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의 라디오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그레그 베어 지음, 최필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2003년 여름(7월 10일), '시공사'에서 "상상력의 신전을 지키는 파수꾼, '그리폰 북스'가 새롭게 시작합니다."라며 '그리폰북스 2기'의 출범을 공표했고 이어 <스키즈매트릭스>와 <안티아이스> 등을 출간하며 기나긴 여정을 시작, <파괴된 사나이>같이 몇 번을 우려먹어도 몸에 좋은 작품은 물론 <밤을 사냥하는 자들>같은 '돌연변이'작품 역시 '그리폰 진화'의 한 단계임을 알리며 장장 5년여에 이르는 항해를 떠났고 마침내 그 끝자락에 서 있던 작품이 출간됐으니 바로 '그레그 베어'의 <다윈의 라디오>~

근미래를 배경으로, 'SHEVA'라고 이름지어진 '인간 내생적 RNA 종양 바이러스'에 의한 '헤롯 독감'이 임산부들한테 유행병처럼 번지기 시작하면서 기형아를 유산하는 첫 번째 증상에 이어 한 달 후에는 처녀 임신된 상태에서 사산아를 출산하게 되는 두 번째 증상이 나타나자 세상은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전 지구적인 재난을 의미하는 것처럼만 보이던 현상이 사실은 수 천, 수 만 년전부터 인간의 유전자 속에서 조용하게 '준비/성장'되어 온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의미하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다소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없는 소리같지는 않다는)하기까지 한 설정이 너무나도 현실적으로 와닿는 이 작품은 이미 <블러드 뮤직>을 통해 '인류종말론'을 다룬 적이 있는 '그레그 베어'가 보다 과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쿼런틴>에 비교할만 하다면 너무 겁(?)주는 얘기가 되려나?...) '악마'가 인류를 진화시킨다는 <유년기의 끝>보다 한층 사실감있게 현생인류의 진화를 표현하고 있는데 굳이 SF라 하지않고 '근미래 스릴러'물이라 포장해도 무난할 듯한 내용으로(원서는 '랜덤 하우스'의 주류문학 파트인 '발렌타인북스'통해 출간됨) SF와는 거리/깊이/부피를 두려는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하지만 자칫 노약자나 임산부한테는 악몽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 작품은 2000년에 '네뷸러'상 및 '인디버'상을 수상했는데 '인디버'상에 대해서는 물론 작품 해설도 한 줄 없고 전문용어 설명도 없어 번역자의 노력이 좀 부족하지 않나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지 만족스럽지 못한 점, 특히 번역에 대한 얘기가 많다. 뭐 전문용어의 표현에 대한 번역자의 노력부족을 탓하는 내용도 있(었다고 하)고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옮기지 못한 불분명한 번역에 대한 불만도 있는데 내가 보기에도 영 시원찮은 문장이 있어서 마침 옆구리에 끼고있던 원서와 비교해 봤는데 번역본 130쪽 24째줄에 이런 표현이 있다.
"그중 두 명은 피임약을 독실하게 챙겨 먹었다고 했어요."
'독실'이란 표현은 '독방_獨房'을 나타내는 '독실_獨室'이 아닌한 '믿음이 두텁고 성실함'을 나타내는 '독실_篤實'을 뜻하고 '당연히' 신앙심에 대한 표현에만 사용되는 단어다. 즉, 이 경우 어느 쪽으로도 부자연스러운 단어사용인 셈. 그렇다면 원문은 뭘까? 다음과 같다.
"Two that took birth control pills religiously, so to speak,...."
'religiously'라는 단어에는 '경건히, 양심적으로'와 함께 '독실하게'란 뜻도 있지만 내용상 종교적인 의미라기 보다는 '충실히, 엄격히(나라면 '꼬박꼬박'이라고 하겠건만...)'라는 의미로 사용했어야 할텐데 아마 번역자가 일단 '아는 단어 위주'로 대충대충(?) 초벌번역해 놓은 상태에서 다시 한 번(기왕이면 두 번도 좋고 세 번도 좋았겠지만) 다듬을 시간이 없었던 것으로 보여지기도 한다...(번역자든 편집자든 누군가는 알아챘어야 할 노릇~)
하지만, 작품을 읽는데 있어 무엇보다 거슬린 것은 엉뚱하게도 '조사_助詞'의 부적절(?)한 사용이었다.
예시 1. '케이는 넓은 유리 문 밖으로 볼티모어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예시 2. '케이가 넓은 유리 문 밖으로 볼티모어의 풍경을 내려다보았다.'
나만의 문제(?)일지도 모르겠지만 위 문장의 경우 예시 1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본문에는 예시 2와 같이 사용된 곳이 부지기수다. 이루 셀 수가 없을 정도로 곳곳에 지뢰마냥 숨겨져있다가 좀 읽어볼만 하면 펑!터지고, 다시 좀 읽어볼만 하면 또 퍼펑!하고 터지는 바람에 편하게 읽기에는 분명 문제가 있는 번역이었다(설마 일본판을 번역한 건 아닐테지?...).
난 그저 기왕 번역하는 것, 두고두고 남는 기록이 될 수 있으니 기왕이면 처음 번역 할 때 조금만 더 신경 썼으면...하는 마음이다.
더구나 번역자는 '책세상'의 '메피스토'시리즈를 통해 <파이트 클럽>을 비롯한 '척 팔라닉'의 작품을 대다수 번역한 바 있고 추리소설 번역에도 제법이나 일가견이 있어 보이기에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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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6-11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어색한 부분이 많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