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토의 여행자
다니구치 지로 지음, 홍구희 옮김 / 샘터사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일본만화계의 장인_匠人으로 불린다는 '다니구치 지로'의 걸작 단편모음집 <동토의 여행자>!
다니구치 지로? 다소 생소한 작가인지라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니 1971년에 데뷔한 이래 <먼 목소리>가 '쇼가쿠칸 만화상_小学館漫画賞'에 가작으로 입선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만화가협회상'과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을 수상했고,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_Angouleme FIBD(Festival international de Bande Dessinee) 및 '스페인 국제만화페스티벌' 등에서 수상하는 등 일본보다 오히려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국제적인 만화가!

화려한 수상 경력과 국제적 명성에 기대치를 약간 높이며 책을 펼쳐 들었는데 오홋, 눈덮인 알래스카의 한겨울을 배경으로 칼바람을 휘두르는 눈보라가 휭휭 불어대는 가운데 무스_Moose(하얀 말코손바닥사슴)를 찾아 빙하의 산맥을 방랑하는 원주민 노인의 힘겨운 여정을 그린 표제작 <동토_凍土의 여행자>를 비롯, 특별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굶주린 이리떼에 쫓기면서까지 황량하고 막막한 설원을 가로질러야 하는 주인공과 썰매개들의 목숨을 건 사투를 그린 <하얀 황야> 등을 꽁꽁 언 두 손 녹여가며 읽다보면 문득문득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어느새 자연속으로 동화되어 버린 자신을 발견함과 동시에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외에도 동물과 인간 사이의 알 수 없는, 딱히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묘한 교감을 그린 작품과 잊지못할 첫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등 인간과 자연, 인간과 생명, 인간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총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동물만화의 거장답게 확실히 인물보다는 동물 묘사가 섬세하고 생동감 넘치는데 전체 그림을 가만 들여다보고 있자면 동물 묘사보다도 한층 더 탁월한 솜씨를 보여주고 있는 자연 묘사가 단연 돋보이며 예리한 관찰력으로 그려낸 숲과 산, 섬과 바다를 차분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순간, 인물 그림보다 오히려 자연 그림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눈이 부시도록 '새하얀 산'과 무작정 뛰어들고 싶을정도로 '짙푸른 바다'...
요즘처럼 폭염과 열대야가 판을 치는 무자비한 더위에 참으로 간절한 단어가 아닐 수 없기에 어제/오늘 땀흘린 모든 분들한테 강력하게 추천!





덧, 표제작 <동토_凍土의 여행자>는 작가 '잭 런던'의 유품으로 발견된 수첩에 메모된 짧은 글을 토대로 구성한 작품이며, <하얀 황야>는 잭 런던의 <하얀 이빨_White Fang>을 재구성한 작품.

덧-1, 잭 런던_Jack London(=존 그리피스 체이니_John Griffith Chaney) :
20세기 초반 영국...이 아니라 미국문학의 선구자로, 1897년 청년시절에 알래스카를 여행하던 중 금광을 찾기위해 뛰어들었던 '클론다이크 골드러시_Klondike Gold Rush'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늑대의 아들_Son of the Wolf>로 데뷔한 뒤 <야성이 부르는 소리_The Call of the Wild>, <바다의 이리_The Sea-Wolf>, <하얀 이빨_White Fang> 등을 발표하며 명성을 떨쳤고, 러일전쟁 당시에는 특파원으로 활동하면서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위태위태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을 담은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함.(1982년 프랑스에서 <조선사람 엿보기_La Corée en feu>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며 1995년에는 '도서츨판 한울'에서 번역/출간~)
그뿐아니라, 현생인류 이전의 세계를 현대 미국의 한 젊은이가 자신의 꿈을 통해 들려주는 <비포 아담_Before Adam>과 자본가와 노동자간의 계급 갈등을 27세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강철군화_The Iron Heel>라는 SF(...)를 발표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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