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8년 데뷔작 <초크맨>으로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의 반열에 오른 C. J. 튜더가 이번에는 <애니가 돌아왔다>로 돌아왔습니다. <초크맨>도 <애니가 돌아왔다>도 공포·스릴러 장르의 소설인데요. 비슷한 분위기의 다른 이야기로 독자들을 또다시 설레게 만드네요.


​사실 두 번째 작품이라는 것이 첫 작품에 비해 흥행이 안되는 경우가 많기에 선택하면서 많이 고심했던 작품입니다. 하지만 공포·스릴러 장르를 소설로는 잘 즐기지 않던 저도 흥미롭게 읽었던 책인데요. 뻔히 보이는 스토리 전개가 아니어서 오랜만에 예측 불가능한 전개와 반전으로 뒤통수 맞은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책을 탁~ 덮으며 '영화나 미드로 나오면 재밌겠다. 나오면 또 봐야지'라고 생각했어요.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단편소설을 쓰던 C. J. 튜더는 어느 날 밤, 늦은 시간에 차고 문을 열었다가 아이들이 분필로 그려놓은 낙서를 보고 영감을 얻어 <초크맨>을 썼다고 합니다. 이번 <애니가 돌아왔다>는 <초크맨> 출간 당시 이미 원고가 완성된 상태였고, 작가의 어린 시절 탄광마을에서의 경험이 녹아있다고 해요. 여기까지도 작품을 써내는 그 엄청난 속도가 놀라운데요. 거기에 또다시 완성되었다는 후속작 소식이 들려 더욱 기대됩니다.


​작은 마을 안힐에서 엄마가 아들을 죽이고 스스로 자살하는 처참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내 아들이 아니야'라는 피로 쓴 글씨가 예사롭지 않은데요. 얼마 후 모두가 꺼리는 그 집에 영어 교사 조가 들어옵니다. 의문의 메일을 받고 어린 시절을 보낸 안힐의 모교로 부임한 조. '나는 네 여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 그리고 그 사태가 다시 벌어지고 있어.'


​나를 붙잡고 있는 관계, 나를 규정하는 사람들, 나를 어떤 아이덴티티에 묶어놓는 익숙한 풍경과 일상에서 아주 멀찌감치 도망치면 적어도 당분간은 나 자신에게서 쉽사리 벗어날 수 있다. 자아는 구조물에 불과하다. 얼마든지 해제하고 다시 만들고 새로운 나를 으리으리하게 꾸밀 수 있다. 돌아가지만 않으면 된다. 돌아가면 새로운 내가 임금님의 새 옷처럼 벗겨져 알몸이 드러나고 추악한 단점과 실수가 만천하에 공개된다.


​미스터리한 사건에서 시작하지만, 학교로 돌아온 조에게는 따돌림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가 보입니다. 으레 학창시절을 소재로 하는 작품에서 다루어지곤 하는 소재인데요. 그래서 이 두 이야기가 어떻게 이어지는 것일까요? 궁금하게 됩니다.


​​

생각해보면 재밌는 게, 좋은 기억은 나비처럼 스치듯 지나가 버린다. 워낙 쏜살같고 야리야리해서 박살 내지 않는 한 포착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나쁜 기억은, 그 죄책감과 수치심은 기생충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안에서부터 조용히 나를 갉아먹는다. 151쪽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만나는 의미심장한 문장들은 무엇을 의미하는 복선일까,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려는 주인공과 함께 독자도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됩니다. 주인공 조처럼 끔찍한 일은 아니지만 마음을 흩트려놓았던 과거를 말이지요.


​

인생에 승자는 없다. 결국은 잃는 게 인생이다. 젊음, 외모,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것들. 나는 가끔 인간을 진정으로 나이 들게 하는 것은 세월의 흐름이 아니라 아끼는 사람들과 사물들의 소멸이라는 생각을 한다. 168쪽


​낮 동안의 더위를 잊을 수 있는 여름밤에 딱 어울리는 이야기. 잘 시간은 지났는데 불을 끌 수 없게 만드는 전개가 펼쳐졌는데요. 작품을 다 읽고 나면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지지만,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영화 겟아웃을 보며 그 끔찍함에 몸서리친 적이 있는데요.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는 오싹함은 살짝 그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하네요.


​여태까지의 진부한 이야기들에 얼마나 자신이 젖어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인생은 다정하지 않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