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 어느 날 불쑥 찾아온 마흔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박진진 지음 / 애플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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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갱년기는 아닌 것 같은데도 평온하던 일상에 투덜거림이 늘었다. 서른 중반부터 함께하던 질병에도 자꾸만 없던 화가 났다. 머릿속으로는 나이든다는 건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들을 받아들이고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세상과 나의 결투에서 자꾸만 나만 지는 것 같은 억울함이 있는 걸까.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 시기를 살아냈을까 싶어 지인들과 대화를 해 본다. 오십, 육십을 잘 살고 있는 듯한 그들이 대단해 보이고 새삼 가까이 있는 부모님도 대단해 보인다. 하지만 남들이 보면 나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겠는가 싶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도 있는 것처럼.


​북칼럼니스트이자 연애칼럼니스트 박진진의 에세이 <마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에는 마흔을 사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었다. 마흔의 여자라는 틀 안에서 많은 생각과 감정에 공감해 보았다. 그리고 나와 다른 긍정적인 생각은 최대한 받아들여 내 것이 되도록 노력해보았다. 사실 비혼과 기혼, 질병이 있는지 없는지 등의 개인차로 인해 나의 마흔과 조금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마흔에 대해 느낀 당혹함과 그것을 받아들이는 흐름에는 비슷한 점이 많았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고 더 힘을 내고 있기도 하니, 제법 위안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박진진 작가는 이 책에서 <마흔에도 사춘기가 옵니다>, <내 얼굴에 대한 책임>, <돈 걱정은 끝이 없지만>등의 제목으로 마흔의 사랑과 아름다움, 노후대책, 죽음에 대한 자세, 우울증, 여행 등 다양한 주제로 마흔에 대해 이야기한다. 게다가 작가 자신이 비혼이면서 프리랜서이기에 처한 상황도 엿볼 수 있었는데, <내 남자친구의 아내에게>에서는 비혼인 여성을 보는 세상의 시각을 일부 보여주기도 하고 <나는 뭐 하는 사람인가>를 통해서는 프리랜서를 바라보는 보모님의 시각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또 <밸런타인데이를 신나게 보내는 법>에서는 미혼 여성이 보내는 기념일을 보여준다. 사실 개인적으로 비혼 여성의 자유로움을 그동안 부러워해왔기에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들이 나에겐 색다름으로 다가왔고 나름의 처지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되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누군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이었다. 어느 날 이유도 없이 너무너무 외로울 때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저자. 여자와 남자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마음 어딘가의 허전함을 없앨 수 있는 대화를 나눌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말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어디를 가든 여자와 남자의 만남은 의심을 받을 수 있고 나이가 들수록 서로의 필요에 의한 만남을 가지는 상황에서, 서로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무엇을 추구하며 사는지, 삶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행간의 숨은 의미와 뉘앙스를 읽을 수 있으며, 굳이 친구나 다른 무언가로 이름 붙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사람과 외로운 밤에 아주 잠깐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또 <마지막 자존심을 위한 작은 배려>를 통해서는 안심되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갑자기 교통사고가 나서 수술대에 오를 것을 대비해 속옷에 신경 쓴다는 주변 여자들의 이야기를 꺼내며, 욕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던 자신의 일화를 꺼낸다. 하필이면 목욕 후 미끄러져 쓰러진 저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임에도 어쩔 수 없이 119에 전화를 했는데, 그런 여성 환자를 위한 그들의 대처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그동안 갖고 있던 걱정 한 조각 살짝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지막 이야기 <간디와 잔다르크 사이 어디쯤엔가>에서는 앞으로의 삶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잔다르크처럼 살다가 간디처럼 살고자 노력했지만 힘들었다며, 온순하고 선한 노년이 아닌 지금의 모습 그대로 나답게 오래 살고 싶다고 한다. 저자와 달리 꽤나 온순한 성격으로 살아온 나는 마흔이 되어 첫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듯 살고 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떤 모습이 진짜 나의 모습일까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이 모습 또한 내 모습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기에 '나답게'라는 말이 위안이 되고 공감도 되었다.


​길을 걷다 작은 걸림돌에 걸려 넘어지면 다시 벌떡 일어나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마치 넘어진 채 마냥 넋 놓고 앉아 있는 느낌의 마흔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처한 상황은 다르지만 마흔이라는 그리고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공감할 수 있었던 에세이였다.


