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 (양장, 한정판) 오멜라스 클래식
올라프 스태플든 지음, 이영기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토머스 : "자, 여러분은 '시리우스'가 정말로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지가 가장 궁금할 터이니, 그한테 무엇이든지 질문을 해보시겠습니까?"
스톤 교수 : "일요일 다음은?"
시리우스 : "월!"
크로퍼드 박사 : "왕비의 남편은?"
시리우스 : "왕!"
일동 : ......;;;('말한거야?...' '짖은거 같은데?...' '흉내낸거 아냐?...')
토머스 : "자, '시리우스'는 정말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걸까요? 그리고 말을 할 수도 있을까요? 게다가 글도 쓴다는 것이 과연 사실일까요? 못 믿겠다는 분은 지금 당장 <시리우스>를 만나보세요!"

<이상한 존>의 작가 '올라프 스태플든'이 키운(?) '말하는 개' 이야기, <시리우스>!
고등 포유류의 뇌 성장과 관련된 연구를 하던 생리학자에 의해 처음엔 그저 슈퍼 양치기 개, 또는 미싱 링크_missing-Link 수준의 지적능력을 갖춘 동물로 개량/개발된 '시리우스'는 그 이상의 발전 가능성이 발견되면서 사람과 동등한 교육을 받게되었고 점차 인간에 버금갈정도로 지능과 감정이 발달하는가 싶더니 마침내 그 안에 내재된 '정신'이 눈을 뜨기에 이르는데...

읽다보면 수시로 "아니, 세상에 뭐 이런 개가 다 있담!"하며 감탄(내지 질투)하게 될정도로 인간의 지성과 감성, 그리고 인간을 넘어서는 통찰력을 지닌 인간犬이 주인공, 아니 '주견공'으로 등장하는 이 작품은, 개도 아니고 그렇다고해서 사람도 아닌 '시리우스'가 인간들 위주의 세상에서 생활하다가 야성의 세계를 필요로 하는 '늑대의 본성'과 인간의 세계를 필요로 하는 '문명화된 정신' 사이에서 생겨난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갈등하고 투쟁하며 홀로 세상에 맞서 싸워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주제나 구성에 있어서는 전작인 <이상한 존>과 흡사한 면이 있으나 <시리우스>가 <이상한 존> 못지 않게 이상하면서도 더 재미있고, 더더욱 슬픈 작품인 까닭은 인간 중의 한 명과 맺게되는 '특별한 관계'때문!(부제 'A Fantasy of Love and Discard'가 심상치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저 아이는 자랄수록 매력이 넘치네. 그런데 좀 사람같지 않은 면이 있어."라는 소리를 듣는 인간 소녀 '플랙시_plaxy'와 "저 개 표정이 꼭 사람같아."라는 소리를 듣는 슈퍼 양치기 개 '시리우스_sirius'는, 우리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강아지를 끔찍이도 귀여워하는 소녀와 주인을 무척이나 잘 따르는 강아지' 수준의 관계를 훌쩍 뛰어넘어 사람과 개가 정서적으로 맺어지고 '연인'이 된, 비록 육체적 한계(?)때문에 생물학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나(...) 정신적으로는 '완전한 하나'의 존재가 되어 서로가 서로한테 소속됨으로써 주인과 애완동물이 아닌 정신적 반려자로서의(소울메이트적인!) 굳건한 관계를 보여주는데, '인간 소녀와 수컷 개의 사랑'이라는 어찌보면 엽기스럽기까지 한 설정에 당황스러울정도인(호기심도 살짝~) 이 작품은 '진정 사랑하기에 헤어진다'는 다소 통속적이기까지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비극적 운명을 확인하는 순간에 그 애잔함이 한없는 연민을 불러일으킬만큼 '특별한 연인들의 특별한 사랑'을 슬픈 동화처럼 그려내고 있는 '감성과학소설'로, 이후에 밤하늘의 별자리 '시리우스(천랑성_天狼星)'에 대한 이야기는 다시 쓰여져야 하지 않을까싶을 정도다~('다니엘 키즈'의 <앨저넌에게 꽃을>을 읽으며 눈물 찔끔 혹은 펑펑 흘렸던 독자들이라면 이번에도 손수건을 준비하셔야 할 듯...)

지구를 지배하며 만물의 영장인듯 행세하고 있지만 인류의 실체가 얼마나 이상하고/형편없고/보잘것없는 존재인지를 밝혀내기위해 '스태플든'은 <이상한 존>에서 차세대 인류인 호모-수페리어 '존'을 등장시킨데 이어 <시리우스>에서는 보다 효과적인 충격요법을 사용하기위해 인간이하의 생명체로 평가되는 '말 못하는 짐승'을 등장시켜 인간을 초월한 존재로 만들어 놓고는 '인간의 바깥에서' 인간을 바라보며 그 어리석음을 일러주고 있는데, 그만의 예의 독특한 시선 앞에서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인류가 과연 얼마나 될지도 궁금...(난, 눈싸움에, 자신, 있다고!~)
'아이작 아시모프'의 <바이센테니얼 맨>을 통해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던 로봇 '앤드류'를 만났다면, 이제는 인간이 되기를 갈망하는(하다못해 앞발이 아닌 '손'이라도 생겼으면 하는...) 개를 만날 차례. 각 가정마다 <시리우스> 한 마리씩 데려다 키우시길~





덧, 이 작품을 처음 접할 때만해도 유전공학에 의해 초지능을 갖추게 된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개'이야기 또는 '초지능을 가진 개가 어릴 때부터 단짝처럼 자란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는 파격적인 내용'정도로만 알았었다.(한마디로 특별한 개와 평범한 소녀의 아마도 이루어질 수 없을 러브스토리 정도?...) 그리고 아는 분을 통해 "너무 재미있고 너무나 감동적이다."라는 평을 들었기에 그 방향으로 안테나를 돌리고 주파수를 맞춘 채 읽기 시작~ 육체적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으나 '정신'속에서 하나가 된 두 종족의 실현불가능하기에 더욱 실감나는/ 아름답기에 더욱 슬픈/ 수상하기에 더욱 애틋한/ 간절하기에 때론 애증마저 오가는 '연애담만으로도' 만족스러울만큼 과연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그런데...
박상준씨의 해설 '제국보다도 너그럽고 느긋하게'의 내용 중에 "<시리우스>의 감상을 '기이한 연인들의 비극'으로만 정리하는 것은 너무 좁은 시야의 독법이 아닐까." 라는 문구가 있듯이 단순하게(?) 사랑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학소설에 철학을 불어넣은 작가'라는 평이 있는 스태플든인만큼 슈퍼히어로(호모 수페리어)들이 떼를 지어 등장하는 전작 <이상한 존>이 화려한 액션이 난무하기보다는 '인류(호모 사피엔스)의 본질과 진화의 가능성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듯이 초지능 생명체가 등장하는 <시리우스> 역시 짐작가능한, 또는 기대가능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보다는 시리우스의 출생부터 성장 및 양치기 개로써의 훈련 과정, 개성의 탄생, 정치와 종교에 대한 사상의 정립에 이르기까지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광대한 우주에서 인간과 지성의 의미를 찾는 철학적 사색'이 곳곳에 담겨져 있더라는!... 그리고 이것을 하나하나 찾는건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
(그러나, 과학소설은 철학책이 아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중요하지만 독자가 느끼고 즐기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랑 이야기구만!"하고 읽는 것이 비록 '안일한' 독법이 될지라도 독자는 독자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즐기고 만족하면 그것으로도 좋지 않을까?... 내가 SF를 읽는 이유는, 깨달음 보다는 '재미'때문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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