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 - 올려놓고 바라보면 무럭무럭 잘 크는 트렌디한 다육 생활
톤웬 존스 지음, 한성희 옮김 / 팩토리나인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선인장 키우는 예쁜 누나>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한때 엄청난 인기를 얻었던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손예진이 떠올랐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책 제목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책을 손에 쥐면서 손예진의 하얀 미소와 정해인의 맑은 미소가 떠오르며 마음까지 따뜻해져왔는데, 그래서일까. 책을 읽는 내내-아니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다육을 알게 된 지는 꽤나 오래되었다. 하지만 식물계에서 똥손으로 유명한 나는 얼마나 많은 다육을 하늘나라로 보냈던가. 처음엔 꽃기린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선인장, 바위솔, 산세베리아, 성미인, 홍옥-다육에 대한 책이니 다육만 나열하기로 한다- 등 수많은 아이들을 줄줄이 보냈는데, 이 아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은 짧게는 두 계절 혹은 길어야 2년이었던 것 같다. 나 나름대로는 어쩔 수 없었다고, 일주일에 6일을 하루 13시간씩 꼬박 바깥에서 일을 하고 돌아오면 집에는 아이와 남편과 집안일이 나를 반기며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라 변명해 본다. 그나마 키우기 쉽다는 말에 수없이 들였던 선인장과 다육들. 책을 보며 떠나보낸 아이들이 떠올라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톤웬 존스의 말처럼, 사실 다육은 키우기가 굉장히 쉬운 편에 속한다-정말 내가 똥손일뿐이다-. 선인장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다른 식물들에 비해 물 없이도 오랜 시간 견디는 데다, 적응만 된다면 햇빛에서도 그늘에서도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하며 생존할 줄 안다. 물론 예쁘게 키우기 위해서는 좋은 환경에 조금 더 손을 보태긴 해야 하지만 그래도 사막이나 가뭄이 심한 곳에서 살았던 식물이라 기본 가닥이 있다. 


​게다가 다육이들은 가격도 저렴하다. 아직도 작은 포트 하나에 한 줄기씩 담겨 500원에서 1천 원대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그렇게 구입한 다육이도 나름 키우는 요령을 습득하면 더욱 이쁘게 키울 수 있는데, 책에서는 마사토와 배양토의 비율, 진흙이 없는 세척 마사를 사용해야 한다든지, 물 주는 방법, 조심해야 하는 해충과 질병, 번식 방법 등의 아주 중요한 필수 정보는 물론, 어울리는 화분이나 깔망을 양파망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는 식의 알면 좋은 팁까지 소개하고 있다. 


​이렇게 간단한 오리엔테이션을 하듯 다육을 키우기 위한 기본 준비물과 숙지해야 할 사항을 알려주는 1부가 끝나면, 2부에서 본격적으로 갖가지 다육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 소개 방법이 참 아기자기하고 귀엽다. 바로 저자 톤웬 존스의 트렌디한 감각이 돋보이는 50가지 다육식물의 일러스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림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실물 다육으로 책상, 식탁, 베란다 정원을 꾸며도 좋겠지만, 나 같은 똥손은 이 책을 펼쳐 그대로 책상 위에 세워두어도 참 좋겠다 싶었다. 그래서 요 며칠 내 책상에는 톤웬 존스의 다육 일러스트가 세워져있어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다육 책을 펴낸 저자 톤웬 존스에게는 놀라운 사연이 숨어있었다. 한때 그녀는 모로코의 마라케시에 있는 마조렐 정원에서 커다란 선인장을 만나고 힘들고 지친 마음을 위로받은 적이 있다는데, 그 뒤 선인장을 얼마나 사랑하게 되었으면 결혼식도 선인장으로 꾸미고 부케도 다육식물로 만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리고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그녀는 현재 전 세계를 지도로 구현해내는 맵메이커mapmaker로 활동하고 있는데, 지금도 그녀의 작업실은 선인장과 다육식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한다. 


​한때 다육식물로 집안을 가득 채우는 꿈을 꾸었던 나로서는 이 부분이 정말 부러웠다. 때문에 다시 다육을 정성스레 잘 키워볼까 하는 마음이 불쑥 들었는데, 하루 일하는 시간을 4시간으로 대폭 줄인 요즘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 다시 꿈을 꾸게 된다.


​선선한 가을이 오면 그나마 베란다 한구석에 있는 옥주염 잎꽂이도 하고, 한두 포트 사랑스러운 아이들도 들이고 싶어졌다. 홍옥처럼 붉은 보조개가 이쁜 아이를 만나게 될지, 주렁주렁 사랑이 매달린 듯한 러브체인을 만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상상 속 우리 집 베란다는 벌써 다육으로 가득 차있다.


​사실 예전에 다육의 매력을 지인들에게 전하려 노력한 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책을 보니 내가 입 아프게 말하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선물하는 것이 더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다육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소장용으로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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