​북칼럼니스트이자 연애칼럼니스트 박진진의 마흔에 대한 에세이 <마흔 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흔을 앞두고 있거나 통과하고 있는 독자라면 작가를 통해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며, 복잡한 심정에도 불구하고 다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따뜻한 위안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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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게임 시대, 주식이 답이다 - 은퇴 없는 평생직장, 주식투자로 준비하라!
김원기 지음 / 글로벌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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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변하긴 했나 봅니다. 지금은 사회 초년생들도 투자에 관심이 높아서 주식투자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으시던데요. 새삼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어쩌면 자금을 모으기 시작하는 시기부터 그 소중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꾸준히 공부해나가는 것이 정말 필요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저는 30대 중반부터 실전 투자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긴 했지만 잃은 것도 많은데요. 그래서 오늘도 지난 실패를 만회하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주식 투자 관련 책으로 애널리스트 김원기 씨의 <머니게임 시대, 주식이 답이다>를 만나보았습니다.


은퇴 없는 평생직장, 

주식투자로 준비하라


​사실 이 책의 표지 문구는 저에게 아무 감흥도 주지 못했어요. 누구나 꿈꾸는 일이지만 그게 쉬운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거든요. 주식 투자와 관련된 다른 책들처럼 식상한 문구를 적어놨구나 하고 생각하며 앞날개의 저자 소개까지 읽어본 후 뒷날개를 펴는 순간 드디어 맘에 드는 문구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뒷날개에는 신가치투자와 그 투자 순서, 신가치투자 3단계 분석의 목적을 밝히고 있었는데요. 가치투자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차트분석을 통해 세력이 개입된 종목을 선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어! 좀 솔직한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자 김원기의 주식투자에 대한 의견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개인투자자로 시작해 애널리스트를 거쳐 현재 20여명의 애널리스트를 거느린 <세계로TV> CEO이기도 한 그는 의외로 드라마틱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책은 그런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었어요. 어린 시절의 가난, 처음 증권사 객장에 들어서던 운명적인 순간의 감상. 이후 흔히들 말하는 초심자의 행운이 그에게도 찾아왔지만 연이은 실패를 경험하던 시절 등을 이야기해요.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한 신가치투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실패하고 싶지 않다면 

답은 신가치투자에 있다


​주식투자 방법을 이야기할 때면 크게 두 가지를 이야기하곤 해요. 기업의 가치와 적정 주가를 평가하여 투자를 하는 가치투자와 차트를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투자하는 방법인데요. 신가치투자는 이 둘을 적절히 결합한 형태였어요.


​먼저 차트의 기술적 분석을 통해 세력의 매집을 확인한 후 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합니다.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여겨지면 저점 분할 매수를 시도하고 이후 급등하여 적정 가치에 도달하면 매도하는 방법이라고 하는데요.


'신가지투자법'은 매집이 이루어지고 저평가된 종목을 선별하여 급등 직전에 매수하는 방법이며, 기존 가치투자의 지루함을 극복한 투자법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차트의 기술적 분석도, 기업의 가치 측정도 개인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데요. 친절하게도 이에 대해 저자는 갭상승, 매집, 종목별 주도세력, 엘리어트 파동, 조셉 그린빌의 법칙, 재료, 이동평균선 등 다양한 부분을 이용한 차트의 기술적 분석법을 알려주고,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는 방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려주고 있었어요.


​또 저자는 주식 시세 외에 배당도 눈여겨보라고 하는데요. 하루에도 몇 번씩 크게 오르내리는 주식 시세를 보다 보면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럼에도 배당률이 현재 은행 이율보다는 높기 때문에 관심을 가질만하다고 하더군요.


​이외에도 금리와 통화량 등을 언급하며 시장을 읽는 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눈을 돌릴 수 있도록 중국 및 신흥국 등 각 나라별 매력을 알려주기도 해요.


​또 미중 무역분쟁이나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미래 시장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고, 국내 시장은 물론 세계 시장을 살펴보면서 돈의 흐름을 보고 주식 시장의 흐름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었는데요.


부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


단순히 신가치투자를 위해 주식 차트의 기술적 분석과 가치 분석에 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주식을 한다면 알아야 하는 많은 것들을 두루 언급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주식 초보자들은 물론 잠시 정체기를 겪고 있는 분들에게 다시 한번 심기 일전할 수 있도록 하는 책이라 느껴졌어요.


