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트] 천년의 질문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9년 6월
평점 :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정글만리> 등 많은 작품으로 우리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감동을 주었던 조정래 작가님이 돌아왔습니다. 3권으로 구성된 <천년의 질문>.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을까 싶었던 이 책에는 조정래 작가님의 이 시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하는 말이 담겨있었습니다.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이자 책임이지만, 생활전선의 치열함으로 인해 잊고 지내는 사실들을 일깨워주고 있었는데요. 그래서 부끄러우면서도 아직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감동으로 먹먹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천년의 질문>은 총 세 권으로 두께도 꽤 됩니다. 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빠져들어 읽게 되는 책입니다. 막상 다 읽고 나니 좋아하는 연예인 콘서트가 끝난 마냥 아쉬움이 남기도 했는데요. 사실 최근 이만한 분량의 책을 이렇게 빠르게 읽어내기는 오랜만이었어요. 그만큼 오랜만에 만난 조정래 작가님이 반가우면서도 의미 있는 내용으로 가슴이 꽉 차는 시간이었습니다.
국민들은 투표하는 순간에만 주인이다. 투표가 끝나자마자 다시 노예로 전락한다. 24
소설은 대학 선후배 사이인 기자 장우진과 사회학 시간강사 고성민의 현 대한민국에 대한 뼈 있는 대화로 시작합니다. 그 이야기들은 한 번쯤 친구들과 만나 술 한잔할 때 했던 이야기들이라 감정이입이 되기 시작하는데요. 이를 통해 어찌 보면 이런 대화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우리를 일깨우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인간은 세 겹의 노예다. 신을 만들어 종교의 노예가 되었고, 국가를 만들어 권력의 노예가 되었고, 돈을 만들어 황금의 노예가 되었다. 33쪽
뒤이어 소설에는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국민을 우롱하는 사건들을 어떻게 저지르고 어떻게 책임을 회피하는지 자세히 묘사가 됩니다. 한 가지 사건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기업 비자금 문제, 국회의원들의 출장성 외유, 미술작품을 통한 탈세 등 최근 일어났던 혹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여럿 다루고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기업과 정치권이 어떻게 국민을 대해왔는지를 보여주며, 그럼에도 모른 척 살아가는 우리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일깨우고, 더구나 길가에 피어난 민들레처럼 돈에 굴복하지 않고 권력에 굴복하지 않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우리에게 희망을 주기도 합니다.
국민 대중의 집단 망각증 그리고 집단 무관심, 국민들이 이 두 가지 중 병에서 완전히 벗어나 두 눈 부릅뜨고 각 분야 공무원들과 여러 권력 집단들을 감시 감독하지 않고서는 100년 1000년이 지나도 안 고쳐져. 54쪽
이렇게 <천년의 질문>은 '국민에게 국가란 무엇인가', '국민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오래되었지만 의미 있는 질문을 하고 있는데요. 더 이상 '먹고살기 바빠서'라는 무책임한 대답을 못 하게 하는 책이기도 했고, 그럼에도 우리는 광장 민주주의, 현장 민주주의를 꽃피워 세계를 놀라게 하지 않았냐며, 각성하고 행동한다면 변화는 점차 가속화될 것이라고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또한 보좌관도 없이 도시락을 싸 다니며 자전거로 출근하는, 휴일 없이 24시간 근무하는 스웨덴 국회의원의 이야기는 국회의원이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도 확인시켜주는데요. 그야말로 희생과 봉사의 아이콘인 스웨덴 국회의원을 보며 아직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며 해야할 일도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각종 사건은 대한민국에서 돈과 권력의 힘이 어떤가를 여실히 보여주어 씁쓸하기 그지없습니다. 마치 그것이 인간의 본성인양 포장하는 일도 지겹고요. 하지만 <천년의 질문>처럼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면, 언젠가 우리도 스웨덴 같은 국회를 가지는 꿈과 희망을 품어봐도 되지 않을까요.
사실 대한민국에서 시대를 반영하는 이런 작품을 대하는 것은 정말 가슴 떨리고 먹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무력감, 고치려 들지 않는 무관심과 무책임함. 처음 이런 대한민국의 모습을 알게되었던 때가 내내 떠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10대의, 20대의 젊은 시절의 피가 다시 핏줄을 타고 흐르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는데요. 혹시 '대한민국은 역시 안돼~'라는 매너리즘에 빠져계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는 것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우리가 이룬 일이 많았고, 앞으로 우리가 뭘 해야 하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방법까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당신에겐 어떤 대한민국입니까? 그리고 당신은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자기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해 나가면서 늘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 그것이 가장 성공한 인생이다. 1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