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문은강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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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장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소설!


촌스러운 이름만큼이나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았던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 역시 한국소설이어서 가독성이 높은 걸까. 아니다.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면 알만한 이야기들을 지극히 일상적인 문장으로 펼쳐내고 있어서일 것이다.


​따뜻한 남쪽나라 캄보디아 프놈펜에는 호텔 원더랜드가 있다. 그곳에는 한국에서 중학교 영어교사를 그만두고 온 여사장 고복희와 유일한 현지 직원 린이 있다. 하지만 프놈펜은 대단한 유적지도 없고 번화한 도시도 아닌 탓에 운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를 타계하기 위해 어느 날 린이 '한 달 살기' 시스템을 제안하고, 드디어 한국의 20대를 대표하는 백수 박지우가 이곳에 나타난다.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는 <오베라는 남자>의 한국판이라는 출판사의 평이 딱이다 싶었다. 무엇이든 타협하지 않고 원칙대로 살아가는 인물 고복희와 주변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보게 했다.


​뭔가 이루고 싶으면 

죽도록 하라고 하는데. 

제가 봤을 때 죽도록 하는 사람들은 

진짜 죽어요. 

살기 위해 죽도록 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디스코를 사랑하고 태안을 지키고 싶었던 복희의 남자 장영수를 통해 눈앞의 돈에 눈이 멀어 개발이라는 이름의 폭력을 행하던 역사를 보여주기도 하고, 어머니 강금자 여사를 통해 먹고사는 일의 부당함을 아무렇지 않게 견뎌냈던 산업역군들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대한민국의 과거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과거에 비해 살기 좋아졌을까? 예전에 비해 살기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최상민, 차은영 부부를 통해 보는 모습은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보육 교사였지만 임신으로 퇴사해야만 했던 차은영과 성공하기 위해 좋은 학교에 진학해야 하는 미주와 미나, 그리고 남들만큼만 살고 싶다며 캄보디아로 홀로 떠나온 가장 최상민. 하지만 최상민의 사업 실패로 이들 가족에게 불행이 다가오는데, 이런 이들 가족의 모습을 통해 또 다른 불행에 빠져있는 우리 사회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세계는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더 잔인한 것은 마치 공정한 것처럼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당연한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마치 대한민국의 지난 세월을 돌아 보는 듯한 캄보디아. 그 속에서 살아가는 교민들의 모습은 현재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거를 되돌아보고 어떤 미래를 그리며 살아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는 듯했다. 열정 페이를 강요받다가 퇴사한 후 백수가 된 박지우를 캄보디아로 보내면서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한편, 이런 세상에서도 융통성 없이 묵묵히 원칙대로만 살아가며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고복희가 오히려 편안한 것은 왜일까. 그런 삶의 태도는 분명 힘겨울 때가 많을 텐데도, 그래도 마음만은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어렴풋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세상에 대해 잘 모르지만 들키고 싶지 않다는 작가 문은강. 하지만 생각의 깊이가 얕지 많은 않다는 것을 소설을 읽어 본 독자는 알아채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 독자들의 가슴을 꽤나 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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