​사실 그동안 주식시장을 접하면서 결국 주식은 사람이 하는 일이고, 군중 심리와 인간의 욕심이 많이 표현되는 공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이 공간에서는 얼마나 오랫동안 투자를 해 왔는가는 중요하지 않죠. 다만 저자의 말처럼 제대로 된 무기를 갖추었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를 위해 제대로 공부를 해서 좀 더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창출을 시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시장을 보는 눈과 미래 시장에 대한 애널리스트 김원기 저자의 설명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실전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던 신가치투자 기법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좀 더 연구해서 실전해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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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까지 쓰는 무릎 만들기 - 무릎 전문 클리닉의 20년 임상연구로 입증된
토다 요시타카 지음, 박재현 옮김 / 푸른행복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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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유엔 '세계 인구 고령화'보고서에서는 인류를 뜻하는 호모(homo)와 숫자 100(hundred)을 합한 신조어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라는 말이 처음 사용되었습니다. 백세시대라는 말은 우리에게 희망과 함께 숙제도 안겨주었는데, 여전히 평균 10년 정도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건강수명'에 대한 통계자료가 그것이지요. 이 건강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는 스스로 걸을 수 있는 무릎 건강일 텐데요. 그래서 수술 없이 무릎 통증을 관리하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100세까지 쓰는 무릎 만들기>를 만나보았습니다.



채널A「나는 몸신이다」에도 소개된

'수술없이 무릎 통증이 사라지는 비법'




저자 토다 요시타카는 의학박사이자 토다 류머티즘과 클리닉 원장입니다. 1992년에는 미국에서 유학하며 비만과 변형성 무릎관절증의 관계에 대해서 연구하였고, 1998년부터는 수술 없이 '변형성 무릎관절증'을 고치는 방법(보존적 치료)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답니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아이디어를 토대로 작성된 다른 건강서와 달리, 20년 임상 연구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무릎 상태나 증상에 따라 해야 할 '무릎 트레이닝(근력 트레이닝과 스트레칭)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고, 무릎을 지켜주는 식품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100세까지 자신의 힘으로 걸을 수 있는 

무릎 만드는 방법!



계단 오르내리기, 구부리기, 펴기 등에서 무릎 통증이 발생하는 동작과 관련된 근육을 설명하고 해당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트레이닝과 스트레칭 방법을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해가 쉽고, 따라 하면서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낫토나 닭가슴살, 브로콜리 등의 식품이 어떻게 무릎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원리를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뿐 아니라 글루코사민이나 콘드로이틴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점, 체중 감량 방법, 족저판과 무릎 보호대의 효과적인 사용법, 정형외과 선택, 반월판과 연골에 도움을 주는 재생의료의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요. 변형성 무릎관절증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치료에 대한 올바른 접근 방법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건강보험제도가 충실하지 않아서 병원이나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으면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OO에 효과 있다'라고 여겨지는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것으로 그치는 사람이 많다. 한편, 건강보험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 한국과 일본에서는 큰 비용 부담 없이 확실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건강보조식품을 먹기보다는 정형외과에서 치료받는 것이 안심할 수 있고 단연 이득이다.



이렇게 무릎 건강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려주고 있는 <100세까지 쓰는 무릎 만들기>. 사실 개인적으로 무릎 건강이 좋지 않아 최근 관심을 가지고 다리 근육과 운동법을 공부하고 실천하고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새로 알게 된 사실이 너무 많아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었습니다.


최근 건강 부문에서는 '근감소증'이 많이 다루어지고 있지요. 근육은 70세가 되면 20세의 절반밖에 남지 않는다고 하며, 노년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해 이 책에서도 무릎 통증이 없어도 45~55세의 사람들의 경우 연골은 약 75%, 반월판은 약 47%가 손상되어 있다고 수치를 들며 이른 시기부터 적당한 운동과 건강한 식사 섭취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 비만은 무릎이 견뎌야 하는 하중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당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체중 감량 시 1일 총열량 계산법을 알려주고 있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이 외에도 무릎 건강이 안 좋은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무릎 보호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족저판 사용법, 통증 완화 스트레칭의 원리와 방법에 대해 새로이 알 수 있어서 좋았는데요. 무엇보다 재생의료 부문에서 동물실험까지는 성공적이라는 의료계의 현 상황을 알려주어 희망을 가질 수도 있어 좋았습니다.


