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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ㅣ 클래식 오디세이 7
다자이 오사무 지음, 뉴트랜스레이션 옮김 / 다상출판 / 2018년 7월
평점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책, 스테디셀러 <인간 실격>입니다.
일본인 '다자이 오사무'가 쓴 책으로, 다상 클래식 오디세이로 새로이 나왔습니다.
무심코 읽은 저자의 약력이 놀라웠습니다.
1909년에 대지주 가문의 11남매 중 열번째로 태어났으며, 본명은 쓰시마 슈지입니다. 바쁜 아버지와 병약한 어머니 때문에 어려서부터 숙모와 보모의 손에 커서 심리적불안이 강했다고 합니다. 학창시절에는 문학동인지 발행도 주도하고, 20살 무렵에는 좌익운동도 하며, 도쿄대학 불문학과에 입학하기도 하였으나 졸업이 불분명해지면서 미야코 신문사에 지원하고 실패합니다.
현시대의 한국 젊은이라면 금수저라고 불리며 살았을 텐데, 다자이 오사무는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당시 대륙침략을 강행하던 일본 사회에서, 행복한 일생을 보낼 수도 있는 대부호의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자살을 여러차례 시도할 정도로 모멸감을 느끼며 살아간 것에는 온갖 부정을 저지른 아버지의 모습을 직면하는데서 시작된 듯 합니다.
처음 자살을 시도한 때가 20살, 당시 우경화 경향이 강한 일본사회에 퍼지기 시작한 좌익사상에 빠지면서 자신의 출신성분을 고민하면서였다고 합니다. 그 뒤에도 다섯차례의 자살 시도와 여성 편력 등 불안정한 삶을 살았다고 하네요. 태어난 천성이 밝고 명랑했다면 이런 환경속에서도 잘 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후 일본낭만파에 합류하기도 하고 성서가 바탕이 된 작품도 낸 것을 보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일생동안 한 듯 합니다. 그리고 39세에 애인과 동반자살에 성공합니다.

저자에 대해 먼저 알고 책을 읽어나가자, 이 책의 주인공 요조는 '어쩌면 이렇게 저자와 닮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은 목차가 특이합니다.
서문, 첫번째 수기, 두번째 수기, 세번째 수기, 후기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인공 요조에 대해 "정말 섬뜩한 아이로군."(10쪽)이라는 평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첫번째 수기'에서는 중학교 입학전의 요조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세상 사람들이 무섭고 두려워서 자신의 감정을 속이고 사는 모습이 표현됩니다.
"연설이 끝난 후 청중들은 눈 내리는 밤길을 삼삼오오 무리지어 돌아오면서, 그날 밤의 연설을 주제로 마구 험담을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그 무리 속에는 아버지와 절친하게 지내는 사람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동지들'은 아버지의 개회사는 엉망이고, 그 유명 인사의 연설도 도통 뭐가 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성이 나서 떠들어댔습니다. 그러나 우리 집 응접실로 들어선 그들은 태도가 돌변하여 오늘밤의 연설은 대성공이었다고,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 (28쪽)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가면서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것이 어느정도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게다가 부리던 하녀와 머슴에게서 몹쓸짓을 당하거나 그런 것들을 부모님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는 순수하고 여린 심성의 아이라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인간의 위선과 폭력에 대한 불안을 요조는 익살로 위장하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중학교에 입학하여 세상이 뒤집히는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부러 그랬지?" (33쪽)
아마도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합니다. 어쩌면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위장하며 살아갈 수도 있었건만, 자신의 모습을 친구에게 간파당하면서 더욱 치유되지 못할 만큼 내면이 파괴되며 버렸는지도 모르지요.
요조가 측은하고 슬펐습니다. 보통사람이라면 적어도 가족에게는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이고 고민도 토로하지만 요조는 오히려 아버지를 가장 두려워합니다.
그런 의지할 때 없는 인간이 당시 힘의 논리가 당연시 되던 일본사회에서 살아가기란 쉽지 않겠지요.

이 책은 다자이 오사무가 사망하기 전의 마지막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작가의 고백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인생을 살았습니다.
나는 인간다운 삶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13쪽)
그럼에도 요조는 자신의 인생에 핑계를 대거나 포장하지 않습니다. 너무나도 솔직하게 서술하고 있는 수기 형식의 이 소설에서 인간의 위선적인 삶이나 폭력적인 면에 적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요조의 모습에 측은함이 느껴집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149쪽)
우리도 혹시 아무 거리낌 없이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우리 속에도 요조가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요조는 정말로 순수하고 눈치도 빨랐는데, 술만 마시지 않았더라면, 아니 마셨어도 …… 하느님같이 착한 아이였어요." (154쪽)
다자이 오사무의 유서 내용은 "태어나서 죄송합니다"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