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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지음 / 페이스메이커 / 2020년 11월
평점 :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정말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쯤은 생기게 마련이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사랑은 돌아오는 거야'라고 외치는 장면에서의 음악이라든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멋진 풍경과 함께 들었던 클라리넷 음악. 이외에도 <타이타닉>, <밀정> 등 나열하기도 숨 가쁠 정도다. 하지만 워낙에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 보니 그때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도 다시 영화를 보지 않는 한 음악만 별도로 찾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런데 마침 이런 부분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 주는 책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저자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 박소현 씨. 한국성서대학교 관현악 대표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해설이 있는 독주회 시리즈 '알쓸신클'을 통해 일반인들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진입 문턱을 낮추는 공연으로 더 호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책은 생각보다 쉽게 읽혔다. <일상 속 클래식>, <대중음악 속 클래식>, <TV 속 클래식>, <영화 속 클래식>, <만화, 애니메이션, 웹툰 속 클래식>, <문학 속 클래식>, <여기에도 클래식이?>의 7가지 챕터를 통해 자동차 후진음으로 유명한 '엘리제를 위하여'에서부터 탱고 음악으로 재탄생한 클래식까지 우리 생활 속에 알게 모르게 널리 사용되고 있는 클래식 음악을 폭넓게 다루고 있었다. 마치 명화 속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들의 쌍둥이 버전으로 클래식 음악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을 만난 느낌이랄까.
책 속에 담긴 음악가의 연애사나 인생, 특정 음악에 얽힌 다양한 에피소드들은 꽤나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생활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친숙한 소재를 들어 음악을 소개하다 보니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었다.
게다가 글이나 사진으로만 표현하기 힘든 음악이라는 매체를 다루는 만큼 큐얼 코드를 통해 저자의 유튜브 영상으로 간단한 해설과 음악도 들어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덕분에 고생스럽게 검색하지 않고도 책 속에 언급되고 있는 음악들을 쉽게 쉽게 들어 볼 수 있는 점이 특히 좋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들라면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와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를 들고 싶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소개된 곡이었는데, 놀랍게도 '엘리제'가 누구인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악필이었던 베토벤의 글씨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해 테레제가 엘리제로 탈바꿈되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여겨져, 그나마 어린 제자 '테레제 말파티'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이 이야기는 마치 모나리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논란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다.
또 다른 놀라운 이야기는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에 대한 것이었다. 얼마 전 레미제라블을 통해서도 감명 깊게 눈물 흘려가며 들었던 <라 마르세예즈>. 때문에 그 장면만 수십 번은 봤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의 세 가지 이념 자유·평등·박애를 떠올리게 하는 이 곡이 세상에 원래는 이탈리아 곡이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한때 즐겨들었던 <랩소디 인 블루>가 변진섭의 <희망사항>에도 쓰였다는 것을 새삼 발견할 수도 있었다.
이렇게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는 생각보다 더 많이 우리 생활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클래식에 대한 친근감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아마도 이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차이점을 들라 한다면 유명한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재미난 에피소드를 하나쯤은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점과 좀 더 친숙하게 좀 더 자주 클래식 음악을 대하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