무릎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은 물론 무릎 통증이 없더라도 건강을 위해 읽어보시면 도움이 많이 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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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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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로 유명한 소크라테스. 개인적으로는 문답법을 통해 잘못된 지식을 제거하면서 일반적인 진리에 도달한다는 '산파술'과 십여 년 전 과제를 해내느라 읽어야만 했던 <향연>을 통해 만난 '소크라테스의 에로스 예찬'이 떠오를 뿐인데요. 이번에 또 용기를 내어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 <파이돈>, <향연>이 한 권에 담긴 현대지성의 책을 만나보았어요.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69년경 아테네에서 조각가인 아버지 소프로니코스와 산파인 어머니 파이나레테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나이가 어린 크산티페와 결혼하여 세 명의 자녀를 두었지요. 당시에는 많은 소피스트들이 강의를 통해 명예와 부를 누렸는데요. 이들과 달리 소크라테스는 가르침의 대가로 돈을 받지 않았으며 남루한 옷차림으로 철학적 토론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의 철학은 질의응답을 통해 지식을 추구하는 변증법, 스스로의 무지에 대한 자각, 덕과 앎의 일치 등이 특징인데요. 이러한 것들은 당시 정치가들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고 해요. 그래서 말년에는 불경죄와 청년들에게 궤변을 가르쳤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했다고 알려져 있지요.


​그런데 역시 제대로 알려면 역사도 알아야겠더군요. 당시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한 아테네에는 기존의 민주정 세력과 스파르타의 법을 새롭게 차용하고자 하는 친스파르타의 과두정 세력 간의 갈등이 있었다고 해요. 그 와중에 현실 정치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소크라테스의 가르침들은 민주정을 비난하고 과두정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였고, 민주정 세력이 과두정 세력에 경고하는 의미로 그를 처형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이런 소크라테스의 생애와 사상은 대부분 그의 제자였던 플라톤과 크세노폰의 글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번에 살펴보았던 4권의 책들이 모두 플라톤이 쓴 책 들이랍니다.


​플라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스승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기원전 427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유명 문학가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고 해요. 스무 살 무렵에는 소크라테스의 문하로 들어가 제자가 되었는데요. 이후 소크라테스의 사상에 매료되어 문학보다는 철학에 매진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스승이 처형당하자 현실 정치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다양한 사상을 접하다가 마흔 살이 넘어 고향 아테네로 돌아와 아카데메이아를 세워 학생들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또한 그는 자신의 '이상국가'라는 정치 철학을 직접 실행하기 위해 시칠리아로 갔으나 결국 실패하고, 이후 고국으로 돌아와 80세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제자를 양성하고 연구에 매진하게 됩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첫 번째로 만나본 것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인데요.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의 하나로, 소크라테스 처형 후 몇 년에 걸쳐 쓴 책으로 알려져 있어요. 사실 그리스 철학 책들이 워낙에 유명하기에 학창시절에 읽기를 시도했다가 포기한 적이 있는데요. 논리를 따라가는 것만도 힘들었던 당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이번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소리 내어 읽어보았지요. 덕분에 많은 부분이 기억나는 놀라운 경험도 해 봅니다.


​아테네가 믿고 있는 신들이 아니라 다른 잡신들을 믿는 불법을 자행하고 있으며, 이를 청년들에게 가르침으로써 그들을 타락시키고 있다는 멜레토스의 고발로 인해 재판정에 선 소크라테스. 그는 다른 이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울며 선처를 바라지 않고 여태까지 그러했던 방식으로 자신을 변론합니다.


자신이 신의 존재를 믿으며, 자신의 가르침을 받은 청년들의 가족들이 자신을 돕고자 하는 것을 들며 청년들에게 전혀 해악을 입히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가족을 데려와 애걸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지혜와 용기, 그 밖의 미덕을 지닌 사람이 할만한 행동이 아니며, 추하고 수치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게다가 스스로를 죽음에 빠뜨린 일이 부끄럽지 않다고도 하는데요. 죽음이 두려워 신탁에 복종하지 않는 것은 정의로운 행동이나 선한 자가 할 일이 아니며 잘못된 일이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할 때와 달리 생각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술술 읽어졌는데요. 생각해보니 그동안 매끄럽지 않은 번역체의 책들을 만나왔구나 싶었어요. 이번에 만나본 현대지성 책은 소크라테스의 질의응답 자체만 이해할 수 있다면 꽤나 쉽게 읽히는 편이었고, 매 페이지마다 실려있는 각주가 이해하는 데 도움을 많이 주었어요.


