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람들 - Novel Engine POP
무레 요코 지음, 최윤영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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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의 작가 

무레 요코의 웃음과 힐링을 담은 

이웃집 소설


영화 <카모메 식당>을 참 인상 깊게 봤었다. 어찌 보면 우리가 그러하듯,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나 책을 개인적으로 유독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일까. <카모메 식당>도 10번은 넘게 본 듯하다. 그런데 그 <카모메 식당>의 작가 무레 요코가 쓴 소설이라고 하니 요즘 같은 시국에도 결코 지나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무레 요코는 <카모메 식당>이 유일하다. 하지만 책날개의 작가 소개를 보니, 1984년부터 작가 생활을 하였으며, 국내에는 <카모메 식당> 외에도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일하지 않습니다>, <모모요는 아직 아흔 살> 등 많은 책이 번역되어 소개된, 한국인에게도 사랑받는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모가 후루룩거리며 커피를 마시고

눈 앞에서 훌러덩 옷을 벗을 때마다

집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하던 

마사미는 어쩌다 보니

마흔 길에 접어들었고, 

아직도 부모 집에 눌러살고 있다.


​이렇게 만나본 무레 요코의 <이웃 사람들>은 역시 기쁘게도 <카모메 식당>과 그 결을 같이 하고 있었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 사치에가 헬싱키에서 주먹밥을 주메뉴로 한 식당을 열어놓고는 한 달째 손님을 못 받아도 평온한 일상을 보내듯, <이웃 사람들>의 주인공 마사미 역시 부모님이나 주변의 성화에도 억지로 결혼하지 않고 그녀만의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도 결혼하지 않은 40세 이상의 여성은 고달프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흔들리지 않고 이렇게나 평온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정말 대단해 보였다. 그리고 태어나 여태 그랬듯, 여전히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옆집에도 앞집에도 

이상한 이웃들로 가득한 

우리 동네


​사실 책을 읽으며 웃긴 일이 있었는데, 분명 처음에 소설을 만나면서 '마흔의 마사미가 나고 자란 동네의 기묘한 이웃들을 둘러싼 여덟 가지 이야기'라는 띠지의 문장을 접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이야기인 마사미의 이야기를 읽고 나서는 비혼이 늘어나는 사회를 보여주는 사회 문제 제기 소설로 착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동네 사람들의 미움을 한 몸에 받는 긴지로 씨 이야기, 어린 시절 마사미를 마음에 들어 했던 동네 아줌마의 동갑내기 아들 오사무, 이웃과 전혀 왕래 없이 지내는 센다 씨, 어느 날 나타난 인도인 이웃, 이상한 종교를 강요하는 세토 씨,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절규의 숙소 이야기, 동네 사람들에게 저런 부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동경의 부부 센도 씨 내외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냥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구나 싶었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이다 보니 어느 정도 현대 사회를 보여주는 면도 있을 것이다. 때문에 과거와 달라진 현대인들의 생활을 옅보는 면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렇게만 이해하고 보기에는 아까운 소설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웃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딘가에 존재하는 우리들 이웃들의 일상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특이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살다보면 한번 쯤 만나는 안하무인인 사람들이 있는데, 소설 속 긴지로 씨가 그런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매주 만나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이 있어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었다. 센다 씨를 보면서는 외롭지 않을까 싶다가도 여럿이서 지내는 것보다 혼자인 것이 즐거운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가끔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을 듯 싶다는 생각도 든다. 절규의 숙소에 살던 갓난 아기의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동네 사람들은 온갖 추측을 하며 아이가 우는데도 달래주지 않는 나쁜 엄마로 몰아가지만, 사실 육아에 지쳐 도움이 필요했던 엄마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온 동네 사람들이 동경하는 센도 씨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누구나 저런 노부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아파트에 살면서 바로 문앞 이웃과도 왕래가 드물어진 요즘. 어린시절 이웃들과의 교류가 그리운 것일까. 다른 듯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웃들의 이야기가 유난히 편안하고 정겹게 다가오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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