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트 진 EIGHT GENES - 미래를 바꾸는 유전자 지도의 비밀 ASIARO 시리즈 3
임동구 지음 / 미다스북스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사상체질'이라는 말을 들을 때면 항상 부산 큰아버지가 떠오른다. 전형적인 소음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내게 몇 가지 실험과 질문을 하시고는 소음인처럼 보이지만 실은 소양인이라고 하시던 그날의 어색함. 그건 마치 급박한 상황에 수혈을 위한 절차를 밟다가 B형인 줄 알았던 내 혈액형이 사실은 O형이었다던가 하는 드라마틱 함보다는 심심풀이로 혈액형별 성격을 보면서 왜 난 B형이 아닌 O형의 성격이 더 비슷한 것 같지 정도랄까. 그만큼 당시 사상체질이란 내게 시간 때우기식 흥밋거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나도 막상 건강에 빨간 불이 켜지기 시작하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마주 앉은 의사도 뚜렷한 치료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몇 년간의 노력 끝에 어느 정도 일상생활도 가능해졌고 완벽하진 않지만 마음의 평온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 우연히 만난 임동구 박사의 <에이트 진 EIGHT GENES>. 이 책은 사상체질학을 한의학이나 대체의학으로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들어 현대인의 생활 과학으로 응용하고 발전시켜 세계적인 힐링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저자 임동구 박사는 생물학을 연구하여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유전자은행에서 미생물 분석 특히 계통분류를 하는 연구원이었다. 생물 다양성 연구 분야 1위 국가인 브라질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특히 브라질에서 자연과학 분야 박사 학위를 받은 최초의 한국인이기도 했다. 이런 저자가 이제마의 사상체질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브라질 유학 당시 녹용이 들어간 한약을 먹고 더욱 몸이 허약해진 경험을 하게 된 이후였다고 한다. 이를 계기로 사상체질 공부를 시작했고 체질에 맞는 음식과 보약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곧 과학자의 입장에서 서양의 분류 방법에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사상체질학에 주목하기 시작한 저자. 그는 이제마 선생, 이명복 박사님, 이동웅 선생님의 이론들을 바탕으로 많은 연구와 검증을 통해 8Genes(8유전자) 이론을 만들어 냈다. 각 체질은 각기 장기의 강약이 다를 뿐이며 그에 따라 신체 발달의 정도, 건강 상태, 병리 현상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한다. 따라서 체질에 해로운 음식을 장기적으로 섭취하면 조화가 무너지고 과도한 불균형 상태가 되면서 병이 생기기도 한단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사상체질학은 초과학이라며, 체질별 건강을 위한 체질기질특이성 및 식사법 그리고 재능개발, 인간관계 전략, 투자법 등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이 책에서 하고 있었다.


이러한 유전자 분석 기술에 사상체질이 접목되면 어떨까?

사상체질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는 장기의 허실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구분하여 미래의 건강을 예측한다. 이에 유전자 기술이 힘을 합치면 완벽한 조화를 갖춘 미래 예측 플랫폼이 구축되는 것이다. p35


임동구 박사의 사상체질 구분법에서 기본적으로 다른 사상체질 법과 다른 점은 각 체질별로 1, 2형으로 한 번 더 구분하여 8가지로 나누는 점이었다. 이러한 8유전자 이론은 같은 소음인이어도 살짝 다른 체형과 성향을 가지기도 하는데 이런 점이 설명되는 듯했다.


그리고 사상체질에 대한 책이다 보니 아무래도 체질별 건강법, 식사법이 기본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체질별 재능개발 부분이었다. 예로 이탈리아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메조소프라노로 활동하고 있는 음악가의 이야기가 나왔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소프라노가 되기 위하여 '하면 된다'라는 믿을 하에 반복된 훈련과 연습을 반복했다는 그녀. 결국 성대결절 수술을 하고 3년 반이나 노래를 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은 소프라노가 아닌 메조소프라노로 재기에 성공하였단다. 그런 그녀에게 임동구 박사가 "당신은 태음인이기 때문에 메조소프라노가 한계다. 어정쩡한 소프라노보다는 메조로서 더 좋을 수 있다."라는 체질 분석을 해주자 그녀는 '임 박사님을 10년 전에만 만났더라도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을 텐데!'라며 많이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카르멘의 밤> 공연에서 무대에 섰던 5명의 메조소프라노들은 모두 태음인이었다고.


​1만 시간의 법칙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1만 시간을 투자해도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임동구 박사 또한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분야의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그만큼 노력하기 때문에 타고난 체질과 유전자가 있든 사람이 1만 시간을 투자한다면 성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체질을 알고 시작하면 미래가 더 밝고 행복해지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한 사람이 2가지 체질의 특이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낀다면 그것은 그 사람이 만들어낸 페르소나일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도 한다. 실제로 내 경우 소음인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사는데 실제로는 소양인이다. 한마디로 소음인처럼 보인 것은 가정이나 사회의 요구에 맞춰 노력하다 보니 만들어진 페르소나였던 것이다.


증명하지 못해도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사상체질 역시 마찬가지다. 사상체질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사상체질을 일상 속에서 믿고 있고, 그것의 존재를 경험해왔다. 무엇보다 과학적으로 해명을 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을 믿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사상체질은 지금의 과학이 해명하지 못하는 초과학일 뿐이다. p61

사상체질학은 낡은 과거의 학문으로 치부되어 나뿐만 아니라 많은 현대인의 관심 밖에 있는 분야라고 생각된다. 때문에 호기심으로 시작했지만 찜찜한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저자 임동구 박사의 이력과 의외의 접근법이 신선했고, 책 속의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한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결국 너무 구태의연하게 사상체질학을 과거의 학문으로만 취급했던 것이 민망해졌다.


임동구 박사의 연구로 완성된 8유전자 이론, 그리고 사상체질학을 바탕으로 하여 현대적 시선으로 건강·인간관계·자기계발 등 개인별 라이프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관점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던 <에이드 진 EIGHT GEN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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