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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오늘 <물이 깊은 바다>라는 장편소설을 통해 이탈리아의 작가 '파비노 제노베시'를 처음 만나보았습니다. 그는 현대문학에서 출간된 이 소설을 통해 우리나라에는 처음 소개된 작가라고 하는데요. 이탈리아에서는 문학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으며 이탈리아 문학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로 손꼽힌다고 해요. 과연 어떤 소설이기에 그런 평가를 받는지 궁금해서 읽어 본 <물이 깊은 바다>에는 위트 넘치는 글이 가득했고, 그 속에서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었어요.
토스카나주의 작은 해안 지방 베르실리아. 그곳에는 열 명의 할아버지를 가진 소년 파비오가 살고 있습니다. 파비오는 학교에 입학하는 첫날 자신의 가족이 얼마나 특이한지를 알게 됩니다. 다른 아이들은 할아버지를 한 두명 가졌지만, 자신은 열 명이나 가졌다는 것과 자신의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마흔살이 되기 전에 결혼해야 한다는 저주를 말이지요.
게다가 할아버지들은 굉장히 특이해서 파비오가 학교에서 쓸데없는 것만 배워온다고 걱정하며 학교에 찾아오기도 하고, 인생에 손가락 열개는 너무 많다고도 합니다. 어느 날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성당에서 무당벌레 소녀 마르티나를 만나기도 하고, 실용서를 통해 지렁이를 키워 돈을 벌게 되기도 하는데요. 평범하지 않은 가족을 가진 남자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가족을 넘어 더 넓은 세계를 차츰 알아가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속에는 사랑이 가득합니다.
사실 한 소년의 성장소설에서 행복만 가득하기는 힘들지요. 이 소설에도 인생의 온갖 굴곡이 가득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신기한 것은 책을 읽으며 전혀 마음이 힘들지 않다는 점입니다. 언제나 천진한듯 위트있는 문장으로 인해 웃음이 가득한데요. 마치 따스한 저녁 식사를 앞에 두고 온가족이 둘러앉은 듯 그렇게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따뜻하게 알려줍니다.
어떻게 보면 누구보다 힘들 수도 있었지만 정작 스스로는 가장 행복했던 파비오가 다행이다 싶었던 <물이 깊은 바다>. 읽기 전에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던 띠지의 문장이 이제는 저절로 이해가 되는데요.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그의 마음속에 가득찬 가족에 대한 사랑이 커다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 마음속을 다시 한번 들여다 보게 됩니다.
무엇보다 사춘기 아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는데요. 동심을,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나이를 막론하고 누구라도 읽어보시면 좋겠다 싶었어요. 추운 겨울 따스한 소설 한 잔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