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 1 세미콜론 배트맨 시리즈
프랭크 밀러 외 지음, 김지선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보통 사람들이 모닝커피 한 잔 하기도 전부터 벌써 단골들로 북적대는 비좁은 술집이 하나 있다.
시내 중심가 도로 밑 지하도를 내려가다보면 간판은커녕 문짝도 없는 곳으로, 누구하나 죽어나가도 모를 컴컴한 복도만이 전부인 곳이다.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었을법한 험상궂고 우락부락한 외모에 문짝 밑에 콜라 병을 깔아 굴리는 듯한 목소리로 스스로 화성 출신이라고 말하는 바텐더 '존즈'가 손님을 맞이하는 곳이다.
블루스 음악과 찌든 담배 냄새를 따라 늙어빠진 술꾼들이 추억의 단물을 쪽쪽 빨아대면서 터무니없는 고리짝 이야기들을 줄기차게 떠벌리며 한물 간 농담들을 몇 번 주고받은뒤 저마다 알고 있는 무용담을 풀어 놓는 곳이다.
그러다보면 '강철 사나이'라든지 '아마존 공주'라든지 따위의 허무맹랑한 얘기도 나오지만, 하늘도 날지 못하고 강철도 구부리지 못하는 '그'에 대한 이야기는 결코 나오는 법이 없다.
그 누구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더이상 듣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모두 '그'를 기억한다.
기억속의 '그'는 영웅이다.
우리한텐 영웅이 있었다...

-The Daily Planet」

'최고의 배트맨 만화'라는 소문이 자자했던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
'배트맨'하면 일단 떠오르는 것은 범죄의 도시 '고담'시를 배경으로 조커, 캣우먼, 펭귄맨, 투페이스, 리들러, 포이즌 아이비, 미스터 프리즈 등의 악당들과 싸우던 '영화 속 배트맨'이 전부였기에 과연 '만화 속 배트맨'은 어떤 모습일지를 평소 궁금해 하던 터라 수많은 배트맨 만화 중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만큼 뛰어난 걸작이라는 이 작품의 국내 출간 소식을 듣는 순간의 기대감이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였고, 나날이 커져가던 그 기대감은 자칫 꿩 대신 닭(?)이 되었지도 몰랐을 <배트맨 : 악마의 십자가>라든가 <배트맨 허쉬>한테까지도 관심을 갖게끔 만들었으니 가히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의 파급효과는 대단했으나, 이 작품을 기다리다기다리다한번더기다리다 지치고지치고완전지쳐 앞의 두 작품을 모두 구한 다음에야 뒤늦게 출간된데다가 이미 앞의 두 작품만으로도 충분한/ 기대이상의 만족감을 느꼈기에 정작 이 작품은 '패~스! 통과! 다음!" 하려 했었던 것이 이 작품 출간 당시의 마음이었었는데...
궁금해서, 너무나 궁금해서, 앞의 두 작품이 그리도 재미있었는데 '배트맨 만화의 최정점'이라는 이 작품은 과연 어떤 내용일지가 너무나도 궁금해서 결국 구입하고 말았다.(이로써 국내에 번역출간된 배트맨 만화는 모두 구입!~)

일단 내용을 살펴보자면, 진작에 고담시의 범죄자들을 몽땅싸그리남김없이 잡아 넣은 배트맨이 은퇴(?)하고 모습을 감춘지 10년이 지난 후의 고담시를 배경으로, 고든 국장의 퇴임과 그동안 아캄 정신병원에 수용되어 있던 특급 악당들의 출소가 맞물리는 때를 맞이해 돌연변이 갱단이라는 새로운 범죄집단이 활개를 치면서 폭력과 광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범죄와 죽음의 그림자가 고담시를 뒤덮자 그동안 '브루스 웨인'으로만 지내오던 배트맨이 이를 보다못해 다시금 '다크 나이트로 돌아와' 화려한 활약상을 보여준다는 내용으로, 1부 <다크 나이트 귀환하다_The Dark Knight Returns>에서 2부 <다크 나이트 승리하다_The Dark Knight Triumphant>, 3부 <다크 나이트 사냥당하다_Hunt The Dark Knight>, 4부 <다크 나이트 추락하다_The Dark Knight Falls>까지 총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마다 성형수술과 정신치료를 통한 새 삶을 찾으면서 개과천선을 약속한 '투페이스', 고담시의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오른 돌연변이 갱단 두목과의 1:1 맞짱대결, 폭력과 광기의 자식으로 태어나 세상 모든 악의 근원임을 자처하고 있는 '조커'와의 피비린내 나는 혈투, 그리고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슈퍼히어로의 대명사 '슈퍼맨'과의 목숨 건 배틀이 거칠고 듬성듬성 투박한 펜선에 의해 박력 넘치고 강렬하게 묘사되고 있다.
작가의 전작인 <씬 시티><300>을 읽은 독자라면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기꺼이 구입할만한 작품이지만 행여라도 작가 이름을 처음 듣는다는 독자의 경우에 이미 출간된 배트맨 작품들과 비교해 보고는 단조롭고 평이하기 짝이 없는 열여섯 칸 짜리 프레임을 기본으로 한 다소 경직된 구성도 모자라 <배트맨 허쉬>와 같은 쫙 빠진 스타일리쉬함은 사라지고 우람하다 못해 곰같은 덩치의 배트맨을 보며 실망감에 빠질 우려도 있는데다 라고 보기엔 물감 몽땅 섞어서 검은색만 만들었나?싶을 정도의 심심하고 지루한 채색마저도 도통 마음에 안 들 수가 있겠지만(게다가 대사는 또 왜 이리 은근 많어?...) 이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프랭크 밀러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마치 자기가 배트맨의 창조자이기라도 한듯 뻔뻔할정도로 거침없고 망설임없이 (그러나 확신에 찬 모습으로!)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배트맨을/ 조커를/ 고담시를(게다가 슈퍼맨마저!) 자유롭게 그려나갈뿐더러 나름 주제의식을 집어 넣어 범죄를 저지르는 폭력(!) 집단에 대해 "체포는 안 돼요. 놈들을 박살내야 합니다. 방법은 그것 뿐."이라며 똑같은 폭력(?)으로 맞서려는 슈퍼히어로에 대한 일반인들의 또 다른 시선과 슈퍼히어로의 존재의의에 대해서도 다시금 돌이켜보게 만들고 있다.(제다이_Jedi 기사 훈련을 받았으나 점차 시스_Sith화 되어가며 '다크 포스'를 동경하는 '다크 나이트'의 참모습?...^^;)
특히, 조커만 만나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인해 살인본능이 불타오르는 배트맨이 이번에도 <배트맨 허쉬>에서처럼 최후의 순간에 결정타가 될 마지막 분노를 다스리며 참아낼 수 있을 것인지, 아울러 오랜 동료였으나 인류구원의 사명감에 불타 정부와 타협하고 백악관의 개 노릇도 마다하지 않게 된 강철 사나이 '슈퍼맨'과의 <배트맨 허쉬>에 이은 또 한 번의 1:1 대결에서 초능력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는 배트맨이 어떻게 맞설것인지, 그리고 배트맨의 최후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확인하는 재미가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는, 가히 '궁극의 배트맨 만화'라 할 수 있다.(러프 스케치와 함께 부록으로 실린 <다크 나이트 추락하다>의 원안을 보는 재미도 쏠쏠~)







