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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김용순 지음 / 메이킹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너 자신을 알라'는 말만큼 어려운 말도 없을 듯합니다. 단편적인 장점과 단점은 파악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안다고 생각한 순간 미처 깨닫지 못한 자신의 다른 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은 자신이 속한 사회를 바라볼 때에도 마찬가지여서, 한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을 외국인들이 신기해하며 콕 짚어내면 그제서야 '그런가?'라며 낯설어 하면서도 알에서 깨어나듯 새롭게 인식하고 의식하게 되는 일이 자주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이라는 책의 저자 김용순 씨가 외국에서 오랫동안 무역업을 하며 20여 년간 체류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 그가 본 한국의 모습이 궁금하여 이 책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현대 한국에 대한 많은 모습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미투 운동, 혼밥 혼술족, 노령사회, 춤과 노래를 즐기는 민족, 열등의식과 과시욕, 외국어 사랑, 한류, 스마트폰 중독, 백의민족, 학력과 학벌 사회, 성형수술 천국, 교회가 많은 한국, 학부모들의 과외 열풍, 집단 문화, 서열 문화, 권위의식, 음주문화, 님비, 덤 문화, 반일 반중 감정, 피해자 의식 등 굉장히 많은 키워드를 다루고 있었는데요. 처음에는 각각 다른 부분으로 다가오던 키워드들이 책을 마칠 때쯤 되니 결국은 한국이 겪어온 역사에 기반하여 모든 것이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력사회는 10대 후반에, 평생의 사회적 신분이 결정되는 비정상적 사회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젊은 층의 취업률 감소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기보다는 당장의 현실을 걱정하게 만들었습니다. 학교에서의 평등교육과 달리 사회와 가정에서의 남녀 불평등은 비혼 여성의 비율을 증가시켰으며, 출산율이 감소하였고, 그 연장선에 미투 운동이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근시안적으로 공무원 채용을 늘리지만 이는 장기적으로는 국민들의 부담만 늘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자연히 내 몸 하나 챙기기도 벅차니 혼밥혼술족의 증가와 함께 개인주의적 성향이 짙어질 수밖에 없겠지요.
결혼한 부부의 합계출산율은 2.23명
부부의 출산율은 높아졌지만 전체 출산율이 감소하는 현상은
결혼하지 않는 여성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17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49세 여성 가운데 49%가 독신이라 한다.
p51
그리고 현재 1차 베이비붐 세대가 노령인구로 편입하고 있으며 조만간 2차 베이비붐 세대까지 노령인구로 편입될 예정인데요. 때문에 2030년에는 비혼과 출산율의 저하로 젊은 세대는 적고 노인인구가 많은 초초고령사회에 접어들 것이라 합니다. 이제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사회인 것이지요.
또한 한국인의 열등의식은 과시욕을 불러일으켰으며 이것이 까다로운 안목과 특별한 취향을 갖게 하여 결국에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근간이 되었다고도 해요. 이러한 것들은 교육분야에서는 학부모들의 과외열풍을 불러 일으켰으며, 학력·학벌사회, 공무원 공시족의 증가, 못 말리는 외국어 사랑이나 명품에 열광하는 한국인의 모습으로 표출되는 것이겠지요.
'한국은 전 세계 소비시장의 유형을 보여주는 창문과 같은 곳이다.'
세계적 광고 회사 아시아 담당 사장의 말이다.
p78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장점을 알게 되면 마냥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하지만 그 반면에 단점을 알게 되면 불편한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는데요. 이러한 점이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무심코 피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의 단점이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장점과도 연관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부정적으로만 들리던 것들도 결국은 지금의 우리 사회를 이루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데요.
'한 뿌리에서 여러 가지가 뻗어 나가는 나무'처럼 이 책은 한국의 역사적, 사상적, 사회적 배경을 기반으로 각각의 장단점들이 서로 연관되어 뻗어나가고 있다는 점을 알게 합니다. 오늘날의 한국의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전반적으로 이해하고 비판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면 추천해드리고 싶어요.