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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tastique 판타스틱 2008.6
판타스틱 편집부 엮음 / 페이퍼하우스(월간지)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무려 세 가지가 준비된 특집기사 중 일단 관심이 가는 것은 지난 달에 예고되었던대로 <밤의 물고기>로 대표되는 '시오리와 시미코'시리즈와 <제괴지이>의 작가 '모로호시 다이지로'를 절단/해부하는 특집 '언제나 무슨 일이건 일어난다'!
상식을 깨는 혁신적인 발상이 돋보인다는 <서유요원전>을 비롯한 그의 기기묘묘한 작품세계 여행인 '현자의 시선, 세헤라자데의 입담'과 이메일로 진행되었다는 '모로호시 다이지로와의 대화'(라고 하기엔 인터뷰하기가 싫었던것은 아닐까 싶을정도로 짧막한데다 내용마저 불친절함 내지 성의없음이 묻어나 실로 '유감'이었다...;), 그리고 이틀밤을 불사르며 이루어졌다는 모로호시 올드마니아들의 수다 대담 '당신도 그 미묘한 세계를 알고 계시는군요!'에 이어 '데즈카 상' 입선작이라는 <꿈꾸는 기계> 등이 수록된 두 권짜리 SF단편집 <모로호시 다이지로 자선 단편집>을 비롯해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았으나 진정 모로호시다운 걸작 7편이 소개되어 있는 '바벨의 기담 도서관'까지, 모로호시의 팬이라면 (저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기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오늘 당장이라도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게 만드는 충동을 불러일으키는 염장 글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소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처하는 인간과 동물과 神의 어긋난 교류와 저마다의 생존방식을 SF와 판타지, 그리고 신화까지 끌어들여 시공을 넘나드는 공감각을 연출한 '윤이형'의 <황금 네르파>가 오프닝을 장식하고 있고, '찰스 부코우스키'의 <블루스와 날개 달린 외야수 J.C.>는 죄악에 빠진 인류를 구원하러 내려온 구세주 J.C.처럼 꼴찌 야구팀을 '구원'하러 내려온 구세주 J.C.의 대활약이 짧은 분량 속에서도 굵은 재미와 기나긴 연민의 감정까지 선사해주며 펼쳐지고, '스타니스와프 렘'의 <첫 번째 외출 혹은 가르강티우스의 덫>은 이 '재치발랄코믹명랑한' 작가가 <솔라리스>를 쓴 그 '하드엄숙침울한' SF작가가 맞어?하는 의문이 절로 드는 풍자와 해학으로 인해 자칫 당황스러울 수도 있는데 이제 곧 출간될 연작단편집 <사이버리아드>는 이런 단편들, 아니 이보다 더한 단편들로 꼭꽉 채워져있으니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각오 단단히 하시길!
그리고, 연일 벌어지는 실종사건으로 인해 민심을 동요시키는 흉흉한 소문이 떠돌며 민중들의 횃불시위가 매일 밤 이어지는 가운데 뜻밖의 결말을 맞이한 '김탁환'의 <당신은 식인종>은 2편을 읽기위해 <당신은 식인종> 1편을 다시 읽어야했는데(기억력이 나쁜가?), '낸시 크레스'의 <스페인의 거지들> 역시 2편을 읽기위해 1편을 다시 읽어야했기에(음, 기억력이 형편없군...) 다음달에 1, 2편을 또 다시 읽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막막해지는 것이 다시 한 번 '완결되지 않은 작품은 읽지 않으리!'라는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고 그로인해 '도로시 세이어즈'의 <얼굴 없는 남자에 관한 미해결 퍼즐>은 첫 문제를 풀기도 전에 '통과~'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는 가슴 태우는 사랑을 했었던, 그리고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어쩌면 영원히 해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데 행복에 겨운(!) '질드레'의 마지막 대사는 왠지 내 가슴을 아프게 했다...(의미심장한 그 대사, 직접 확인하시랏~) 그리고 1회 혹은 2회로 완결예정이었던 '유시진'의 <파문>은 빛과 어둠의 존재의미와 긍정과 부정의 가치여부를 놓고 깨달음과 고민에 빠진 가디언 '이니어드 탄'의 업무태만에 대한 진실공방이 차분하게 펼쳐지면서 현명한 판결과 흥미로운 완결이 기대되는 가운데 3회분량으로 늘어났는데 다만 그림 속에 말상자를 삽입하는 새로운(?) 시도는 그림을 보기에도/ 대사를 읽기에도 다소 불편한 구석이 있었다...
