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바람나다 - 도서관 책모임이 협동조합 카페를 열다
독서동아리 책바람 지음, 박정희 엮음 / 미다스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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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가정을 꾸리고 육아와 일을 병행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책 읽기라는 것이 큰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살다 보니 기회가 왔고 몇 해 전부터는 꾸준히 책을 읽게 되었는데요. 이제는 또 한 발 나아가 가끔은 책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아직은 은둔자적 성향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혼자서 책을 읽을 뿐이지만요. 그런데 며칠 전 별생각 없이 주문한 책 한 권이 제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불러일으킵니다. 바로 독서 모임에 참여해 볼까 하는 마음을 불쑥 불러일으켰던 <책과 바람나다>입니다.


​​<책과 바람나다>는 독서동아리 책바람 멤버들이 함께 만들고 엮은 책입니다. '책상 위의 철학, 발로 뛰는 철학, 함께 하는 철학'의 줄임말인 '책.발.함'은 '책으로부터 시작하여(發) 함께하다'의 뜻도 갖고 있다는데요. 많은 멤버들이 함께 지은 이름인 만큼 뜻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에 자못 미소짓게 됩니다.


​매주 회원들이 모여 고전 읽기를 7년째 지속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실천을 위한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는 독서 동아리, '책바람'. 그들에겐 어떤 스토리가 함께 하고 있을까요.


​2005년 광진정보도서관 독서회 2반에 주부들이 모였습니다. 그들은 부담스럽지 않게 한 달에 1번 독서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느낀 것이 많아 2013년에는 마을 공동체 지원을 받아 '부모 커뮤니티 사업'으로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공연합니다. 이 경험을 통해 멤버들은 그들의 좋음과 아이들의 좋음에 기준 자체가 다름을 알게 되고 불가피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수정하게 됩니다.


​"우리들도 아이들처럼 공부한 내용을 시험 보고 결과를 집에 우편으로 보내 남편과 아이들이 보게 한다면 어떨까?" 그때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늘 그런 일을 당하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우리가 얼마나 그들에게 폭력적인 시스템을 갖추었는지 이야기했던 것 같다. 역지사지가 최고의 스승이다. p98


​이번에는 철학 공부! 2014년 동서양 철학사 개론을 접하면서 그 방대함으로인해 허탈감에 빠집니다. 이후 멘토의 조언에 따라 다음해부터는 고전에 해당하는 텍스트를 한권씩 읽어나가는 방향으로 접근 방식을 바꿉니다.


​2015년 철학에 대한 목마름으로 의기투합한 멤버들이 철학 스터디 모임 '책바람'을 결성합니다. 서양사를 공부하다보니 동양은 어떠했는지 궁금해져서 2018년에는 동양의 철학을 공부합니다.


이렇게 나에게 즐거움과 힐링을 주는 독서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읽은 책의 양에 비해 내 생각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책은 매번 달라지지만 내가 말하는 내용은 항상 똑같아서 나의 말에 내가 질리기 시작했고, 생각이 변하면 행동도 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도 불만이었다. … 고심 끝에 생각한 것이 '철학을 공부하자'였다. p25


​그리고 드디어 2019년에는 매년 여기저기를 전전하며 모이던 '책바람' 멤버 7명이 처음 모임이 시작될 때의 소망인 협동조합 카페 '공간 책바람'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철학 공부를 위한 세계사 공부에 들어가지요.


아이가 성년이 되고, 남편의 퇴직이 가까워오면서 사회활동에 대한 갈망과 필요성은 커졌지만 취업에 대한 생각은 많이 달라졌다. 아이를 키우며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은 많이 변했고, 더 이상 경쟁적이고 소모적인 자본주의의 부속품으로 살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내가 새로이 꿈꾼 사회 경제적 활동은 협동조합처럼 생산자이자 소비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었다. 내 아이가 살게 될 세상이 공동체의 미덕을 유지하는 사회이길 바라게 되면서 세상에 보탬이 되고, 자본주의의 문제를 개선하려 노력하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할 수 있기를 꿈꿨다. p272


​이렇게 <책과 바람나다>는 도서관 독서회가 철학 스터디 모임으로, 그리고 다시 협동조합 카페가 되기까지 다사다난했던 여정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처음 독서모임에 참여하게 된 계기나 모임 중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담긴 멤버들의 글을 보면서 일상과 독서회를 병행할 수 있었던 그들의 열정은 물론 성숙한 인식을 엿볼 수 있었던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계획서 작성, 모임 일지, 독서 토론 방식 등의 모임 운영 방식은 물론 협동조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어서 '도대체 어떻게 마음을 맞추고 이뤄낸거지?'라는 궁금증을 말끔하게 씻어주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만난 인연이 도서관 독서회에서 끝나지 않고 결국에는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사람과 공간에 대한 열망'으로 이루어낸 '공간 책바람'. 정말 흔치 않은 이야기였는데요. 책 모임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책을 통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며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그들이 부러운 것은 저 뿐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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