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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빈센트 (반양장) -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ㅣ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윤동주 지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저녁달고양이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별을 노래한 시인 윤동주와
별을 그린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만나다."
별 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 '별헤는 밤'의 윤동주와 '별이 빛나는 밤'의 고흐가 한권의 책으로 만났습니다. 콜라보레이션이 대세인 시대 흐름에 맞춰 윤동주의 시 124편과 고흐의 그림 129점이 함께 묶인 시화집이 나온 듯 한데요. 이 둘을 모두 사랑하는 독자입장에서는 참으로 반갑습니다.
달마다 어울리는 화가를 선정하여
그림과 시를 매치한 시화집 시리즈
[열두 개의 달 시화집]
스/페/셜/ 에디션 !
윤동주도 고흐도 고단한 짧은 생을 살다가 별이 되었기에, 이 둘을 떠올리면 애잔한 마음이 가슴 가득 채워지곤 합니다. 그리고 가끔은 이들이 현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상상이라도 하게 되면, 어김없이 자기 주장 강한 개성있는 청년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어 웃음짓게 되기도 하네요.
초기와 후기가 굉장히 다른 느낌을 가진 고흐의 그림. 고흐를 좋아하다보니 그의 초기 그림까지 즐겨 찾아보곤 하는데요. 고흐가 인상파의 영향을 받기 전 그림인 1885년작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을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가웠어요. 이 작품에 윤동주의 '식권(食券)'이라는 시가 너무 잘 어울리는 듯 했는데요. 그림도, 시도 보면 볼수록 처음의 비참한 느낌과 달리 점점 그들의 삶에 공감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럼에도 먹는 것만큼은 풍족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입장에서, 그림 속 감자를 먹는 사람들도 흰 죽을 먹는 젊은 아이들도 저 한 순간만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기를 바라게 되네요.
고흐는 1890년 '싸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길 Road with Cypresses'를 그릴 때, 싸이프러스 나무에 해바라기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지요. 그래서 해바라기를 그린 것처럼 싸이프러스 나무를 그리고자 했다는데요. 당시 고흐의 마음이 복잡했던 것처럼, 집을 떠나 기숙사 방에 홀로 누운 윤동주의 마음도 쓸쓸하고 복잡했나 봅니다. 그의 시만 접하다가 이렇게 그의 일상이 담긴 수필 '달을 쏘다'를 알게되니 반갑고 기쁘네요. 뭔가 더 친숙해지는 느낌이랄까요.
인상파의 영향을 받고 밝아진 고흐의 그림, Landscape under a Stormy Sky. 폭풍이 몰아치는 풍경이지만 색감이 너무 예뻐서 자꾸만 눈이 가는 그림이었는데요. 고흐의 의도는 아니지만, 윤동주의 '소낙비'를 만나 대한독립에 대한 깊은 의미가 덧붙었습니다. 아름답게만 보였던 그림에 일제에 대한 응징을 기도하는 윤동주의 소낙비라니... 이제 이 그림을 볼 때면 항상 윤동주의 소낙비가 떠오를듯 합니다. 지금도 일본과 감정의 골이 깊어지기만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습니다.
사실 이 둘은 유명한 인물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참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책을 기획하고 만든 사람들이 절묘하게 잘 만들어서일까요. 고흐와 윤동주의 유명한 그림과 글도 가득 담겨있었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지나쳤던 그들의 작품들이 더욱 의미를 가지고 마음에 남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서로 다른 의도로 창작되었지만 그들의 글과 그림에는 그들만의 격정적인 감정이 녹아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각각의 작품도 의미있지만 함께해서 더 좋았던, 더 감동적이었던 <동주와 빈센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