽화가 실린 평행우주(?) 소설 <타임 아웃>!
천문학자가 꿈이며 과학에도 관심이 많다는 작가는 14년간 교사생활을 하는 동안 스무 권이 넘는 청소년 소설을 발표했는데 이 작품 역시 주인공은 중학교의 크로스컨트리 선수인 '킷'.
킷은 그저 달리는 것이 좋아서 달릴 뿐이지만 정식 육상팀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서만 운동연습을 하는 까닭에 대표선수를 이길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학교 전력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로 정작 학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가 하면, 아버지는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고 어머니는 매일같이 술마시며 신세한탄하는 까닭에 집에 돌아와서도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한 채 홀로 방황해야 하는 외톨이 신세로, 가슴 속에 외로움을 하나 가득 품고 지내는 소년.
어느 곳에서나 항상 혼자라는 답답함과 울적함을 달래기 위한 유일한 피로회복제(?)는 아무 생각없이 즐길 수 있는 달리기 뿐인데, 혼자 있다보니 달리게 되고 달리다보니 계속 혼자있게 되는 고독의 악순환이 반복되던 어느날, 일요일을 맞아 집에 찾아온 아버지와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주일동안 쌓아둔 말다툼을 하게되고 우울한 마음을 안정시키려 집을 나와 또다시 달리기에 전념하던 킷은 전날 과학 선생님이 빌려주신 책에서 읽은 '블랙홀과 평행우주'에 관련된 부분을 떠올리며 이 우주 어딘가에는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에서 사랑받으며 살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와 상상에 빠져 달리다가 도로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흘러나가, 아니 달려나간다.
이후 어딘가 예전과 비슷하지만 조금씩 어긋나고 뒤틀려 있는 또 다른 세계에서 학교 존립의 사활을 걸고 학교대항 크로스컨트리에 참가하게된 주인공이 겪게 되는 어딘가 몽롱한 상태에서 다소 몽환적인 분위기로 흘러가는 이야기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주인공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지, 혹은 정말로 블랙홀을 통해 평행우주로 빨려 들어간 것인지 의아할 지경인데, 그동안 암울하리만큼 답답했던 현실에서 벗어나 주인공이 간절히 원하던 모든 것이 이루어진 세상, 가령 학교에서는 크로스컨트리 팀의 대표선수로 전교생들로부터 응원받는 인기 훈남이자 집안에서는 새로운 부모님으로부터 따뜻한 애정이 가득한 사랑을 받는 귀한 아들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뭔가 부족한 것이 느껴지고 시간이 흐를수록 혼란스러움이 커져만 가는 가운데 새로운 세상에서의 모든 의혹과 비밀이 밝혀질 '운명의 시합'을 향해 이야기는 한뜀 한뜀 달려나가고 있다. 힘겹게, 그러나 힘차게!
체육과 과학이 결합(...)된 이 작품은, 학교와 가정에서 남모를 고민으로 방황하는 청소년들한테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니 지금 한 순간 힘든 상황일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말고 참고 견뎌내면 어떤 식으로든 보답이 있을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진리인 명제를 깨닫게 해주는 '스포츠 성장소설'로, SF는 아니지만 SF적인 요소를 흥미있게 그려내고 있기에 SF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처음 SF를 접할 때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한 SF입문서로서도 적절한 작품이며, 아울러 '브래드 홀랜드'의 그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책을 읽는 내내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수십 폭의 유화작품을 감상하는 여유를 즐길 수도 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어린이와 10대를 위한 책들이고 보니 어찌보면 내가 선물받을 책이 아니라 오히려 조카들한테 선물해주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읽고나니 '어른이 읽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작품'으로 판명되었으니, SF뿐 아니라 좋은 작품 읽는데 남여노소가 있으랴?
(아, 해설만큼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