​​


크리톤


​두 번째로 만난 <크리톤>. 제목은 생소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생소하지 않았는데요. 소크라테스가 사형을 선고받고 그의 절친한 친구 크리톤이 탈옥을 권유하는 부분이에요.


​크리톤은 친구들이 그를 살릴 만큼 충분한 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살리지 않았다는 욕을 먹게 될 것이고, 그가 살 수 있는데도 죽음을 선택한다면 적들의 의도를 도와주는 셈이며, 세 명의 자식들의 양육과 교육을 책임져야 하지 않냐고 주장하는데요. 이에 대해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이미 오랫동안 아테네에서 살면서 그 법에 복종하기로 합의한 사람이기 때문에 탈옥하면 법을 어긴 자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며, 나중에 저승에 가서도 정의롭지 않은 행동으로 심판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죠.



파이돈


세 번째는 <파이돈>인데요. 사실 분량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번에 가장 인상적으로 보았던 부분이에요. 이유는 제가 살면서 가장 관심 있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던 "영혼불멸"에 대해 다루고 있었기 때문인데요.


​사형 집행이 예정되어 있던 날, 평소처럼 친구들과 제자들은 소크라테스의 곁에 모여 대화를 합니다. 이 날의 주제는 처형되기 직전인 만큼 "진정으로 철학에 자기 일생을 바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자신이 저승에서 아주 큰 복을 받게 되리라는 확신과 선한 기대를 지니게 되는 이유"인데요.


​그 과정에서 영혼은 사라지지 않고 계속 존재한다는 윤회설과 영혼은 이데아(만물의 모든 원형)를 인식하고 알고 있는데 다만 태어나면서 잊어버릴 뿐이며 다시 기억해내는 상기 방식으로 지식을 되살려낼 수 있다는 말을 해요.


​이에 케베스는 사람이 죽은 다음에도 영혼이 존재하는지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하는데요. 여기에서 소크라테스는 본격적으로 이데아론을 펼치지요. 사실 이데아라는 단어의 정의만 두고 보면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데요. 이렇게 책을 통해 접해보면 의외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답니다. 특히나 이데아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실제이기 때문에 사멸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영혼이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과정이나 지구의 참모습에 대해 말하는 부분은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마지막으로 대화를 끝내고 목욕을 한 후 독배를 마시는 소크라테스와 가족들, 친구들, 제자들의 모습은 감동적인 영화의 마지막처럼 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러니 이보게들, 우리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이것일세. 그것은 영혼이 죽지 않는다면, 우리가 살아 있다고 부르는 이 시간만이 아니라 모든 시간 동안 영혼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네. 누군가가 그렇게 하기를 게을리한다면, 그런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위험성을 안고 있는 일인지를 머지않아 알게 된다는 것이지.


향연


마지막으로 만나본 작품은 <향연>이었는데요. 비극 작가 아가톤이 경연에서 우승한 것을 기념하여 연회를 베풀고, 그 자리에 참석했던 소크라테스와 그의 추종자들이 '에로스'를 예찬하는 이야기를 돌아가면서 하는 내용이에요.


​이미 예전에 한번 읽었던 작품이라 확실히 금세 다시 읽을 수 있었고, 처음 읽을 때처럼 당황스럽지는 않더군요. 예전에는 당시의 문화를 잘 몰라서 성인 남자들이 어린 남자를 사랑하는 문화를 어색해하며 읽었거든요. 이 책에서 말하는 '에로스'는 사랑이라는 의미보다는 '아름다움을 가지고자 하는 욕망'으로 해석하시면 되는데요. 결핍되어야 욕망하게 되고 그리워하게 된다는 논리가 나오지요.


​역시 소크라테스의 발언이 가장 재미있는데요. 에로스는 신과 인간의 중간적 존재(다이몬)이며, 그래서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욕망한다고 말해요. 그가 아름다움을 욕망하는 것은 그 안에서 신들이 가진 불멸과 불사를 획득하기 위함이라고 하죠.


​또 이성에 의거한 추론과 변증을 통해 철학을 하여 이데아들에 대한 지식을 얻어 진정한 지혜에 이르면 고유한 의미에서의 에로스가 된다고 합니다.


