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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평점 :

2018년도에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었던 책 <미중전쟁>~! 이번에 30만 부 돌파를 기념하며 특별 합본판이 출간되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니만큼 꼭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
사실 김진명 작가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통해 대략 27년 전에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당시 입시 공부에 시달리고 있던 여고생이었던 나는 정치·경제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잠깐 머리나 식힐 겸 우연찮게 펼친 소설을 통해 적잖이 충격을 받았더랬다. 실존 인물과 믿을 수 없는 사건들로 가득한 소설은 분명 진실과 허구가 섞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진실인 양 믿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그때부터 한반도 정세에도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당시 읽는 내내 가슴이 뜨거웠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굳이 이렇게 오래된 작품을 들춰내는 까닭은 <미중전쟁>을 읽으면서 유난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많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중전쟁>은 최근 중국과 미국의 무역분쟁을 소재로 다루고 있었는데,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볼 수 있었던 한반도의 긴장감이 반복되고 있는 느낌이었달까.
워싱턴 세계은행은 아프리카에 보낸 지원금이 비엔나에서 초단기 투기 자금으로 쓰인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이를 조사하기 위해 김인철을 파견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소개받은 펀드 매니저 페터 요한슨은 인철과 만난 후 의문의 자살을 한다. 장시간의 국제 통화 후 가족에게 온 전화도 받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페터 요한슨. 전화가 걸려 온 곳은 돈 세탁과 조세 회피, 페이퍼 컴퍼니의 메카인 케이맨 제도였다. 이에 제3인베스트먼트의 실제 주인이 요한슨 자살의 배후라는 심증을 갖게 된 김인철은 자금 흐름의 전모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한편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는 핵실험이 성공하고, 김정은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가는 대륙 간 탄도 수소폭탄 제조를 명령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지켜보는 눈이 있었으니, 미국의 트럼프는 북한 핵 개발을 빌미로 중국을 끌어내릴 시나리오를 계획한다.
한반도에 살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몇 해 전부터 미중 무역 분쟁에 온 신경을 집중했던 터라 그런 것일까. 그 간의 김진명 작가의 작품들이 그러했듯 <미중전쟁> 역시 진실과 허구가 섞여 쉴 새 없이 흘러가며 몰입도를 높여갔다. 요한슨 자살 사건을 파헤치는 큰 과정 속에 그려지는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미·중·러·일의 이해관계와 갈등! 함께 등장하는 셰일 석유 투자 이야기·1520포럼·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사드·트럼프노믹스 등이 꽤 흥미로웠고 결국은 모든 것이 돈의 논리에 의해 흘러가고 있음을 현 미중 분쟁의 노골적인 모습과 더불어 다시 한번 상기되었다.
이념과 경제 논리가 함께 묘하게 부딪히고 있는 이곳 한반도. 마치 숲속에 서 있으면 나무와 풀은 잘 보이지만 바깥에서 보이는 숲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든 것처럼, 우리는 일상의 당면 과제에만 집중하느라 더 큰 세상은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한번 우리는 태풍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500페이지 정도 되는 장편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이 더운 날씨에도 순식간에 읽어 낼 수 있었던 <미중전쟁>. 다 읽고 나서도 다시 인물과 사건이 실존하는지 궁금해서 검색해보느라 여운에서 쉬이 벗어나기가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