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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구미호 ㅣ 블랙홀 청소년 문고 7
김태호 외 지음 / 블랙홀 / 2018년 7월
평점 :

역시 여름에는 귀신이야기를 읽어야 합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틀 저녁을 귀신이야기 5편으로 시원한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귀신과 다른 나라의 귀신이야기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귀신들은 사람에게 해를 가하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죽이는 방법을 연구하여 물리쳐야 하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흡혈귀는 십자가나 마늘을 이용하고 은십자가로 심장을 찔러야 한다던지, 좀비는 머리를 노려야 한다는 식이지요.
반면 우리나라 귀신들은 한이 서려서 구천을 떠도는 존재로 그려지기에, 그 한을 풀어주면 저승으로 조용히 사라지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웃집 구미호>에는 총 5편의 다양한 귀신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달걀귀신, 구미호, 지박령, 처녀귀신, 재차의가 등장하는 각 이야기에는 귀신들의 특징도 잘 드러나있습니다.
이름없는 사람들이 죽거나 집단 학살을 당한다거나 평생을 고생만 하다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죽음을 맞이한 경우 달걀귀신이 된다고 하지요. 그래서 달걀귀신은 산 사람의 얼굴을 노립니다. 욕망에 눈이 먼 사람들이 달걀귀신에게 얼굴을 빼앗기게 되는 거지요.
구미호는 인간이 되고 싶은 가련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빨간 구슬을 소중히 지키며 인간이 되는 그날까지 살육을 금지당하고 인간들 사이에서 숨여살아야 하지요. 결국 인간에게 상처를 입고 다시 여우로 돌아가거나 복수심으로 인간을 해치게 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지박령은 장소에 얽매여 있는 영혼입니다. 특정장소에 원한을 가진채 죽거나 자신이 죽은 줄 모르는 영혼이 지박령이 된다고 하지요. 이 지박령도 자신의 죽음을 깨닫게 해주고 원한을 풀어주면 저승으로 가게 됩니다.
흔히 혼기가 찬 여성이 결혼하지 못하고 죽으면 처녀귀신이 된다고 합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 처녀귀신을 많이 생기게 한 원인인데요. 처녀귀신의 한을 풀어주는 과정 또한 남성위주의 시각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습니다. 언젠가는 달라져야 할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재차의는 이 책에서 처음 듣는 단어지만, 그 상태는 서양의 좀비와 비슷합니다. 하지만 좀비는 죽었다가 흑마술로 되살아난 시체인 반면 우리나라의 재차의는 살아생전 과오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지 못해 영혼이 하늘 나라로 가지 못하고 살아 있는 시체가 된 상태라 하더군요.
청소년소설이다보니 학업스트레스, 왕따, 청소년음란비디오, UCC공모전 등을 소재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귀신들과 맞닥뜨린 이 책의 주인공들은 각기 다양한 입장을 취합니다. 귀신과 계약하기도 하고, 퇴마의식을 행하기도 하지만, 반면 용기있게 원한을 풀어주기도 합니다.
보는 내내 서늘함이 느껴지는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져서 더위도 못 느끼고 읽었는데요, 우리 아이들은 이 귀신들과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한다고 할까요?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상상력도 키워지고 아이의 귀신에 대한 생각도 알 수 있고, 또 우리아이가 얼마나 용기있는 아이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