​거의 일주일 동안 조금씩 읽어내었으니 꽤나 오랫동안 읽은 셈인데요. 그래도 처음의 걱정과 달리 의외로 쉽게 읽어낸 느낌입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과 <크리톤>이 예상보다 쉬웠기 때문에 용기를 내어 <파이돈>을 끝까지 읽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처음 읽은 <파이돈>과 두 번째인 <향연>을 보면서 느낀 점은 역시 한번 읽는 것보다는 두 번째가 한결 쉽게 이해되고 빨리 읽어진다는 점이었네요.


​혹시 그리스 철학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어렵다고 포기하거나 줄여놓은 개념만 찾아보지 말고 이렇게 직접 작품을 만나보는 것 어떨까요. 소크라테스의 친절한 설명이 그의 사상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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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 밖에서 놀게 하라 - 세계 창의력 교육 노벨상 ‘토런스상’ 수상 김경희 교수의 창의영재 교육법
김경희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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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창의영재교육 권위자의 

30년 연구 결실


2018년 세계 창의력 교육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폴 토런스 상(E. Paul Torrance Award)'을 수상한 김경희 교수. 그녀는 외국인 최초의 수상자로 창의력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 반열에 올랐는데요.


현재 윌리엄 메리 대학교 종신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가 한국의 아이들을 위해 30여 년 동안의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에 대한 책 <틀 밖에서 놀게 하라>를 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 등을 연구해 '창의력'의 비밀을 파헤치고, 창의력을 계발시키는 교육법 'CAT 이론'을 고안하였다는 저자는 과연 어떤 방법으로 우리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하고 있을까요.


사실 창의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있지만, 현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 기본적으로 학업성취도가 높아야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이 미래에도 그대로일까요. 변화는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살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현재와 다른 모습이라면 더 이상 학업 성취도가 아니라 창의력이 생존 및 성공에 있어서 더욱 중요한 키워드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프롤로그를 통해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요.


'열심히' 하지 말고

'다르게' 하라


우리나라 아이들이 불안에 떨며 아주 열심히 삽질하는 법을 교육받아 아주 작은 구멍을 판다면, 다른 나라의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창의력을 키워 굴착기 같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어 순식간에 땅 전체를 일구어낸다는 말과 '열심히'가 아니라 '다르게' 하라는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4S

햇살, 바람, 토양, 공간과 

27가지 태도


저자 김경희 교수는 이 책을 통해 4S 교육법을 소개합니다. 4S는 햇살(Sun), 바람(Storm), 토양(Soil), 공간(Space)를 일컬으며, 이 4가지 풍토마다 기를 수 있는 태도가 다르다고 하는데요.


햇살 풍토는 아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배움을 놀이처럼 즐기게 하여 긍정적·열정적 태도 등을 갖추게 하고, 바람 풍토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며 설사 실패하더라도 우뚝 설 수 있도록 하여 목표 의식·자기 효능, 독립적 태도 등을 갖추게 하고, 토양 풍토는 다문화적 태도, 전략적·개방적·복합적 태도 및 멘토를 찾는 태도를 기르게 하고, 공간 풍토는 톡톡 튀는 생각으로 색다른 것을 만들어 내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하여 감성적·자기 주도적·양성적 태도 등을 갖출 수 있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며 줄곧 우리 아이가 어떤 태도가 뛰어나며 어떤 태도가 부족한지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아이들은 부모를 닮는다지만 한편으로 꼭 그렇지만도 않을 때도 있는데요. 부모와 달리 아이가 가진 태도와 그렇지 못한 태도 부분에서는 꼼꼼하게 읽게 되네요.


각각의 풍토마다 본문에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지만 마지막에는 '틀 밖 놀이터'를 두어 방법을 더 제시하기도 하고, '부모를 위한 한 장 요약'을 통해 다시 한번 정리해 주기도 하는데요.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되는 효과도 있고, 나중에 다시 책을 볼 때 빠르게 확인할 수도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실패하더라도 우뚝 설수 있는 바람 풍토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어울리며 살아가는 토양 풍토에 많은 관심이 있어 꼼꼼히 읽어보았는데요.


다양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를 시간 낭비를 한다고 치부하기보다는 앞으로는 긍정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경험된 것으로 모든 걸 단정 짓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부모 세대의 과거 경험만으로 아이의 미래를 그려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이의 창의력에 대해 고민이 많은 부모님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라 생각 들었는데요. 이왕이면 유치원 이하의 자녀를 가진 분들이 아이의 교육에 활용을 하신다면 효용이 크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늦어도 초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부모님들이 읽어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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