7월호 예고에서는 누군지 모를 그러나 '프랭크 밀러'와 그래픽노블계를 양분하고 있다는 거대한 작가 '앨런 무어' 특집기사와 함께 무언지 모를 자그마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는가하면, '닐 게이먼'이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와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 바치는 오마주로, 2004년 휴고 상 수상작인 <에메랄드색 연구>와 '츠츠이 야스타카'의 풍자와 유머, SF가 풀코스요리세트에 담긴 <약채반점>, 그리고 무려 '슈퍼로봇물'인 '문효섭'의 단편이 실릴 예정이라고 함.
뭐 언제나처럼 손가락 빨다가 이제 발가락까지 빨게된 지름신의 유혹은 다른 건 다 참겠는데 비내리는 밤거리에서 우산을 두드리는 빗방울을 제압해낼 포스와 함께 한층 더 빛을 발하실 광선검 우산은 정말 탐이 나더라는, 꿀꺽!...(그런데 비 내리는데 쓰고 다니다가 지지직~ 감전되는거 아냐?^^;)
덧, 아, '모로호시'특집과 함께 준비된 두 번째 특집기사 '신사는 강철 수트를 입는다'는 최근 개봉한 '옷이 날개다'에서 '돈이야말로 날개다'를 보여준 초재벌완벽남의 영웅담 [아이언 맨]의 등장에 발맞춰 무적 수트의 진화과정을 살펴봤다는 점에서 나름 흥미로웠지만, 뜻밖의 횡재(?)로는 작가, 평론가, 연출가 등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들의 서재탐방기인 또 다른 특집기사 '그들의 서가를 엿보다'!!
2,000권도 안 되는 소장도서를 정리정돈 하는 것도 힘에(그리고 공간에!) 겨워하던터라 장서가들은 서재를 과연 어떤 식으로 꾸며 놓고 있는지를 늘항상언제나 궁금해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양한 모습의 서재 풍경은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는데 일단 널찍널찍한 공간을 아기자기오밀조밀촘촘꼼꼼하게 채우고 있는 서가사진들은 그저 부러울뿐...(어디 나랑 서재 결혼, 아니 '서재 약혼시키기'라도 할 여자분 안 계신가용!ㅠ_ㅜ)
매달 200여 권의 신간을 받는다는 출판평론가 '김성신'이라든가(으아, 이 세상 최고의 직업은 출판평론가가 아닐까?...) 소장도서가 20,000권이 넘는건 확실하지만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는 만화애호가 '선정우'(<슈퍼로봇의 혼_魂>의 작가) 등의 이야기도 놀랍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영화 프로듀서 '김정영'의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진(?) 책더미 인증샷은 그야말로 '이 한 장의 사진'이었다. 책장사진만 보고도 질투반한숨반으로 책장을 넘겨야 했던 특집기사였는데 바로 뒤에 이어지는('헌책 지옥 저택'으로 기억되는) '모로호시' 특집과는 너무나도 어울리는 찰떡궁합/안성맞춤 기획이었다~
덧덧, 그외에 '모로호시' 인터뷰가 실망스러워서 더 빛을 발하는 건지도 모르겠는 '김탁환' 인터뷰에서는 일종의 '희망'을 발견하기까지 했으니 그가 앞으로 하고자하는 '다른 짓'을 어서냉큼당장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이 절로 들었고(김탁환이 카이스트로 간 까닭은...), 마니아라면 이미 빠진 목 몇 번 끼워넣었을 '조지 R.R. 마틴' 인터뷰는 때맞춰 출간된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4부 <까마귀의 향연> 구입을 말 그대로 심각하게 고려하게 만드는 동기를 제공하기도...(요즘 나온 SF조차도 아직 한 권도 구입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잖아!...ㅠ_ㅜ)
덧덧덧, 지난달부터 새로운 코너로 등장한 '장르 문화 달력'을 읽다가 깜짝깜짝 놀랐는데 하나는 1961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2,400권이 출간됐다는 독일 SF시리즈 <페리 로던>소식 때문이고(참고로 일본에는 1946년에 신문연재되기 시작한 이후 1969년부터 후지TV에서 아직까지도 방영되고 있는 [사자에씨(氏)_サザエさん]라는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함), 또 하나는 무수한 작가들의 탄생일과 더불어 방송해설자의 사망일까지 언급하면서 무려 '로저 젤라즈니_Roger Zelazny'의 사망일(6월 14일)은 누락된 것!!(젤라즈니, 명계에서 '또' 돌팔매 시작하겠는걸?...)
덧덧덧덧, 개편된 5월호부터 '더 세련된 디자인, 한층 높아진 가독성'을 내세우고 있는 월간 <판타스틱>. 5월호 표지에서는 'Ted Chiang'을 'Ted Chang'이라 표기하더니, 6월호 표지에서는 (역시 같은 포인트로) 'JUNE'을 'JUN'으로 표기하며 다시 한 번 가독성 테스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