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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성 말빌 1 ㅣ 메피스토(Mephisto) 5
로베르 메를르 지음, 이재형 옮김 / 책세상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흥미진진한 이 책은 난파당한 사람들과 무인도의 고전적인 주제에 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적인 우화이다.- 가제트 리테레르」
<쥐드쿠르에서 보낸 주말_Weekend a Zuydcoote>로 '공쿠르상_Le Prix de Goncourt'을 수상한 '로베르 메를르'의 포스트-홀로코스트_Post-holocaust 작품, <말빌>!
몇 달 전 <다윈의 라디오>를 읽고는 "제발이지 다른 서브장르까지는 몰라도 '포스트-홀로코스트'에 관련된 SF는 가급적 신속하게 번역해 주기를!" 간절히/간곡히 목놓아 외친 적이 있는데(물론 그때만해도 <최후의 날 그후>같은 작품이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다...) 사실 이런 작품들이 우리 주위엔 진작부터 알게모르게 존재하고 있었다...
'핵전쟁'이라는 이름의 타임머신을 타고 중세로 돌아간 지극히 평범했었었었고 소박했었었었던 사람들의 '세계재건 이야기'인 이 작품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히 살아남은 엠마뉘엘, 메이소니에, 콜랭, 페이수, 토마, 므누, 그리고 모모까지 총 일곱 명을 등장시켜 핵전쟁으로 모든 것이 황폐화된 지구에서 더 이상 어제와 같지 않은 낯설고 이국적인 상황과 맞딱뜨렸을 때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과연 어떤 식의 행동을 하게 될 것인가에 대해 작가 나름의 답안 또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미래에 대한 특별한 희망도 없이 그저 과거의 기억만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도 어쨌든 하루하루 현재를 살아나가기 위해 새로운 질서를 잡아가며 공동체를 건설해나가는 그들만의 노력과 삶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이 때론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론 그러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여지는 여러가지 일탈적인 행동들, 예를 들면 본의아닌 행동이었다고는 하지만 살인을 한다든지, 윤간이나 다름없는 행위를 마치 어쩔수 없었다는 듯 태연스레 행한다든지 하는 것 등은 혐오스럽고 충격적이기까지 한데 그들이 겪으며 풀어나가야 하는 모든 문젯거리들은 사실상 그들이 우리한테 내는 문제이기도 한 까닭에 책을 덮을 때까지 '내가 저들의 입장이라면 어떤 행동을 했을까?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를 곰곰이 되새기며 고민과 반성을 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작품으로 무려 두 권(또는 세 권)이나 되는 장편이지만 세계를 재건하기위해(라고는 하지만 사실은 하루라도 더 생존하기위해...) 곡식을 가꾸고, 동물을 키우고, 성벽을 보수하는 어찌보면 단조롭고 지루하기만 할 것 같은 그들의 일상 속에 소유의 대립, 애정의 대립, 이념의 대립, 무기의 대립, 신앙의 대립이 틈틈이 끼어들며 끊임없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까닭에 그들은 물론 독자들도 잠시나마 방심할 수 없다...
덧, 주인공 '엠마뉘엘'의 시각에서 바라본 그들의 생활상 외에 또 다른 인물인 '토마'를 등장시켜 '엠마뉘엘'이 미처 거론하지 못했던 점이나 '은폐/축소'하려던 점에 대해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본 모습을 묘사한 '토마의 노트'를 통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는데, 마지막 '토마의 노트'에 적힌 1979년의 전투에 대한 설명이 좀 이상하다. 1979년에 악탈자들의 공격을 딱 한 번 받았다고 했는데 '엠마뉘엘'이 부상당한 전투도 1979년의 전투이고 그로부터 일정 시간이 흘러 '콜랭'이 공격당한 전투도 1979년의 전투. 음, 그저 오타일뿐인가?...
덧덧, 작가의 일방적인(편파적인?) 여성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있을 수도 있겠는데, 문득 여성작가의 관점에서 다수의 여성과 소수의 남성이 살아남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덧덧덧,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다보니 연극으로도 가능한 작품이겠다 싶었는데, 지난 1981년에 '크리스티앙 드 샬론지_Christian de Chalonge'감독, '미셸 셰로_Michel Serrault'주연의 [말빌_Malevil]로 이미 영화화되었단다!
덧덧덧덧, 이 작품은 1996년에 두 권짜리 <말빌>이란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음. 출판사는 '책세상'.(한 가지 특이한 것은, 1996년판 초판본에서는 "<말빌>은 공상과학소설의 기본적인 주제를 사용하고 있기는 하나 공상과학소설은 전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라는 해설이 있는데, 2002년 개정판에서는 "SF소설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최후의 성 말빌>"이라며 책소개를 하고 있다. 흠, 그새 SF에 대한 인식이 바뀐걸까?...)
덧덧덧덧덧, "신이시여, 종말따위가 오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굳이 종말을 맞이해야한다 할지라도, (저들과는 달리) 죽을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하게 해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