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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마트 소설 ㅣ 스마트소설 외국작가선 1
주수자 옮김 / 문학나무 / 2021년 6월
평점 :

요즘 들어 매일 풀리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공부만 했다. 그러다 갑작스레 내리는 비에 벌써 장마철이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쩜 세월 가는 것이 이렇게 무심한지. 여하튼 길게 시간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짧은 소설집 하나 보며 마음의 공간을 채워 보아야겠다 싶었다.
이럴 때 읽기 좋은 건 역시 단편소설. 문학나무에서 출간된 [명작 스마트 소설]은 프란츠 카프카, 오스카 와일드, 버지니아 울프 등 세계 대문호의 짧은 소설을 모아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스마트 소설'이란 라틴 문학의 '미니픽션'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문학나무」가 명명한 짧은 소설 장르라고 한다.
[명작 스마트 소설]에는 프란츠 카프카, 나쓰메 소세키, 버지니아 울프, 오스카 와일드 등의 짧은 작품이 가득 실려있었다. 솔직히 외국 작가들의 작품은 번역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읽으면서 답답함이 많이 느껴지고 흐름이 끊기기 마련인데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그런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한 것을 발견할 만큼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또 단편 작품일수록 의미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아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데 몇몇 작품에는 평설도 싣고 있어 생각의 깊이도 더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만약 이 책 속의 작품들 중 하나만 소개해 보라고 한다면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들고 싶다. [독수리]에는 독수리에게 무자비하게 발을 쪼이고 고통스러워하는 '나'와 신사가 등장한다. 신사는 왜 고통을 참고 있느냐고 질문하며, 이윽고 총 한 방이면 독수리를 끝장낼 수 있을 텐데 대신 삼십 분만 더 기다릴 수 있냐고 정중하게 묻는다. 이를 조용히 엿듣던 독수리는 곧 '나'의 입속으로 부리를 깊숙이 찔러 넣고야 만다.
"아니, 왜 가만히 당하고 있는거요? 그렇게 참고만 있다니! 총 한 방이면 해결될텐데."
-프란츠 카프카의 [독수리]에서-
원고지 4매 밖에 되지 않는 굉장히 짧은 작품이지만 이 글을 읽으면 누구나 신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독수리에 대항할 무기나 힘이 없는 '나'를 돕겠다고는 하지만 그의 태도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정말 '나'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는 것일까 의심이 든다. 한 번쯤 우리도 타인의 고통에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닐까 돌이켜보게 하는 작품이다.
더운 여름, 특히 요즘은 장마철이라 짜증이 솟구치기 싶다. 이럴 때 커피 한잔의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한편씩 읽기에 좋은 책을 찾고 있다면 [명작 스마트 소설]을 추천한다. 특히 요즘은 드라마도 짤방으로 보고, 뉴스도 카드 뉴스로 볼 정도로 짧은 것이 대세인지라 그런 흐름에도 맞춤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