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크리스토퍼 코어 그림 / 연금술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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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 모르는 사람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라는 시로 만나, 오랫동안 마음속에 자리 잡은 몇 안 되는 시인 중 한 명인데요. 시집은 대부분 접해보았지만 류시화의 여행기는 이번에 처음 접해봅니다. 97년도에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을 내어 많은 사람들이 인도에 관심을 가지게 만들기도 했다는데요. 인도와 네팔을 즐겨 여행한다는 시인은 이번에도 인도 여행기 <지구별 여행자>를 내었어요.


"여행을 떠날 때는 따로 책을 들고 갈 필요가 없었다. 세상이 곧 책이었다. 기차 안이 소설책이고, 버스 지붕과 들판과 외딴 마을은 시집이었다. 그 책을 나는 읽었다. 책장을 넘기면 언제나 새로운 길이 나타났다." -5


처음 책장을 넘길 때만 해도 인도에서 경험한 사소하지만 재미있고 생각할 거리가 있는 인상적인 사건들이 나열될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육체로 경험한 여행기가 아닌 영혼의 여행기였어요. 사두가 많은 인도.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은 하나같이 가난하고 가진 것 없지만, 영혼만은 도시의 우리들보다 충만하다 느껴졌는데요. 역시 책의 마지막은 그들의 어록으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인도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한 여정, 12년마다 열린다는 인도 최대 축제 쿰브멜라, 목걸이 장수 가네샤 등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강을 따라 떠내려 온 시체를 건져내던 인도인의 이야기까지 인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일들과 그들의 문화와 세계관을 옅볼 수 있는 많은 에피소드가 펼쳐집니다.


만일 하는 일마다 잘 안되고 실패한다면 누구라도 의욕상실을 겪을 텐데요. 12년 전에도 참석하지 못한 쿰브멜라에 또 참석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미스터 굽타는 시인 류시화에게 영국인들이 처음 인도에서 골프를 치며 겪었던 일화를 들려주며 이런 명언을 남깁니다.


원숭이가 경기를 방해할 때마다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라! -40


또한 기차에서 만난 인도 노인은 가슴에 새겨진 경험들로 글을 쓴다면 목에 건 볼펜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고 말하는데요. 덕분에 작가의 작품의 방향과 글쓰기 자세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당신이 쓰는 글을 다른 사람이 읽기 전에 맨 먼저 읽는 사람이 당신 자신이라는 걸 잊지 마시오. 당신이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당신의 신이 맨 먼저 당신의 글을 읽는다는 것도. 당신이 쓰는 글은 당신의 영혼에 맨 먼저 새겨질 것이고, 신은 언제나 당신의 영혼 속에 새겨진 것들을 읽고 있기 때문이오. -119


또한 책 중간에는 꼭 현실이 아닌 꿈 속에서 경험한 듯한 에피소드도 나오는데요. 끊임없는 황무지에서 만난 집시들은 마치 시인이 그곳에 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어떤 질문도 던지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온 낯선 여행자에게 끊임없이 손을 흔들어 줄 뿐이었지요. 


여행자가 가장 힘들 때는 길이 없을 때가 아니라 길이 너무 많을 때다. -127


사두의 나라, 영적인 나라 인도는 오늘날 IT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데요. 생활인의 눈이 아닌 시인의 눈으로 본 인도여서일까요. 그곳은 여전히 수많은 신을 섬기는 사두의 나라, 철학자의 나라였어요. 읽는 동안에는 에세이이며, 여행기라고 느껴지지만, 한편을 다 읽고 나면 마치 한 편의 시를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었는데요.


책을 덮으며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화려한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삶의 허무를 느끼지만, 가진 것 없는 시인의 인도 친구들은 충만한 마음과 삶의 지혜를 가졌구나'라는 것이었어요. 죽음을 맞이하기에도 멋진 장소이지만 상처 입은 영혼에게는 훌륭한 치유의 장소가 된다는 인도. 그 곳이 시인에게 영혼을 치유하는 힘을 준 것처럼 우리에게도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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