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징조들 그리폰 북스 2
테리 프래쳇.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48년, 60년 두 띠동갑 -그들이 띠를 안다면- 작가들이 사이좋게 집필을 시작해서 멋지게 마무리한 이 작품은 공저라는 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을 접할때마다 들게 마련인 과연 누가 어느 부분을 집필했을까하는 궁금증을 변함없이 불러 일으키는데 인물따로 설정따로 -또는 한 단어씩 교대로!- 집필했는지 어떤지 알도리가 없는 가운데 선과 악을 대표하는 두 주인공의 만담과 활약상을 지켜보노라면 ‘그들이 그들을’ 분담한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게하면서 그럼에도 전체로 볼 때는 마치 한 명이 쓴 것처럼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내용은 성서에 이미 예언되었던(!) 인류의 종말을 맞이하여 선과 악의 하수인들이 펼치는 한바탕 헤프닝으로 ‘웃긴 종말’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안웃기면 각오해라 하는 고약한 심뽀(?)로 읽는다 할지라도 일단 읽기를 시작하면 읽는 내내 키득키득거리며 미친 놈처럼 정신없이 웃고 있는 자신을 수시로 느낄 수 있을텐데 그런 점에서 가급적 공공장소에서 읽는 행위는 삼가하길 권하는 바이다^^

이 책은 조판상의 오류인 몇몇 성경책 -[불의의 성서], [제기랄 성서] 등등-에 대한 묘사처럼 이미 (누군가 한테는) 알려져 있을지 모를 재미난 사실들을 요소요소에 단순 열거하는 정도가 아닌 끊임없이 샘솟는 재기넘치는 묘사로 독자를 시도때도없이 요절복통시키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점에서 정말 웃길줄 아는 사람들이 글을 썼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정말 책을 쓰는 내내 즐겼을 것을 독자들도 공감하게 해주는데다 악마와 지옥공작이 전화선을 통해 공간이동을 하는 장면이나 묵시록의 기수중 한 명의 외모에 대한 묘사로 -그의 헬멧 속을 들여다 보는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고, 그 얼굴을 본 대부분이 죽는다는 점까지- 훗날(90년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다른 몇몇 영화의 소재가 된 것은 아닐까 하는 호기심마저 일게 하여 그 선견지명에 감탄 -씩이나?^^- 하게 만들뿐더러 농담따먹기나 하면서 마냥 웃기기만 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자신의 앞날은 자신의 힘으로 개척하자 라는 ‘사소한’ 인생의 교훈을 주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당연히!) 번역인데 매끄러운 번역도 번역이지만 -아, 물론 원서를 확인할 길은 전혀 없지만서도^^- 작가들의 주석을 포함하면 100여개가 넘는 방대한 역주에 그것도 모자라 친절한 보충설명까지! 작가들의 다음 작품과 더불어 옮긴이의 다음 ‘번역’작품마저 기대될 정도이다.

끝으로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한 권의 소설을 구입할 수 있는 여유를 지니시길 바라며(아, 동네에 악동이 있거들랑 ‘그를 비롯한 놈들’을 눈여겨 보시기를, 혹 악마의 자식일지도...^^;) 자~자, 우리 생애의 남은 날들을 ‘놈들’처럼 최대한 즐겨 보자구요^^...

작가약력까지 읽는 이를 위한 덧붙임: 이 리뷰를 쓴 galaxian은 서울생으로 뭐 별로 하는 일도 없이 쓸데없는 취미생활을 즐기는 작자인데 남은 인생의 목표가 전쟁과 기아, 오염, 그리고 죽음마저 없는 세상을 보는 것이라고 공공장소에서 떠들고 다니지만 내심 인류의 종말은 과연 어떨까 궁금해 한다는 건 이미 서너 명 정도가 알고있다.

바나나 다이커리가 뭔지도 모르고 팬들이 보내주는 돈도 관심없을뿐 아니라 -SF는 관심있어함- 번역료는커녕 뭔가를 번역할 능력도 전혀 없지만 이 글을 읽은 마이리뷰 담당자가 ‘이 달의 마이리뷰’로 선정해준다면 그 영광을 거절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한다 (이 작자 역시 태리 프래쳇과 닐 게이먼, 그리고 이수현님의 약력을 읽었고, ‘이 주의 마이리뷰’로만 선정되도 불만은 전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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