덧, 영화로 배트맨을 볼 때만 해도 배트맨이 이토록이나 매력적인 캐릭터인줄 몰랐다. 만화를 보기 전만해도 "슈퍼맨이랑 배트맨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라는 질문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당근 슈퍼맨!"이라고 했겠으나 만화를 한 편 두 편 읽다보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다. "음, 배트맨이 그리 쉽게 당하진 않을걸?..."하고 말할지도 모르는데다 마음속으로는 배트맨이 이기기를 응원할지도 모르게 되었다는...^^;

덧덧, 사실 이 작품은 요즘이 아무리 영화 [다크 나이트]의 흥행으로 출판쪽에서도 '배트맨'이 대세이고, 덩달아 <저스티스>, <왓치맨> 같은 '슈퍼히어로'물이 인기를 끈다해도(잘들 팔리고 있습니까?...) 너무 섣부른 출간이 아닐까 싶을정도로 앞선 작품이기에(하지만 언젠가는 출간되어야 할 작품인 동시에 언젠가는 반드시 만나야할 작품!) 혹시라도 배트맨을 전혀 모르는 독자가 '배트맨을 시작'하려고 이 책을 골랐다면 잠깐 멈추고 책을 덮은뒤, 배트맨 영화를 한편한편 찾아서 가급적이면 몽땅 보고 난 뒤, 국내에 출간된 배트맨 만화마저도 되도록이면 남김없이 읽은 뒤 '리턴'하기를 권한다.
뭐 배트맨 작품을 비롯한 슈퍼히어로물에 대해 어느정도의 상식이랄까 사전정보(예를 들어 '다이아나'가 '원더우먼_Wonder Woman'을, '할'이 '그린 랜턴_Green Lantern'을, '셀리나'가 '캣우먼_Cat Woman'을, 그리고 스스로 화성인이라던 '존즈'가 실제 화성인인 '맨헌터_Manhunter'를 가리킨다는 정도?...)가 없다고해도 작품을 즐기는데 크게 지장은 없지만 하나라도 더 알면 알수록 재미있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에 '가장 마지막으로' 고르는 배트맨 작품이 되기를...(한마디로, 다른 작품을 통해 배트맨과 실컷 연애한 뒤에 이 작품으로 결혼하라는 얘기~)

덧덧덧, 참, 제목 때문에 자칫 영화와 연관짓기 쉬운데 <배트맨 : 다크 나이트 리턴즈>는 영화 [다크 나이트]의 원작도 아닐뿐더러 사실 두 작품 사이의 공통점도 별로 없다. 각자 독립된 작품으로 완전 별개의 '배트맨 세계'로 보아도 무방함.(거의 모든 배트맨 작품이 이런 구조로 되어 있음~)

덧덧덧덧, 끝으로, 배트맨이 돌아 온 것으로 끝이 아니다. 겉보기에는 평화로우나 보이지 않게 자라나고 있는 부패 세력과의 대결을 위해 또 다른 영웅을 모집하는 <배트맨 : 다크 나이트 스트라이크 어게인_Batman : The Dark Knight Strikes Again>과 배트맨의 기원과 초기활약을 그린 탄생 비화 <배트맨 : 이어 원_Batman : Year One> 등 후속작이 두 편이나 출간 준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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